<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859화>
“대표님……?”
천문석은 고깃집 밖으로 나오자마자 장민 대표를 찾아 시선을 돌렸다.
“……헌병대는 계속 주시하도록 하세요.”
장민 대표는 황 비서에게 무언가 보고를 받으며 눈짓했다.
천문석은 성큼 걸어가며 입을 열었다.
“대표님! 고기값 계좌 번호 주시면…….”
장민 대표는 손을 들어 말을 끊고 허망한 표정으로 앉은 특급 헌터를 눈짓했다.
“다시 한 번 감사해요.”
부드러운 말 속에 담긴 단단한 의지!
천문석이 멈칫하는 순간.
이태성 길드장이 슬쩍 끼어들었다.
“나는 뭐 없냐?”
“감사합니다. 길드장님. 이번일 기억할게요. 언제든 도움이 필요하시면 말해 주세요.”
이태성 길드장은 말이 끝나자마자 외쳤다.
“어, 그래! 바로 말할게! 네 인맥으로 나이트 아머 좀 대여하자!”
“네? 나이트 아머요?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그냥 마도구도 아니고 나이트 아머를 어떻게 대여해요?”
뭔 소리인 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는 장민 대표.
이태성 길드장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바로 반박했다.
“해운대! 거대 괴수한테 막타 때린 나이트 아머! 그 나이트 아머가 쓰던 기술! 그거 파동검이잖아! 이번에도 모른다고는 말하지 않겠지!? 흐흐흐-.”
그러나 장민 대표는 여전히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하며 반문했다.
“지금 무슨 말을 하시는지 전혀 모르겠네요? 장철 뭐 아는 거 있어?”
“…….”
흠칫 놀라 고개를 휙휙 젓는 장철.
“야, 나랑 같이 봤잖아! 너도 파동검이라며!?”
“그런 적 없다……!”
장철은 이태성 길드장의 시선을 외면하며 딱 잘라 말했다!
“뭐!? 야! 네가 그러면 안 되지! 계획에 차질 생기잖아!”
이태성 길드장이 분통을 터트리는 순간.
장민은 부드럽게 웃으며 대답했다.
“길드장님. 어디서 무슨 말을 들었는지 모르지만, 전부 뜬소문이랍니다.”
장민 대표는 성큼 걸어와 오빠 장철의 팔을 툭 건드리며 말했다.
“그렇지? 오빠?”
장민 대표의 부드러운 미소에 반사적으로 튀어나오는 외침!
“당연하지! 모두 헛소문이다!”
와, 와와-!
이태성 길드장은 뭐라 말을 잇지 못했다.
이 모습을 본 천문석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천하의 이태성 길드장의 말문이 막히게 하고, 장철 헌터조차 연신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저 카리스마!
[장민 대표 > 장철 헌터, 이태성 길드장]
진정한 권력자는 장강 유통의 장민 대표였다!
장민 대표는 어째선지 자신이 나이트 아머 조종사라는 걸 숨기고, 이태성 길드장은 그 사실을 짐작하고 있었다.
일종의 공공연한 비밀 느낌!
‘뭐지? 이걸 숨길 이유가 있나!?’
“앗! 그렇지!”
이때 말을 잇지 못하던 이태성 길드장이 탄성과 함께 외쳤다!
“해운대! 너 해운대 있었으니까 그거 봤지!? 나이트 아머가 거대 괴수랑 싸우는 모습! 그 나이트 아머 파일럿! 너도 느꼈지!?”
이태성 길드장은 연신 장민 대표를 가리키며 외쳤다.
“……!”
반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려는 순간 장민 대표의 탄성이 들려왔다.
“천둥벼락 폭풍! 엄청났어요!”
그리고 이어지는 뜬금없는 이야기.
“그 엄청난 벼락 폭풍으로 괴수 코어가 손상되다니…… 너무나 아쉬워요. 그렇지 않나요? 이태성 길드장님?”
“벼락 폭풍? 괴수 코어가 손상돼? 갑자기 뜬금없이 그게 무슨 소리야?”
이태성 길드장이 고개를 갸웃할 때.
천문석은 말에 담긴 뜻을 바로 알아챘다!
특급 헌터를 찾아 정신없이 달려간 장민 대표!
그러나 장민 대표는 그 정신없는 상황에도 주변의 움직임을 모두 파악하고 있었다!
‘괴수 코어!’
천문석은 전투가 끝난 후 거대 괴수 여섯 마리의 부산물은 신경조차 쓰지 않고 몸을 빼냈다.
체력과 내력이 바닥 난 상태!
거대 괴수의 뼈와 가죽, 몸에 새겨진 천연 마법 회로는 시간이 오래 걸려 회수할 수 없었다!
하지만 거대 괴수에서 가장 귀한 부산물 ‘코어’는 조금만 무리하면 1, 2개는 회수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천문석은 코어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해운대 해변을 향해 헤엄쳤다.
이유는 간단했다.
거대 괴수 코어는 이미 손상됐을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1차 자신이 불러온 벼락 폭풍이 지지고.
2차 워커 실트의 EMP 마력 폭풍이 훑고 지나갔으며.
3차 거대 악어 로봇이 작동 중지되며 자폭용 화염이 쏟아졌다!
반발장이 사라진 거대 도마뱀과 슬라임 괴수는 벼락 폭풍, EMP 마력 폭풍에 아작이 났고.
끝까지 버틴 해파리 괴수는 나이트 아머의 막타를 맞고 뒤이어 쏟아진 화염에 이글이글 불타고 있을 거다!
그렇다!
해운대에 몰려든 수많은 헌터와 상인들의 기대와는 다르게!
거대 괴수 코어는 이미 맛이 간 상태!
아니, 괴수 코어만이 아니라 천연 마법 회로와 부산물 대부분이 불에 타고 있을 거다!
즉, 해운대 앞바다의 거대 괴수 사체 6구는 빛 좋은 개살구였다!
대박을 노리고 해운대로 달려간 헌터와 상인들은 헛수고하게 된 것이다!
기동 병참 도시의 글라이더선이 모래가 되어 김태우 중령의 큰 그림이 좌절된 것처럼!
그러나 대화의 문맥상 갑자기 장민 대표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갑자기 왜 이 이야기를 하지!?’
의문을 품는 순간 장민 대표의 나긋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방금 보고를 받았는데. 마력 스캔에서 괴수 코어가 사라진 걸 발견하고 문제가 생겼어요. 헌터 부대 쪽은 실질적인 기여분이 없기에 그냥 넘어가는 분위기인데…… 국가 헌병대 쪽에서는 누군가 괴수 코어를 먹고째면서 증거 인멸한 게 아닌가 의심하고 있네요. 하필이면 거대 괴수 사체에 불이 붙는 바람에…… 국가 헌병대의 추적이 시작됐어요.”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국가 헌병대는 마탄, 각성 범죄자를 쫓는 악명 높은 조직!
걔네들이 거대 괴수 코어를 먹고 짼 사람을 쫓는다고!?
설마 그 쫓는다는 사람이…….
‘나!?’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순간 천문석은 바로 깨달았다.
괴수 코어는 손도 대지 않았다!
게다가 번개, EMP 마력 폭풍, 화염까지 쏟아진 상황!
자신과 연결될 흔적 자체가 남아 있지 않았다!
이때 장민 대표가 한걸음 다가오더니 속삭이듯 말했다.
“국가 헌병대에는 사이코메트리 능력자가 있어요. 그런데 그 사이코메트리 능력자가 어째선지 이번 사건과 제주도 사건이 동일범의 소행이라고 판단했어요.”
“……!”
제주도에선 진짜로 거대 괴수 사체에서 코어를 날름 했다!
국가 헌병대의 사이코메트리 능력자는 자신을 쫓고 있는 게 맞았다!
그러나 그 괴수 코어는 카지노 유람선을 탄 엉망진창 카지노 나이트 때 바다로 사라졌다!
자신이 하지도 않은 일!
자신이 했지만, 그 결과가 사라진 일!
그것 때문에 국가 헌병대의 추적을 받게 됐다고!?
‘젠장 뭐가 이따위야!’
내심 분통이 터졌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 추적을 떼어 내는 거다!
천문석은 재빨리 확인했다.
“장민 대표님 방금 그 이야기…….”
“크게 걱정하실 거는 없어요. 조사 중에 갑자기 엉뚱한 이름이 튀어나와 국가 헌병대도 당황하고 있거든요.”
엉뚱한 이름?
순간 괴수 코어를 날름할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꼬맹이들이 자기가 먼저 찜했다고 표시하듯 거대 괴수 사체에 적어 놓은 이름!
‘이세기!’
국가 헌병대는 이세기를 추적하고 있다!
‘와, 이게 이렇게 진행된다고! 뭐가 이렇게 재수가 좋아!’
내심 탄성을 터트리는 순간.
이태성 길드장이 끼어들었다.
“야, 갑자기 대화가 어디로 튀는 거야!?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나이트 아머야! 너 나이트 아머 조종사 봤지! 걔가 누구냐!?”
“나이트 아머 조종사를 보셨나요? 알바씨?”
이태성 길드장의 이글이글 불타는 눈과 장민 대표의 나긋한 시선이 모이는 순간.
천문석은 손을 하늘로 올리고 대답했다.
“하늘에 맹세코 나이트 아머 조종사 보지 못했습니다.”
“뭐!?”
당황한 이태성 길드장.
장난스럽게 웃는 장민 대표.
이 순간 장민 대표의 얼굴에서 후광이 비추는 것만 같았다!
3575만원을 일시불로 긁는 배포!
혹시나 모를 위기를 대비하는 준비성!
천문석은 장민 대표를 향해 고개 숙이며 말했다.
“대표님. 좋은 정보 감사드립니다.”
“뭘요. 언제나 정말로 감사드려요. 알바씨.”
장민 대표는 미소 지으며 깊게 고개 숙이더니 빙글 몸을 돌려 이태성 길드장을 바라봤다.
“그래서 저한테 부탁할 게 뭐라고요?”
“…….”
천하의 이태성 길드장의 말문이 막히는 순간.
장민 대표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길드장님이 주신 도움 잊지 않을게요. 언제든 제가 필요한 일 있으면 연락 주세요. 나이트 아머같이 불가능한 일은 빼고요.”
그리고 고개 돌려 장철을 바라봤다.
“…….”
시선을 마주하지 못하고 고개를 돌리는 장철.
장민은 어쩐지 힘없어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가끔은 집에 와서 밥 먹어.”
“…….”
장철 헌터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장민은 빙글 몸을 돌려 떨어진 곳에 모여 있는 동료들에게 성큼 걸어갔다.
“자, 그럼 우리는 커피 사러 갈까? 모두 같이 가자! 세연! 넌 가는 동안 언니랑 이야기 좀 하고! 이런 결정적 순간에 트레이닝복을 입고 오면 어떡하니!”
“정신없이 오다 보니까…… 와서야 알았어.”
장민 대표는 류세연의 팔짱을 끼고 최설, 진교은, 허준, 파티마를 모두 끌고 커피 전문점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광장에 남겨진 네 사람.
천문석, 장철, 이태성과 쪼그려 앉은 특급 헌터는 멍하니 멀어지는 장민 대표의 모습을 바라봤다.
“야! 장철 네가 오빠잖아! 이럴 때는 네가 한 소리 해 줘야지!”
이태성의 외침에 장철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내 동생이지만 나도 장민이 두렵다.”
‘공감입니다.’
천문석이 내심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의욕을 잃은 듯 말없이 쪼그려 앉아 있던 특급 헌터가 벌떡 일어나며 외쳤다.
“특급 헌터는 두렵지 않다!”
벌떡 일어난 특급 헌터의 손에 들려 있는 요구르트!
탁, 탁, 탁-
특급 헌터는 나란히 선 천문석, 이태성, 장철 셋의 손에 요구르트를 쥐여 주며 외쳤다.
“힘을 내! 우리는 할 수 있어!”
씩씩한 외침과 함께 요구르트를 내미는 특급 헌터!
척하면 척!
천문석, 이태성, 장철의 손이 앞으로 내밀어졌다!
요구르트 넷이 맞닿는 순간.
특급 헌터는 힐끗 멀리 떨어진 장민을 살피더니 씩씩하게 외쳤다!
“내 요구르트! 난 반드시 복수 할 거야! 반드시 장민을 울려 줄 거야!”
순간 멀어지던 장민이 빙글 몸을 돌려 번개같이 달려왔다.
깜짝 놀란 특급 헌터가 도망치려 했지만, 몇 걸음 걷기도 전에 몸이 공중으로 번쩍 들려졌다!
으아, 으아앗-
깜짝 놀란 외침이 터지는 순간!
장민은 특급 헌터의 손에 들린 요구르트를 낚아채 원샷으로 마셨다!
“……!”
장민은 경악한 특급 헌터를 옆구리에 끼고 빙글 몸을 돌려 성큼성큼 걸어갔다!
야만 전사 박력과 카리스마!
요구르트 건배를 한 세 사람이 멍하니 바라볼 때 특급 헌터는 애타게 외쳤다.
“나 잡혀가고 있잖아! 보지만 말고 구해 줘! 빨리빨리 구해 달라고!”
장민 대표는 빙글 고개를 돌려 서늘한 시선으로 보냈다.
“삼촌!”
“…….”
“드래곤 형!”
“…….”
“알바아아아!”
“…….”
특급 헌터의 외침이 계속됐지만, 세 사람은 움직일 수 없었다.
강철 해머 장철.
태성 길드 이태성 길드장.
마도 18문의 지존 전생 천마 천문석.
세 사람의 힘으로도 장민에게 잡힌 특급 헌터, 엄마에게 잡힌 아이를 구하는 건 불가능했다.
그렇기에 셋은 크게 외쳤다.
“특급 헌터 힘을 내라!”
“삼촌 구해 줘!”
“야, 꼬맹이 내가 깡통 더 많이 보내 줄게!”
“깡통이 아니라! 지금 구해 달라고!”
“특급 헌터 집에 가면 경주 연습하자!”
“경주 연습!”
일순간에 솔깃한 표정이 되어 몸을 부르르 떤 특급 헌터!
특급 헌터는 장민 대표에게 잡힌 채로 손을 크게 흔들며 외쳤다!
“그렇지! 경주가 있었어!”
“알바! 나 꼭 살아서 돌아올게!”
“우리 집에 가면 같이 경주 연습하자!”
“내 특급 쌩쌩이 3호랑 자전거면 이길 수 있어!”
“앙꼬 대장을 이기고 진정한 황제가 되는 거야! 카카캌-.”
……
특급 헌터와 장민 대표 일행은 부산역 광장을 가로질러 커피숍으로 들어갔다.
“쟤는 뭐 저렇게 비장하게 말하냐? 모르는 사람이 보면 전쟁터라도 나가는 줄 알겠다.”
이태성의 말에 장철이 어깨를 으쓱했다.
“우리 조카가 좀 그런 면이 있지.”
천문석도 동감이었다.
특급 헌터가 좀 그런 면이 있었다.
이때 이태성 길드장이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그럼 이제 우리도 시작해 볼까?”
‘시작?’
단어에 담긴 묘한 뉘앙스에 문득 고개를 돌리는 순간 이태성 길드장의 자신만만한 외침이 들려왔다.
“장철! 이제 움직일 때다! 이세영 포획 작전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