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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858화 (859/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858화>

“네? 할부요?”

카드를 보며 당황한 얼굴로 되묻는 고깃집 사장님.

‘설마!?’

천문석은 재빨리 카운터로 몸을 숙이며 확인했다.

“혹시 36개월 할부는 안 되는 건가요? 그럼 12개월이라도…….”

“아뇨 그게 아니라…….”

이때 등 뒤에서 철수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우 잘 먹었다. 우리 먼저 올라갈게. 서울에서 보자. 아, 넌 한 일주일쯤 푹 쉬고 출근해라. 바로 출근할 필요 없다. 어차피 서류처리라 네가 할 일도 없어.”

천문석은 솔깃한 이야기에 반색했다.

일주일 동안 빡세게 구른 것에 더해 해운대에서는 내력이 바닥 날 때까지 싸웠다. 지금 당장 누우면 3일은 잠들 것만 같았다!

“철수형! 진짜 괜찮아요!?”

“당연하지 푹 쉬고 올라와, 그런데…….”

김철수는 고깃집 2층 테이블의 최설을 슬쩍 눈짓했다.

“최설은 가능한 한 빨리 사무실로 보내 줘. 최설 없으니까 서류처리 속도가 확 떨어졌어. 지금 일이 장난 아니게 쌓이고 있어.”

천문석은 반사적으로 최설을 살폈다.

최설은 이제 곧 자신에게 닥쳐올 운명도 모른 채 진교은과 함께 장민 대표 옆에 찰싹 달라붙어 선망의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당연하죠. 걱정 마세요. 흐흐흐-.”

음흉하게 미소 짓는 순간 문득 머리를 스치는 아이디어!

최설과 옆에 앉은 또 다른 인재!

카지노 딜러 겸 호텔 매니저, 진교은!

‘진교은을 스카우트한다면!?’

최설과 진교은!

순간 느낌이 왔다!

엄청난 시너지가 난다!

“철수형. 제가 엄청난 ‘인재’를 찾은 것 같습니다!”

‘인재!’

김철수는 천문석이 무슨 말을 하는지 바로 알아챘다.

-엠마, 게릭, 클릭스, 폴리머. 현장에서 뛰는 대리 4인조!

-최설, 서류 작업과 사무처리의 달인!

-그리고 얼렁뚱땅 사무실에 자리를 마련한 특급 헌터와 암살검 한경석, 이태성 길드장의 인맥까지!

김철수 사무실은 그동안 부사장 천문석이 낚아온 인재들과 일 거리로 빠르게 성장했다.

과중한 업무에 과부하에 걸린 지금 천문석 부사장이 다시 한 번 인재를 낚았다!

김철수는 먹잇감을 노리는 독수리처럼 번뜩이는 눈빛으로 물었다.

“이번엔 누구냐?”

천문석은 최설 옆에 앉은 진교은을 가리켰다.

“카지노 딜러 겸, 호텔 총괄 매니저입니다. 총무, 인사, 영업 모두 달인입니다! 최소 세 사람 몫은 할 겁니다! 철수형 어떡할까요?”

“당연히 고용하면 좋은데. 저런 경력자가 우리같이 작은 사무실에서 일하려고 할까?”

천문석은 씩 웃으며 최설과 진교은이 선망의 시선을 보내는 사람을 가리켰다.

장민 대표.

긴말은 필요 없었다.

김철수는 장민 대표를 보는 순간 천문석의 생각을 바로 알아챘다!

“와, 이 치밀한 녀석! 적극 추진해라!”

카캬캌-

흐흐킄-

동시에 음흉한 웃음을 터트리는 두 사람.

김철수는 웃음을 그치는 순간 주위를 살피더니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고깃집 2층을 눈짓했다.

“야, 그보다 너 저기 봐라.”

“네?”

천문석은 본능적으로 시선을 움직였다.

친남매처럼 나란히 앉은 특급 헌터와 류세연이 보였다.

“세연이요?”

“어, 맞아 세연이. 세연이 너 걱정 진짜 많이 했어. 이번에 쉬는 동안 같이 놀이동산이라도 놀러 가. 알지? 세연이 고등학교 졸업까지 얼마 남지 않았어. 흐흐흐-.”

“……!”

철수형의 음흉한 웃음을 듣는 순간 섬뜩한 전율이 느껴지고 잊고 있던 기억이 문득 떠올랐다!

현실판 러브 시그널!

“철수형. 요새 러브 시그널은 어때요?”

“러브 시그널? 예능 프로? 그건 갑자기…… 아!”

김철수는 고개를 갸웃하는 순간 탄성을 터트리고 짧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저었다.

“하- 말도 마라…….”

흙빛으로 변한 얼굴만 봐도 철수형이 찍고 있는 현실판 러브 시그널의 상황을 알 수 있었다.

“철수형. 힘을 내요.”

“이건 힘을 낸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야…… 으으으- 아니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기는 거지.”

김철수가 머리를 부여잡는 순간 엠마와 대리들이 입구로 다가왔다.

“좋은 날은 끝이구나…… 우리 먼저 올라갈게.”

“부사장님! 먼저 올라가겠습니다!”

“이 게릭 부사장님이 돌아오시는 그날을 위해…….”

“야 쟤 입 좀 막아라! 입만 열면 아부야!”

“우리 먼저 올라갈게. 이야기 한 대로 진행해라.”

어깨가 축 처진 김철수, 엠마, 게릭, 클릭스, 폴리머 다섯 사람은 바로 고깃집을 나서 부산역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장민 대표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잘 먹었어요. 알바씨. 우리는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문득 고개를 돌리자 어느새 카운터 앞에는 특급 헌터와 류세연, 한경석이 모여 있었다.

“알바! 훌륭한 한우였어! 내가 알바 요구르트까지 챙길게! 얼른 나와!”

특급 헌터가 요구르트를 챙기고.

류세연이 씩 웃으며 문을 열었다.

“삼촌 커피는 내가 살게! 한우 잘 먹었어!”

[친구! 잘 먹었어! 그런데 뭔가 까먹은 게 있는 거 같은데……?]

한경석이 고개를 갸웃하는 순간.

특급 헌터는 당연하다는 듯이 요구르트를 건넸다.

“경석형! 요구르트를 깜빡했잖아! 빨리빨리 나와!”

[아!]

짧은 탄성과 함께 특급 헌터, 한경석, 류세연이 밖으로 나가고.

“그럼 밖에서 기다릴게요. 인사 모두 마치고 천천히 나오세요.”

장민 대표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문밖으로 나섰다.

“잘 먹었다. 오래간만에 아주 훌륭한 한우 회식이었어. 앗! 대표님 제가 모시겠습니다!”

허준이 잰걸음으로 달려가 문을 열고 뒤이어 진교은과 최설, 파티마가 다가왔다.

“식사 감사합니다. 좋은 회식이었어요.”

“잘 먹었어. 파티마 여기 요구르트 받아.”

“…….”

파티마는 어째선지 혼이 나간 듯한 표정으로 빨대가 꽂힌 요구르트를 들고 최설을 따라 밖으로 걸어나갔다.

‘쟤는 또 왜 저래?’

고개를 갸웃할 때 툭- 어깨를 두들기는 손길.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

“잘 먹었다.”

“너 무리한 거 아냐?”

카운트 옆, 박스째로 가져다 놓은 박스에서 요구르트 한 줄을 꺼내 들며 씩 웃는 이태성 길드장과 장철 헌터.

천문석은 정중히 인사했다.

“아닙니다! 길드장님이 오셔서 제가 오히려 영광이었습니다!”

이태성 길드장은 옆에선 장철을 향해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야, 봤지? 내가 이 정도다! 크크킄-.”

“하여간에 그 허세는. 됐고. 쟤들 데리고 먼저 나가라. 난 할 말이 있다.”

이태성 길드장은 알겠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야, 너희들 식사 끝났으면 얼른 일어나! 우리 할 일 많다! 빨리빨리 움직여! 꼬맹이 말 못 들었냐? 한국 사람은 빨리빨리야!”

이태성 길드장의 외침에 태성 길드 헌터들이 일제히 일어나 문으로 몰려 왔다.

태성 길드 헌터들은 천문석을 스쳐 지나가며 한마디씩 던졌다.

“오래간만에 잘 먹었다. 젊은 헌터.”

“언제 한번 우리 길드 놀러 와라.”

“왜 밥이라도 사게?”

“당연히 사야지! 우리 구내식당 끝내준다! 하하하-.”

“와, 이 짠돌이 녀석! 한우 얻어먹고 구내식당으로 갚는다고?”

“대신 커피를 비싼 거로 사줄게!”

“빈말 아니니까. 꼭 한번 와라.”

……

태성 길드 헌터들이 우르르 몰려 나가자 고깃집은 텅 비었다.

텅 빈 고깃집에는 천문석과 장철 헌터. 그리고 청구서를 들고 뻘쭘하게 서 있는 고깃집 사장님만 남았다.

“저기 손님…….”

고깃집 사장님이 입을 여는 순간.

천문석은 번쩍 정신을 차렸다.

계산하려다 말고 정신없이 밀려 오는 일행과 한참이나 대화했다!

“앗! 죄송합니다. 바로 계산하겠습니다.”

휘이-

장철은 카운터에 놓인 청구서를 보고 휘파람을 불었다.

“3600만원? 이 녀석들 적당히 먹었네…….”

카드를 꺼내려던 천문석은 굳어 버렸다.

‘360만원도 아니고 3600만원이 적당한 거라고!?’

천문석의 얼굴을 본 장철 헌터는 피식 웃었다.

“지금부터 할 일 있거든. 그래서 쟤들 적당히 조절한 거다.”

곳곳에 쌓인 술 궤짝과 수북이 놓인 불판들!

홀 안은 폭격을 맞은 듯 난장판이고, 종업원들은 정신없이 움직였다!

‘3600만원의 회식이 조절한 거라고!? 아니, 그럼 조절하지 않으면 얼마가 나온다는 거야!?’

“저기…… 손님!”

멍하니 홀을 보던 천문석은 사장님의 말에 다시 한 번 정신이 들었다.

“과연 대형 길드 헌터분들이라 장난이 아니시네요. 하, 하하- 사장님! 이걸로 결제 부탁드립니다!”

천문석은 어색하게 웃으며 떨리는 손으로 카드를 내밀었다.

그러나 카운터의 사장이 카드를 받기도 전에 장철 헌터의 손이 카드를 밀어냈다.

“사장님. 이 카드로 결제해 주세요.”

“네!? 아뇨 괜찮습니다! 제가 결제하겠습니다!”

천문석은 재빨리 장철의 카드를 밀어내고 자신의 카드를 내밀었다!

초대박을 터트렸는데 카드값을 아쉬워할 수는 없는 법!

그러나 장철은 몸으로 버티며 고개를 저었다.

“야, 됐어! 아까 고기 먹으면서 이야기 들으니까 우리 집 꼬맹이 때문에 개고생했던데. 미안해서 안 되겠다. 이건 내가 계산할게!”

“장철 헌터님! 저 초대박 터졌다니까요! 이 정도는 저한테 아무것도 아닙니다!”

“……하아-.”

장철 헌터는 짠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뭔 초대박이야. 구르고, 구르고, 구른 이야기밖에 없던데…….”

“…….”

천문석은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혔다.

방금 회식 자리, 특급 헌터는 언제나처럼 이상 던전에서 있었던 난장판을 모두 자백했다.

그리고 그 자백에는 직접 그 난장판을 겪은 자신조차도 정신이 아득해지는 내용들이 담겨 있었다.

강릉에서 시작해서 해운대까지!

직접 구르는 동안에는 체감하지 못했지만, 일주일 동안 이동하며 만난 사람과 터진 사고, 난장판이 두 손가락으로도 모두 헤아릴 수 없을 지경이었다!

겉으로는 이상 던전에 떨어져 개고생한 거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난장판은 자신에게 엄청난 보상을 대가로 남겼다!

5관 금괴 6개!

112.5kg의 금괴!

시가 100억에 육박하는 초대박이 터졌다!

“장철 헌터님! 이번에 저 완전 대박 터졌습니다! 5관…….”

천문석이 당당히 초대박의 실체를 밝히는 순간.

장철 헌터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뭐 대환단이라도 주웠냐?”

천문석은 순간적으로 멈칫했다.

‘대환단? 잠깐! 그러고 보니 아까 이태성 길드장도 대환단 이야기를 꺼냈는데! 뭐지!?’

한국에서 영약이 헐값이란 건 상식이다.

그래서 자신도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경매에 올렸던 대환단을 아낌없이 워커7에게 공물로 건넸었다!

그런데 지금 이태성 길드장과 장철 헌터의 반응에서 뭔가가 뭔가 한 게 느껴졌다!

‘대환단’을 얻는 게 엄청난 대박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

이태성 길드장과 장철 헌터!

실력, 인맥, 정보력 모든 면에서 한국 헌터 업계의 최정상에 있는 두 사람이!

감이 왔다!

‘대환단’에 무슨 변화가 생겼다!

“장철 헌터님. 혹시 대환단…….”

천문석이 질문하는 동시에.

쓰윽, 쓰으윽-

카운터에 놓인 두 장의 카드가 돌아왔다.

“사장님?”

“사장님?”

천문석과 장철 헌터의 시선이 닿는 순간 한참을 뻘쭘하게 서 있던 고깃집 사장님은 단호하게 외쳤다!

“결제 이미 끝났습니다!”

“네?”

“……어? 아니, 누가!?”

고깃집 사장님은 손을 공손히 받쳐 들고 창가를 가리켰다.

고깃집 창문 뒤로 보이는 테일러 재킷에 청바지를 입은 장민 대표!

장민 대표는 특급 헌터의 요구르트에 빨대를 꽂고 번개같이 빨아 먹고 있었다!

쪼르륵-

단숨에 사라진 요구르트!

“……!”

경악으로 눈이 동그래진 특급 헌터!

그 앞 배를 잡고 웃으며 요구르트를 흔드는 류세연!

“……!?”

똑같이 혼란스러운 표정의 최설, 진교은, 허준, 파티마!

파팟-

번개같이 점멸로 거리를 벌리는 한경석!

“…….”

그리고 장철 헌터의 탄식이 들려왔다.

“쟤 또 뺏어 먹고 있네…… 하- 특급 헌터가 괜히 ‘빨리빨리’를 입에 달고 사는 게 아니라니까…….”

‘아니, 지금 저게 뭐 하는 거야!? 재벌 회장이 꼬맹이 요구르트를 뺏어 먹는다고!?’

황당함에 멍하니 보는 순간!

천문석, 장철 헌터, 장민 대표 셋의 시선이 얽혔다!

장민 대표는 씩 웃으며 손가락으로 V자를 그렸다.

그리고 손가락을 튕기는 순간.

딱-

거짓말처럼 손가락 사이에서 검은 카드가 나타났다!

“바로 저 카드입니다!”

고깃집 사장님은 탄성을 터트렸다.

“와! 저 카드로 아주 호쾌하게 3575만원을 일시불로 긁으셨습니다! 카드 승인 안 날까 봐 조마조마했는데 한 번에 승인 났습니다!”

천문석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아니…… 언제 결제한 거야? 장철 헌터님은 보셨나요?”

“나도 못 봤어…….”

과연 장민 대표님!

자신과 장철 헌터가 서로 결제하겠다고 아옹다옹하고 있을 때!

이미 결제를 끝내고 특급 헌터의 요구르트까지 쪽쪽 뺏어 먹고 계셨다!

이 놀라운 추진력과 실행력!

게다가 특급 헌터조차 옴짝달싹 못하는 장악력까지!

“과연 장민 대표님. 진짜 대단하시네요!”

천문석이 탄성을 터트리는 순간.

장철 헌터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 동생이지만 나도 깜짝깜짝 놀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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