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856화>
“어!?”
“……뭐!?”
“이 목소리!?”
깜짝 놀란 모두의 시선이 반사적으로 1층 고깃집 입구로 움직였다.
고깃집 입구에는 초조한 얼굴로 주위를 살피는 꼬맹이가 있었다.
특급 헌터!
휙휙, 휙휙휙-
텅 빈 1층 홀을 보는 순간 초조한 얼굴에 떠오른 경악!
“없어, 없잖아! 으아! 벌써 다 먹고 간 거야!? 더 빨리 엉덩이 맞았어야 했는데! 더 빨리빨리 설득하고 움직였어야 했는데! 한국 사람은 빨리빨리빨리! 해야 하는데! 아아, 아아악-!”
아아, 아아아-
특급 헌터는 머리를 부여잡고 고깃집 입구에 엎드려 비통하게 절규했다.
갑자기 문을 열고 들어와 입구에 엎드려 절규하는 꼬맹이!
“……!?”
고깃집 경력 20년 동안 처음 겪는 사건에 베테랑 고깃집 사장님이 굳어 버리는 순간.
멍하니 이 모습을 보고 있던 진교은과 최설, 허준이 동시에 외쳤다.
“도련님!”
“특급 헌터!”
“야, 꼬맹이!”
“……!”
특급 헌터는 오뚝이 인형이 일어서듯 벌떡 일어나 2층을 올려다봤다.
진교은, 최설, 허준, 파티마.
그리고 알바!
특급 헌터와 천문석은 동시에 외쳤다.
“알바! 아직 있었구나! 한우! 고기 다 먹은 거 아니지!?”
“뭐야!? 너 어떻게 온 거야!? 설마…… 또 탈출한 거야!?”
지금 특급 헌터는 대답할 상태가 아니었다.
“기다려! 나 빨리빨리빨리 올라갈게! 한우같이 먹어! 알바 혼자 다 먹으면 안 돼! 앗, 아앗, 아아앗-.”
특급 헌터는 크게 외치고 엉덩이를 쭉 뺀 채로 어기적, 어기적 계단을 올랐다!
자세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지금 특급 헌터의 엉덩이는 장민 대표의 분노에 불이 난 상태다!
“특급 헌터! 너 엉덩이 괜찮아? 아니, 그보다 너 어떻게 여기 온 거야!? 장민…….”
“당연히 괜찮지! 내 엉덩이는 강철이거든! 카카캌- 당연히 한우 먹으러 온 거지! 한국 사람은 한우를 먹어야 한단 말야! 앗!”
특급 헌터는 말을 쏟아 내다 말고 깜짝 놀란 얼굴로 천문석 주위와 창밖으로 보이는 도로를 살폈다.
“…….”
그리고 순식간에 어두워진 얼굴로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조심조심 물었다.
“알바…… 내 특급 쌩쌩이 3호는? …… 안전해?”
조마조마한 목소리와 요동치는 눈동자!
여기에 거세게 뛰는 심장 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흐흐흐흐흐-
천문석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특급 쌩쌩이 안전하다. 장민 대표님이 찾을 수 없는 대여 차고로 보내놨어. 서울 올라가서 인수하면 된다!”
“……으아앗! 됐어! 역시 알바야! 난 알바를 믿었어! 최고야!”
짝-
특급 헌터와 천문석의 손과 손이 부딪치는 순간 동시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카캬카카캌-
카카카카캌-
철없는 아이와 철없는 어른은 완벽한 성공에 환호했다!
“야, 우선 앉아서 이야기하자.”
천문석은 의자 위에 방석을 겹겹이 깔고 특급 헌터를 번쩍 들어 의자에 앉혔다.
“알바! 고기! 한우 어디 있어!?”
“지금 숯불 불붙이고 있으니까. 고기 금방 나올 거야. 그보다 어떻게 여기 왔어?”
“나 사이다부터 마시고…….”
말이 끝나기 무섭게 최설과 진교은이 움직였다.
탁, 탁탁-
최설이 컵을 놓고 진교은이 컵에 사이다를 따랐다.
꿀꺽, 꿀꺽, 캬-
사이다를 단숨에 원샷하고 탄성을 터트리는 특급 헌터.
천문석은 특급 헌터에게 다시 한 번 물었다.
“장민 대표님 이번에는 장난 아니던데. 너 어떻게 탈출한 거야?”
“탈출? 나 탈출 한 거 아닌데?”
“뭐? 탈출한 게 아니면……?”
순간 이유를 알 수 없는 소름이 등골을 타고 퍼져 나갔다!
‘이 감각은……!?’
이때 고깃집 입구에서 들려오는 종소리!
딸랑-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는 순간 청바지에 테일러 재킷을 걸친 여자가 성큼 들어왔다.
장민 대표!
‘뭐지!? 장민 대표님이 어떻게 여기에 나타난 거지? 설마!?’
“특급 헌터?”
반사적으로 특급 헌터를 보는 순간.
어느새 난간에서 1층 홀을 내려다보며 손을 흔드는 특급 헌터가 보였다.
“장민 여기야! 숯불에 불 질렀어! 이제 금방 고기 나올 거야! 얼른 올라와!”
“아! 거기 계셨군요!”
천문석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더니 성큼성큼 계단을 올라 테이블로 다가오는 장민 대표!
“……!”
천문석은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장민 대표가 압류하려던 특급 쌩쌩이 3호, 부가티 헌터 미니를 가지고 튀었다!
특급 쌩쌩이가 있는 이상 언제 다시 특급 헌터가 사고를 칠지 몰랐다!
즉, 지금 자신은 장민 대표, 분노한 엄마에게 미래의 위험 요소였다!
장민 대표는 현대의 영주나 마찬가지인 재벌 회장이다!
아니, 그 힘과 재력, 인맥과 영향력은 과거의 영주를 아득히 초월한다!
재벌 회장 장민 대표는 무서운 사람이다.
그러나 분노한 엄마가 된 장민 대표는 더더더! 무서운 사람이었다!
천문석이 언제든 도망칠 수 있게 의자를 뒤로 빼고 일어서는 순간.
최설과 진교은이 벌떡 일어나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외쳤다.
“만나 뵙고 싶었습니다! 대표님.”
“대표님! 만나서 영광입니다!”
“……?”
허준은 천문석을 향해 물었다.
“야, 지금 이 분위기 뭐야!? 얘들 왜 이래!? 대표? 꼬맹이 엄마가 누구길래?”
천문석이 설명해 줄 필요는 없었다.
장민 대표는 손을 내밀어 최설, 진교은과 악수하며 말했다.
“우리 집 아이 때문에 고생 많았죠? 장강 유통 대표 장민이라고 해요.”
“영광입니다! 대표님!”
“전혀! 조금도 고생하지 않았습니다! 대표님!”
깍듯한 자세로 악수를 하고 재빨리 재킷을 받고 자리를 마련해 주는 최설과 진교은.
“……!”
허준은 경악한 얼굴로 특급 헌터와 장민 대표를 번갈아 보다가 천문석에게 바짝 붙어 속삭였다.
“야, 장강 유통 장민 대표!? 저 꼬맹이가 장민 대표 아들이었어!?”
“어, 맞아…….”
“왜 말을 안 한 거야!”
아니 누가 소개를 하는데 엄마가 누군지 말한단 말인가!?
‘얘는 특급 헌터라고 하는데 엄마가 장민 대표라고 대기업 회장이야. 로열패밀리지.’
듣기만 해도 재수 없지 않은가!
이때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쪽 분은 누구신가요?”
“네! 대표님! 작은 헌터팀을 이끄는 허준! 아니, 카티야라고 합니다!”
본명까지 밝히며 90도로 허리를 숙이며 인사하는 허준,
‘너 이름이 카티야였냐!?’
천문석이 어이없게 바라볼 때.
장민 대표의 시선이 천문석에게 움직였다.
“알바씨는 제가 반갑지 않은가 보네요?”
목소리에 담긴 뼈가 느껴진다!
“그럴 리가요!”
뜨끔해진 천문석은 반사적으로 대답하며 얼굴을 살폈다.
장민 대표는 언제나처럼 빙그레 미소 짓고 있었다.
‘뭐지 화난 게 아닌가?’
천문석은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저 그런데 여기는 어떻게……?”
대답은 앞이 아닌 옆에서 들려왔다.
“당연히 내가 설득했지! 한우잖아! 한우! 장민 한우 먹으러 같이 온 거야!”
‘특급 헌터! 네가 범인이었구나!’
마음속으로 외치는 순간.
장민 대표가 부드럽게 물었다.
“알바씨가 한우를 산다는데 꼭 와야죠. 저도 같이 식사해도 될까요? 혹시 불편하시면……?”
특급 쌩쌩이를 가지고 튄 건 넘어가는 분위기다!
천문석은 내심 안도하며 재빨리 외쳤다.
“그럴 리가요! 마음껏 드세요! 제가 직접 구워서 놓아드리겠습니다!”
“고마워요. 알바씨. 아, 알바씨와 특급 헌터 추적하는 데 도움을 준 분들이 있는데 불러도 괜찮을까요?”
“당연히 괜찮습니다!”
천문석은 호기롭게 외쳤다.
금 112.5kg! 100억 가까운 대박을 터트린 자신에게 고기값은 아무것도 아니다!
게다가 상대는 돈을 내고서라도 식사를 하려는 사람이 줄을 선 대기업 오너 장민 대표.
그동안 받은 도움을 생각하면 밥값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인원이 좀 되는데 괜찮을까요?”
“당연하죠! 오늘은 제가 전부 쏘겠습니다! 몇 명이든 상관없습니다!”
“알바! 등심! 난 등심이 제일 맛있는 거 같아!”
천문석이 외치고.
특급 헌터가 호응하는 순간.
장민 대표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띠리리리-
“아, 도착했나 보네요. 전화 좀 받을게요. 부산역 도착했다고요? 네, 모두 건강해요. 광장 너머로 보이는 고깃집…… 네 맞아요. 거기예요. 바로 오면 돼요.”
그리고 테이블에 숯불이 올라갔을 때 문이 열리고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너 괜찮냐!?”
까맣게 타고 거칠어진 얼굴이지만 한눈에 알아봤다.
철수형!
“아니, 철수형이 여긴 어떻게 왔어요!?”
“당연히 장민 대표님 연락받고 왔지. 사무실 식구들도 같이 왔다.”
김철수가 씩 웃는 순간 줄줄이 들어오는 낯익은 헌터들.
“강릉에서 사라진 녀석이 왜 부산에서 나와!?”
“우리는 왜 지금까지 동해안을 수색했지…….”
“이런 충성심 없는 녀석들! 부사장님 무사하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부사장님이 무사하시다니! 저 폴리머 감격했습니다!”
분통을 터트리고 좌절하고 아부하는 네 명!
엠마, 클릭스, 게릭, 폴리머!
김철수 사무실의 대리 4인조와 철수형!
다섯 사람은 하나같이 까맣게 타고 거칠어진 얼굴에 며칠이나 노숙했는지 옷 상태도 좋지 않았다.
이 모습을 보는 순간 바로 감이 왔다.
‘이상 던전에 빨려 들어간 자신과 동료들을 찾아다녔다!’
이 순간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 간질간질한 감각이 느껴졌다.
김철수는 분위기를 읽고 가볍게 농담하듯 말했다.
“야, 우리 한우 먹으러 온 거야. 네가 고기를! 그것도 한우 산다는데 내가 빠질 수 없지! 흐흐흐- 우리 앉아도 되냐? 우리 엄청 많이 먹을 건데?”
“당연하죠! 철수형! 모두 앉아! 오늘 무제한으로 먹어라!”
김철수는 씩 웃으며 장민 대표를 봤다.
장민 대표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고깃집 입구로 시선을 움직였다.
“……?”
천문석의 시선이 자신도 모르게 움직이는 순간.
딸랑-
입구가 벌컥 열리고 익숙한 기계음이 들려왔다.
[친구!]
암살검 한경석!
“너도 왔냐! 야, 여기야!”
“경석형! 얼른 올라와! 나 여기 있어!”
후드티를 깊게 눌러쓴 한경석이 한달음에 올라와 외쳤다.
[친구, 특급 헌터 무사했구나!]
한경석의 후드티도 철수형, 대리 4인조와 마찬가지로 엉망인 상태!
듣지 않아도 왜 그런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천문석은 씩 웃으며 말없이 어깨를 툭- 쳤고 한경석도 마찬가지로 어깨를 툭 쳤다.
이때 특급 헌터가 당당히 외쳤다.
“당연히 무사하지! 알바는 특급 알바잖아! 경석형! 얼른 여기 앉아! 알바가 한우 쏜 데!”
“그래, 얼른 앉아! 오늘 내가 쏜다!”
천문석은 한경석을 특급 헌터 옆자리에 앉혔다.
문득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을 보니 가슴이 간지럽고 웃음이 새어 나왔다.
자신이 이상 던전 안에서 구르고 있을 때 지구에는 자신을 찾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았다!
친구에게 사는 한우!
조금도 아깝지 않았다!
“사장님! 테이블에 전부 숯불 올려 주시고 주문받아주세요!”
“네 손님! 바로 가겠습니다!”
고깃집 사장님이 크게 외치며 달려올 때.
딸랑-
다시 한 번 종소리가 울리고 목소리가 들려왔다.
“특급 헌터! 어디야!? 이 말썽쟁이 녀석!”
“앗! 삼촌 여기야! 얼른 올라와! 알바가 한우 산대!”
한달음에 뛰어올라오는 장철 헌터.
“장철 헌터님……!”
딸랑-
인사하기도 전에 종소리가 울리고 다시 한 번 외침이 들려왔다.
“와! 한우를 쏜다고? 뭐야! 이번 던전에서 대박이라도 난 거야? 혹시 대환단이라도 주운 거냐? 하하하-.”
계절에 어울리지 않은 하와이안 셔츠에 반바지, 슬리퍼를 신고 웃음을 터트리는 남자!
이태성 길드장!
“길드장님? 아니 여긴 어떻게…….”
이태성은 씩 웃으며 천문석에게 손을 흔들었다.
“야, 오랜만이다! 얼굴 보니 멀쩡하네! 그럼 한우 잘 먹을게!”
“……네?”
천문석이 반문하는 순간.
이태성 길드장은 고깃집 밖을 향해 외쳤다.
“야, 모두 빨리 들어와라! 한우 회식이다!”
‘회식? 이게 무슨 말이야!?’
“잠깐……!”
말이 끝나기도 전에 쉴 새 없이 울리기 시작하는 종소리!
딸랑, 딸랑, 딸랑-
그리고 헌터들이 들어왔다.
계속계속 들어왔다!
끊임없이 줄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