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855화 (856/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855화>

부산의 헌터 특송 업체 사무실.

특급 쌩쌩이, 부가티 헌터 미니는 금속 팔레트에 올려져 단단히 고정되고 나무판자가 씌워지고 있었다.

타카, 타카-

판자 곳곳에 못이 박히고 곧 봉인용 전자 태그가 곳곳에 부착됐다.

철저한 봉인이 끝나자 바로 직원이 천문석에게 다가왔다.

“다 끝났습니다. 여기 서류에 사인 부탁드립니다.”

서류에는 특급 쌩쌩이를 서울까지 보내고 보관하는 비용이 적혀 있었다.

대여 차고 렌트비 7일 50만원.

헌터용 특송 운송비 50만원.

총합 100만원!

예전이라면 차라리 직접 특급 쌩쌩이를 몰고 서울로 올라가지 절대 이용하지 않았을 금액이다!

그러나 장민 대표에게 걸릴 위험, 특급 쌩쌩이의 가치와 그 트렁크에 담긴 궤짝을 생각하면 100만원은 조금도 아깝지 않았다!

천문석은 바로 사인해 건넸다.

“서울에는 언제쯤 도착할까요?”

“오늘 밤 10시쯤 종로 대여 차고에 도착할 겁니다. 휴대폰으로 도착 문자 발송해 드리겠습니다. 대여 기한은 꼭 지켜 주세요. 대여 기한 넘기시면 시간 단위로 할증됩니다. 다 끝났습니다. 여기 영수증입니다.”

천문석은 영수증을 받고 특송 업체를 나왔다.

광장 너머 부산역이 보이고 그 반대쪽 동료들과 만나기로 약속한 고깃집이 보였다.

시간은 오후 4시!

이제 부산에서 할 일은 모두 끝났다.

마음 편하게 동료들과 한우를 구워 먹고 KTX를 타고 서울로 올라가면 모든 게 끝난다!

천문석은 부산 광장을 성큼성큼 가로지르며 누구보다 고기를 좋아하나 함께 하지 못한 동료를 위해 기원했다.

“특급 헌터. 내가 네 몫까지 한우를 먹어 주마! 카캬카-.”

딸랑-

천문석이 고깃집 문을 열고 들어가자 2층 홀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왔냐! 왜 이렇게 늦었어!? 야, 큰일 났어!”

입구가 내려다보이는 2층 홀에 선 허준이 다급히 외쳤다.

“큰일?”

반문하는 순간 줄줄이 허준 옆에 나타나는 최설, 진교은, 파티마.

셋은 파리해진 안색으로 말을 쏟아 냈다.

“꼬맹이 사라졌어!”

“그 자동차 타고 갑자기 도망쳤어요!”

“……!”

나이트 아머를 보고 도망친 특급 헌터 이야기다.

“야, 걱정할 거 없어! 특급 헌터 찾았다. 올라가서 말해 줄게.”

천문석이 계단을 오르자마자 질문이 쏟아졌다.

“그게 무슨 말인가요?”

“걱정할 거 없다고?”

“찾았다고? 걔 어디에 있는데?”

의아한 시선을 보내는 일행들.

천문석은 씩 웃으며 진실을 말했다.

“특급 헌터 그동안 쌓은 업보 치르고 있다.”

“업보? 그게 무슨 소리야?”

“늦게 온다는 거야?”

“아니, 아마 못 올 거야. 특급 헌터 엄마한테 잡혔거든.”

“엄마? 특급 헌터 네 동생 아니었어?”

허준이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할 때.

최설과 진교은은 깜짝 놀라 동시에 외쳤다.

“장민 대표님!”

“야, 당연히 내 친동생 아니지. 그냥 친한 동네 동생이야. 맞아 특급 헌터 장민 대표님이랑 같이 있어.”

천문석이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최설과 진교은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대표님 힘드실 텐데…….”

“특급 헌터 보통이 아닌데…….”

“뭐야, 너희들 지금 장민 대표님을 걱정하는 거야?”

특급 헌터가 치는 수많은 사고를 본 최설과 진교은은 당연히 장민 대표를 걱정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은 천적이 있는 법!

특급 헌터의 천적이 바로 장민 대표, 엄마였다!

장민 대표에게 잡힌 이상 특급 헌터는 그냥 ‘꼬맹이 1’일 뿐이다!

“걱정할 거 없어! 걔 지금쯤 엉엉 울면서 반성하고 있을걸?”

“걔가 운다고?”

허준은 도무지 상상되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보다 특급 헌터 한우 먹는다고 엄청 기대했는데. 아쉽네.”

“뭐, 어쩔 수 없지. 특급 헌터는 한우 대신 고등어 잔뜩 먹을 거다.”

몸은 건강해질 테니 나쁜 일은 아니다.

피식 웃은 천문석은 동료들을 새삼스러운 눈으로 봤다.

최설, 진교은, 허준 그리고 파티마까지 장비를 벗고 말끔한 얼굴로 가벼운 옷을 입은 상태였다.

“그보다 전부 옷 갈아입었네? 목욕탕도 들렸냐?”

최설이 고개를 끄덕였다.

“파티마. 옷 사는 김에 전부 같이 목욕탕 들러서 샤워하고 옷 갈아입었어.”

파티마는 트레이닝복에 바람막이 차림.

뚜렷한 이목구비에 외국인이란 걸 한눈에 알아볼 수 있지만 외국계 헌터가 많은 부산이라 크게 눈에 띄지는 않았다.

“잘 어울리네. 마력 각인은 받았어?”

“어, 한국어 각인은 받았는데. 완전히 안착하려면 시간 좀 걸린 데. 그래서 헌터용 통역기 샀어. 너 올 때까지 대화했는데 듣는 건 문제없어.”

최설의 말에 파티마는 고개를 끄덕이고 귀를 보여 줬다.

파티마의 귀에는 인이어 형태의 헌터용 통역기가 있었다.

재금 그룹에서 만든 ‘한국어’ 통역기.

한국어를 마치 텔레파시를 듣는 것처럼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마력 물품이다.

이 통역기도 재금 그룹이 만들어 낸 황당한 마력 물품 중 하나였다.

이 통역기는 한국어에만 반응했다.

재금 그룹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쓰는 중국어, 가장 범용적인 영어가 아닌 한국어를 통역기의 기본 언어로 세팅한 것이다.

아랍어, 중국어 와 함께 배우는 난이도로 다섯 손가락에 꽂히는 한국어를!

당연히 전 세계 모든 사람은 추가 업데이트가 있을 거로 생각했다. 그리고 홈페이지에 게시된 수많은 언어 옆에는 추가 업데이트를 예고하는 [예정]이란 글자가 떠 있었다.

그러나 재금 그룹이 통역기를 만들고 10년이 훌쩍 지났지만, 여전히 추가 업데이트는 [예정] 인 상태였다.

언제나 그렇듯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는 법이고. 이번에도 목마른 건 재금 그룹이 아니었다.

‘와, 진짜 재금 그룹 오너 누군지 꼭 한번 만나 보고 싶네!’

초거대 기업의 오너를 만난다니!

예전이라면 말도 안 되는 망상이라고 생각 했을 일이다.

하지만 W. S. 인더스트리의 오너 워커 실트를 만나서일까?

어쩐지 곧 재금 그룹의 오너를 만날 거라는 기묘한 확신이 들었다.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는 순간 최설의 외침이 상념을 깨웠다.

“야, 야! 듣고 있어?”

“아, 미안. 무슨 말 했냐?”

“KTX 예약했다고! 교은아.”

진교은이 바로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KTX 서울행 예약했어요. 오후 8시 표입니다.”

오후 8시까지 남은 시간은 4시간.

천천히 식사를 끝내고 좀 쉬다가 올라가면 딱 맞다!

“잘됐네. 밥 먹고 맥주 한잔하고 올라가자. 모두 시간 되지? 어, 잠깐……?”

고개를 끄덕이던 천문석은 문득 깨달았다.

최설, 진교은, 허준, 파티마…… 한 명이 없다.

“한호석 교수님은?”

“교수님 은사님이란 분 연락 받고 급히 가셨어. 무슨 게이트 마력장 검사 해야 한다고 하던데? 아, 교수님이 너한테 이거 남겼다.”

최설은 명함을 꺼내 건넸다.

[서울대 게이트 물리학과 한호석 교수]

“물리학과? 한호석 교수님 부동산 전문가 아니었나?”

고개를 갸웃하며 명함을 뒤집자 짧은 문장과 전화번호가 보였다.

[이번 이상 던전 큰 도움이 됐어. 부동산 컨설팅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해.]

천문석은 피식 웃으며 명함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렇지 않아도 조만간 부동산 컨설팅이 필요했다.

그것도 처음 계획한 소소한 컨설팅이 아닌 대형 컨설팅이!

순간 자신도 모르게 시선이 창으로 돌아갔다.

창밖 부산역 광장 너머로 헌터 특송 업체 간판이 보였다.

특송 업체가 서울로 나를 특급 쌩쌩이 트렁크에는 나무 궤짝이 실려 있었다.

5관 금괴 6개 30관!

112.5kg의 금이 실려 있는 나무 궤짝이!

생각만으로 미소가 지어지고, 가슴이 든든해진다!

그리고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머릿속에 차르륵 펼쳐졌다!

1. 특급 쌩쌩이를 인수하고.

2. 112.5kg의 금을 처분한 다음.

3. 부동산 컨설팅을 받아 적당한 건물을 매입한다!

마침내 건물주가 되는 거다!

112.5kg의 금을 제값 받고 파는 건 쉬운 일이 아닐 거다.

하지만 천문석은 이미 해결책을 생각해뒀다.

장철 헌터, 이태성 길드장, 최후식 이사, 암살검 한경석……!

그동안 쌓은 인맥을 움직이면 된다!

천문석은 가슴속에서 차오르는 뿌듯한 충족감에 하늘을 바라봤다.

삼겹살 먹다가 랩터와 구른 서울 사태! - 장철 헌터!

카지노 유람선에 탔다고 개고생한 카지노 나이트! - 이태성 길드장!

오해로 가게 된 면접에서 강철 와이번과 싸우고 개미굴을 기었던 오리온 길드 사건! - 최후식 이사, 암살검 한경석!

……

연이은 불운에 정신없이 굴렀던 사건·사고에서 만난 사람들이 자신의 인맥이 됐다!

천기막측(天氣莫測)!

하늘의 뜻은 헤아릴 수 없으니!

그 말 그대로 전생부터 시작된 하늘님의 큰 그림, 천문석 건물주 만들기 프로젝트가 마침내 완성된 거다!

카캬카카카-

천문석은 참을 수 없는 희열에 웃음을 터트렸다.

“뭐야, 너 왜 갑자기 웃어?”

“웃지 마! 너 웃으면 불안해!”

허준이 의아해하고.

최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때.

“지금 뭔가 잊고 잊은 게 있는 것 같은데…….”

“…….”

진교은은 고개를 갸웃하고.

파티마는 말없이 바라봤다.

천문석은 돌연 뚝 웃음을 그치고 동료들에게 외쳤다.

“오늘은 한우 회식이다! 모두 마음껏 먹어라! 오늘 고기는 내가 산다! 사장님 메뉴판 가져다주세요!”

“네, 손님! 바로 숯불에 불붙이겠습니다!”

주문은 하지 않고 대화만 하는 손님에 좌불안석이던 주인아저씨가 한달음에 달려왔다.

* * *

상이 차려지고 숯불에 불이 붙는 동안.

천문석 일행의 시선은 텔레비전에 꽂혔다.

뉴스 채널에서는 해운대에 나타난 게이트와 거대 괴수로 난리인 상태.

그러나 곧 다음 뉴스로 넘어가자 별다를 것 없는 평범한 사건·사고 소식이 이어졌다.

“진짜 한국으로 돌아왔구나. 일주일밖에 지나지 않았다고?”

허준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젓자 동료들의 말이 이어졌다.

“한 몇 년은 지난 거 같아.”

“그러게 일주일이라는 게 믿기지 않아.”

“하긴 우리가 겪은 일들이 많긴 했지.”

모두가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강릉에서 시작해 계단산, 적염성, 바나항, 사막까지.

일주일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많은 일이 있었다.

“그런데 꼬맹이 고기 같이 못 먹는 게 아쉽네.”

“그러게요. 특급 헌터 한우 노래까지 만들었는데.”

“야, 걱정할 거 없어. 특급 헌터는 완전 맛있는 고등어를 먹을 거야!”

“고등어? 특급 헌터 고등어 좋아하냐?”

허준의 말에 진교은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혹시 괜찮다면 고등어 선물 세트를 좀 보낼까 하는데 괜찮을까요?”

“아! 그거 좋은 생각이네! 너 대표님 집 알고 있지?”

최설은 탄성을 터트리며 눈을 반짝였다.

“뭐야? 갑자기 선물 보내는 분위기야? 좋아! 같이 싸운 꼬맹이를 위해 나도 쏜다! 고등어 3상자 보낸다!”

갑자기 특급 헌터에게 고등어를 선물하는 분위기가 됐다.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삼키는 순간 미래의 모습이 보였다.

특급 헌터 앞으로 도착한 택배 상자들!

높이 쌓인 택배 상자를 박력 있게 갈가리 찢는 순간 나타난 고등어 선물세트!

하지만 특급 헌터는 실망하지 않을 거다.

이미 한번 자신에게 당한 적이 있었으니까!

그러나 기대로 반짝이는 눈으로 선물 상자를 열고 경악하리라!

이번엔 진짜 고등어 선물세트니까!

크크크크킄-

순간 참을 수 없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뭐야? 너 갑자기 왜 웃는 거야?”

“아까도 그러더니…… 뭔가 의심스러운데?”

“괜찮으세요?”

“……?”

동료들의 걱정스러운 시선이 쏟아질 때.

나쁜 어른 천문석은 웃음을 삼키며 말했다.

“내가 주소 가르쳐 줄게. 거기로 보내. 그냥 고등어 말고 꼭 ‘안동 간 고등어’로 보내라. 장민 대표님이 엄청 좋아하실 거다.”

특급 헌터는 슬퍼하겠지만…….

하지만 고등어 사이에 숨어 있는 한우 선물 세트를 보는 순간 환호할 거다!

어렵게 얻은 결과가 더 귀한 법!

산처럼 쌓인 안동 간 고등어 사이 한우 선물 세트는 특급 헌터가 긴 고난을 이겨 낼 힘이 돼줄 거다!

‘특급 헌터 힘을 내라!’

천문석이 마음으로 외치는 순간.

딸랑-

고깃집 문에서 종소리가 울리고 생각지 못한 외침이 들려왔다.

“특급 헌터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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