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854화 (855/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854화>

특급 헌터는 장민을 당당히 마주 봤다!

그러나 파르르 떨리는 몸과 불안하게 흔들리는 눈동자.

당당한 모습 뒤에는 미처 감추지 못한 깊은 두려움이 있었다!

진정한 용기는 두려워하지 않는 게 아니라 두려움을 밟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

천문석은 특급 헌터의 떨리는 어깨를 툭 치며 힘을 실어 말했다.

“특급 헌터는 언제나 당당해야 한다!”

“맞아! 특급 헌터는 언제나 당당해야 해!”

후하, 후하-

특급 헌터는 크게 심호흡하더니 장민을 똑바로 바라보고 당당히 외쳤다!

“장민 안녕! 오랜만에야! 그럼 우린 이만! 엄청 바쁘거든!”

재빨리 말을 쏟아 내고 천문석에게 손을 뻗으며 눈으로 외치는 특급 헌터!

‘알바! 얼른 내 손 잡아! 바로 도망쳐야 해!’

그러나 손이 닿기 직전.

장민 대표는 앞으로 나섰다.

“오랜만에 엄마 만났는데 반갑지 않니?”

“반가워! 엄청 반가워! 그런데 나 엄청 바쁜데. 나중에 이야기하면 안 될까?”

“뭐가 그렇게 바쁠까?”

“어, 어, 어어어어……!”

길게 늘어지는 목소리와 빙글빙글- 정신없이 돌아가는 눈동자!

팟-

특급 헌터의 눈가에 섬광이 번뜩이는 순간 반사적으로 말이 튀어나왔다!

“한우!”

“한우?”

“맞아! 한우야! 알바가 한우 사주기로 했어! 한우 사준다는데 못 먹으면 큰일 나잖아! 지금 나는 한우 때문에 엄청 바쁜 상태야! 그러니까 얼른 한우 먹고 돌아올 게!”

말이 이어질 수록 특급 헌터의 등이 펴지고 목소리에는 힘이 실렸다.

특급 헌터는 확고한 진리를 말하는 사람처럼 확신과 신념을 담아 외쳤다.

“장민! 한우야 한우! 한우는 꼭 먹어야 해! 장철 삼촌 있었이면 벌써 뛰어갔을걸! 한우 사준다고 하면! 한국 사람은 빨리빨리빨리! 움직여야 해! 그렇지 알바!?”

순간 장민 대표가 빙그레 미소 지으며 물었다.

“그런가요? 알바씨가 한우를 사주기로 했나요? 특급 헌터 지금 당장 한우 먹으러 가야 하나요?”

“…….”

느껴진다.

특급 헌터의 뜨거운 시선이!

장민 대표의 서늘한 시선이!

이 서늘한 시선에서 감성이 아닌 이성의 분노가 느껴졌다!

실종됐다가 일주일만에 돌아온 특급 헌터.

특급 헌터를 찾아 전국을 헤매다가 천우신조로 부산에서 만났다!

그런데 보자마자 특급 쌩쌩이를 타고 도망쳤다. 긴 추격전 끝에 마침내 아이와 마주 선 상황!

실종됐던 아이를 다시 찾은 엄마, 장민 대표의 지금 심정이 어떨지는 짐작도 가지 않았다.

그런데 특급 헌터는 엄마의 마음은 몰라준 채 한우 먹으러 가겠다고 말한다.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된다고 감정이 무뎌지고 사라지는 게 아니다.

단지 조금 더 참을 수 있게 됐을 뿐 어른도 상처받고 아파한다.

엄마도 슬픔을 느낀다.

장민 대표의 차가운 분노에서 아이에 대한 깊은 감정이 느껴졌다.

‘지금 당장 특급 헌터와 한우 먹으러 가야 하나요?’

이 질문에는 차가운 분노, 엄마의 슬픔이 담겨 있었다.

‘뭐라고 답해야 하지!?’

문득 고개를 드는 순간 특급 헌터, 장민 대표와 시선이 마주치고 두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알바! 빨리 말해 줘! 우리 당장 한우 먹으러 가야 하는 거 맞지!?”

“네. 알바씨. 말해 주세요. 지금 바로 한우 먹으러 가야 하나요?”

두 사람의 속마음이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알바! 장민 화났어! 빨리 도망쳐야 해!’

‘알바씨는 어떤 선택을 하실 건가요?’

한우를 먹기로 약속했냐는 표면적 문제일 뿐.

지금 상황의 본질은 엄마가 실종된 아이를 찾았다는 거다!

선택지는 두 가지다.

1. 특급 헌터와의 신의를 지킬 것이냐!

2. 장민 대표님의 대의를 따를 것이냐!

신의와 대의!

그 무엇을 선택하든 다른 한쪽에 금이 간다!

찰나의 순간.

천문석은 고뇌하고 결심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특급 헌터는 동료를 버리지 않는다!’

특급 헌터가 보여 준 협(俠)!

거짓말로 그 협을 배신할 수는 없다!

천문석은 단호히 말했다.

“네 맞습니다. 한우 먹기로 했습니다!”

“알바! 난 알바를 믿었어!”

번쩍 손을 들고 환호하는 특급 헌터.

“…….”

어쩐지 슬픈 얼굴로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장민 대표.

“우리 한우 먹으려면 바빠서 이만 갈게! 장민 서울에서 나중나중에 보자! 카카카캌-.”

“…….”

특급 헌터는 신나게 외치고 다다닥 달려 특급 쌩쌩이 운전석으로 뛰어들어갔다.

부앙, 부아아앙-

특급 쌩쌩이가 당장이라도 출발할 듯 엔진을 울렸다.

“알바 얼른 타! 우리 빨리 한우 먹으러 가야지! 쓰읍!”

특급 헌터가 침을 삼키며 외치는 순간.

장민 대표가 한걸음 걸어와 고개를 저었다.

“한우 먹으러 가렴. 하지만 이 부가티 헌터 미니는 가져갈 수 없어.”

“……네?”

“특급 쌩쌩이 3호는 압수야.”

“으앗! 안 돼! 특급 헌터와 특급 쌩쌩이는 한 몸이란 말야! 장민! 엉덩이 맞을게! 두 배로 아니 세 배로 맞을게! 특급 쌩쌩이는 안 돼!”

특급 헌터는 필사적으로 외쳤지만, 장민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알바! 장민한테 말 좀 해 줘! 특급 쌩쌩이 3호! 내 특급 쌩쌩이! 으아앗-!”

특급 헌터가 아무리 외쳐도, 장민의 단호한 표정은 풀리지 않았다.

모든 게 예상 한 대로 흘러가고 있다!

천문석은 장민 대표를 지나쳐 특급 쌩쌩이 운전석에 옆에 섰다.

팔다리로 핸들에 찰싹 달라붙은 특급 헌터의 기대 어린 눈빛이 보였다.

“알바!”

“특급 헌터 나 믿지?”

“당연하지! 알바가 장민 좀 설득해 줘! 특급 헌터랑 특급 쌩쌩이는 한 몸이잖아! 알바는 알잖아!”

장민 대표는 이미 마음을 먹고 원칙을 세웠다.

자신의 설득이 먹힐 상황이 아니다!

‘처음 계획대로 움직인다!’

천문석은 바로 말했다.

“특급 헌터. 만세 해 봐.”

“만세?”

특급 헌터가 핸들을 놓고 팔다리를 펼치는 순간.

천문석은 재빨리 손을 뻗어 특급 헌터를 운전석에서 빼내고 뛰어들었다!

파파파팟-

찰나의 순간에 두 사람의 위치가 변했다.

운전석에 앉은 천문석.

장민 대표 옆에 선 특급 헌터.

[@ㅁ@!]

상상조차 하지 못한 일에 돌처럼 굳어 버린 특급 헌터!

“알바씨!?”

깜짝 놀라 외치는 장민 대표!

천문석은 바로 액셀을 밟고 출발했다!

부아아아앙-

바리케이드가 치워진 출구, 도로를 향해서!

천문석은 처음 질문을 받았을 때부터 이렇게 할 생각이었다.

특급 헌터를 데리고 한우를 먹으러 가는 건 해결책이 아니라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는 거다!

당장은 벌을 피하겠지만, 장민 대표의 분노는 합당하기에 특급 헌터는 결국 대가를 치러야 한다!

특급 헌터의 엉덩이는 불타고.

돌아온 특급 쌩쌩이 3호는 압류된다!

그렇기에 천문석은 생각했다.

엄마와 아이의 재회라는 ‘대의’를 거스를 수는 없다.

동시에 특급 헌터와의 ‘신의’를 저버릴 수도 없다.

대의와 신의.

장민 대표와 특급 헌터!

모두가 만족할 수는 없다!

그래서 천문석은 1, 2번이 아닌 제3의 선택지를 골랐다!

모두가 조금씩 실망하는 선택지.

특급 헌터의 엉덩이는 불타겠지만, 특급 쌩쌩이 3호는 지킬 수 있는 선택지를!

부아아아앙-

출구를 통과하는 순간 천문석은 몸을 돌려 특급 헌터에게 외쳤다.

“특급 헌터! 특급 쌩쌩이 3호는 걱정하지 마! 내가 꼭 지킬게!”

천문석이 외치는 순간 경악으로 굳어졌던 특급 헌터의 얼굴이 극적으로 변화했다.

“앗, 앗! 으아앗! 그렇지! 그런 방법이 있었구나! 알바! 해냈구나! 역시! 난 알바를 믿었어!”

“특급 헌터! 고통스럽겠지만 힘을 내라!”

“괜찮아! 나 걱정하지 않아도 돼! 얼른 엉덩이 맞고 고깃집 갈게! 빨리 도망쳐! 절대 잡히면 안 돼! 내 특급 쌩쌩이 3호를 지켜 줘!”

“하아- 알바씨까지…….”

손을 크게 흔들며 환호하는 특급 헌터!

이마를 짚고 깊은 한숨을 내쉬는 장민 대표!

“죄송합니다! 대표님! 하지만 특급 헌터는 커다란 활약을 했습니다!”

“맞아! 나 엄청 열심히 활약했어!”

천문석이 외치고.

특급 헌터가 동의하는 순간.

장민 대표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부아아아아앙-

천문석이 탄 특급 쌩쌩이는 도로를 타고 질주해 곧 사라졌다.

* * *

“특급 쌩쌩이 서울에서 봐!”

특급 헌터가 마지막으로 외치는 순간 어깨에 부드러운 손이 올려졌다.

‘장민!’

특급 헌터는 조심조심 몸을 돌려 살짝 올려다보며 조심스레 말했다.

“장민?”

이 순간 부드러운 두 팔이 특급 헌터의 몸을 꼭 끌어안았다.

콩닥, 콩닥 뛰는 심장 소리와 파르르- 떨리는 몸에서 전해지는 온기.

“장민?”

“…….”

장민 대표는 한참 동안 말없이 특급 헌터를 꼭 안고 있었다.

때로 작은 온기가 말로는 전할 수 없는 것을 전하기도 한다.

장민과 특급 헌터.

두 사람의 따뜻한 체온과 숨소리, 심장 소리가 맞닿은 몸을 통해 서로에게 전해졌다.

장민은 느꼈다.

특급 헌터의 아이답게 뜨거운 체온에 긴장으로 뻣뻣해진 몸이 풀리고, 날카롭게 곤두선 신경이 가라앉았다.

가슴에 머리에 가득 차올랐던 수많은 질문이 따뜻한 햇볕에 아이스크림이 녹듯 녹아내리고 있었다.

밥 먹었니?

울지 않았니?

아프지 않았니?

어디 다친 곳은 없니?

……

대답을 들을 필요는 없었다.

콩콩, 콩콩콩콩-

맞닿은 몸으로 들려오는 힘차게 뛰는 심장 소리가.

특급 헌터, 언제나 씩씩한 아이가 건강하게 돌아왔다는 걸 말해 주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이 따뜻한 체온, 콩콩 뛰는 심장 소리를 듣는 순간 특급 헌터도 자신과 같은 마음이란 걸 알 수 있었다.

말로 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애틋한 마음.

장민은 빙그레 미소 지으며 마음으로 말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정말정말로 감사합니다…….’

세상 모든 것을 향해 감사할 때 문득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장민?”

장민은 품에 꼭 안은 특급 헌터의 머리카락과 옷을 정리하고 얼굴을 매만지며 상냥하게 말했다.

“괜찮아. 혼내지 않을 거야. 무사히, 건강히 돌아와 줘서 정말 고맙단다.”

그리고 모든 마음을 담아 미소 지었다.

“…….”

꼼지락꼼지락 신발을 움직이며 힐끗 눈치를 보는 특급 헌터.

장민 대표는 바로 알아챘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부끄러워하고 있구나!’

장민은 부드럽게 웃으며 특급 헌터와 시선을 마주하고 물었다.

“하고 싶은 말 있니?”

“…….”

꼼지락, 꼼지락, 힐끗-

“괜찮아. 엄마한테는 뭐든 말해도 괜찮단다.”

장민은 특급 헌터의 등을 쓱쓱 어루만지며 부드럽게 말했다.

“……장민.”

부끄러운 듯 시선을 피하며 입을 여는 특급 헌터.

이 모습에서 아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수 있었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 온기와 떨림으로 이미 그 마음이 전해졌으니까.

‘잘못을 말하며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약속하겠지.’

‘괜찮아. 누구나 실수를 한단다. 다음에는 그러면 안 돼 알았지? 엄마도 너를 사랑한단다.’

장민은 빙그레 웃으며 아이에게 해 줄 대답을 준비하고 물었다.

“괜찮아. 무엇이든 말하렴.”

특급 헌터는 마침내 결심한 듯 똑바로 시선을 마주하고 씩씩하게 외쳤다.

“장민! 부산역이야!”

“괜찮아. 누구나 실수를…… 부산역?”

“맞아 부산역! 부산역에서 한우가 기다리고 있어! 우리 빨리 움직여야 해! 알바랑 최설, 진교은, 허준, 교수 아저씨! 한우 다 먹으면 어떡해! 우리 엄청 급해! 얼른 고깃집 가자! 빨리빨리 움직여야 해!”

“…….”

“내가 위치 알아! 부산역 앞 고깃집에서 모이기로 했어! 장민 빨리빨리!”

당장이라도 한우가 사라질까 봐 조바심을 내는 특급 헌터.

“혹시 엄마한테 다른 할 이야기는 없니?”

“……엄마한테 할 이야기? 앗!”

특급 헌터는 뭔가 깨달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깨달았구나!

귀를 기울이는 순간 씩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앗! 그렇지 이거 보여 줘야지! 이 상자 보이지? 퐁퐁이가 주워다 준 완전 신기한 상자거든! 이 안에 아수라 조각상, 휘잉휘잉, 특급 로봇! 내 보물들이랑 딱지 만들기 엄청 좋은 빳빳한 종이 잔뜩 들어 있어!”

“……그리고?”

“앗! 별갑 거복이랑 퐁퐁이라고 새 친구랑 같이 왔거든! 여기 거복이 직장이 갑자기 사라져서 당분간 내 밑에서 일하기로 했어! 퐁퐁이는 포아아앙- 엄청 빨리 날아! 로켓 비행인데 알바가 가그쳐 줬어!”

“……그리고?”

“앗! 알바 완전 대단했다니까! 가는 곳마다 엄청 재밌고 신기한 일 잔뜩 생겼어! 경석형, 철수형 같이 갔으면 엄청 좋아했을 거야! 다음에는 장민도 같이 가자! 완전 난장판이라니까! 카카카카캌-.”

“……그리고?”

“앗! 나 딱지치기로 도시 땄어! 엄청엄청 커다란 거복거복이가 등에 지고 다니는 도시인데! 아아 비서 누나가 나 대신에 관리해 주기로 했어! 맞아! 거기에 특급 쌩쌩이 3호 만들어 준 형도 있어!”

특급 헌터가 눈을 반짝이며 대답하는 순간.

장민 대표는 같은 어조로 다시 한 번 물었다.

“……그리고?”

특급 헌터는 잠시 눈치를 살피다가 조심스레 물었다.

“……장민 혹시 화났어?”

장민은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그럼 우리 얼른 한우 먹으러…….”

“잠시만. 부산역 가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이 생각 났단다.”

“한우 먹고 하면 안 될까? 알바 밥 엄청 잘 먹는데…… 알바가 한우 다 먹으면 큰일 나는데…….”

“걱정하지 않아도 돼. 금방 끝난단다.”

장민은 후회도 반성도 하지 않는 아이, 특급 헌터를 바라보며 싱긋 미소 지었다.

그리고 잠시 후 금련산 공원에는 이불 터는 소리와 한 아이의 외침이 동시에 울려 퍼졌다.

팡, 팡, 파아앙-

“앗! 화 안 났다며!?”

“으아- 하나도 안 아프다!”

“특급 쌩쌩이 3호! 난 할 수 있다!”

“으앙- 할 만하다! 내 엉덩이는 강철이다!”

“으아아- 한우, 한우! 난 할 수 있다!”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