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853화 (854/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853화>

[그럼 엄마가 좋아, 알바가 좋아?]

장민 대표의 질문의 들려오는 순간.

특급 헌터는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했다.

“……!”

그러나“” 극에 달했던 무인 천문석은 직감했다.

유치한 질문에 담긴 단단한 뼈!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특급 헌터의 운명을 결정한다!

불타는 엉덩이!

or

포근한 솜털 같은 포옹!

그리고 특급 헌터의 입이 열렸다.

“알바랑 엄마랑 누가 더 좋냐고……?”

특급 헌터의 장난스럽게 초롱초롱 빛나는 눈을 보는 순간 무슨 대답이 나올지 감이 왔다!

‘안 돼! 특급 헌터! 이번에는 그래서는 안 돼! 진지하게 대답해야 해!’

깜빡깜빡깜빡깜빡깜빡-!

천문석은 미친 듯이 눈을 깜빡이며 전법륜인 수인을 짚고 마음에서 마음으로 외쳤다!

‘특급 헌터! 엄마다 엄마! 무조건 엄마……!’

두웅-

순간 소리굽쇠가 울리는 듯한 파동이 공간을 흔들고.

쓰윽-

전법륜인의 수인을 짚은 손으로 부드러운 감촉이 파고들었다.

단단한 헌터용 장갑 너머로도 느껴지는 부드러운 손가락.

어느새 장민 대표의 손이 천문석의 손가락 사이로 파고들어 깍지를 꼈다!

“……대표님?”

[반칙은 안 된답니다.]

가볍게 고개를 젓는 장민 대표.

‘뭐지!? 이것까지 알아챘다고!? 재벌 회장이 뭐가 이래!?’

황당함에 잠시 멈칫하는 순간.

특급 헌터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음…….”

“……!”

[……!]

번개같이 돌아가는 고개!

미동조차 하지 않고 바라보는 시선!

천문석과 장민이 초집중하는 순간.

바람마저 잦아들고 하늘과 땅이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툭-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이 튀어나왔다.

“그런데 누나는 누구세요?”

“……어?”

“……뭐?”

상상조차 하지 못한 대답에 반문하는 동시에 이어지는 목소리.

“이 누나 어디서 본 거 같은데? 이상하네? 왜 심장이 막 콩콩 뛰지……? 앗! 거복이 너 아는 사람이야?”

기이이-?

특급 헌터 머리 위 별갑 거복이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흔들 때.

천문석과 장민 대표는 말을 잊었다.

“…….”

[…… ]

그리고 천문석은 오랜 난제의 답을 깨달았다.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수많은 꼬맹이를 멘붕에 빠뜨린 답이 없는 질문.

이 질문에 정답은 없었다.

그러나 분명한 오답이 존재했다!

1번 엄마, 2번 아빠!

출제자의 의도를 뛰어넘는 최악의 오답이 존재했다!

‘그런데 누구세요?’

엄마, 아빠 모두를 멘붕에 빠트리는 대답!

풀 페이스 헬멧과 나이트 아머 슈트를 입은 장민 대표!

특급 헌터는 바로 앞에 있는 장민 대표, 엄마를 몰라본 것이다!

“……!”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없이 서 있는 장민 대표.

그러나 장민 대표는 그냥 말없이 서 있는 게 아니었다!

느껴졌다!

[00:02]! 폭발 직전의 시한폭탄이!

태풍 전야! 천지를 뒤엎을 거대한 폭풍우가!

계단산, 적염성, 바나 항, 열사의 사막……!

수많은 난장판을 달릴 때 이상의 전율이 전신을 달리고!

심장이 쿵쿵쿵쿵- 북 치듯 요동치고 위기 감지 센서가 고장 난 듯 찌르르- 끝없이 울렸다!

위력을 가늠할 수 없는 초대형 폭탄이 터진다!

‘good bye 특급 헌터!’

앞으로 일어날 참사를 차마 볼 수 없어 눈을 질끈 감는 순간.

끼이이이익-

급브레이크 잡는 소리와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특급 헌터!”

이 순간 폭발 직전의 아찔한 분위기가 깨졌다.

번쩍 눈을 뜨고 외침이 들려온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보였다.

바리케이드에 도착한 장갑 SUV에서 뛰어내리는 낯익은 얼굴!

강릉에 가기 직전 특급 헌터가 울렸던 황 비서!

목소리를 알아들은 특급 헌터는 환한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앗! 황 비서 누나! 왜 이렇게 늦어! 빨리빨리 쫓아오란 말……!”

신나게 외치는 순간 경악으로 커지는 눈!

특급 헌터는 바리케이드로 막힌 도로와 그 앞을 몸으로 막은 장강 유통의 경호원들을 봤다.

“……진짜야!? 꿈 아냐!?”

파파파파팟-

특급 헌터는 재빨리 눈을 비볐다.

“으아아앗- 진짜잖아!”

“제임스! 경호원 형 누나들! 앗, 으앗! 길! 길도 막았잖아!”

“알바! 큰일 났어! 빨리 특급 쌩쌩이 타! 우리 빨리빨리 도망쳐야 해!”

“누나 얼른 손 풀어! 알바 나랑 도망쳐야 해!”

특급 헌터는 작은 손으로 장민 대표의 깍지낀 손을 풀어내고 천문석을 끌어당겼다.

“알바! 빨리 움직여! 온단 말야!”

이름을 듣지 않아도 누가 온다는 건지 알 수 있다.

장민!

‘특급 헌터 이미 늦었단다…….’

마음으로 대답하는 순간 다급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장민!”

“도깨비 장민!”

“층간 소음 장민!”

“고등어 장민이 온단 말야!”

귀신에게 쫓기듯 다급히 외치는 특급 헌터.

말없이 이 모습을 바라보는 장민 대표.

“……!”

그리고 이를 악물고 웃음을 삼키는 자신!

심각한 상황에 들려온 드립에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터질뻔했다.

‘고등어 장민? 층간 소음 장민!? 와, 이 창의적인 꼬맹이 녀석!’

천문석은 이를 악물고 진지한 표정,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특급 헌터 이미 늦었…….”

특급 헌터는 휙휙 고개를 저으며 용맹하게 외쳤다.

“세상에 늦은 일은 없어!”

“안동 간 고등어 상자 안에 한우가 있었잖아!”

“해 보지 않으면! 열어 보지 않으면! 결과는 아무도 모르는 거야!”

“저기 길 막혔지만 우리는 할 수 있어!”

“특급 헌터! 특급 알바! 특급 쌩쌩이! 특특특급 셋이면! 제임스 형! 황 비서 누나를 뚫고 빠져나갈 수 있어!”

“잠깐 기다려! 내가 얼른 지렁이랑 거미 잡을게!”

……

바로 몸을 돌려 땅을 헤집으려는 특급 헌터!

천문석은 특급 헌터의 어깨를 잡아 제지했다.

“그런 거 아냐. 그게 아니라…….”

“알바는 할 수 있어! 계단산에서 나 납치됐을 때도 찾아왔잖아!”

[……!]

납치라는 단어에 헬멧을 썼는데도 알 수 있게 소스라치게 놀라는 장민 대표!

“뭐, 야 잠깐! 그걸 왜 지금……!”

다급히 저지하려 할 때 특급 헌터의 폭풍 간증이 시작됐다.

“이번 위기는 아무것도 아냐! 적염성에서 엄청 높은 절벽 기어 내려가고! 도시 엉망진창 만들고 도망쳤잖아!”

‘그만……!’

“강에다가 배 모아서 엄청 커다란 불 지르고! 배 다 때려 부수고! 아 맞다 용! 하늘을 쓕쓕- 나는 용이랑도 싸웠잖아!”

‘그만해……!’

“앗! 퐁퐁이! 퐁퐁이 타고 포아아아아앙- 하늘 나는 로켓 비행도 가르쳐 주고 항구 도시에서 약장사 머리에 딱밤도 때렸고……!”

‘제발 그만! 그만하라고……!’

마음으로 절규하는 매 순간 느껴졌다.

연체 문자보다 섬뜩한 장민 대표의 시선이 강해지는 게!

“사막! 모래배 타고 이따만한 곤충들 피해 도망치고! 대포 빵빵 쏘는 도시랑도 싸우고! 아아 누나 만나서 거복거복 도시도 먹었잖아! 우리는 할 수 있어!”

‘그만…….’

천문석이 하얗게 재만 남았을 때.

마침내 특급 헌터의 폭풍 간증, 고백이 끝났다.

그리고 특급 헌터는 열정으로 이글이글 빛나는 눈으로 확신을 담아 외쳤다.

“알바 우리는 할 수 있어! 얼른 특급 쌩쌩이 타! 모두 힘을 합쳐 탈출하는 거야! 고등어 장민 오면 우리 죽을 때까지 고등어 먹을지도 몰라!’

“…….”

천문석은 말없이 손을 들어 장민 대표를 가리켰다.

“응? 응? 응?”

고개를 갸웃갸웃 흔들다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특급 헌터.

“아, 작별 인사하라고? 안녕 누나! 그럼 우리 바빠서 이만 갈게! 인사했어! 알바 빨리빨리 움직여! 장민! 장민 온다니까!”

“특급 헌터. 이제 도망 안 가도 돼. 장민 대표님 오는 것도 걱정할 필요 없어.”

[그래. 맞아. 이제 도망 안 가도 괜찮아. 장민 올까 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단다.]

“…….”

장민 대표가 부드럽게 말하는 순간.

특급 헌터의 두 눈이 동그랗게 변하고 얼굴 전체에 의문이 떠올랐다.

[@[email protected]!?]

특급 헌터는 모든 의문을 담아 짧게 물었다.

“왜?”

장민 대표는 가볍게 손을 뻗어 특급 헌터의 이마와 볼, 어깨를 톡, 톡 두들기며 부드럽게 말했다.

[그 이유를 지금 보여 줄게. 누나를 잘 보렴.]

가늘고 긴 손가락이 헬멧 뒤를 훑었다.

틱틱, 기이이이잉-

기계음과 함께 헬멧 위에 은색 마력회로가 생겨났다.

얼굴 전체를 가린 풀 페이스 헬멧은 순식간에 나이트 아머 슈트로 빨려 들어가고 곧 맨 얼굴이 드러났다.

별처럼 빛나는 광채가 담긴 검은 눈.

틀어 올려 비녀를 꽂아 고정한 검은 머리.

부드러운 곡선과 단호한 직선이 공존하는 얼굴.

강철 같은 카리스마와 부드러운 웃음이 같이 담긴 20대 후반 여인의 모습이 드러났다.

장강 유통 오너, 장민 대표!

“이제 알겠지? 장민 올까 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단다. 장민은 벌써 왔거든.”

장민과 특급 헌터!

엄마와 아들이 재회하는 순간!

천문석은 숨소리마저 죽이고 두 사람을 한눈에 담았다!

“…….”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말없이 선 장민 대표.

쓰스슥-

재빨리 눈을 비비더니 번쩍 고개를 드는 특급 헌터.

“…….”

여전히 그대로 서 있는 장민 대표!

쓰스스슥-

다시 한 번 눈을 세게 비비고 휙휙 고개를 젓더니 번쩍 고개를 드는 특급 헌터!

“…….”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서 있는 장민 대표!

파바바바바밧-

미친 듯이 눈을 비비고 수명이 다한 전구처럼 눈을 깜박이더니 조심스레 눈을 뜨는 순간!

특급 헌터의 이모티콘 같은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ㅁ@!?]

특급 헌터는 손으로 장민을 가리키며. 천문석에게 고개만 돌려 다급히 외쳤다.

“알바! 알바아! 저기저기저저저저저……!”

제대로 이어지지 않는 말.

그러나 천문석은 특급 헌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바로 알아챘다.

“맞아. 장민 대표님이야.”

“……!”

특급 헌터는 반사적으로 퐁퐁검을 뽑아 장민 대표를 찔렀다.

콕콕, 콕콕콕-

퐁퐁검에 감각이 느껴지는 순간.

특급 헌터는 번쩍 고개를 들었다.

불신, 경악, 깜짝, 의심, 혼란……!

특급 헌터의 표정이 초 단위로 변화할 때.

장민은 싱긋 미소 지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진짜 엄마야. 꿈 아냐. 아, 그렇지! 이렇게 말하면 실감 나겠구나?”

장민은 손을 들어 특급 헌터의 입을 톡, 톡, 톡- 건드리며 말했다.

“아침, 점심, 저녁. 매일매일 맛있는 고등어 요리를 해 줄. 고등어 장민이 나타났답니다!”

“장민!”

* * *

깨달음의 순간 특급 헌터는 절정의 반사신경으로 움직였다.

파바바바밧-

짐승 같은 몸놀림으로 몸을 돌려 도약!

빨려 들듯 특급 쌩쌩이에 운전석에 앉는 동시에 출발했다!

부아아아아아앙-

특급 헌터를 태운 특급 쌩쌩이는 단숨에 가속해 유일한 출구를 향해 질주했다!

도로를 완전히 틀어막았지만, 상대는 예측 불허의 특급 헌터!

어떤 기발한 발상으로 도망칠지 알 수 없었다!

그런데도 장민 대표는 빙그레 미소 지은 채 도망가는 특급 헌터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대표님. 안 쫓아가세요?”

“제가 마술을 보여 드릴게요.”

장민 대표는 뜬금없는 말과 함께 천문석의 팔을 잡았다.

그리고 손을 뻗어 빠르게 멀어지는 부가티 헌터 미니를 가리켰다.

“5, 4, 3, 2, 1. 멈춰라.”

끼이이이익-

순간 질주하던 부가티 헌터 미니가 거짓말처럼 멈췄다!

그리고 운전석에서 겁먹은 사슴처럼 고개를 내민 특급 헌터가 보였다.

‘뭐지? 저 녀석 왜 안 도망가?’

특급 헌터의 고뇌 어린 표정을 보는 순간 섬광이 번뜩이듯 장민 대표의 마술이 뭔지 깨달았다!

“대표님 설마?”

“네. 맞아요.”

장민 대표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손가락을 튕겼다.

딱-

순간 유일한 도로를 막은 바리케이드가 치워지고 그 앞을 가린 경호원들이 길을 틔웠다!

장민 대표는 완전히 틀어막은 출구를 오히려 열어 줬다!

특급 헌터의 반사신경이라면 앗- 하는 순간 빠져나갈 수 있는 상황!

장민 대표는 손을 뻗어 천문석의 목에 걸린 팻말을 들어 올려 가볍게 흔들었다.

[인질]

“특급 헌터. 인질로 잡힌 알바를 버리고 갈 거니?”

“……!”

천문석은 이 순간 장민 대표에게 진심으로 감탄했다.

장민 대표는 자신의 아이, 특급 헌터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나이, 성별, 귀천, 빈부를 떠나 그런 사람이 있다.

도산검림, 천장 단애!

범인은 엄두조차 내지 못할 위험 속으로 거리낌 없이 들어가고.

신의, 대의, 명분, 원칙!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는 마음에 그어진 선을 평생에 걸쳐 지킨다.

말은 천금보다 무겁고, 행동에는 믿음이 있으니.

그런 이를 일컫는 한 단어.

협(俠)!

키즈 카페, 서울 사태, 제주도 사건, 이상 던전 그리고 이곳 해운대까지!

특급 헌터는 수많은 사고를 쳤다.

그럼에도 천문석은 특급 헌터를 단 한 번도 원망하지 않았다.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특급 쌩쌩이 1호를 타고 랩터를 유인해 난장판이 된 서울 시가지를 달렸던 그 모습.

특급 헌터의 행동과 마음에는 협(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 특급 헌터가 어떻게 행동할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부아아아앙-

특급 쌩쌩이 3호는 뻥 뚫린 탈출로를 뒤로하고 크게 원을 그려 돌아왔다.

끼이이이익-

특급 쌩쌩이가 멈춰 서는 순간 운전석에서 뛰어내린 특급 헌터는 당당히 외쳤다.

“특급 헌터는 동료를 버리지 않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