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852화>
그러나 이미 늦었다!
김기태와 두 헌터뿐만 아니라 해운대로 달리던 헌터들까지 도로로 달리고 있었다!
“그 SUV 대여하겠다!”
“두 배! 아니 세 배 낸다!”
“다섯 배 낸다! 한 대만 빌려 줘!”
……
갑자기 몰려든 헌터들 때문에 장갑 SUV 속도가 죽었다!
이 순간 김기태의 외침과 함께 셋은 가속했다!
“아이만 빼낸다!”
쿵-
방패를 앞세워 돌진하는 탱커!
타다탁-
그 뒤를 따라 달리는 근접 딜러, 김기태!
그으으윽-
활시위를 당겨 자동차 그림자를 겨누는 원거리 딜러!
30, 20, 10미터!
순식간에 거리가 줄어들어 어린이 자동차가 사거리에 걸리는 순간.
탱커의 오러 가 담긴 방패가 어린이 자동차를 향해 날아가고.
김기태는 탱커를 등을 밝고 뛰어 자동차 운전석의 꼬맹이에게 손을 뻗고.
원딜은 끝까지 시위를 당긴 속박의 화살을 연사로 날렸다!
‘잡았다!’
셋이 직감하는 동시에 비명 같은 외침이 터졌다.
[피하세요!]
끼이이이익-
급브레이크와 함께 어린이 자동차가 핑그르 회전하고 순식간에 모든 일이 일어났다.
부아아앙-
방패와 닿기 직전 가속해서 빠져나가는 차체!
딱딱, 따닥-
돌연 입을 벌려 쭉 뻗어 오는 손을 물어 오는 거북이 모자!
팅팅, 팅팅-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걸린 것처럼 사방으로 나뒹구는 속박의 화살까지!
“이게 뭐야!?”
김기태가 다급히 외치며 다시 뛰는 순간.
어린이 자동차는 이미 가속해 멀어지고 있었다!
게다가 자신들 때문에 간신히 인파를 빠져나온 장갑 SUV 속도가 다시 한 번 죽은 상황!
순식간에 어린이 자동차와 장갑 SUV 간에 거리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
김기태는 이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이 한 명 못 잡는다고…… 하, 시바. 진짜 감이 완전히 죽었네. 당장 연락해서 영입해야겠네.”
* * *
부아아아아앙-
단숨에 헌터 사이를 통과해 가속하는 어린이 자동차.
‘이대로면 놓친다!’
황 비서의 가슴이 무거워지는 순간 커다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카카카카캌- 빨리빨리! 따라와 황 비서 누나!”
그리고 따라오기 쉽도록 속도를 줄이는 어린이 자동차!
순간 운전대를 잡은 경호원이 분통을 터트렸다.
“악마 꼬맹이 녀석!”
경호원은 자신도 모르게 외치고 흠칫 놀라 황 비서의 눈치를 봤다.
그러나 황 비서도 경호원과 같은 마음이었다.
‘악마 꼬맹이!’
특급 헌터가 실종되고 얼마나 자책했던가!
그래서 특급 헌터의 신호가 부산에 나타났다는 말에 누구보다 빨리 이동해 외쳤다.
‘특급 헌터! 돌아왔구나! 나야! 황 비서 누나! 잘 돌아왔어!’
‘으앗! 황 비서 누나잖아! 그럼 당연히 도망쳐야지! 카카카카캌-’
그리고 시작된 황당한 추격전!
황 비서는 선배 비서들의 말을 이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지금 VIP는 알바 만나서 순한 맛이 된 거다. 어린이 자동차 타는 순간 다시 악마 꼬맹이 된다.’
몸을 부르르 떨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던 그 모습. 내심 웃음을 삼키며 너무 과장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부가티 헌터 미니!
저 빌어먹을 자동차를 타는 순간 VIP는 진짜 악마 꼬맹이가 됐다!
차량 진입이 통제돼 뻥 뚫린 부산 도로와 복잡한 골목길을 질주하는 어린이 자동차!
경호팀과 비서실 인원을 전부 동원해 12개 팀으로 나눠 포위망을 짜고 뒤를 추적했다!
[어린이 자동차 vs 헌터용 장갑 SUV 수십 대!]
당연히 순식간에 잡을 거로 생각했다!
그러나 잡기는커녕 뒤를 따라가는 것도 힘들었다!
무전을 통해 유기적인 포위망을 만들고 몇 번이나 막다른 곳으로 몰아넣었다.
그때마다 VIP는 귀신 같은 운전 실력으로 포위망을 뚫고 도망쳤다.
그 뒤를 간신히 따라잡은 건 자신의 팀이 유일했다.
이제는 황 비서도 깨달았다.
이렇게 따라가는 것도 VIP가 일부러 속도를 줄여서 가능한 거라는 걸!
저 부가티 헌터 미니를 탄 VIP는 못 잡는다!
좌절감에 깊은 한숨이 터지는 순간 무전이 들려왔다.
-VIP를 시야로 보고 있는 모든 팀! 무전과 확성기를 당장 연결해라!
제임스 팀장의 목소리!
뭔가 방법을 찾았구나!
황 비서는 바로 확성기와 무전기를 연결했다.
곧 확성기에서 어쩐지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특급 헌터. 미안하다. 나 잡혔다.]
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제임스 팀장의 목소리.
[금련산 공원에 네 친구 알바가 있다. 정확히 13분 후 옥탑방 매매계약서에 손도장을 찍는다! 장갑 SUV 따라서 와라! 모든 팀 금련산 공원으로 이동한다!]
제임스 팀장의 무전이 뚝 끊기는 순간 VIP를 쫓아 달리던 장갑 SUV 모두가 핸들을 돌려 금련산을 향해 움직였다.
알바!?
옥탑방 매매계약서!?
대놓고 하는 인질극!?
황 비서는 자신도 모르게 외쳤다.
“이런 게 먹힐 리가! 없잖아!”
이 순간 거친 엔진음이 빠르게 가까워졌다.
부아아아아앙-
‘설마!?’
반사적으로 고개 들어 뒤를 보는 순간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안 돼! 알바! 옥탑방! 친구들! 내 집, 내 천공탑, 내 경주장! 으아악-.”
부아아아앙-
부가티 헌터 미니는 단숨에 황 비서가 탄 장갑 SUV를 추월해 금련산 공원을 향해 질주했다.
지나간 한 시간 동안 죽기 살기로 추적한 게 허무할 정도로 너무나 쉽게.
“…….”
* * *
금련산.
게이트 전쟁 당시 전국에서 부산으로 내려온 피난민을 수용하기 위해 개발된 산이다.
금련산 공원은 이 산 정상에 있었다.
그리고 금련산 공원까지 연결된 도로는 하나뿐이었다.
즉, 공원에 들어오는 순간 도로를 막으면 금련산 공원은 거대한 함정이 된다!
사방으로 등산로와 계단이 연결되지만, 특급 헌터가 특급 쌩쌩이를 포기할 리 없기에 완벽한 함정이었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특급 헌터가 특급 쌩쌩이를 포기할 리 없다는 사실 그 자체!
‘특급 헌터. 미안하다. 나 잡혔다.’
자신이 한 이 말 때문에 특급 쌩쌩이를 위험해 처하게 하면서까지 자신을 구하러 온다고!?
천문석은 유일한 도로 옆 매점 건물을 향해 외쳤다.
“대표님! 이게 진짜 먹힐까요!? 아무래도 안 올 것 같은데요!?”
[걱정 마세요! 분명 먹혀요! 그보다 목에 걸린 팻말 잘 보이게 조금 위로 올려 주세요!]
매점에 숨은 장민 대표는 확신을 담아 대답했다.
“…….”
팻말에 커다랗게 적힌 글자, [인질].
천문석은 목에 걸린 팻말을 잘 보이게 올렸다.
“아무래도 안 될 것 같은데…….”
그리고 혼잣말을 하는 순간.
부아아아아앙-
부산 시가지 방향에서 거친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
“이게 진짜로 먹혔다고!?”
깜짝 놀라 일어나는 순간 단숨에 입구를 통과하는 어린이 자동차가 보였다.
부가티 헌터 미니!
그리고 운전석에 탄 거북이를 머리에 올린 꼬맹이!
“특급 헌터!”
“알바! 앗! 인질! 진짜 잡혔잖아!”
눈이 마주치는 순간 동시에 외침이 터져 나오고.
부아아아아앙-
특급 헌터는 주저하지 않고 공원 중앙을 향해 달렸다!
“……!”
순간 가슴속 깊은 곳에서 뭉클한 감정이 끓어올랐다.
특급 쌩쌩이 3호를 위험해 처하면서까지 자신을 구하러 오다니!
‘안 돼! 오지마! 함정이다! 여기에 무서운 사람이 매복했어!’
천문석이 마음으로 외치는 순간.
끼이이이익-
특급 쌩쌩이 3호는 멈춰 서고 특급 헌터는 절박한 얼굴로 뛰어내렸다!
“알바!”
이 순간 갈등하던 마음이 무너졌다.
“특급 헌터! 여기 함…….”
자신도 모르게 외칠 때.
특급 헌터가 한발 먼저 외쳤다.
“알바! 절대 손도장 찍으면 안 돼! 차라리 나한테 팔아! 내 최고의 보물 줄게!”
“……뭐?”
* * *
“장민한테 옥탑방 팔면 안 돼!”
“천막이랑 천공탑, 경주장 전부 철거당해!”
“니케, 냠냠이, 탱탱이 집도 없어지잖아!”
“평상에서 구워 먹던 고기도 못 구워 먹어!”
“알바! 절대절대 손도장 찍으면 안 돼!”
“차라리 나한테 팔아! 내가 최고의 보물 줄게!”
“나와랏! 최고의 보물 나와랏! 이야야야얍!”
……
열변을 토하다가 미친 듯이 나무 상자를 흔드는 특급 헌터.
다다다다다닥-
곧 나무 상자에서 무언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리더니 툭 입구 틈으로 튀어나왔다.
탁-
특급 헌터는 공중에서 낚아채 내밀었다.
“받아 알바! 내 최고의 보물이야!”
환한 얼굴로 손에 꼭 쥐여 주는 지퍼백.
지퍼백 안에 담긴 눈에 익은 반쯤 녹은 사탕.
“……앙꼬가 먹던 사탕?”
“맞아!”
“…….”
천문석은 엄청 아깝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특급 헌터 너머를 봤다.
어느새 제임스 팀장과 경호팀, 비서실 직원들이 바리케이드를 쳐서 유일한 도로를 막았다.
그리고 나이트 아머 슈트를 입은 장민 대표가 천천히 소리 없이 걸어왔다.
장민 대표님의 계획은 완벽히 먹혔다!
그리고 천문석은 깨달았다.
[특급 헌터 << 장민 대표]
“알바! 부족해? 딴 거도 줄까!? 앗! 여량위 누나가 준 금! 아수라랑 휘잉휘잉이 냠냠하다가 남겼을 거야! 그것도 줄까!? 알바 금 엄청 좋아하잖아!? 내가 얼른 꺼낼게! 이야아아압-!”
천문석은 손을 뻗어 나무 상자를 흔드는 특급 헌터를 막았다.
“괜찮아. 특급 헌터. 옥탑방 안 팔 거야. 이것도 돌려줄게.”
“진짜? 정말로!? 완전 잘 생각했어! 알바 옥탑방은 절대 팔면 안 돼! 장민 집보다 10배는 좋다니까! 혹시 장민이 바꾸자고 해도 절대 바꾸면 안 돼!”
“…….”
특급 헌터는 근심 하나 없이 환한 얼굴로 환호성을 터트렸다.
이때 특급 헌터 뒤에서 변조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알바네 옥탑방이 장민 집보다 10배나 좋다고? 과장이 너무 심한데?]
“무슨 말이야! 10배도 줄여 말한 거야! 100배 아니 1000배는 좋다니까! 엄청 무서운 층간 소음도 없어! 게다가 삼촌도 내 말이 맞다고 했어!”
[정말? 장철이 알바네 옥탑방이 더 좋다고 말했다고?]
“당연하지! 삼촌 꿈이 알바네 평상에서 고기 구워 먹는 거잖아! 장민이 구워 준 고기는 별로래!”
[아, 장철이 그랬구나!]
헬멧 쓴 머리를 끄덕이는 장민 대표.
장철 헌터 아웃.
[그래도 장철만 그렇게 말했다면 설득력이 약한데?]
“당연히 아니지! 고기 킬러! 경석이형도 알바네 옥탑방이 더 좋다고 말했어!”
[경석이가 그렇게 말했구나!]
다시 한 번 헬멧을 끄덕이는 장민 대표.
암살검 한경석 아웃.
[혹시 또 있니?]
“그럼 엄청 엄청 많아! 세연 누나! 검사 할아버지, 판사 할머니! 드래곤 형! 니케, 냠냠이, 탱탱이, 사슴이, 반짝이, 퐁퐁이…… 앗! 퐁퐁이!? 퐁퐁이 어디 갔지!?”
아웃, 아웃, 아웃…….
언제나처럼 말하다가 엉뚱한 방향으로 빠지는 특급 헌터.
딱-
장민 대표는 특급 헌터 얼굴 앞에서 손가락을 튕겼다.
“앗! 이게 중요한 게 아니지! 알겠지? 친구들, 형, 누나, 아저씨, 할머니, 할아버지! 전부 다 알바네 옥탑방이 좋다고 말했어!”
특급 헌터가 어깨를 으쓱하는 순간.
장민 대표는 바로 질문했다.
[그럼 넌 어떤데? 엄마 집이랑 알바네 옥탑방이랑 어디가 더 좋아?]
특급 헌터는 뭐 이렇게 당연한 걸 묻지라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당연히…….”
천문석은 직감했다.
물은 100도가 되는 순간 끓는다!
액체인 물이 기체인 수증기가 되는 결정적 순간!
장민 대표의 방금 질문이 바로 그 결정적 순간이었다!
번개같이 손을 뻗어 특급 헌터 입을 가리려는 순간.
장민 대표의 손이 허공을 가르고 이 손에서 파동이 퍼져 나왔다.
두우웅-
내력이 바닥난 몸이 파동에 닿아 멈칫한 1초의 시간.
특급 헌터의 입이 열렸다.
“알바네 옥탑방이 완전 더 좋지!”
[아, 그렇구나! 옥탑방이 엄마가 있는 타워팰리스보다 좋구나!]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장민 대표에게서 느껴지는 이글거리는 열기.
이 열기에서 잘 구운 고등어 냄새가 나는 것만 같았다!
‘특급 헌터…….’
마음속으로 깊은 탄식이 터지는 순간.
장민 대표는 툭 던지듯 가볍게 질문 했다.
[그럼 엄마가 좋아, 알바가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