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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850화 (851/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850화>

‘재수 없는 게 옮는다!’

직감의 실체를 깨닫는 순간 천문석은 전력을 다해 달렸다.

타타타탓-

뒤엉킨 자동차를 뛰어넘고 뒤집힌 장갑 버스 아래를 통과!

파파파팟-

부러진 가로수, 박살 난 보도블록 위를 번개같이 통과해 골목으로 들어갔다!

‘떨어졌나!?’

힐끗 뒤를 보는 순간 훅- 들어오는 힘!

염동력장!

마혁진은 염동력장을 몸에 휘감고 전차처럼 돌진하고 있었다.

자신을 향해서!

“야! 왜 계속 따라오는데! 미친놈아! 여기 마경 아냐! 부산이야! 따라오지마! 각자도생! 인생은 독고다이야! 각자 갈 길 가자니까!”

천문석은 진심을 담아 외쳤다.

“…….”

그러나 마혁진은 묵묵부답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뒤를 따라왔다!

“……!?”

적의 없이 뒤를 쫓는 상대!

수없이 도망쳤으나 단 한 번도 겪지 않은 황당한 상황!

평소라면 전혀 문제가 아니었다.

이런 경우 쓸 수 있는 수많은 잔기술과 구라가 있었으니까!

그러나 연이은 격전에 내력이 바닥을 친 상태!

게다가 천검 이세기 스타일로 입까지 털어놓았다!

지금 잘못 입을 털다간 진실이 알려진다.

마혁진을 깜박하고 지구로 돌아왔다는 진실이!

“……!”

천문석은 반사적으로 마혁진을 봤다.

슬그머니 시선을 피하는 모습에 담긴 겸연쩍음.

그러나 진실을 알게 되는 순간 저 겸연쩍음은 분노로 변하리라!

분노한 마혁진을 상대할 방법은 간단하다.

이태성 길드장에게 전화 한 통만 하면 된다.

그러나 거지꼴이 돼서 뒤를 쫓는 마혁진을 보자 차마 전화를 걸 수가 없었다.

악인을 상대하는데도 최소한의 도의는 필요한 법!

그리고 거지가 된 마혁진의 저 모습에는 자신의 지분도 아주 약간이지만 있었으니까…….

‘떨어져 나갈 때까지 뺑뺑이를 돌린다!’

천문석은 이를 악물고 골목길을 달렸다!

---

전력으로 골목길을 달리는 이세기.

염동력장을 펼친 채 그 뒤를 쫓는 자신.

마혁진은 지금 자신의 상태를 뭐라 설명할 수가 없었다.

열사의 사막과 강철 도시에서 겪은 생각만으로도 치가 떨리는 기억들!

그 모든 일의 시작은 지금 자신의 앞에서 달리는 이세기와 신동대문에서 얽혔기 때문이다.

이세기만 없었으면 그 지옥에 떨어질 일도 없었다!

그런데 지금 자신은 그 ‘이세기’ 뒤를 쫓아 달리고 있었다.

복수하기 위해서는 아니다.

복수도 살만해야 드는 감정!

지옥에서 구르다가 마침내 부산으로 돌아온 지금, 안도감이 너무 커서 복수는 생각나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왜 이세기 뒤를 쫓고 있는 거지?’

스스로에게 묻는 순간 처음 열사의 사막에 떨어졌을 때가 떠올랐다.

혼이 빠져나가는 듯한 엄청난 고통과 함께 사막에 떨어졌을 때.

이세기는 외쳤다.

‘……반대 방향! 지하통로로 뛰어! 저기 이상해!’

그때 했던 실수!

이세기가 달려가던 지하통로가 아닌 반대쪽 사막으로 달렸다!

그 한 번의 실수로 지옥 같은 강철 도시와 열사의 사막에서 개같이 굴렀다!

‘이거구나!’

마혁진은 깨달았다.

처음부터 이세기를 따라갔으면 그 지옥에서 구를 일도 없었다는 후회!

강철 도시, 열사의 사막에서 수십, 수백 번 되뇌었던 후회가 기억뿐만 아니라 몸에도 흔적을 남긴 것이다!

그것 때문에 지구, 한국, 부산에 돌아왔는데도 마혁진의 몸은 자신도 모르게 이세기를 따라 달리고 있던 거다!

“……!”

깨달음의 순간 마혁진의 이성과 감성은 치열하게 부딪치기 시작했다.

이성은 당장 이세기를 떠나 다시는 얽히지 말라고 외친다!

감성은 혹시 모르니 완전히 위기를 벗어날 때까지 이세기를 쫓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혁진은 아무것도 선택하지 못한 채 이세기를 따라 계속 달렸다.

그리고 한참을 달린 골목길에서 빠져나오는 순간 건물 사이 으슥한 공터에 모여 있는 100여명의 헌터들이 나타났다.

던전에서 방금 나온 것처럼 엉망인 헌터들이!

‘이세기의 불운이 시작됐나!?’

소스라치게 놀란 마혁진이 반사적으로 염동력장을 터트리고 도망치려 할 때.

이세기를 본 헌터가 한발 먼저 외쳤다.

“이세기!”

순간 공터에 모인 100여명의 헌터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미친 진짜잖아!”

“어떻게 찾은 거야!?”

“시바! 이세기가 찾아왔다!”

“재앙! 재앙이 우리를 찾아왔다!”

……

헌터들은 미리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외쳤다.

‘뭐지!? 이 녀석들이 이세기를 어떻게 아는 거지!?’

마혁진이 멈칫하는 순간 생각지도 못한 외침이 들려왔다.

“길드장님!?”

---

“길드장님?”

천문석은 다급히 외친 녀석을 보는 순간 깨달았다.

칠성파 김기철!

건물 사이 으슥한 공터에 모인 헌터들!

그 사이에 칠성파 조직원들이 있었다!

‘이 녀석들이 왜!?’

문득 주위를 보자 모여 있는 헌터들 사이사이 낯익은 얼굴들이 보였다!

사색이 된 왕체!

하얗게 질린 최림!

부르르 떠는 추격팀 헌터!

……

공터에 모인 100여명의 헌터들은 기동 병참 도시에서 구해 준 용역 헌터 104인이었다!

“야, 너희 집에 안 가고 여기서 뭐 하냐?”

천문석이 한 용역 헌터의 어깨를 툭- 치며 묻는 순간.

으아아아아악-

다급한 비명이 터지고 둑이 무너지듯 용역 헌터들이 도망치기 시작했다!

“도망쳐! 재수 없는 거 옮는다!”

“눈, 눈 마주쳤어!”

“피해! 다시 끌려 간다!”

“옮기 전에 모두 도망쳐!”

……

용역 헌터들은 국가 헌병대라도 나타난 듯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

“…….”

천문석은 용역 헌터 놈들과 얽힐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그런데 상대가 먼저 도망치는 순간 가슴속 깊은 곳에서 알 수 없는 감정이 치솟았다.

적당히 안면 있는 후배에게 예의상 ‘밥 같이 먹을까?’ 말했는데 까이는 기분!

사람의 마음이란 오묘했다.

처음부터 같이 밥 먹을 생각 따위는 없었는데 까이는 순간 울컥하듯.

용역 헌터 놈들이 먼저 도망치자 가슴속에서 무언가 치솟았다!

재앙의 화신이라도 만난 듯 새된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는 용역 헌터들!

생각하기도 전에 몸이 먼저 움직였다.

“그래! 이세기가 왔다! 카캬카카카카-.”

천문석은 번개같이 달려 도망치는 헌터의 등을 때렸다!

툭-

으아아악-

손이 닿는 순간 마탄을 맞은 듯한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피해! 잡히면 안 돼!”

“오지마! 왜 쫓아오는 거야!?”

도망치는 자와 쫓는 자!

으슥한 공터는 순식간에 난장판이 됐다!

그리고 이세기를 쫓던 마혁진은 어느새 멈춰 서 다급히 외친 어쩐지 낯익은 헌터를 봤다.

“길드장님! 살아계셨군요!? 접니다! 기철이! 칠성 길드 김기철 팀장!”

이름을 듣는 순간 마혁진은 깨달았다.

칠성파 중간 보스, 김기철!

김기철이 엉망이 된 모습으로 나타났다!

“김기철! 네가 왜? 그 꼴은 또 뭐고!?”

“이세기! 시바! 이세기 저 새끼랑 얽혀서……! 앗! 지금 중요한 건 이게 아닙니다! 보스 급합니다! 얼른 따라오세요! 바로 튀어야 합니다! 뒤에 헌터 부대 붙었어요!

“헌터 부대? 헌터 부대가 왜!?”

위이이이이잉-

순간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들려오고 확성기에 담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 아! 게이트에서 나온 여러분 이동하지 마시고 멈추세요! 간단한 검역 절차와 조사 확인만 거치고 돌려…….]

“시바! 저놈들 국가 헌병대 놈들이다!”

“미친 사냥개가 풀렸다!”

“구라쟁이 새끼들아! 안 속아!”

“이세기가 국가 헌병대를 끌고 왔다!”

……

악명 높은 국가 헌병대의 등장!

공터 안을 달리던 용역 헌터들은 사방으로 뚫린 골목길로 도망쳤다.

“국가 헌병대! 왕체! 이쪽이다! 항구로 안내하겠다!”

사색이 된 김기철은 마혁진을 끌고 골목으로 달리며 외쳤다.

“이세기 새끼! 보스 바로 튀어야 합니다! 이세기 저놈이랑은 절대 얽히면 안 돼요! 이쪽으로 오세요! 항구에 빠져나갈 배 있습니다. 바로 튀면 됩니다!”

“잠깐! 비자금부터 찾고…….”

“그거 전부 다 털렸어요!”

“무슨 말이야? 쳐둔 악이 얼만데! 그게 전부 다 털릴 리가……!?”

“이태성! 이태성 그 새끼가 훑고 지나갔습니다!”

‘이태성 길드장!’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태성은 경찰, 판검사, 헌터 부대 같은 법으로 움직이는 공권력과는 달랐다.

보이스피싱 전화를 했다고 직접 중국으로 넘어가 개박살을 내놓는 게 이태성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미친놈 이태성 길드장이 움직였다면 한국에 있는 모든 돈과 부동산, 비자금은 끝장났다고 봐야 한다!

“……!”

눈앞이 깜깜해지고 다리에 힘이 풀리는 순간 뒤에서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상해 쪽 배 준비됐다! 공해상으로 나오기로 했어! 중간까지만 가면 된다! 너희는!?”

“이쪽도 준비됐다!”

김기철은 목소리를 낮춰 설명했다.

“쟤들 상해 쪽 조직에서 온 놈들입니다! 공해까지 데려다주면 상해로 입국해 자리 잡을 수 있게 도와주기로 약속했습니다!”

“남중국이면 지금 내전으로 엉망…….”

“남중국 통일됐습니다! 엄청난 각성자가 나타나서 군벌을 모조리 통합했어요! 지금 남중국 상황! 게이트 전쟁 직후 한국이랑 같습니다! 기회입니다!”

마혁진은 김기철 팀장의 말을 바로 알아챘다.

게이트 전쟁이 끝난 직후의 한국.

길드가 하나둘 생겨나고, 헌터 업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초창기.

그때 정부 의뢰를 수행한 각성자들은 상점을 받아 길드를 세우고 헌터 업계의 거물로 자라났다!

대형 길드, 부산물 거래소, 헌터 장비 업체!

1세대 헌터임에도 간을 보다 놓쳤던 기회를 남중국에서 잡자는 이야기다!

눈빛이 교차하는 순간 마혁진과 김기철, 두 사람은 순식간에 교감했다.

헌터 부대의 추적을 받고.

이태성 길드장에게 찍혔고.

재앙의 화신 이세기까지 있는 한국!

‘한국을 벗어나 기회의 땅 남중국에서 대박을 터트린다!’

자신과 김기철, 남은 칠성 길드 부하들.

그리고 현지에서 도움을 줄 조력자까지.

‘이게 바로 기다리던 기회다!’

마혁진은 난장판을 만들며 달리는 이세기를 힐끗 봤다.

이 순간 이성이 감성을 압도했다.

마혁진은 김기철을 따라 골목 안으로 달렸다.

이세기는 이제 지긋지긋했다.

남중국! 이세기가 없는 기회의 땅에서 새로 시작한다!

마혁진과 김기철, 칠성 길드 조폭들은 왕체와 최림, 철검장 무사들과 함께 항구로 달렸다.

이세기가 없는 기회의 땅!

남중국 상해로 향하는 밀항선을 타기 위해서!

정신없이 달리던 마혁진은 문득 든 생각에 김기철에게 물었다.

“아까 말한 남중국을 통일했다는 각성자는 누구냐?”

김기철은 뒤따라오는 왕체를 힐끗 보고 목소리를 낮췄다.

“이름, 출신, 외모 아무것도 알려지지 않았는데. 남중국에서는 이렇게 부른다고 합니다. 천검!”

천검(天劍)!

마혁진은 입안으로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느낌이 좋다!’

이세기가 절대 오지 못할 곳!

천검이 있는 남중국 상해에서 새 출발을 한다!

그리고 한참을 달리던 중 문득 고개를 갸웃했다.

“천검, 천검? 어디서 들었던 거 같은데?”

“무공 각성자 놈들이 별호 거창하게 짓는 건 흔하잖아요? 아마 한국에 천검이 100명은 있을걸요?”

피식 웃는 김기철 팀장의 말에 마혁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은 무공 각성자 수와 비율 모두가 높았다.

그런 무공 각성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무기가 검(劍)이고 별호에 천(天)자를 넣는 경우도 많다.

천검이란 별호가 귀에 익어도 이상할 것은 없었다.

마혁진은 잡념을 떨쳐 버리고 이세기가 없는 기회의 땅 남중국에서 어떻게 길드를 재건할지 계획을 세웠다.

‘남중국에서 거물로 성장해 돌아온다!’

마혁진은 다짐하고 다짐했다.

---

천문석은 문득 고개를 돌렸다.

국가 헌병대의 방송이 들려오자 용역 헌터들은 뿔뿔이 흩어져 도망치기 시작하고, 끈질기게 따라붙던 마혁진도 김기철과 함께 멀어지고 있다!

마침내 마혁진이 떨어져 나갔다!

미친놈처럼 웃으며 용역 헌터들을 쫓아 달린 보람이 있었다!

‘지금 완전히 꼬리를 떼어 낸다!’

천문석은 재빨리 막다른 골목으로 뛰어들어 벽을 박차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파파파파팟-

납작 엎드린 채 번개같이 옥상을 기어 지붕을 뛰어넘었다!

다섯 번 옥상을 뛰어넘자 비명과 고함, 사이렌 소리가 사라졌다.

바로 배낭을 열어 깨끗한 재킷과 바지를 꺼내 갈아입고 물티슈로 손발과 얼굴을 닦아내고 머리를 정돈했다.

말끔해진 모습으로 변하는 순간 훌쩍 뛰어 골목으로 떨어져 내리는 천문석.

천문석은 느긋한 걸음으로 골목에서 나와 큰길로 걸어갔다.

해운대를 벗어난 큰길가 도로에는 정상적으로 차량이 운행하고 있었다!

‘됐다! 이제 부산역으로 가면 깔끔하게 마무리된다! 버스 정류장이…… 저기 있구나!’

반사적으로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가던 천문석은 멈칫했다.

조금이라도 빨리 해운대에서 멀어져야 한다.

게다가 자신은 엄청난 초대박을 터트린 상황.

지금까지 상상만 하던 그걸 할 최적의 타이밍이다!

천문석은 도로가에 멈춰 서 손을 번쩍 들고 외쳤다.

“택시!”

부아아아아앙-

순간 마수가 울부짖는 듯한 엔진음이 빠르게 가까워졌다!

“……?”

문득 고개를 돌리자 커다란 바이크가 단숨에 달려와 급정지했다.

끼이이이이익-

반사 코팅된 풀 페이스 헬멧에 검은 바이크 슈트를 입은 여성 라이더!

헬멧이 천문석에게 향하는 동시에 단호한 기계음이 들려왔다.

[타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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