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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849화 (850/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849화>

꿀벌 인형 머리를 쓴 타격대 군인?

“……미친놈인가? 인형 머리는 왜 쓴 거야!?”

황당함에 자신도 모르게 외치는 순간.

김태우 중령은 깨달았다.

타격대 군복!

각성 군인 중 미친놈은 모두 모아 놓는다는 타격대 군복을 입었다!

자신도 타격대와 얽혀 봐서 알았다.

그놈들이면 인형 머리를 쓰고 다녀도 이상할 게 하나도 없었다!

차라리 잘 됐다!

타격대 군인들은 8할 이상이 사병과 부사관!

계급으로 찍어 누르고 바로 본부로 이동한다!

“바로 착륙……!”

크게 손을 흔들며 외치는 순간.

타타타타타타-

꿀벌 인형 머리를 쓴 타격대 군인이 뛰어내렸다.

탁, 데구루루-

가볍게 모래 위를 한 바퀴 굴러 일어나는 순간 외치는 타격대 여군!

“촉이 왔어! 너! 네가 바로 이번 난장판의 범인이구나!?”

“……!”

흠칫 놀란 김태우 중령은 재빨리 계급장부터 확인했다. 그러나 군복 어디에도 계급장이 보이지 않았다.

“혹시 계급이……?”

“야! 빨리빨리 내려 와! 촉이 왔다니까! 얘가 범인이야!”

대답 없이 강습 헬기를 향해 외치는 여군.

타타타타타타-

그러나 해운대 모래사장은 사방에 잡동사니가 널려 있는 상황.

강습 헬기는 잡동사니가 널린 모래사장 위를 회전하며 착륙할 장소를 찾기 시작했다.

김태우 중령은 재빨리 여군을 훑었다.

꿀벌 인형 머리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젊다! 게다가 각성력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타격대에 배속된 지 얼마 안 된 초짜다!

헬기에서 다른 녀석들이 내리기 전에 이 녀석부터 기선을 제압한다!

김태우 중령은 각성력을 끌어올린 채 성큼 다가가며 외쳤다.

“상관을 봤으면 관등성명부터 대라!”

“관등성명? 잠깐……! 지금 뭔가 오해가 있나 본데 나 군인이 아니라 선생님……!”

김태우 중령은 반사적으로 손을 뻗어 꿀벌 인형 머리 더듬이를 잡았다!

“군대가 장난이냐! 당장 이 인형 머리부터 벗어라!”

“앗! 안 돼! 당기지 마! 벗겨지면 안 돼! 놓으라니까! 나 꿀벌쌤이야! 이거 없으면 학교로 못 돌아간단 말야!”

상대의 다급한 외침에도 김태우 중령은 멈추지 않았다.

기선제압!

오히려 몸으로 밀고 들어가 다리를 걸고 더듬이를 잡은 손에 각성력을 실었다!

“으앗! 뭐야!? 왜 못 빠져나오는 거야!?”

각성자 특유의 힘이 느껴지지만, 전혀 위협적이지 않다!

으앗, 으아앗-

양손으로 인형 머리를 붙잡고 버티는 게 고작!

“야! 얼른 도와줘! 찬석아 얼른 뛰어와! 얘가 내 머리 당기고 있어! 그만해! 더듬이 떨어지려고 하잖아! 으앗-.”

부하들을 불러도 이미 늦었다!

인형 머리를 뽑아 던져 기선을 제압하고 바로 헬기를 타고 출발한다!

이야압-

기합과 함께 꿀벌 인형 머리를 뽑아 멀리 던지는 순간 얼굴이 드러났다!

“으앗! 안 돼! 내 머리!”

‘16, 7세?’

예상보다 더 어린 십 대 중반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모습!

‘강제 입대한 각성자구나!’

상대의 정체를 깨닫는 순간 인형 머리를 찾아 달려가는 여군의 팔을 낚아채고 외쳤다.

“어딜 도망가려고! 제대로 관등성명부터 대라!”

“나 군인 아니라니까! 나 진짜로 선생님이야! 찬석아! 너 빨리 와서 말 좀 해 줘! 얘 뭔가 좀 이상해!”

타타타타탁-

등 뒤에서 다급히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잠깐! 거기 멈춰라!”

“하! 타격대 놈들 빠져서는!”

김태우 중령은 잡은 손을 놓고 꿀밤을 날렸다.

딱-

으악-

여군이 비명과 함께 머리를 잡고 주저앉는 순간.

뒤에서 불쑥 튀어나온 손이 김태우 중령의 팔을 잡았다.

“감히! 어떤 놈이!”

버럭 소리치며 몸을 돌리던 김태우 중령은 얼어붙었다.

군복에 박힌 별.

명찰에 적힌 이름.

그리고 너무나 익숙한 그 얼굴.

헌터 부대 실세 중의 실세.

서울 헌터 부대 박찬석 준장!

“어, 어어!?”

뭐라 말을 잇지 못할 때 들려오는 어이없어하는 목소리.

“하…… 꿀밤을 때렸다고? 귀관이 위협적이지 않았다는데 감사해라!”

“네? 네……! 명심하겠습니다!”

김태우 중령이 바짝 얼어붙어 부동자세를 취하는 순간.

박찬석 준장은 자신도 모르게 헛웃음이 터졌다.

“내 꿀벌 가면! 으아앗! 안 돼!”

멀리 날아간 꿀벌 인형 머리를 찾아 정신없이 달려가는 이세영 특임 소장님.

이 황당하기까지 한 광경이라니!

역대 최고의 레이드 커맨더.

무수히 많은 재앙급 마수와 거대 괴수를 잡아낸 검은 폭풍!

이세영 특임 소장님 인형 머리를 뽑아 던지고 꿀밤을 때렸다.

이 모습을 보는 순간 알 수 있었다.

EMP 마력 폭풍마저 예견한 마치 미래를 보는 듯한 통찰력이 담긴 전투 예지가 끝났다.

그렇지 않다면 눈앞의 중령은 이세영 소장님의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했을 거다!

박찬석 준장은 해진 군복을 입고 얼어붙은 중령의 명찰을 살폈다.

이세영 소장님이 뛰어내리는 순간 예상한 그대로의 이름이 보였다.

자신과 이세영 소장님이 낙동강 전선 지하를 헤매게 만든, 신동대문 지하 터널에 생긴 균열 너머 사막 마경에 떨어진 특무대 군인.

김태우 중령!

중첩 안정화 권역인 해운대 앞바다에 게이트가 열리고 거대 괴수가 튀어나온 직후 실종됐던 김태우 중령이 돌아왔다.

이 모든 게 우연일까?

당연히 우연일 리가 없었다!

게다가 이세영 소장님이 이 모든 난장판을 일으킨 범인이라고 지목했다.

박찬석 준장의 촉이 움직였다.

‘김태우 중령! 이 녀석 뭔가 알고 있다!’

꿀벌 인형 머리를 쓰고 돌아온 이세영 특임 소장님의 잔뜩 화난 외침이 들려왔다.

“찬석아! 나 군인 아닌 거 맞지!?”

“네 맞습니다!”

“선생님……!”

“당연히 선생님이신 것도 맞습니다!”

“봐! 맞잖아! 왜 사람 말을 못 믿어!”

김태우 중령은 얼어붙었다.

‘찬석아? 박찬석 준장을 이름으로 부르고 반말을 한다고!? 게다가 박찬석 준장이 오히려 존대하고!?’

이 모든 게 말이 되는 상황은 하나뿐이다!

노화 역전 각성!

이 꿀벌 인형 머리를 쓴 10대 중반의 소녀로 보이는 군인은 세월의 흐름마저 되돌린 최고등급 각성자다!

‘분명 각성력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는데!?’

다시 한 번 각성력을 가늠하려는 순간 고함이 터져 나왔다.

“왜 사람 말을 못 믿어! 나 군인 아니라 선생이라고! 역사 교사라고 몇 번을 말했어! 이거 꿀벌 더듬이 어떡할 거야!? 축 늘어졌잖아!?”

“중령! 이 분은 현재 군에서 특별 고문으로 일하고 계시는 선생님이시다! 바로 사과드리도록!”

박찬석 준장이 말하는 즉시 김태우 중령은 허리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선생님! 제가 큰 실수를 했습니다!”

그리고 재빨리 박찬석 준장에게 경례했다.

“충성! 신동대문에 임시 주둔했던 특무대…….”

“어, 알아. 김태우 중령. 균열 너머 사막에서 어떻게 운 좋게 돌아왔군?”

“네!?”

박찬석 준장의 차가운 시선이 날아오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야!?’

“그래 무슨 일이 있었지?”

머리를 굴리려는 순간 툭 던져진 질문!

“자세한 사정은 서면으로 보고드리겠습니다! 그보다 지금 당장 연구소로 옮겨야 할 물건이 있습니다! 제가 탈출하면서 확보한 중력을 제어하는 마도구! 글라이더선입니다!”

김태우 중령은 재빨리 타고 온 비행 원반을 가리켰다.

“중력을 제어한다고?”

“네! 여기에 새겨진 마법 회로만 역설계 할 수 있다면…….”

박찬선 준장은 손을 들어 말을 끊고 옆을 봤다.

“선생님. 이 글라이더선이라는 마도구의 가치가 어떨 것 같습니까?”

“당연히 꼭 확보해야 하는 마도구지! 중력을 조종하다니! 뭐 생각나는 거 없어? 서울 하늘! 재금 그룹 본사가 있는 섬이잖아!”

김태우 중령의 얼굴이 환하게 피어났다.

재금 그룹 본사가 세워진 거대한 부유섬, 전능 옥좌!

자신이 가져온 비행 원반에 새겨진 중력 제어 마력회로를 연구하면 그 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

연구에 들어갈 비용은 걱정할 것도 없다.

수많은 국가와 기업이 정신없이 달려들 거다!

김태우 중령의 마음속 불안감이 씻은 듯 사라지려는 순간.

박찬석 준장과 이세영 선생의 문답이 시작됐다.

“혹시 선생님께서 이 비행 원반을 산다면……?”

“당연히 전 재산을 모두 쏟아부어서라도 사야지!”

환해지는 김태우 중령의 얼굴.

“그렇군요. 아까 김태우 중령이 범인이라고 외치셨는데……?”

“맞아! 내 촉이 말하고 있어! 이 난장판을 만든 건 쟤야!”

어두워지는 김태우 중령의 얼굴.

“범인이면 바로 구속해서 수사를 시작해야 할까요?”

“뭐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난장판은 마무리됐고 크게 다친 사람도 없잖아? 게다가 비행 원반도 가져 왔는데…….”

김태우 중령은 재빨리 끼어들었다.

“맞습니다! 이 비행 원반의 지분 전체를 국가에 양도하겠습니다.”

박찬석 준장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툭 던지듯이 말했다.

“김태우 중령.”

“중령! 김태우!”

“귀관을 긴급 체포한다.”

“네! …… 네?”

“당장 구속해라!”

김태우 중령의 얼굴이 극적으로 변화하는 순간 헬기에서 내린 헌병들이 달려와 김태우 중령을 잡았다.

“아니, 잠깐 왜!? 저분! 아니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는데 왜!?”

김태우 중령의 횡설수설하는 외침에.

박찬석 준장은 피식 웃으며 주먹을 들어 비행 원반을 툭 쳤다.

쿠우우웅-

북처럼 진동하는 비행 원반에서 모래가 치솟아 올랐다.

마치 시간을 빠르게 돌리는 것처럼 쩍쩍 뻗어 나가는 금과 바스러져 풍화되는 표면!

“앗! 이게 뭐야!? 마도구가 왜 바스러져!”

깜짝 놀라 경악하는 이세영 선생님.

박찬석 준장은 이 모습을 보는 순간 확신했다.

위기는 끝났고 이세영 소장님의 전투 예지는 끝났다. 아니, 완전히 반전됐다!

지금의 이세영 소장님은 헛다리의 신, 꽝손모드였다!

즉, 이세영 소장님은 김태우 중령 저놈을 당장 족쳐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잠시만! 꼭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저한테 엄청난 정보가 있습니다!”

김태우 중령이 끌려가며 외치는 순간.

이세영은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찬석아! 엄청 정보라잖아! 당장 들어 봐야 할 것 같아!”

하하하하하-

박찬석 준장은 미친 듯이 웃음을 터트렸다.

최선의 길을 선택할 수 있는 힘!

이세영 특임 소장님의 각성력은 역시 최고다!

* * *

“……어?”

난장판이 된 해운대 모래사장을 지나 도로에 올라서는 순간 어쩐지 귀에 익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힐끗 돌아본 해변에는 어느새 사방에서 몰려 온 군인들과 헌터들이 가득했다.

이들이 잡동사니에 파묻힌 글라이더선을 파내고, 모래처럼 바스러지는 모습에 황당해하는 게 보였다.

글라이더선은 중력 제어 마법 회로가 새겨진 마도구. 당연히 보안 장치가 되어 있었다!

즉, 김태우 중령은 헛된 꿈을 꾼 것이다!

“뭐 사는 게 다 그런 거지. 힘내라!”

피식 웃은 천문석은 바로 고개 돌려 산을 봤다.

특급 헌터와 동료들이 있던 산.

산을 향해 달려간 나이트 아머는 어느새 사라졌다.

천문석은 난장판이 된 도로를 달리며 머리를 굴렸다.

동료 모두 전투가 끝나는 걸 봤을 테니 약속대로 부산역 광장으로 올 거다!

특급 헌터만 빼고!

특급 헌터를 생각한 순간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뭉클해졌다.

온갖 고생…… 난장판을 거쳐 일주일만에 나타난 아이.

일주일 동안 피가 마르는 고통 속에서 아이를 찾아다녔을 엄마.

특급 헌터와 장민 대표님.

지금 두 사람은 감동의 재회를 하고 있을 거다.

가슴 뭉클한 재회를 하고 있을 두 사람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

천문석은 머릿속으로 동선을 짰다.

바로 부산역 광장으로 이동해 동료들에게 한턱내고 KTX를 타고 서울로 돌아간다!

해운대에서 부산역까지는 대략 15km!

지금 해운대 주위는 EMP 마력 폭풍이 훑고 지나가 도로, 인도, 건물 할 것 없이 모두 엉망인 상태다!

사방에서 사이렌 소리가 울리고, 구조대와 군인들이 정신없이 달리고 있다.

그러나 몇 블록 너머 빌딩들은 상태가 괜찮았다.

거대 악어 괴수 로봇이 일으킨 EMP 마력 폭풍의 영향은 해운대 일대에만 먹혔다!

즉, EMP 마력 폭풍이 훑은 해운대만 벗어나면 택시를 잡아타고 부산역으로 이동하면 된다.

머릿속으로 동선을 짠 천문석은 달리는 속도를 올렸다.

이때 등 뒤에서 계속 외면하던 외침이 들려왔다.

“야! 너 어디 가냐니까! 우리 목적지가 어디야!?”

해운대 해변에서부터 여기까지 끈질기게 따라오는 마혁진!

‘우리라고? 아니, 이 녀석은 왜 계속 나를 쫓아오는 거야!?’

“야, 왜 자꾸 따라와? 여기 부산이야! 너 한국 사람이잖아!? 알아서 각자 갈 길 가자! 이제 서로 볼일 없잖아!?”

“…….”

마혁진은 슬그머니 시선을 피하며 딴청을 피웠다.

‘얘는 또 왜 이래!?’

자신도 모르게 기감을 뻗는 순간 홀연히 불어오는 바람!

휘이잉-

한 줄기 바람이 등골을 스쳐 지나가는 동시에 말로 설명하기 힘든 무언가가 마혁진에게서 느껴졌다!

젖은 양말을 신고 걷는 듯한 느낌!

한화 이글스 적금을 들었을 때의 그 감각!

‘뭐지? 이거 어디서 들었는지!?’

순간 벼락 치듯 워커 실트7의 외침이 떠올랐다!

‘재수 없는 거 옮았구나! 퉤퉤퉤, 퉤퉤퉤퉤-’

“……!”

천문석은 마혁진에게서 느껴지는 무언가의 정체를 깨달았다!

마혁진! 이 녀석 왠지 굉장히 재수 없어 보였다!

옮을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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