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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845화 (846/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845화>

천문석은 나이트 아머가 깃털 같은 보법을 밟아 워커 실트에게 돌진하는 순간 눈치챘다.

살기가 없다!

워커 실트를 죽이려는 공격이 아닌 제압하기 위한 공격이다!

당연했다! 나이트 아머의 목표는 워커 실트를 제압해서 이상 던전을 다시 여는 거니까!

즉, 지금 가장 효율적인 공격은 워커 실트를 미끼로 던져 주고 나이트 아머 뒤통수를 까는 것!

나이트 아머는 확 작아진 상태고 자신에게는 무게가 변하는 레이의 강철봉이 있다!

‘임팩트 순간 모든 걸 쏟아부으면 일격에 무력화할 수 있다!’

여기까지 생각이 진행되는데 걸린 시간은 찰나!

천문석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쿵-

진각을 밟으며 전진!

핑그르르-

회전하는 강철봉을 발사했다!

콰아아아아앙-

그리고 강철과 강철이 충돌하는 거대한 굉음이 터져 나왔다.

나이트 아머 거검 아래.

천문석의 강철봉이 수직으로 놓여 있었다.

“이세기! 너!?”

워커 실트가 자신 앞을 막은 강철봉에 깜짝 놀라는 순간.

천문석은 재빨리 외쳤다.

“야! 2단계! 바로 2단계 계획 진행한다!”

팟-

순간 거검이 거둬지고 폭풍 같은 맹격이 쏟아졌다!

깡깡콰카카캉-

귀가 멀듯한 충돌음이 끝없이 터지고!

파지지지지직-

시야를 태우는 섬광과 불꽃이 비 오듯 쏟아졌다!

그리고 하늘에서 떨어지는 거대 악어 로봇의 앞발 공격!

쿠우우우웅-

암석 갑각이 바스러지고 지진이라도 난 듯 바닥, 악어 로봇 머리통이 요동쳤다!

악어 로봇 머리 위는 순식간에 난장판이 됐다!

이런 난장판에서 1층 건물 높이의 나이트 아머와 호각으로 싸우는 헌터!

상상조차 하지 못한 생각만으로도 흥미진진한 격전이 펼쳐졌다!

문제는 싸우고 있는 헌터가 천문석 자신이라는 것!

‘시바! 잘 나가다 마지막에 이게 뭐야!?’

콰아아, 콰아아앙-

단순한 검로에 담긴 무게가 파괴력으로 변해 쏟아진다!

나이트 아머 거검과 강철봉이 충돌하는 매순간 전해진 충격파가 육체를 훑는다!

내력이 가닥가닥 끊어지고 몸은 당장이라도 갈기갈기 찢길 것만 같다!

‘레이의 강철봉이 아니었으면 벌써 아작났다!’

천문석은 정신없이 강철봉을 움직이며 외쳤다.

“2단계! 야, 빨리 2단계 진행해! 오래 못 버틴다!”

떨어지는 앞발을 피하며 멍하니 전투를 보던 워커 실트는 바로 외쳤다.

“2단계! 지금 광전사 모드라 해제가 안 돼! 그냥 카운트다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뭐!? 야, 이 씹! 그걸 먼저 말해야지! 얼마나 남았…….”

“3분 17초!”

시바시바시바시바!

3분 17초는커녕 이대로면 2분도 간당간당하다!

어쩔 수 없다!

3단계 낙하산 탈출로 바로 진행한다!

다급히 외치려는 순간 워커 실트가 먼저 외쳤다.

“걱정 마! 나한테 방법이 있다! 조금만 2분! 120초만 버텨!”

2분!

승리가 아닌 버티기 120초면 할 만하다!

목표가 명확해지는 순간 천문석은 강철봉에 담긴 내력을 변화시켰다!

당기고 밀어내고, 긁어서 터트린다!

종잡을 수 없이 변화하는 내력!

훙훙, 훙훙훙훙-

어느새 강철봉은 거검과 닿지 않고 허공을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무공의 합은 바둑과 비슷하다.

흑과 백이 바둑판 위에 차례로 놓는 한 수 한 수는 초식과 초식이 부딪치는 공방, 합!

그러나 바둑과 달리 무공의 합은 놓는 순서와 놓는 바둑돌의 수가 정해져 있지 않다!

즉 이런 게 가능했다.

종잡을 수 없는 내력이 담긴 강철봉은 무공의 상리를 따르지 않는 기괴한 초식을 펼쳐 내기 시작했다!

훙-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찌르고!

쿵- 나이트 아머 앞 바닥을 찍는다!

휭- 수평으로 의미 없는 선을 긋고!

둥- 커다란 원을 그려 거검을 가둔다!

의미 없는 기괴한 초식!

그러나 그 초식이 천문석의 손에서 펼쳐지는 순간 원인과 결과, 인과가 역전됐다!

허공을 찌른 강철봉에 닿아 전진이 멈추고!

바닥을 찍은 강철봉에 발이 걸려 균형을 잃는다!

수평으로 의미 없이 그어진 선이 손목을 때려 거검이 비틀리고!

커다란 원이 그려지는 순간 벽을 만난 듯 검로가 모조리 막힌다!

마치 미래를 보는 듯한 인과 역전의 초식들!

나이트 아머 조종사는 지금 상황을 믿을 수가 없었다.

어느새 충돌음은 사라지고 거검은 불빛에 홀린 나방처럼 강철봉을 쫓고 있었다!

팔다리, 전신에 끈이 묶여 조종당하는 듯한 기괴한 감각!

나이트 아머 조종사는 헬스장 강철봉으로 상상조차 하지 못한 무공을 펼치는 이계인의 동료를 봤다.

평범한 가죽 재킷과 청바지!

풀 페이스 헌터용 안전 헬멧과 안전 장갑!

몸 어디를 살펴도 마도구는커녕 강화 전투복도 입지 않았다!

‘일용직 헌터 같은 장비로 나이트 아머와 호각으로 싸운다고!’

순간 섬뜩한 직감이 왔다!

“……!?”

반사적으로 주위를 살피는 순간 깨달았다!

강철봉에서 생겨난 그림자가 천지를 뒤덮고 해가 진 듯 주위가 어두워졌다!

나이트 아머 차폐 방어막이 뚫렸다!

어느새 조종석으로 새어 들어온 기괴한 힘이 감각을 교란하고 있다!

이대로면 놓친다!

여기서 저 이계인을 놓치면 강릉 이상 던전의 단서가 사라진다!

‘영원히 찾을 수 없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순간.

나이트 아머는 반사적으로 뒤로 뛰어 거리를 벌리고 두 주먹을 부딪쳤다!

최상급 정제 마석에 담긴 마력이 훅 깎여 나가고.

콰아앙, 쿠르르르릉-

마력을 흡수하는 상쇄 파동이 쏟아져 감각을 교란하던 기이한 힘을 흡수했다!

빠르게 돌아오는 감각!

이 순간 나이트 아머는 전력을 다해 돌진했다!

적당히 상대해서는 꺾을 수 없는 상대다!

쿠우웅-

체중이 담긴 무거운 보법으로 돌진해!

팟-

깃털같이 가볍고 경쾌하게 검을 펼친다!

검을 멈추는 순간 다시 말려든다!

지금 필요한 건 멈추지 않고 우직하게 펼치는 검로!

방어를 도외시한 공격을 폭풍처럼 쏟아붓는다!

깡깡까까각가가강-

천문석은 정신없이 거검을 막으며 감탄했다.

‘이 파일럿! 천검 이세기과다!’

하늘이 내린 재능과 천부적인 전투 감각!

게다가 실전에 더욱 강한 스타일이다!

은근슬쩍 밀어 넣은 구인창의 경력을 단숨에 끊어 버리고!

무공의 상리를 벗어난 인과 역전의 초식을 방어를 도외시한 공격으로 부수고 있다!

화려한 기술을 쏟아붓는 적을 향해 약발 연타를 날리는 격!

평소라면 30합이면 제압할 수 있다!

문제는 화려한 기술을 쏟아붓는 자신의 내력이 ‘실피’라는 것!

약발 연타라도 계속 스치면 결국 패배한다!

나이트 아머 파일럿은 최고가 아닌 최선의 선택을 했다!

이대로 싸우면 20수 안에 소모전이 시작되고, 소모전이 시작되면 연이은 격전으로 내력이 말라가는 자신이 진다.

외통수에 걸렸다!

그러나 자신에게는 나이트 아머 조종사에게 없는 게 있었다.

동료!

그리고 2분이 지났다!

쿵-

천문석은 진각을 밟고 훌쩍 뒤로 뛰는 순간 외쳤다

“지금이다!”

* * *

‘속임수!?’

돌진하려던 나이트 아머가 멈칫하는 순간.

암석 갑각 뒤에서 튀어나온 워커 실트는 나이트 아머 외장갑을 향해 정신없이 무언가를 던졌다.

찰싹, 찰싹, 찰싹-

끈끈한 회색 진흙 덩어리가 나이트 아머 능동 방어 마력장을 아무렇지도 않게 통과해 외장갑 곳곳에 달라붙었다!

“……!”

파지지지직-

소스라치게 놀라 반사적으로 방어용 전격을 쏟아붓는 순간

콰카카카카카캉-

외장갑에 줄줄이 달라붙은 회색 덩어리들이 연쇄 폭발했다!

“낚였구나! 당연히 낚이지! 이건 무기가 아니라! 마이너 타이탄 수리용 융해제니까! 카카카캌-!”

연쇄 폭발에 단숨에 주저앉은 나이트 아머!

거검은 반으로 부러지고 외장갑 곳곳에 구멍이 뻥 뚫리고 관절이 뒤틀렸다!

완전히 무력화된 건 아니지만 이 정도면 충분하다!

바로 지금 탈출한다!

천문석은 강철봉을 거두고 달려가며 외쳤다!

“3단계다! 바로 빠져나가자!”

“잠깐만 기다려! 복수 좀 하고!”

“뭐!? 야, 뭐 하려고!?”

워커 실트는 나이트 아머로 달려가 외장갑에 뻥뻥 뚫린 구멍 안으로 쇠 구슬을 던져 넣었다.

낯익은 쇠 구슬!

공방 도시 절벽을 붉게 물들인 최루 가루가 담긴 구슬이다!

순간 문득 떠오르는 장면!

‘이 나이트 아머 흡(吸) 자결의 무리가 담긴 파동을 사용했다!’

“야, 안 돼! 최루탄은 던지면 안 돼!”

“카카캌- 걱정 마라 이녀석 완전히 무력화…….”

퍼퍼퍼퍼퍼펑-

말이 끝나기도 전에 최루탄이 터지고 붉은 가루가 쏟아졌다!

이 순간 주저앉았던 나이트 아머의 양 주먹이 충돌했다!

콰아앙, 쿠르르르릉-

물결치듯 쏟아지는 상쇄 파동이 진공청소기처럼 최루 가루를 단숨에 모아 붉은 구를 만들었다!

“으앗! 뭐야 어떻게 움직이는 거야!?”

워커 실트가 반사적으로 도망치며 방독면을 꺼내는 순간 한발 먼저 붉은 구가 날아왔다!

퍼석-

단단히 뭉쳐진 최루 가루는 충돌 순간 부서져 워커 실트를 삼켜 버렸다.

“크엑- 시바! 빌어먹을! 쿨럭,쿨럭- 쿠웨엑-.”

워커 실트는 눈코입에서 체액을 줄줄 쏟아 내며 데굴데굴 고통스럽게 굴렀다.

“…….”

뭐라 말할 수 없는 황당한 상황에 멍하니 바라볼 때.

그륵, 그르륵-

나이트 아머가 바닥을 기어 워커 실트에게 향하는 게 보였다!

살기가 아닌 절박함이 느껴지는 움직임!

자신도 모르게 멈칫하는 순간 나이트 아머는 필사적으로 바닥을 기어, 최루 가루 속에서 데굴데굴 구르는 워커 실트 위를 몸을 덮었다.

이 순간 악어 로봇 앞발이 나이트 아머 외장갑을 내려찍었다.

콰아아앙-

무방비한 상태에서 쏟아지는 공격에 구멍 뚫린 외장갑에 금이 가고 바스러지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나이트 아머는 피하지 않았다.

곳곳에 구멍이 뚫리고 관절이 비틀려 제대로 일어서지도 못하는 나이트 아머는.

워커 실트를 가린 채 끝없이 떨어지는 악어 로봇 앞발을 막아 내고 있었다.

나이트 아머는 워커 실트를 잡으려 공격을 쏟아부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워커 실트를 지킨다고?

이 순간 천문석은 문득 깨달았다.

자신이 중요한 질문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왜?’

저 나이트 아머는 ‘왜?’ 워커 실트를 잡으려 했을까?

이상 던전을 다시 열기 위해서!

대답이 튀어나오는 순간 불현듯 질문이 떠올랐다.

저 나이트 아머는 ‘왜?’ 이상 던전을 열려고 했을까?’

이 순간 퍼즐 조각이 맞춰지듯 흩어진 단서들이 하나로 맞춰져 큰 그림을 그려냈다.

큰 그림이 완성되기 직전, 머리가 아닌 감성이 먼저 움직여 자신도 모르게 말이 툭 튀어나왔다.

“이상 던전 안에 꼭 찾아야 할 게 있었으니까.”

“……!”

스스로의 말에 소스라치게 놀라는 순간.

발아래 괴수 머리 안 깊은 곳에서 거대한 진동이 밀려 왔다!

쿠르르르르르르릉-

암석 갑각을 통과한 진동은 거대한 파문이 되어 사방으로 밀려 갔다!

EMP 마력 폭풍!

첫 번째 게이트가 열렸던 밀레니엄! 전 세계에 몰아쳤던 EMP 마력 폭풍이 다시 한번 터졌다.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작은 규모지만, 그 효과는 확실했다.

동심원을 그리는 거대한 파문이 훑고 지나가는 순간 마력이 담긴 모든 게 터지고 멈췄다.

구멍난 외장갑 안에서 마력 스파크가 쏟아지고.

하늘에서 떨어지던 악어 괴수 앞발이 악어 괴수의 거체가 힘없이 축 늘어졌다.

천문석이 쓰고 있던 안전 헬멧에 스파크가 튀어 오르고.

주위를 둘러싼 거대한 바닷물 기둥들이 힘을 잃고 단숨에 무너져 내렸다.

콰아아아아아-

갑자기 폭포 수백 개가 생겨난 듯 굉음이 터지고 바닷물이 비가 되어 쏟아졌다.

빗물에 최루 가루가 씻긴 워커 실트가 게이트를 향해 손을 뻗으며 외쳤다.

“쿠엑- 게이트! 게이트 쿨럭쿨럭- 아직 늦지 않았어!”

이 외침을 듣는 순간 천문석은 번쩍 정신이 들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금은 감상에 젖을 때가 아니라 움직일 때다!

천문석은 스파크가 튀는 안전 헬멧을 벗어 던져 버리고 워커 실트에게 달렸다.

“그래! 늦지 않았다! 조금만 기다려라!”

이때 나이트 아머가 상체를 일으키며 두 주먹을 부딪쳤다!

콰앙, 쿠르르르릉-

물결치듯 흘러나온 상쇄 파동이 EMP 마력 폭풍이 일으킨 스파크를 삼켰다!

나이트 아머는 끝없이 두 주먹을 부딪쳤다.

쿠릉, 쿠르릉-

어느새 스파크는 모두 꺼지고 술에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며 일어나려는 나이트 아머!

융해 폭탄을 얻어맞은 후 외장갑에 뚫린 구멍으로 EMP 마력 폭풍이 쏟아지고 최루 가루까지 스며들었다!

그런데도 나이트 아머는 다시 몸을 일으키고 있다!

엄청난 근성이다!

이대로 시간을 주면 다시 한번 싸워야 한다!

힐끗 시선을 돌리니 눈코입에서 줄줄줄 체액을 쏟아 내는 워커 실트가 보였다.

나이트 아머를 침묵시키고 워커 실트와 탈출한다!

천문석은 강철봉을 들어 올리며 마지막 내력을 끌어모았다.

격산타우(隔山打牛)!

구멍 뚫린 외장갑 너머!

조종석 안으로 타격력을 쏟아 넣는다!

큰 힘을 쏟을 필요는 없다!

2, 3분! 낙하산을 펼치고 빠져나갈 시간만 벌면 된다!

타, 탓, 탕-

세 걸음 진각을 밟아 강철봉에 내력을 담는 순간.

기이이이잉-

엔진음과 함께 나이트 아머가 고개를 들었다.

나이트 아머 두 눈과 시선이 마주쳤다.

‘아차! 얼굴이 드러났다!’

반사적으로 강철봉을 내려치려는 순간.

나이트 아머 전성관에서 생각지도 못한 말이 들려왔다.

[……알바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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