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841화>
“미친! 왜 거기다가 막타를 쳐!”
자신도 모르게 외치는 순간 난장판이 된 전장의 모습이 눈에 박혀 들었다.
-게이트에서 끌려 내려온 해파리 괴수.
-해파리 괴수를 압도하다 머리통이 반으로 갈라진 악어 괴수 로봇.
-악어 괴수 로봇의 머리통을 둘로 가른 나이트 아머.
“……!”
순간 파파팟- 머리가 빠르게 회전하고 ‘왜’ 나이트 아머가 악어 괴수에게 막타를 쳤는지 감이 왔다!
악어 괴수의 음파 폭탄을 맞은 해파리 괴수는 그로기 상태!
나이트 아머 파일럿은 좀 더 쌩쌩한 악어 괴수에게 막타를 때려 박고 뒤이어 간당간당한 해파리 괴수를 처리하려 한 거다!
나이트 아머 조종사는 합리적 판단을 했다!
그러나 문제가 둘 있었다.
1. 해파리 괴수가 게이트 마력장으로 초재생 중이라는 것.
2. 거대 악어 괴수는 로봇이고 그 안에 워커 실트가 타고 있었다는 사실!
“……!”
상상조차 하지 못한 대참사에 눈앞이 깜깜해지고 아득한 현기증이 밀려 왔다!
과거의 워커 실트7.
현재의 워커 실트.
처음에는 적으로 만나 치열하게 싸웠다.
그러나 열사의 사막에서 만난 기동 병참 도시의 워커 실트7이 없었다면 지구로 돌아오지 못했다!
‘그런 워커 실트7의 미래가 워커 자신이 만든 나이트 아머에 끔살 당하는 거라고!?’
“워커!”
자신도 모르게 외칠 때 문득 머리에 떠오르는 장면이 있었다.
부산 던전 7층!
공방 도시 절벽에서 펼쳐진 워커 실트와의 처절한 대결!
사기와 기만!
기다렸다는 듯이 튀어나온 온갖 꼼수들!
한경석과 초대형 뱁새로 3중 함정을 파지 않았으면 자신 또한 패배했을 거다!
순간 천문석의 눈에 빛이 돌아왔다.
‘아직 모른다!’
거대 악어 괴수 로봇 안에 있던 건 미친 잔머리와 생존력의 워커 실트다!
워커 실트라면 어쩌면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분명 살아 있을 거다!
당장 악어 괴수 로봇에게 날아가 확인해야 한다!
“퐁퐁이! 악어 괴수에게 간다!”
포아아아아앙-
퐁퐁이가 가속하는 순간 공기를 찢어 발기는 폭음이 터져 나왔다.
파아아아아-
나이트 아머의 등을 향해 채찍처럼 쏟아지는 초재생한 해파리 촉수!
[위험……!]
천문석의 외침이 끝나기도 전에.
기이이이이잉-
나이트 아머가 악어 괴수에게 박힌 거검을 뽑으며 몸을 회전했다.
부우우우웅-
진동하는 거검이 채찍처럼 쏟아지는 해파리 촉수에 단숨에 잘라 버렸다!
후두두둑-
수십 개의 촉수가 끊어지는 타이밍!
쿠아아앙-
바닥을 밟고 전진! 상단세로 들어 올린 거검을 내려쳤다!
콰카카카카쾅-
갈가리 찢겨 폭발하는 거대 촉수들!
검술이 아닌 파괴술!
해파리 괴수의 거대 촉수는 잘리는 게 아니라 파괴됐다!
쾅쾅, 콰아앙-
잠시도 멈추지 않고 돌진하는 나이트 아머!
나이트 아머는 강철의 폭풍이 되어 해파리 괴수를 몰아치기 시작했다!
‘잘됐다! 이 틈에 버려진 악어 괴수 로봇을 확인한다!’
“퐁퐁이! 은밀하게 접근해!”
포아아아앙-
퐁퐁이는 해수면에 바짝 붙어 가속했다.
이 순간 숨 쉬는 것조차 잊고 전투를 바라보던 이들의 비명 같은 외침이 터졌다!
“여기서 나이트 아머가 나온다고!?”
“저 파일럿 누구야? 뭐 저렇게 잘 싸워!”
“과연 대장님! 이걸 전부 예상하신 거구나!”
“당연하지! 대장님의 전투 예지는 절대 빗나가지 않는다! 하하하-.”
타격대 선임 대원들이 환호하는 순간.
W. S. 인더스트리의 이사진은 사색이 됐다.
“어, 어!? 저게 뭐야!”
“악어 머리가 반으로 쪼개졌잖아!”
“저 거대 악어 괴수? 설마!?”
“오너! 오너 어디에 있냐!?”
“설마! 아니지!? 내가 생각하는 거 아니지!?”
“로롤로 의장!”
사색이 된 이사진의 외침이 터져 나오는 순간.
돌처럼 굳어 있던 로롤로 의장은 반사적으로 달리며 외쳤다!
“보안팀! 경호원! 가용 가능한 병력 모두 움직여라! 목표는 거대 악어 괴수다! 당장 달려라!”
혼이 나간 얼굴로 바다로 달리는 로롤로 의장!
“……!”
“……!”
W. S. 인더스트리의 이사진 전원은 직감했다.
‘맞구나!’
‘오너가 저 안에 탔구나!’
‘나이트 아머가 날린 막타!’
‘그 막타에 오너가 작살 났구나!’
절대 죽을 것 같지 않았던 오너가 훅 갔다!
그것도 오너 자신이 만든 나이트 아머의 일격에 맞고!
상상조차 하지 못한 황당한 최후에 십여 명의 이사진 전원은 굳어 버렸다.
이 순간 하늘 멀리서 헬기 소리가 가까워졌다.
타타타타타타타-
낙동강 전선에서 출발한 헬기 안, 박찬석 준장은 통신기를 잡고 외쳤다.
“저 나이트 아머는 뭐야!? 강습 금지 명령 어떻게 된 거냐!? 다시 한번 확인해라! 공격 금지 명령은 유효하다! 모든 함대, 헬기……!”
이때 군복을 입고 머리에는 꿀벌 가면에 쓴 이세영이 끼어들었다.
“좀 더 빨리 이동해야 해! 이제 곧 뭔가 일어날 것 같아!”
검은 폭풍의 전투 예지!
박찬석 준장은 바짝 긴장해 외쳤다.
“네! 특임 소장님! 조종사! 전속 이동한다! 조금이라도 빨리 도착해야 한다!”
타타타타타타-
박찬석 준장과 이세영 특임 소장을 태운 헬기는 속도를 높였다.
점점 작아지는 게이트!
머리통이 반으로 쪼개진 악어 괴수!
강철의 폭풍을 일으켜 몰아치는 나이트 아머!
게이트 마력장으로 촉수를 재생시키며 끈질기게 싸우는 해파리 괴수!
이 모든 것이 벌어지는 해운대 앞바다를 향해 사람들이 사방에서 몰려들었다!
퐁퐁이와 천문석!
박찬석 준장과 이세영 선생!
W. S. 인더스트리에 고용된 헌터들과 경호팀, 이사진과 로롤로 의장!
……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엉망진창 난장판이 시작되려는 순간.
해운대 앞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산.
천문석과 퐁퐁이를 기다리던 특급 헌터는 벌떡 일어나 외쳤다.
“악당 로봇이잖아!”
* * *
커다란 검을 마구마구 휘두르는 낯익은 로봇!
특급 헌터는 보는 순간 바로 알아봤다.
제주도 감귤 할머니가 선물한 특급 쌩쌩이 2호!
자신의 특급 쌩쌩이 2호를 번쩍 들고 가 버린 악당 로봇이다!
제주도의 악당 로봇이 다시 나타났다!
특급 헌터의 시선이 자신도 모르게 아래로 향하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악당 로봇이 이곳에 나타난 이유가 보였다!
반짝반짝 빛나는 어린이 자동차!
노움 형한테 선물 받은 특급 쌩쌩이 3호!
‘3호! 특급 쌩쌩이 3호를 뺏어가려고 왔구나!’
힐끗 옆을 보니 홀린 듯 나이트 아머와 거대 괴수 싸움을 보는 형, 누나, 아저씨가 보였다.
그러나 형, 누나, 아저씨는 무시무시한 악당 로봇을 이길 수 없다!
특급 쌩쌩이 3호를 지킬 수 있는 건 자신과 친구들뿐이다!
특급 헌터는 재빨리 대시 보드에 널브러진 친구들에게 외쳤다.
“사슴이, 반짝이! 얼른 정신 차려! 적이 나타났어! 제주도에서 만난 악당 로봇이야!”
구으으-
띠이이-
힘겹게 더듬이를 움직이며 일어나려다 픽 쓰러져 파르르 경련하는 사슴이와 반짝이!
완전완전 힘들어하는 모습!
“앗! 괜찮아! 내가 알아서 할게! 누워서 쉬고 있어!”
재빨리 주위를 살피지만 보이는 건 고개를 갸웃하는 거복이뿐!
기이이-?
거복이는 악당 로봇을 상대하기에는 너무 약하다!
‘어떻게!? 어떻게 하지!?’
니케, 탱탱이, 냠냠이는 서울에 있고!
휘잉휘잉은 아수라 조각상 안에서 잠자고 있다!
‘알바와 퐁퐁이!’
문득 고개를 돌리자 알바와 퐁퐁이가 보였지만 정신없이 하늘을 나느라 바빴다!
포아아아아앙-
“으으윽- 어떡하지!? 악당 로봇 누나 엄청 강한데! 어떻게 지키지!?”
특급 헌터는 머리를 부여잡고 필사적으로 굴렸다.
“……!”
순간 번쩍 떠오르는 게 있었다.
‘강철!’
알바가 주워다 준 특특급 로봇 강철이 담긴 펜던트가 있다!
특특급 로봇 강철이라면 악당 로봇을 물리칠 수 있다!
‘지금이 강철을 깨울 때다!’
반사적으로 목으로 움직이는 손!
그러나 손에 걸리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공간 나무 상자!’
잊어버릴까 봐 펜던트를 공간 나무 상자 안에 넣어 뒀다!
“강철! 나와! 얼른 나와 긴급 상황이야! 이야아아압-!”
휙, 휘휘휘휙-
특급 헌터는 공간 나무 상자를 양손으로 들고 정신없이 흔들었다!
후두두두두둑-
반쯤 녹은 사탕, 어린이 젤리, 끊어진 고무줄…… 온갖 물건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으아앗! 나와! 빨리빨리 나오라고! 악당 로봇 물리쳐야 한단 말야!”
특급 헌터는 온 마음을 담아 나무 상자를 흔들었다!
툭-
순간 나무 상자에서 튀어나와 특급 쌩쌩이 보닛 위를 데구루루 구르다가 멈춘.
보글보글 구슬!
“……어, 어. 앗! 보글보글 구슬!”
특급 헌터의 확 커진 눈동자가 휙휙휙- 움직였다.
-보글보글 구슬!
-넓게 펼쳐진 바다!
-바다 위 악당 로봇!
파파팟- 머릿속에서 섬광이 번뜩이고 방법이 생각났다!
악당 로봇을 물리치고 특급 쌩쌩이 3호를 지킬 방법이!
카카카카카카카캌-
특급 헌터는 보글보글 구슬을 번쩍 들고 통쾌한 웃음을 터트렸다!
이때 퐁퐁이는 격전을 펼치는 해파리 괴수와 나이트 아머를 통과해 머리통이 반으로 쪼개진 악어 괴수 로봇에 도착했다.
* * *
포아아아아앙-
악어 괴수 로봇 주위에서 원을 그리는 퐁퐁이와 그 위에서 살피는 천문석.
“…….”
천문석은 뭐라 말을 이을 수가 없다.
나이트 아머 거검이 머리에서 가슴 위까지 반으로 쪼개놨다.
처음부터 둘로 나뉘었던 것처럼 깔끔하게 반으로 쪼개진.
암석 갑각, 머리통, 목!
‘시바! 여기서 살아남는 게 가능은 한 거야!? 이거 진짜로 훅 간 거 아냐!?’
‘내가 무슨 생각을!’
천문석은 재빨리 고개를 저어 부정적 생각을 털어 버리고 행복회로를 돌렸다.
비상한 잔머리와 엄청난 생존력!
워커 실트라면 어떻게든 살아 있을 거다!
자신이 할 일은 저 안에서 워커 실트를 찾아 빼내는 것!
“퐁퐁이 갈라진 머리 위를 지나서 이탈해! 난 알아서 뛰어내릴게!”
포아아아아앙-
퐁퐁이가 갈라진 머리 위를 나는 순간.
천문석은 주저하지 않고 그 안으로 뛰어내렸다!
머리, 목, 가슴!
짧은 추락 후에 도착한 거대한 상흔의 끝!
로봇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생체 조직 아래, 마력 불꽃이 쏟아지는 금속 격벽이 드러났다!
기이이이잉-
위이이이잉-
그리고 금속 격벽을 타고 점점 커져 가는 진동, 엔진음이 전해졌다!
금속 격벽 뒤에 엔진과 로봇 부위가 있다!
그렇다면 워커 실트가 있을 조종석도 당연히 이 안에 있을 터!
나이트 아머의 거검은 금속 격벽을 관통하지 못한 상황!
워커 실트가 살아 있을 가능성이 확 올라갔다!
천문석은 한 손은 수인을 다른 손은 금속 격벽에 붙이고 마음에서 마음으로 뜻을 전했다!
[워커 실트! 살아 있냐!]
[워커 실트! 안에 있으면 대답해라!]
순간 마력 불꽃이 파지직 거세지고 기이한 진동이 퍼져 나갔다!
‘무언가 막고 있다!’
천문석은 바로 금속 격벽에 귀를 붙이고 손으로 두들기며 움직였다.
딱, 딱, 딱, 닥, 다. 탕-
진동음과 함께 외침이 들려왔다.
[……의 불운! 시바! 시바아! 얽히지……!]
멀리서 들려오는 목소리!
감이 멀었지만 분명 누군가 있다!
천문석은 금속 격벽에 귀를 댄 채로 재빨리 움직였다.
곧 또렷한 외침이 들려왔다!
[야, 이 썅! 미친 마이너 타이탄 조종사!]
[미친놈아! 거대 괴수! 해파리 괴수를 공격해야지!]
[왜 내가 탄 미궁 악어 13호를 내려치는데!? 또라이 새끼야!]
[으아악- 이렇게 갇히다니! 으으으- 닫힌다! 게이트가 닫히고 있어. 흐어어-]
[빌어먹을 격벽 왜 안 열리는 거야! 마력석 엔진, 코어 엔진! 듀얼 엔진은 왜 또 폭발하는데!]
‘뭐가 터진다고!?’
경악하는 순간 바로 이어지는 외침.
[이게 전부 다 이세기 새끼 때문이야! 빌어먹을 이세기! 빌어먹을 흑전!]
[이렇게 된 이상 최후의 방법이다! 엔진이 터지기 전에 광전사 모드에 EMP 마력 폭풍으로…….]
머리가 아닌 가슴 깊은 곳에 있는 깊은 빡침을 담아 분통을 터트리는 사람.
워커 실트다!
워커 실트는 살아 있었다!
그리고 이 악어 괴수 로봇은 곧 폭발한다.
“하- 워커 실트…… 재수 없는 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