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837화 (838/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837화>

천문석은 해파리 괴수 위에 착지하며 외쳤다.

“퐁퐁이! 바로 이탈해!”

탁-

해파리 촉수 위에 떨어지는 순간 느껴지는 엄청난 압력, 반발장!

으드드득-

심해에 떨어진 듯 전신이 짓눌리고.

파지지직-

반발장과 충돌한 내력이 불꽃이 되어 쏟아졌다.

하아앗-

천문석은 기합을 터트려 반발장을 밀어내고 몸을 바로 세웠다.

전생 천마가 깨달은 무공의 극의 중 하나, 마음(心)!

심상과 현상, 상상과 현실!

둘은 동전의 양면과 같으니!

그 양면을 잇는 건 내력이고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은 내력을 움직이는 방법은 단 하나 지극한 마음이다!

천문석은 반개한 눈과 마음으로 심상과 현상, 상상과 현실을 동시에 바라봤다.

영육과 혼백의 사이 심상 공간을 마음으로 관(觀)하여!

뇌전의 폭풍이 되어 몰아치는 일기공과 일원공을 현상 공간에 풀어 놓는다!

쿠으으으으-

거대 해파리 괴수의 피어가 담긴 음파가 밀려 오고.

파파파파팟-

상급 마수조차 마비시키는 맹독을 담은 섬모가 쏟아질 때.

천문석은 마음을 담아 찌릿찌릿을 다시 한번 펼쳐 냈다.

맞닿아 비틀린 양 주먹을 펼쳐 원을 그려내고.

천근 거력이 실린 다리를 들어 앞으로 걷는다!

우르르르르릉-

빙글- 원을 그리는 손에서 줄기줄기 뻗어 나온 내력은 천뢰(天雷)! 하늘을 뒤흔드는 천둥!

콰카카카카캉-

쿵- 천근 거력이 실린 발에서 뻗어 나온 내력은 지뢰(地雷)! 대지를 쪼개는 벼락이 된다!

천뢰와 지뢰, 천둥벼락!

심상 공간의 천둥벼락이 지극한 마음이 담긴 내력을 매개체로 현상 공간에 풀려났다!

콰카카카카카카쾅-

천둥벼락의 우레 폭풍이 해파리 괴수의 본체 위에서 몰아쳤다!

피어가 담긴 음파는 천둥에 삼켜지고 맹독을 담은 섬모는 벼락에 잿더미로 변했다!

쾅쾅, 콰아아아-

해파리 괴수의 거대한 육체가 곳곳이 폭발하듯 터지고, 체액이 간헐천이 터지듯 하늘 높이 치솟았다!

치솟은 체액은 뇌전의 폭풍에 단숨에 증발해 하늘을 떨어 울렸다.

쿠르르르르르릉-

하늘이 요동치는 순간 뒤엉킨 촉수의 벽을 태우던 번개의 나무에서 벼락불이 쏟아져 눈발처럼 흩날렸다.

헬기가 다급히 물러서고 함대가 급속 기동으로 멀어지는 순간.

흩날리는 벼락불이 우레 폭풍이 몰아치는 거대 해파리 괴수 본체에 닿았다.

파파파파팟팟-

해파리 괴수의 본체에 질척질척 달라붙어 터진 퐁퐁이의 물방울에 불이 붙었다!

우레 폭풍 속 수백 개의 불꽃이 일렁였다.

뒤엉킨 해파리 촉수 벽이 벼락의 나무에 파지직- 지져지고.

거대한 해파리 본체는 뇌전의 폭풍과 수백 개의 불꽃에 이글이글- 불타올랐다.

구으으으으으응-

거대한 산처럼 솟은 해파리 괴수의 비명 같은 사념파가 터져 나왔다!

강대한 사념파에 하늘이 요동치고 바다가 폭발했다.

해파리 괴수 본체를 뒤덮은 수증기와 불꽃이 단숨에 날아갔다!

이 순간 해파리 괴수를 바라보던 모두는 봤다.

수천수만 가닥의 뇌전!

천둥벼락의 폭풍을 휘감은 사람을!

이 사람을 보는 순간 모든 각성자와 헌터들의 몸과 마음이 미친 듯이 요동쳤다.

그렇다. ‘사람’이다.

거대 해파리 괴수를 압도한 건 ‘사람’이었다!

탱커, 딜러, 힐러, 보조팀!

백 단위의 공격대!

몇 개월 단위의 준비!

수십억의 예산과 수백억의 장비!

이 모든 것을 준비하고도 더럽게 비싼 마탄을 미친 듯이 쏟아부어야 성공하는 게 거대 괴수 레이드다!

그런 거대 괴수를 장비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단 한 사람이 압도하고 있었다!

하늘과 땅, 바다.

헬기, 저지선, 함대의 모든 헌터와 군인, 각성자들이 전율했다!

이 순간 천둥벼락의 폭풍을 불러온 천문석은 자신도 모르게 외쳤다.

“아니, 이게 뭐야? 뭐가 이렇게 강해!?”

* * *

천문석은 깜짝 놀랐다.

적당히 해파리 괴수의 반발장을 깎고 발을 묶은 후 마탄 사격을 유도할 생각이었다.

그래서 여기에 딱인 정전기 무공 천뢰, 찌릿찌릿을 펼쳤다!

그런데 펼쳐진 찌릿찌릿의 위력이 예상을 몇배나 뛰어넘었다!

거대한 벼락의 폭풍이 괴수 촉수를 지지고, 몰아치는 천둥벼락과 수백 개의 벼락불이 거대 괴수의 본체를 태우고 있다!

실시간으로 깎여나가는 반발장과 터지고 폭발하는 거대 괴수의 육체!

찌릿찌릿이 아닌 파지지직이 터졌다!

‘설마!? 천강흔 랜덤 박스가 열린 건가!?’

천문석은 다급히 심상 공간을 관조했다.

그리고 안도했다.

랜덤 박스가 열린 건 아니었다.

혼원지기가 되어 뒤엉켜 회전하는 일기공과 일원공! 내력이 확 성장했다!

계단산에서 기동 병참 도시까지 이상 던전 안에서 미친 듯이 구른 일주일의 경험이 무업(武業)이 되어 쌓였다!

어느새 외공과 내공 모두 몇 단계나 성장했다.

마치 몇 년은 폐관 수련을 한 것처럼!

문득 고개를 드는 순간 자신이 만들어 낸 압도적인 광경이 보였다.

콰카카카카쾅-

거대한 뇌전의 폭풍이 몰아치고 벼락불이 눈발처럼 흩날린다!

구으으으으으

해파리 괴수는 정신없이 뇌전에 지져지고, 벼락불에 타오르는 거대한 장작불이 된 상태!

“와, 이걸 내가 해냈다고!?”

자신도 모르게 탄성이 터졌다.

그리고 이 광경에 감탄하는 건 천문석뿐만이 아니었다.

* * *

해운대 저지선에는 깊은 정적이 내려앉았다.

하늘에 펼쳐진 거대한 게이트와 뒤엉킨 해파리 괴수!

갑자기 튀어나온 각성자가 벼락 폭풍을 불러일으켜 이 해파리 괴수를 몰아붙이고 있다.

홀로 거대 괴수를 압도하는 각성자!

상상조차 하지 못한 광경에 모두가 말을 잊고 홀린 듯이 이 모습을 바라봤다!

“…….”

“…….”

해운대 백사장의 대형 길드 레이드 팀.

도로에 장갑 버스 장벽을 만든 헌터 부대 군인들.

빌딩 위에 진지를 만들고 은신한 마력 각성자.

겹겹이 펼쳐진 저지선에 자리한 수만의 헌터와 군인, 각성자 모두는 숨소리조차 죽였다.

수천 줄기의 섬광과 벼락불!

거대한 뇌전의 폭풍이 몰아쳤다!

오러, 무공, 초능력, 마력……!

어떤 계통의 각성력인지 아니면 마도구를 사용한 건지 감조차 오지 않는 능력!

저 각성자는 천둥벼락을 휘감고 거대 괴수를 박살 내고 있었다!

경험이 많을수록, 각성력 등급이 높을수록 이게 얼마나 말이 안 되는 이야기인지 잘 알았다!

지금 눈앞에서 펼쳐지는 광경을 똑같이 재현할 수는 있었다.

마력 각성자, 구현계 초능력 각성자 세계 랭커!

한 자릿수 세계 랭커가 최상급 마력 마도구 풀셋을 장비하고 최상급 정제 마석 수십 개를 사용하면 가능은 하다!

백억 단위를 날릴 각오를 해야겠지만 말이다!

그런 일을 별다른 마도구도 없이 헌터용 헬멧에 가죽 재킷을 입은 저 각성자가 해냈다!

모두는 직감했다.

1세대 헌터, 초월자, 랭커를 뛰어넘는 위업을 이룬 전설적인 존재들.

검은 폭풍, 철벽, 강철 해머, 하얀 번개!

그들과 같은 천외천의 각성자가 나타났다!

경악과 경외의 감정이 헌터와 군인들에게 퍼져 나가는 순간.

로롤로 의장은 자신도 모르게 말하고 있었다.

“저런 게 가능한 각성자가 있다고!? 설마…….”

‘재금 그룹 오너!?’

로롤로 의장이 튀어나오려는 말을 다급히 삼킬 때. W. S. 인더스트리의 이사들은 정신없이 말을 쏟아 냈다.

“지금 내가 꿈을 꾸냐!? 저거 지금 어떻게 하는 거야!?”

“오러, 마력, 각성력!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

“무공 각성자가 사용하는 힘과 비슷한 것 같은데?”

“뭐!? 무공! 말도 안 되는 소리! 차라리 구현계 초능력이 더 비슷하지!”

“구현계 초능력!? 벼락은 구현 난이도 최상이다! 벼락 폭풍을 구현한다고!? 차라리 마도구를 복제 구현하는 게 더 쉬울 거다!”

……

모두가 감탄하며 이름 모를 각성자가 해파리 괴수를 압도하는 걸 바라볼 때.

타격대 선임 대원들이 헌터 부대 장갑 버스 저지선에 도착해 악을 쓰고 있었다.

“당장 마탄 쏟아부어야 한다!”

“거대 괴수 반발장이 반 이상 깎였다!”

“기동력도 죽었어! 마탄 사격을 피하거나 시가지로 도망칠 가능성도 낮다!”

“지금이 기회다! 바로 마탄을 쏟아부어야 한다!”

“하! 새끼들 빠져서는 뭘 멍청하게 구경 중이야! 소장님 계셨으면 벌써 항공 폭격 시작했다!”

“야! 정소라 중위! 빨리빨리 공격 명령받아라!”

“네, 네!”

정소라 중위는 반사적으로 대답하고 통신기를 잡았다.

게이트 전쟁 때부터 지금까지 20년 이상 군에서 구른 헌터 부대 타격대 선임 대원들!

타격대 선임 대원들의 말이 맞았다.

거대 괴수, 특히 부정형 거대 괴수의 마력과 체력, 재생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각성자가 벼락 폭풍으로 해파리 괴수를 붙잡고 있는 지금이 기회다!

지금 당장 마탄을 쏟아부어 지원해야 한다!

정소라 중위는 재빨리 051 헌터 부대에 연락했다.

“특무대 정소라 중위입니다! 당장 사격 명령을…….”

정소라 중위의 얼굴은 곧 경직됐다.

통신기에서 들려오는 단호한 외침.

-안 돼! 절대 공격 금지다! 특무대, 헌터 부대 전원 단 한발의 마탄도 쏴서는 안 된다. 이 명령은 위…….

통신기로 모여든 타격대 선임들은 폭발했다.

“야, 이 멍청한 새끼야!”

“헌터 부대가 언제부터 기업 눈치를 봤어!”

“몬스터가 나타나면 마탄부터 때려 박아야지!”

“가장 쉽고 편하게! 될 수 있는 한 날로 먹자! 헌터 부대 수칙 잊었냐!?”

“저놈 부정형 거대 괴수다! 체력과 재생력이 상상을 초월한다! 아차 하면 훅 가는 거야!”

“게다가 저 녀석 게이트 마력까지 빨아드렸어!”

“저 황당한 각성자가 벼락 폭풍을 쏟아붓는 지금이 기회다!”

“새끼야 기회 놓치면 좆돼는 거야!”

“지금 막타를 때려 박지 않으면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몰라!”

……

타격대 선임들의 계급은 높지 않았다.

그러나 이들 전원은 게이트 전쟁 때부터 20년 이상 군에서 구르고 구른 고인물 중의 고인물이었다!

낙동강 전선 방어선, 호남평야 식량 수송, 서울 수복 작전…… 엄청난 전공!

현장에서 마수와 몬스터를 때려잡겠다고 진급조차 거부한 괴물들!

계급은 낮지만, 이들의 실력과 인맥, 그 위업은 일개 영관급 장교가 상대할 수준이 아니었다.

-잠깐만 제가 설명을…….

“이 새끼! 너 혹시 뒷돈 먹은 거 아냐!?”

“국가헌병대 감찰 한번 받아볼래!?”

“그래! 그거 좋네!”

타격대 선임들의 외침에 통신기 너머 장교는 쩔쩔맸다.

-아니. 선배님들. 절대 그런 게 아니라 사실은…….

장교가 변명하듯 말하는 순간 타격대 선임들은 다시 한번 분통을 터트렸다.

“아니긴 뭐가 아냐! 제정신인 군인이 거대 괴수가 나타났는데 공격 금지 명령을 내려!?”

-제가 명령 내린 거 아닙니다! 그 명령은…….

“어떤 또라이 새끼야!? 시바! 내가 그놈 허리를 접어 주고 전역한다!”

“잠깐! 찬석이! 거기 찬석이 없냐!?”

찬석이!

헌터 부대 실세, 박찬석 준장!

타격대 선임들은 깨닫는 동시에 외쳤다.

“박찬석! 그렇지! 찬석이가 있었지!”

“정소라 중위! 당장 박찬석 준장한테 연락해라!”

“그 녀석이면 바로 공격 명령 내릴 거다!”

정소라 중위가 통신기를 잡는 순간 한발 먼저 통신기에서 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감히 장군님한테 찬석이가 뭐냐!? 이 또라이 새끼들!

낙동강 전선, 이등병 시절부터 같이 구른 동료, 박찬석 준장!

“찬석이 있었구나!”

“야, 당장 공격 금지 명령 풀어!”

“해운대 해변! 거대 괴수 일곱 나타났다!”

“지금 남은 건 악어, 해파리 둘! 특이 각성자가 붙잡고 있다!”

“변수가 생길 수 있다! 당장 군함, 헬기에서 마탄을 쏟아부어야 한다!”

반색한 타격대 선임들이 동시에 외치는 순간 단호한 대답이 돌아왔다.

-안 돼.

“뭐!?”

“야! 거대 괴수라니까! 그것도 부정형 거대 괴수야!”

“잠깐! 너 이 새끼! 설마…… 공격 금지 명령 네가 내렸냐!?”

“뭐!? 박찬석이 공격금지 명령 내렸다고!?”

“너 W. S.에서 뇌물 먹었냐!? 당장 명령 철회해!”

……

대답할 틈도 없이 정신없는 외침이 쏟아질 때.

통신기에서 갑자기 앳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 이 꼴통 녀석들! 입 닥치고 명령대로 해!

“……!”

정소라 중위는 아찔한 현기증을 느꼈다.

자신 앞에 있는 타격대 선임들은 장성뿐 아니라 국회의원, 국방부 장관까지 들이박는 고인물 중의 고인물들!

그 엄청난 위업과 헌신, 희생에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언터쳐블이었다.

‘그런 타격대 선임에게 막말이라고!?’

타격대 선임 전원은 안색이 하얗게 변하고 몸을 파르르 떨렸다!

“잠시, 잠시만…….”

정소라 중위가 다급히 제지하려는 순간.

타격대 선임 한 명이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이 목소리 설마!? 검은……!?”

-야, 새끼야! 내가 그 별명 부르지 말랬지! 전원 대가리 박고 기다려라!

통신기 너머에서 들려온 앳된 목소리!

“……!”

“……!”

타격대 선임 전원은 깨달았다.

10대 소녀의 앳된 목소리에 담긴 당장이라도 튀어나와 머리를 쥐어박을 듯한 박력!

확실했다!

신체 노화마저 역행하는 최고등급 각성자!

수명을 깎아가며 낙동강 전선을 지키고!

불가능한 서울 수복 작전마저 성공시켰다!

그러나 그 대가로 그릇이 깨져 젊음과 힘을 잃고 순식간에 나이 들어 버린 옛 상관!

낙동강 전선의 영웅!

검은 폭풍 이세영 특임 소장님이다!

이세영 특임 소장님이 돌아왔다.

그것도 처음 만났을 때의 그 앳된 목소리 그대로!

“…….”

“…….”

믿기지 않는 현실에 타격대 선임 전원이 굳어 버린 순간.

박찬석 준장의 웃음기 어린 목소리가 통신기에서 들려왔다.

-어떤 또라이 새끼가 뇌물 받고 공격 금지 명령 내렸냐고? 하하하하하-

“설마……!”

“어, 잠깐!”

박찬석 준장의 웃음이 이어질 수록 사색이 되는 얼굴들!

길게 이어지던 웃음이 뚝 끊기는 순간 짧은 대답이 돌아왔다.

-너희가 말한 그 또라이가 바로 특임 소장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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