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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835화 (836/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835화>

‘뭐로 확인하지?’

생각 즉시 머리를 스치는 단어!

스마트폰!

그냥 스마트폰으로 전화를 걸어 보면 간단히 확인된다.

“스마트폰.”

천문석이 씩 웃으며 말하는 순간 모두는 바로 알아챘다.

“아!”

“그렇지! 스마트폰!”

“맞아! 전화를 걸어 보면 되지!”

알겠다는 표정으로 재빨리 스마트폰을 꺼내는 천문석과 동료들.

그러나 잡낭에서 꺼낸 천문석의 스마트폰은 언제 그렇게 됐는지 반으로 쪼개진 상태!

다른 동료들도 상황은 비슷했다.

“내 건 먹통이야. 혹시 폰 되는 사람 있어?”

“저도 마찬가지예요. 맛이 갔어요.”

“배터리가 나갔나? 반응이 없어.”

“앗! 잠깐 나 시계 전원 올릴게……!”

고개를 젓는 한호석 교수와 최설, 진교은과 시계 전원을 켜는 특급 헌터.

허준은 자신의 스마트폰을 앞으로 내밀었다.

“내 폰 헌터 스펙 폰인데도 먹통이다. 배터리 문제가 아닌 거 같은데?”

모두의 스마트폰이 맛이 간 상황이지만 해결 방법은 간단했다.

“그냥 내려가서 전화 걸어 보고 올게! 퐁퐁이 갔다오…….”

바로 시가지로 내려가려는 순간 갑자기 전율이 느껴졌다!

“……!”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보였다.

스크린처럼 펼쳐진 게이트에 촉수를 감은 해파리 괴수가 전등처럼 점멸하고 있었다!

해파리 괴수의 부정형 육체에서 흐르는 마력!

게이트에 담긴 마력을 빨아드리고 있다!

순간 하늘거리는 수천 개의 촉수가 일순간에 창이 되어 쏟아졌다!

쐐애애애액-

공기가 찢어발기는 폭음과 함께 쏟아진 촉수의 창은 적아를 가리지 않았다!

팡, 파파파팡-

거대 슬라임의 점액질 육체에 수백 개의 구멍이 뚫고!

끄에에에에엑-

거대 도마뱀 괴수의 단단한 비늘을 단숨에 깨트리는 순간!

콰쾅, 콰드득-

도마뱀 괴수와 싸우던 거대 악어 괴수의 단단한 암석 갑각이 바스러져 나갔다!

파직, 파지지직-

반발장과 마력장이 충돌해 섬광이 터지고 마력 불꽃이 우수수 쏟아졌다!

거대 악어 괴수는 다급히 거대 도마뱀을 낚아채 방패처럼 들어 올렸다!

꾸에에에에엑-

거대 도마뱀의 비명 같은 포효가 터져 나오고 구멍 난 물풍선처럼 피가 쏟아졌다!

순식간에 거대 악어 괴수의 전신과 바다가 붉게 물들었다!

천문석은 이 모습을 보는 순간 직감했다.

괴수 대전의 승자는 숨죽이며 게이트 마력을 흡수해 결정타를 때려 박은 거대 해파리 괴수 다!

천문석은 피식 웃었다.

해파리 괴수는 괴수 대전에 승리했을 뿐 최후의 승자는 따로 있었다.

바다의 군함과 하늘의 헬기!

촉수 사거리 밖에서 개틀링 마탄과 마탄 포탄을 쏟아부으면 해파리 괴수는 순식간에 끝장난다.

‘이 난장판도 곧 끝나겠구나.’

직감하는 순간 눈에 박혀들 듯 보이는 게 있었다.

해파리 괴수 너머 점점 작아지는 게이트 수면에 비치는 작은 점.

낙하산을 타고 기동 병참 도시로 활강하며 손을 흔드는 워커 실트7.

피식 웃으며 마주 손을 흔드는 순간 이곳이 목적지가 맞는지 확인할 방법이 떠올랐다.

워커7에게 받은 추적기!

이 추적기는 지구의 ‘워커 실트’를 추적한다.

즉, 이 추적기를 켜서 ‘워커 실트’가 잡히면 제대로 목적지에 도착한 거다!

천문석은 바로잡낭을 열어 추적기를 켰다.

“기동 도시에서 받은 추적기다. 이 추적기 켜면 지구인지 바로 확인할 수 있어!”

“뭐!?”

“야! 그런 게 있으면 바로 꺼냈어야지!”

“빨리빨리! 켜봐!”

반색한 동료들의 시선이 모이는 순간.

띠디디디디디딛-

기계음과 함께 0, 1 두 숫자가 추적기 화면 위로 좌르륵 지나가더니 너무나 익숙한 한글이 떴다.

[차원 좌표 OK]

[목표 추적 중…….]

제대로 목적지에 도착했다!

깨닫는 순간 동료 모두의 얼굴이 확 풀리고 탄성이 터져 나왔다!

“목적지 맞구나! 하아-.”

“하긴 엉뚱한 장소면 이렇게 비슷할 리가 없지!”

“하도 재수 없는 일이 많이 터져서 혹시나 했다. 하하하-.”

모두가 안도의 한숨과 웃음을 터트릴 때.

특급 헌터는 보닛에 올라 게이트를 향해 크게 손을 흔들었다.

“아아 비서 누나! 엘프 누나! 놈놈 형! 안녕안녕안녕! 나중에 내 집이랑 천공탑 꼭 놀러 와!”

천문석도 게이트를 향해 크게 손을 흔들었다.

보이진 않지만, 기동 병참 도시에는 친구들이 있었다.

계단산에서 시작해 적염성, 바나항, 열사의 사막으로 이어지는 길고 긴 모험에서 만났던 친구들.

기동 병참 도시에 있을 모두의 얼굴이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아카린, 동업자.

섬초, 가출한 새끼 여우.

데이몽 발도, 대상인을 꿈꾸던 무인.

이원과 여량위, 일원공과 일기공을 전한 제자.

소니아, 차력 약장수.

우론, 서커스 무희.

압둘라와 오마르 장로.

기동 성채 도시의 삼천여 병사들.

하늘 고래호의 선장과 바람잡이, 선원들.

워커 실트7과 엘프, 인공정령 아수라.

……

그리고 긴 여정에서 만나고 헤어진 일주일 동안 만났다고는 믿기지 않는 수많은 사람의 이름과 얼굴이 기억을 스쳐 지나갔다

거대한 산악 같은 하늘 고래.

여우 일족의 류호와 미호.

남궁세가의 남궁휘.

해적 두목 에리히.

적월 상단의 당종 단주.

불쑥 나타난 허공도의 제사장.

적염성을 뒤집어 놓은 하누만 농악대.

번개같이 나타나고 사라진 스카라베.

……

모든 여정이 그렇듯 끝나는 순간 아쉬움이 느껴졌다.

그러나 특급 쌩쌩이 트렁크에 실린 나무 궤짝을 보는 순간 이 아쉬움은 바람에 흩날리는 깃털처럼 날아갔다!

헌터는 당분간 폐업이다!

이제 자신은 ‘건물주’라는 새로운 도전을 한다!

천문석은 자신의 꿈을 이뤄준 이세계의 모두를 향해 마지막 인사를 했다!

“모두 안녕이다! 언젠가 꼭 다시 보자!”

그리고 빙글 몸을 돌려 동료들을 봤다.

흥분으로 상기된 최설, 진교은, 허준, 한호석 교수.

그리고 넋을 놓고 빌딩 숲을 바라보는 파티마와 신나게 노래하는 특급 헌터까지.

“한우 조아! 한우 맛있어!”

천문석은 씩 웃으며 외쳤다.

“자 그럼 부산 풀코스 즐기러 출발하자!”

이때 추적기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목표 추적 완료.]

[좌표 표시하겠습니다.]

“……응?”

반사적으로 추적기 화면을 보자 10시 방향에서 점멸하는 빛이 보였다.

그리고 이제는 익숙해진 포효가 들려왔다.

[메에에에에에에-]

10시 방향에서.

“…….”

천문석은 10시 방향을 봤다.

게이트에 찰싹 달라붙은 해파리 괴수가 창날 같은 촉수를 쏟아붓는 살상 공간.

콰카카카카카카캉-

거대 도마뱀 사체를 방패처럼 들어 쏟아지는 촉수의 창날을 막으며 기어가듯 이동 중인 존재가 보였다.

거대 악어 괴수.

거대 악어 괴수가 움직이는 순간.

추적기 화면에서 점멸하는 빛도 천천히 움직였다.

“…….”

천문석은 추적기에 시선을 둔 채로 좌우로 움직였다.

지구 어디서나 북쪽을 가리키는 나침반처럼 추적기 화면 속 점멸하는 빛은 거대 악어 괴수를 가리켰다!

거대 악어 괴수를 다시 보는 순간.

별생각 없이 넘겨 버렸던 것들이 머리에 박혀 들었다.

피어를 상쇄하는 염소울음!

게이트에서 나온 순간 마주친 눈빛!

그리고 무엇보다 거대 괴수와 싸우던 그 모습!

[메에에에에-]

포효와 함께 번쩍 치켜든 앞발을 내려찍는다!

백곰처럼!

“백곰권!”

자신도 모르게 외치는 순간 천문석은 깨달았다!

저 거대 악어 괴수는 괴수가 아니다!

공방 도시 절벽에서 백곰권을 펼치던 워커 실트!

백곰권을 펼치는 거대 악어 괴수 안에 워커 실트가 있다!

기동 병참 도시의 ‘워커 실트7’에게 보내 줄 ‘무언가’가 담긴 크리스털 병을 가지고 있는 지구의 ‘워커 실트’가!

그리고 거대 악어 괴수는 지금 당장이라도 박살 날듯 거센 공격을 받고 있었다!

하, 하하하-

천문석은 웃었다.

웃을 수밖에 없었다.

해파리 괴수의 일방적인 공격이 쏟아지는 저 살상 공간에서 워커 실트를 빼내야 했으니까…….

천문석은 동료들에게 말했다.

“먼저 가라.”

* * *

워커 실트는 거대 도마뱀 사체를 방패처럼 들고 해파리 괴수에게 접근했다!

“기다려라! 붙기만 하면 아작을 내주마!”

쾅콰카카카카캉-

그러나 반발장이 거의 다 사라진 거대 도마뱀 사체는 해파리 괴수의 공격을 제대로 막지 못했다!

사체를 뚫고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촉수!

파슥, 파스슥-

단단한 암석 갑각이 모래처럼 바스러지고!

파직, 파지직-

괴수 코어 엔진으로 만들어 낸 인공 반발장이 스파크와 함께 깎여 나갔다!

워커 실트는 엔진 출력을 올리며 외쳤다.

“빌어먹을 젠장! 못해 먹겠네! 왜! 도대체 왜!? 마탄을 안 쏘는 거야!”

몇 번이나 사선을 열어 주고 포효로 신호를 줬는데도 마탄은 단 한발도 날아오지 않았다!

아니, 마탄 사격을 떠나서 이제 자기들끼리 난장판을 만들고 싸우고 있다!

“와, 이 또라이 새끼들!”

분노를 담아 외치는 순간.

해파리 촉수가 거대 도마뱀을 완전히 꿰뚫고 쏘아져 암석 갑각을 바스러트리더니 내부까지 닿았다!

파지지지지직-

해파리 촉수에 실린 엄청난 마력장이 반발장을 밀어내고 그 여력이 조종석으로 밀려 왔다!

팟, 파파파팟-

조종석 사방에서 튀어 오르는 마력 불꽃!

“……!”

워커 실트는 재빨리 응고 소화기를 꺼내 뿌렸다.

치이이이익-

소화기에서 쏟아진 거품이 불꽃에 담긴 마력을 빨아드려 응고! 후두둑- 바닥에 떨어졌다!

워커 실트는 재빨리 미궁 악어 13호를 조종해 촉수를 물어뜯었다!

콰드드득-

단숨에 잘려 툭 떨어지는 해파리 촉수!

그러나 임시방편일 뿐!

쾅쾅, 콰콰콰쾅-

거대 해파리 괴수의 촉수 공격은 끝없이 이어졌다!

‘완전히 오판했다!’

워커 실트는 이를 악물었다.

공격은 하지 않은 채 하늘하늘 촉수만 흔들던 거대 해파리 괴수!

그러나 거대 해파리 괴수는 공격하지 않은 게 아니라 게이트에 촉수를 박아넣고 게이트 마력장을 빨아드리며 기다렸다!

미궁 악어 13호와 거대 도마뱀, 슬라임 괴수! 모두가 뒤엉켜 체력과 반발장이 깎이는 완벽한 공격 타이밍을!

“시바! 내가 거대 괴수에게 낚이다니!”

워커 실트는 조정 패널을 내려쳤다!

쾅, 쾅쾅-

[메에, 메에, 메에에에-]

바로 앞 해파리 괴수 뒤에 게이트가 있다!

저 게이트만 넘어가면 시동이 걸린 기동 병참 도시가 있다!

기동 병참 도시에는 타이탄이 있다!

허접한 마이너 타이탄, 위장 유닛 미궁 악어 13호가 아닌, 허신과 고대신, 악신을 박살 낸 전투 병기!

마도 제국의 제식 타이탄이!

그 타이탄만 있으면! 아니, 기동 병참 도시의 인공정령과 연결만 되면 이런 해파리 괴수쯤은 마탑의 빛으로 일격에 박살 낼 수 있다!

그러나 게이트까지 30미터! 이 거리를 줄일 방법이 없었다!

이대로 기어가듯 이동하다가는 게이트에 들어가기는커녕 해파리 촉수에 꿰어 뒤지게 생겼다!

순간 배 속 깊은 곳에서 분노가 끓어올랐다!

-완벽한 기회를 몇 번이나 만들어 줬는데도 보고만 있는 이사들!

-기껏 모아 놨더니 곧 먼지가 되어 흩어질 글라이더선을 먹겠다고 싸우는 헌터와 군인들!

-시동이 걸린 마도 엔진과 빛을 찾은 마탑을 가지고도 구경만 하는 인공정령!

-거대 괴수 여섯을 끌고 달려와 자신에게 냅다 던지고 도망친 재앙의 화신, 이세기!

이들 모두에게는 조금도 화가 나지 않았다!

워커 실트의 가슴과 머릿속에서 이글이글 불타오르는 분노는 온전히 한 사람에게 향했다.

자기 자신!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수많은 일을 해냈다!

친구와 타이탄을 만들어 대륙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허신을 몰아낸 군단장과 신위에 도전하는 마도왕들이 펼친 저지선을 뚫고 오염된 전능 옥좌를 우주로 날려 버렸다!

마도 엔진 폭발사고로 떨어진 스카라베 왕국을 탈출해 친구들과 함께 암흑시대에 새로운 문명의 빛을 밝히고!

동료들과 함께 타이탄 부활, 대협약의 복원을 위해 천공탑을 올랐다!

그런 자신이!

마도 제국 일곱 재앙의 두목인 자신이!

거대 해파리 촉수에 얻어터지다가 훅 간다고!?

이런 건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 최후다!

혼신의 힘을 다한 개싸움을 벌이다가 최후의 순간 EMP 마력 폭풍으로 화끈하게 날려 버린다!

워커 실트는 조정 패널의 버튼을 연속으로 내려찍었다.

[메에, 메에에, 메에에에에에-]

염소 포효가 연속으로 울려 퍼지며 주위에 가득한 반발장을 상쇄시키는 순간.

찰칵, 찰칵-

조종 패널 안전 커버를 열었다.

마력석 엔진과 괴수 코어 엔진의 리미트 해제 버튼!

“진정한 힘을 보여 주마!”

워커 실트가 리미트 해제 버튼을 누르려는 순간 조종석 안에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야,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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