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834화>
바다에선 괴수 대전이 해변에선 도주, 쟁탈전이 벌어진 순간.
글라이더선 한 척이 은폐 마력장을 펼친 채로 해운대가 내려다보이는 산에 내려앉았다.
부우우우우우-
작은 소리조차 없이 내려앉은 글라이더선 은 특급 헌터와 동료들이 탄 7번 글라이더선이었다.
퓨수수수-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글라이더선 출입구가 열리고 들려오는 엔진음!
부아아앙-
특급 헌터와 동물 친구들이 탄 쌩쌩이가 단숨에 미끄러져 내려 오고.
다다다닥-
최설, 한호석 교수, 허준, 진교은, 파티마 모두가 글라이더선에서 달려 나왔다.
“바다!”
특급 헌터가 외치는 순간 바다 내음이 가득한 바람이 불어오고 탁 트인 바다가 한눈에 들어왔다.
최설, 진교은, 허준, 한호석 네 사람은 보는 순간 깨달았다.
“부산이다!”
“마침내! 마침내 돌아왔어!”
“하하하- 일 년은 지난 것 같아!”
“어, 어!? 하늘에 화살표 뭐야!?”
‘화살표!?’
한호석 교수의 깜짝 놀란 외침에 반사적으로 하늘을 보는 사람들.
하늘에는 선명한 화살표 두 개가 떠 있었다!?
“설마……!?”
“여기 지구가 아닌 거야!?”
모두의 얼굴이 사색이 되는 순간 거대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메에에에에에에-]
“……!”
“……!?”
울음을 향해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전신을 훑고 지나가는 굉음!
콰아아아아아앙-
거대 악어 괴수가 앞발로 거대 도마뱀을 내려찍고 비틀거리는 도마뱀을 번쩍 들어 바닷물에 처박고 있었다.
촤아아아아-
바닷물이 해일처럼 치솟아 해운대 해변으로 밀려 갔다!
“위험……!”
다급히 외치던 모두는 순간적으로 말을 잊었다.
해일처럼 바닷물이 밀려 오는 해운대 모래사장은 이미 난장판이 돼 있었다.
수천명의 헌터가 뒤엉켜 난장판이 된 모래사장.
여섯 척의 글라이더선이 거대한 굴렁쇠처럼 모래사장 위를 데굴데굴 구르고 있었다!
수십, 수백 명의 헌터들이 달라붙어 글라이더선을 굴리며 악을 쓰는 소리가 산 위까지 들려왔다.
“영차영차- 호흡을 맞춰라! 제방까지만 빠져나가면 된다!”
“멈춰! 야! 앞에 막아!”
“꺼져 새끼들아! 이 비행 원반은 우리 길드가 찜했다!”
“거기 헌터분들 멈추세요! 검사 후 비행 원반 돌려 드린다니까요!”
“하- 어디서 말도 안 되는 구라를!”
“무슨 개구라를! 물건 대신 헌터 포인트 준다에 1억 건다!”
“맞아! 헌터 부대 놈들 뭐만 걸리면 입 싹 씻고 헌터 포인트로 정산해 준다니까!”
“초거대 기업이 노리는 마도구다! 크하하- 10억 아니 100억에 팔릴지도 몰라!”
“모두 정지! 이 해변의 전권은 W, S, 인더스트리에 있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사유 재산을 무단으로 가져가고 있습니다.”
“멈추지 마! 먼저 잡은 게 임자다!”
“굴려! 얼른 굴려서 튀면 된다!”
“이렇게 재수가 좋다니! 대박이다! 초대박! 하하하- .”
……
수천의 인파가 뒤엉킨 난장판 속에서 미친 듯이 글라이더선을 굴리는 헌터들!
글라이더선을 쫓아 정신없이 달리는 헌터, 군인, 양복쟁이들!
해운대 해변에선 뺐고 뺏기며 굴리고 막아서는 글라이더선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 난장판 사이사이 익숙한 외침, 낯익은 얼굴들이 보였다.
“재앙이 온다!”
“멍청한 놈들! 재수가 좋다고!? 얼른 도망쳐!”
“멈추세요! 검역! 검역절차를 받으셔야 합니다!”
“잡아라! 이계인을 놓쳐서는 안 된다!”
“뭐!? 야, 이 새끼야! 나 한국 사람이야! 주민번호 90…….”
“으하하하- 전능하신 아라카트시여 감사합니다! 이렇게 무사히 돌아오다니!”
“멍청한 놈들! 카카카- 재수가 좋다고!? 지옥에서 굴러야 정신을 차리지!”
……
104인의 용역 헌터들이 난장판이 된 모래사장을 가로질러 시가지로 달리고.
마찬가지로 그 뒤를 헌터와 군인, 양복쟁이들이 쫓고 있었다.
“…….”
“…….”
“…….”
최설, 진교은, 한호석, 허준, 파티마.
모두는 순간적으로 말을 잊은 채 멍하니 눈앞에 펼쳐진 모습을 바라보다 고개를 돌렸다.
왼쪽, 해운대 앞바다.
거대 괴수 일곱이 뒤엉킨 처절한 괴수 대전이 펼쳐지고 있었다.
오른쪽, 해운대 모래사장.
수천명의 헌터, 군인들이 뒤엉켜 악을 쓰며 난장판을 만들고 있었다.
믿기지 않는 광경에 자신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왔다.
“거대 괴수 일곱이 뒤엉켜 싸우는데…….”
“바로 그 앞에서 난장판을 만들고 있다고!?”
“이게 말이 되는 거야!?”
“아니, 오자마자 이게 뭐야! 잠깐 여기 진짜 지구는 맞는 거야!?”
황당함에 자신도 모르게 외치고 서로를 보는 순간 불현듯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름이 있었다!
이세기!
강릉, 계단산, 적염성, 바나항, 열사의 사막!
가는 곳마다 상상조차 하지 못한 난장판을 만들던 이세기라면!?
“이세기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우리 여기 넘어온 지 5분도 안 지났어!”
“5분이면 아무리 이세기라도 불가능할 거 같은데…….”
이때 특급 헌터가 하늘을 향해 외쳤다.
“퐁퐁이! 알바!”
번쩍 고개를 드는 즉시 하늘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소리!
포그르르르르-
반짝이는 물방울이 빠르게 가까워지고 곧 그 안에서 익숙한 둘이 튀어나왔다.
이세기와 하늘 고래!
“알바! 퐁퐁이! 여기야! 우리 여기에 있어!”
특급 헌터는 손나팔을 만들어 외쳤다.
“어, 그래! 내려간다!”
천문석은 바로 지상으로 뛰어내렸다.
탁, 타타탁-
높게 솟은 나뭇가지를 밟으며 충격을 줄이길 몇 번.
탁-
가볍게 지상에 내려선 천문석은 벌떡 몸을 일으키고 외쳤다.
“야, 모두 봤지!? 내 계획대로 부산에 돌아왔다! 게다가 함대와 헬기! 레이드 헌터들까지 기다리고 있는 거!? 앞으로는 천운의 사나이라고 불러라! 카캬캌-.”
“훌륭해! 알바! 완전완전 멋진 계획이었어! 엄청 재수 좋았어!”
구으, 구으으-!
“앗! 퐁퐁이도 엄청 잘했어! 카카캌-.”
천문석과 특급 헌터가 동시에 웃음을 터트리는 순간.
모두는 황당한 얼굴로 주위를 돌아봤다.
괴수 대전이 일어난 바다와 난장판이 된 해운대 모래사장!
“지금 저게 전부 다 네 계획대로라고?”
“당연…….”
최설의 말에 고개를 돌리던 천문석은 깜짝 놀랐다.
퐁퐁이의 물방울에 숨어 몰래 날아오느라 살피지 못한 사이 해변의 상황이 완전히 변했다!
거대 괴수에게 화력을 쏟아부어야 할 헌터, 군인들은 어째선지 뒤엉켜 싸우고 있고.
게이트 앞을 막았던 거대 악어 괴수는 유인한 거대 괴수 여섯과 격전을 펼치고 있었다!
“아니, 왜 난장판이 됐어!? 악어 괴수! 쟤는 왜 싸워!?”
자신도 모르게 외치는 순간 바로 깨달았다.
‘나쁘지 않다!’
게이트를 넘기 전에 가장 우려한 것이 함대와 헌터 부대 병력이 도착하기 전에 거대 괴수가 흩어지는 것!
거대 괴수가 단 한 마리라도 시가지로 들어가면 엄청난 피해가 생긴다!
그래서 거대 괴수가 흩어지지 않게 유인할 각오까지 했다.
그런데 악어 괴수가 자신의 역할을 대신해 주고 있었다!
보인다!
거대한 앞발을 치켜들어 돌진하는 거대 도마뱀을 내려찍고 날아오는 산성 체액을 납작 엎드려 피하는 거대 악어 괴수의 움직임이!
들린다!
[메에에에에에-]
크아아아아아앙-
기괴한 염소 울음소리가 터지는 순간 거대 괴수의 포효에 담긴 피어가 산산이 흩어지는 게!
거대 악어 괴수는 마치 레이드 탱커처럼 홀로 거대 괴수 여섯을 꽉 붙잡아 두고 있었다.
해운대 앞바다에!
난장판이 된 해운대 백사장에 있는 헌터와 군인들은 없어도 된다!
하늘에 뜬 헬기!
빌딩에 거치된 개틀링건!
바다에 대기 중인 부산 함대!
이들이면 충분하다!
초대형 게이트라는 돌발 변수와 거대 괴수 일곱이 뒤엉켜 싸워 화력을 투사하지 못하고 있을 뿐!
게이트가 사라지고 거대 괴수끼리 싸워 체력과 반발장이 완전히 깎여 나가는 순간 마탄을 쏟아부으면 간단히 처리할 수 있다!
즉, 원래 계획보다 상황이 더 좋았다!
지구로 돌아오니 갑자기 운이 트인 상황.
이대로 KTX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면 된다.
“야! 오히려 잘됐다! 재들끼리 싸우라고 두고 우리는 집에 가면 되겠다!”
번쩍 고개를 들고 동료들에게 말하는 순간 문득 머리를 스치는 얼굴들
왕체, 최림, 김기철!
조폭 3인조와 용역 헌터 104인!
“용역 헌터!”
자신도 모르게 외치는 순간 일제히 해운대 모래사장을 가리키는 동료들!
“해운대?”
두 눈에 내력을 담아 해운대 난장판을 자세히 보는 순간 방금은 미처 보지 못한 게 보였다.
개미 떼처럼 사람들이 달라붙은 글라이더선!
사람들이 글라이더선을 데굴데굴 굴리며 뺏고 뺏는 쟁탈전을 벌이고 있었다!
“……저게 왜 굴렁쇠처럼 굴러다니냐?”
고개를 젓고 어깨를 으쓱하는 동료들.
“그거 말고 위에 봐라!”
“맞아. 시가지 방향으로 도망치는 놈들.”
“군인이랑 양복쟁이 피해서 달리는 녀석들.”
시가지를 방향을 보자 미친놈처럼 인파를 뚫고 도망치는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
왕체, 최림, 김기철과 용역 헌터들!
104인의 용역 헌터들은 채권자에게 쫓기는 빚쟁이처럼 정신없이 도망치고 있었다.
“……쟤들 왜 빚쟁이처럼 도망치냐?”
“…….”
“…….”
대답 없이 고개를 젓고 어깨를 으쓱하는 동료들.
이때 운전석에 앉은 특급 헌터가 손을 번쩍 들고 외쳤다.
“나, 나나! 나 알 거 같아!”
“어, 그래. 특급 헌터 말해 봐.”
“밥 먹으러 가는 거 아닐까!? 지금 점심시간이야!”
“…….”
문득 고개를 돌리자 이글이글 열망이 담긴 눈으로 바라보는 특급 헌터가 보였다.
얼굴에 선명하게 드러나는 속마음!
천문석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헬기와 함대, 군인들이 이미 쫙 깔린 상황 자신과 동료들이 여기 있을 필요는 없었다.
뒤엉켜 싸우는 거대 괴수는 힘이 빠졌을 때 마탄을 쏟아부으면 간단히 처리할 수 있고.
왕체, 최림, 김기철과 104인의 용역 헌터들은 난장판이 된 해변에서 알아서 도망치고 있다.
계획대로 지구로 돌아왔고 약속을 지켰다.
“뭐 애도 아니고 다들 알아서 하겠지. 우리는 밥 먹으러 가자. 궤짝은 글라이더 선 안에 있냐……?”
“알바 궤짝은 특급 쌩쌩이에 실었어!”
쾅-
버튼을 누르자 덜컹 열리는 트렁크 안 너무나 익숙한 나무 궤짝이 보였다!
천문석은 나무 궤짝에 손을 올렸다.
두근두근두근-
순간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당연했다!
이 나무 궤짝 안에는 건물주의 꿈을 이뤄줄 보물, 5관 금괴 6개가 들어 있으니까!
끝이 좋으면 모든 게 좋은 법!
강원도에서 시작해 계단산, 적염성, 바나항, 열사의 사막으로 이어진 긴 여정은 ‘5관 금괴 6개’라는 완벽한 성공으로 끝났다.
천문석은 환한 얼굴로 동료들에게 외쳤다!
“모두 고생했다! 우선 밥부터 먹으러 가자! 부산이면 뭐냐? 당연히 풀코스! 오늘 풀코스로 내가 쏜다!”
“풀코스!? 한우, 한우야!? 알바! 설마 우리 한우 구워 먹으러 가는 거야!?”
특급 헌터가 벌떡 일어나 초롱초롱한 눈으로 외치는 순간.
한호석 교수가 하늘을 가리키며 다급히 외쳤다.
“잠깐! 저 하늘의 화살표! 뭔가 이상해! 우선 이곳이 우리 목적지! 우리가 출발한 한국이 맞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혹시 아니라면…….”
천문석은 뒷말을 듣지 않아도 한호석 교수가 무슨 말을 할지 감이 왔다.
게이트!
이곳이 자신들이 출발한 ‘한국’이 아니라면 바로 게이트 너머 기동 병참 도시로 돌아가야 한다.
자신들이 출발한 한국으로 게이트를 열어 줄 수 있는 건 기동 병참 도시 밖에 없으니까.
‘뭐로 확인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