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833화>
[메에에에에에에-]
거대 악어의 포효를 듣는 순간 피가 끓어오르고 투지가 폭발했다!
이 순간 거대 악어는 적이 아니라는 명령이 불현듯 떠올랐다!
적과 싸우는 적이 아닌 존재!
거대 악어는 동료다!
동료가 홀로 거대 괴수들과 격전을 펼치고 있다!
당장이라도 뛰어들어 방패를 때려 박고 검과 해머, 각성력과 마탄을 쏟아붓고 싶었다!
그러나 전장은 바다 위!
어느새 피가 끓어 오른 탱커들이 각성력이 담긴 방패를 들어 모래사장을 내려찍었다!
쿵쿵, 쿵쿵쿵-
모래가 폭발하듯 치솟고 진동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이 행동은 순식간에 해변과 도로로 퍼져 나갔다!
쿠웅, 쿠웅, 쿠우웅-
수만의 헌터와 헌터 부대 병사들이 일제히 내려찍는 무기와 발소리가 모래사장을 뒤흔들고!
파슥, 파슥, 파스슥-
끓어오른 피에 반응한 각성력이 뜨거운 열기가 되어 대기를 일렁이게 했다!
거대 악어 괴수, 미궁 악어 13호로 백곰권을 펼치던 워커 실트는 느꼈다.
저지선에 대기 중인 헌터와 군인! 모두의 시선과 마음이 자신에게 집중됐다!
마도 제국 시대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강적과 싸워 불가능한 위업을 달성한 직감이 말한다.
지금이다.
바로 지금이 전투의 맥, 주도권을 잡고 몰아칠 타이밍이다!
워커 실트는 거대 악어의 양 앞발에 잡힌 거대 도마뱀 괴수를 서로 충돌시켰다.
쾅쾅, 콰아아앙-
반발장이 충돌해 폭음과 섬광, 충격파가 연신 터지는 순간.
기이이이이잉-
마력석 엔진 출력을 올려 단숨에 하늘로 던져 올렸다!
휘이이이이잉-
50미터가 넘어가는 거대 도마뱀 괴수가 공깃돌처럼 아득한 하늘로 솟구쳤다!
완벽한 기회!
허공 45도! 사선에 걸리는 건 거대 도마뱀 괴수뿐!
워커 실트는 버튼을 내려치는 동시에 외쳤다.
[메에에에에에에에-]
"지금이다! 마탄을 쏟아부어!"
꼬맹이도 알 수 있는 완벽한 사격타이밍!
그러나 한참이 지나도록 단 한 발의 총성도 울리지 않았다.
워커 실트는 악을 썼다.
"뭐 하는 거야?! 함포, 개틀링건을 갈겨!"
"야, 왜 구경만 하고 있어! 공격해! 얼른 공격하라고!"
그러나 아무리 악을 써도 그 외침이 전해질 리 없었다.
괴수 코어 엔진이 맛이 가면서 통신장치도 같이 맛이 갔으니까.
“빌어먹을 젠장!”
분통을 터트려도 바뀌는 건 없다.
하늘, 땅, 바다의 모든 병력에 전할 수 있는 외침은 하나뿐이다!
워커 실트는 패널에 달린 버튼을 내려쳤다!
쾅쾅, 쾅쾅쾅-
[메에-]
[메에에-]
[메에에에에에-]
그 누구라도 듣는 순간 다급함을 느낄 염소 울음소리가 잇달아 울려 퍼졌다!
"마탄! 마탄을 갈기라고!"
"와! 또라이 이사 녀석들! 빨리 공격해!"
"시바시바! 개시바! 미친놈들아 왜 구경만 하는데!"
그러나 아무리 악을 쓰고 포효 버튼을 연타해도 마탄은 날아오지 않았다.
* * *
[메에, 메에, 메에에에-!]
다급한 염소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는 순간 저지선의 베테랑 헌터와 부사관들은 재빨리 외쳤다.
"지금이 전투의 맥입니다!"
"당장! 마탄을 쏟아부어야 합니다!"
"화력을 쏟아부어서 먼바다로 밀어붙여야 합니다!"
이들의 외침은 통신기를 타고 최종 지휘관, 지휘 천막 안의 이사들에게 전해졌다.
그러나 이사들은 일제히 고개를 저었다.
오너의 명령은 절대적!
여기서 계획과 어긋나게 행동하면 오너의 큰 그림과 비전을 망칠 위험이 있다!
"모두 오너의 계획을 잊지 마라!"
"오너는 ‘거대 괴수 절대 공격 금지’ 명령을 내리셨다!"
"기동 도시가 게이트에서 나올 때까지 대기한다!"
"다시 한번 전 병력에 명령 전달한다! 거대 괴수는 절대 공격해서는 안 된다!"
"게이트에서 저 기동 도시가 나오고! 공격 명령이 떨어질 때까지 대기하라!"
이사 전원은 오너의 비전과 큰 그림에 완전히 경도된 상태!
사이비 교주를 믿는 광신자들처럼 확신으로 번뜩이는 눈으로 몇 번이고 강조했다.
“절대! 절대로 거대 괴수를 공격하면 안 된다!”
거대 괴수 공격 금지.
기동 도시가 나올 때까지 대기.
둘 다 워커 실트가 직접 내리고 몇 번이고 강조한 명령이었다.
워커 실트와 이사진 사이를 유연하게 조율하던 로롤로 의장이 자리를 비우자, 압도적 폭력과 상명하복 체제로 회사를 운영한 부작용이 불거졌다.
하늘 높이 던져진 거대 도마뱀 괴수는 아무 공격도 당하지 않고 그대로 바다에 떨어졌다!
촤아아아아-
바닷물이 치솟는 순간 1 대 6의 처절한 전투가 다시 시작됐다.
[메에에에에에에-]
"멍청한 이사 놈들! 구경하지 말고 마탄을 발사해!"
"와! 또라이 녀석들! 너희 가만히 서서 뭐 하는 거야?!"
* * *
[메에에에에에-]
진형 뒤를 통과해 백사장을 달리던 로롤로 의장은 힐끗 울부짖는 거대 악어 괴수를 봤다.
거대 도마뱀 괴수 넷과 슬라임 괴수!
어째선지 공격하지 않고 하늘에 떠 있는 해파리 괴수까지 모두 여섯!
거대 악어 괴수!
오너의 역작 미궁 악어 13호는 거대 괴수 여섯과 대등하게! 아니, 오히려 우세를 접하고 싸우고 있었다!
마탄 지원 사격조차 없이!
순간 자신도 모르게 탄성이 터졌다!
“역시 오너!”
지휘 천막의 이사들과 미궁 악어 13호를 탄 오너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렇다면 자신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비행 원반 회수!
비행 원반이 떨어지는 순간 로롤로 이사는 직감했다.
오너가 연 초대형 게이트에서 튀어나온 UFO를 닮은 비행 원반!
‘이 비행 원반에 어떤 마도 공학기술이 담겨 있을지 모르기에 바로 회수해야 한다!’
이게 로롤로 의장이 이사들에게 말한 명분이다.
그러나 로롤로 의장이 이사들에게 지휘까지 맡기고 직접 움직인 이유는 따로 있었다.
오너가 연 게이트에서 튀어나온 비행 원반!
이 비행 원반에 오너의 정체와 관련된 정보가 담겨 있을지도 모른다!
높이 올라갈수록 적도 많아지는 법!
W. S. 인더스트리의 오너를 노리는 적은 어디에나 있다.
혹시 모를 사태를 방지하려면 이 원반을 최대한 빨리 확보해야 한다!
그래서 로롤로 의장은 직접 비서들과 보안팀과 함께 달리고 있었다.
파파파파-
점점 느리게 회전하며 모래를 뿌리는 비행 원반과.
파아아아아-
부메랑처럼 돌아오고 있는 비행 원반 모두를 회수하기 위해서!
폭폭, 폭폭폭-
이때 돌아온 비행 원반들이 줄줄이 백사장에 박히기 시작했다.
마치 처음부터 의도한 것처럼 줄줄이 한 줄로 박히는 비행 원반들!
그리고 내륙 도로 방향에서 달려오는 헌터들과 병사들이 보였다.
“우리가 모은 헌터가 아닙니다!”
“협조 요청한 군인들이 아닙니다!”
비서의 말을 듣는 순간 달려오는 헌터와 군인들의 목적이 감이 왔다.
비행 원반!
로롤로 의장은 바로 명령했다.
“차단벽! 인의 장막을 치고 밀어내라!”
백사장 후미에 대기 중인 중소규모 헌터팀, 본사 보안팀, 비서실 직원들이 해변으로 달려오는 헌터 무리와 군인들을 막아섰다!
"작전 중입니다! 접근하지 마십시오!"
"비켜! 이 해변은 국유지다! 당연히 게이트 너머에서 날아온 비행 원반도 주인이 없다!"
"무슨 헛소리! 먼저 잡는 놈이 임자지!"
몸으로 밀고 들어오는 헌터들과 마찬가지로 몸으로 막아내는 헌터들.
정신없이 밀고 밀릴 때 보안팀과 타격대 정예들은 재빨리 헌터들을 끌어모아 인의 장막을 펼쳤다!
이 순간 로롤로 의장은 비행 원반에 다가가며 정제 마석으로 선을 그었다!
팟-
손을 그은 순간 반지에 저장된 마력 회로가 단숨에 풀려 나왔다.
물리 방어, 정신 방벽!
비행 원반을 향해 재빨리 다가가는 순간.
뭘 하기도 전에 비행 원반 출입구가 열리고 초췌한 모습의 남녀 20여 명이 쏟아져나왔다.
이계인!
게이트 넘어 이계인이 나타났다!
이 모습을 본 모두는 돌처럼 굳었다!
던전에서 문명과 이계인을 발견한 적은 있어도 게이트 너머에서 이계인이 지구로 찾아온 것은 처음이다!
“잠깐만 기다리세요!”
“이건 상부에 보고해야 하는 일입니다!”
“W. S. 책임자분 접촉하시면 안 됩니다!”
뒤늦게 달려온 군인들이 정신없이 외치는 순간.
이계인들은 눈물을 줄줄이 흘리며 괴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아악-
으으으으으윽-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과 귀를 비비며 주위를 돌아보고, 모래를 움켜쥐고 미친 듯이 땅을 두들기는 이계인들!
로롤로 의장이 재빨리 정신 감응을 걸고 다가서며 말했다.
“지구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이계인들….”
“한국말이다!”
“해운대가 맞다!”
“드디어! 드디어 돌아왔다!”
우와아아아아아-
엄청난 환호성을 터트리며 눈물을 줄줄 흘리며 한국어로 외치는 사람들!
‘한국어?!’
‘이계인이 한국어로 외친다고?!’
의혹이 생겨나는 순간.
다급한 외침이 터져나왔다.
“이럴 때가 아니지!”
“맞아! 얼른 도망쳐야 한다!
”그 새끼랑 더는 역이면 안 된다!”
“시바! 시바아! 당장 이곳을 떠나야 해!”
“서울로! 아니지, 한국을 떠나야 해! 부산 국제공항!”
‘이계인이 아니라 한국인이다!’
문득 고개를 돌리자 괴수 대전을 벌이는 거대 괴수 너머로 거대한 스크린처럼 펼쳐진 초대형 게이트가 보였다.
‘한국인이 안정화 권역에 열린 게이트에서 나왔다고?!’
더 큰 의혹과 의문이 생겨났다!
이 순간 1번 글라이더선의 용역 헌터들은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잠깐! 어디 가세여?!”
“멈춰요! 움직이면 안 됩니다!”
다급히 외쳐 막으려는 순간 줄줄이 늘어선 2, 3, 4, 5, 6번 글라이더선의 출입구가 열리고 용역 헌터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이들도 비슷한 행동을 보였다.
주위를 바라보며 눈물을 줄줄 흘리며 환호성을 터트리다가!
빚쟁이에게 쫓기는 사람처럼 초조한 얼굴로 괴성을 지르며 도망쳤다!
“도망쳐!”
“더는 엮이면 안 된다!”
“거대 괴수! 시바 이제 거대 괴수까지 불러 왔구나!”
....
“멈추세요!”
“비켜 새끼야!”
“재앙! 어둠이 밀려오고 있다!”
파아아앙-
단숨에 보안팀을 뛰어넘고!
촤아아아-
폭발하듯 치솟은 모래를 타고 부웅 날아오른다!
각성력!
각성 헌터다!
100명이 넘는 각성 헌터들이 패닉에 빠진 듯 사방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멈추세요!”
“어디 가시는 겁니까?!”
“막아! 도망치게 두면 안 된다!”
“잡아! 우선 잡아둬야 해!”
“뭐?! 우리를 여기에 잡아 둔다고?!”
"시바아! 절대 우리를 잡지 못한다!"
"재앙의 화신! 이름만 불러도 재수 없어지는 그 새끼가 왔다!"
"당장 도망쳐! 해운대! 아니, 부산에 재앙이 떨어졌어! 엮여 들면 끝장이야!"
"저기 저 거대 괴수는 아무것도 아냐!"
"이대로 얽혀들면 무슨 일이 터질지 몰라!"
"그 지옥으로 우리는 다시는 돌아가지 않는다!"
용역 헌터들은 완전히 공포에 질린 얼굴로 미친 듯이 도망쳤고 고용된 헌터들과 보안팀은 다급히 이들을 막아섰다.
이때 뒤늦게 도착한 헌터 부대 특무대 장교가 외쳤다.
"한국어! 한국말을 했다! 저 이계인! 아니, 한국 사람은 우리가 보호한다! 모두 밀고 들어가! 신병을 확보한다!"
헌터 부대 베테랑 병사들이 밀고 들어가자 서로 다른 소속의 헌터들과 군인들이 순식간에 뒤섞였다.
너무 다급히 모았기에 서로의 얼굴과 소속을 확인하기도 전!
서로 뒤섞이는 순간 명령계통은 순식간에 무너지고 적아가 사라졌다!
“잡아!”
“튀어!”
“막아!”
“뚫는다!”
“위험해! 밀지 마라!”
날 선 외침과 명령이 복잡하게 뒤섞여 쏟아지던 어느 순간.
빠아악-
각성력이 실린 주먹이 날아가고 인의 장막이 순간적으로 무너졌다.
"바로 도망쳐!"
"시내로 달려라!"
"잡아! 도망치게 둬서는 안 된다!"
"비행 원반! 마도구부터 확보한다!"
"저 안에 무언가 있을지도 몰라!"
도망치고, 막고 잡고, 비행 원반으로 달리고, 그 안으로 기어들어 가는 헌터와 군인들!
글라이더선이 꽂힌 백사장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됐다.
로롤로 의장과 정소라 중위, 왕체, 최림, 김기철과 용역 헌터, 군인과 보안팀, 고용된 헌터 모두는 이 난장판에 휩쓸렸다.
백사장 한쪽에서 시작된 혼란은 순식간에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해운대 앞바다에서 1대 6의 괴수 대전을 펼치는 워커 실트마저 이 혼란을 알아챘다.
워커 실트는 참을 수 없는 분노에 패널을 내려치며 외쳤다!
"미친놈들아! 왜 너희끼리 싸워?! 거대 괴수랑 싸우라고! 마탄! 당장 마탄으로 지원 사격하라니까!!"
[메에, 메에, 메에에에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