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829화>
“빌어먹을 젠장! 지금 이 타이밍에 엔진이 맛이 간다고!? 으아악-.”
거대 악어 괴수 조정실.
워커 실트는 분통을 터트렸다!
지구에 떨어진 후 만들어 낸 회심의 역작, 거대 괴수형 잠입 유닛, 미궁 악어 13호!
여기에는 마력석 엔진과 괴수 코어 엔진을 듀얼로 설치했다!
괴수 코어 엔진은 몬스터의 반발장과 비슷한 인공 반발장을 만들어 내는 엔진!
이 인공 반발장만 있으면 미궁 악어 13호는 마수와 몬스터, 거대 괴수에게 공격받지 않고 마경을 자유롭게 누빌 수 있다!
이미 미국 서부 해안과 중남미에서 테스트까지 끝난 상황!
워커 실트는 이 미궁 악어 13호로 옐로스톤 마경에 있는 제국 군단의 눈을 피해 옐로스톤 초대형 게이트에 잠입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미국에선 멀쩡하던 괴수 코어 엔진이 안정화 권역이 중첩된 이곳 부산에서 가동하는 순간 맛이 갔다!
파직, 파지지직-
중첩된 게이트 마력장에 억눌려 마력 스파크를 튀기는 괴수 코어 엔진!
마력석 엔진이 있기에 기동에는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괴수 코어 엔진이 맛이 가자 통신기와 차원 파동 탐지 범위가 거대 괴수 육체 주위 10미터 이하로 확 깎였다는 사실!
유도 신호를 보내 차원 좌표를 고정하고 게이트를 열어 기동 도시를 먹는 이 중요한 순간에 갑자기 말과 시력을 잃은 거나 마찬가지다!
절망적인 상황이지만, 아직 방법은 있다!
Wifi 안테나를 찾아 핸드폰을 움직이듯! 미궁 악어 13호로 직접 공간을 훑어 차원 통신과 접촉해서 유도 신호를 보내면 된다!
워커 실트는 번쩍 고개를 들었다.
“……!”
순간 탁 트인 해운대 앞바다가 보였다.
‘여기를 다 뒤져야 한다고!?’
“시바시바시바! 뭐가 이렇게 재수가 없어!”
눈앞이 깜깜해지는 순간 워커 실트는 컨트롤 패널 중앙의 버튼을 내려쳤다!
[메에에에에에에-]
하늘에 울려 퍼지는 거대한 포효!
이 포효는 마도 엔진 폭발사고로 스카라베 강제 노역장에 떨어졌던 기억마저 군데군데 사라진 가장 암울했던 시절, 자신과 함께 한 용맹한 소, 염소의 울음소리다!
용맹한 염소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는 순간 앞을 가린 어둠이 깨어지고 옛 친구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연이은 불운에 줄기차게 구르면서도 절대 포기하지 않던 친구들의 외침!
‘할 만하다!’
‘상정 범위 안이다!’
워커 실트는 친구들처럼 외쳤다!
“이 정도면 할 만하다! 상정 범위 안이다! 전부 계획대로다!”
그리고 미궁 악어 13호, 거대 괴수를 움직였다!
쿵웅, 쿠우우웅-
거대 괴수는 앞발을 허공에 뻗고!
촤아, 촤아아앙-
뒷발로 바닷속을 뒤뚱뒤뚱 걷기 시작했다!
기동 병참 도시에서 보낸 차원 통신 신호를 잡기 위해서!
* * *
워커 실트와 거대 로봇 미궁 악어 13호가 차원 통신 신호를 잡기 위해 해운대 앞바다를 배회할 때.
그 뒤 부산 전 지역에선 사이렌이 울리고 경고 방송이 울려 퍼졌다.
위이이잉, 위이이이잉-
[해운대 앞바다에 거대 괴수가 출현했습니다! 시민 여러분은 즉시 안전지대로 대피하십시오! 실제 상황입니다…….]
부아아아앙-
인근 해상에 흩어진 고속정이 모조리 모여들고, 타타타타타타-
헬기가 날아오고 장갑 트럭이 밀려 와 지원 병력을 쏟아부었다.
이때 로롤로 의장은 지휘 천막 안 직원들에게 다시 한 번 명령했다.
“거대 괴수는 적이 아니다! 절대 공격해서는 안 된다! 헌터, 군인, 정부, 치안 당국 전체에 한 번 더 협조를 요청해라! 공격금지! 전원 준비 상태로 대기한다! 명령이 떨어지는 순간 단숨에 몰아쳐야 한다! 다시 한 번 상황 전파해라!”
지휘 천막 안 통신기를 잡은 직원들은 바로 명령을 전파했다.
“거대 괴수는 적이 아니다! 사격 불허한다!”
“백사장! 레이드 팀! 헌터 팀! 전원 대기해라!”
“헬기! 접근 금지! 거대 괴수를 위협해서는 안 됩니다!”
“함대에 다시 협조 요청한다! 거대 괴수를 절대 공격해서는 안 된다!”
“전원 준비 상태로 대기한다! 다시 한 번 알린다! 전원…….”
……
다급한 지시사항이 사방으로 전해질 때 해운대 백사장 뒤에 겹겹이 처진 저지선으로 장갑 트럭 수십 대가 줄줄이 도착했다.
“전원 하차! 부대원 전원 장갑 버스 저지선을 보강한다!”
장갑 트럭에서 뛰어내린 헌터 부대 병사들은 전력 질주해 장갑 버스 위에 올라 능숙하게 진지를 보강했다.
헌터 부대원을 이끌고 온 장교는 바로 병사에 확인했다.
“서울 헌터 부대 정소라 중위다! 지금 상황이 어떤가? 인명 피해는!?”
정소라 중위의 질문에 넋이 나간 얼굴로 거대 괴수를 보던 병사가 반문했다.
“네? 서울 헌터 부대요? 아니, 서울 헌터 부대가 왜 부산에……?”
“박찬석 준장님 지휘로 낙동강 전선에서 작전 중이었다. 병사! 우선 대답부터 해라! 전투 계획은!? 현재 인명 피해는!?”
박찬석 준장!
갑자기 튀어나온 헌터 부대 실세의 이름!
병사는 바짝 긴장해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공격 금지 명령으로 아직 전투는 시작 전입니다! 인명 피해는…….”
“뭐!? 그게 무슨 말이야!? 공격 금지 명령이 떨어졌다고!? 왜? 아니, 누가!?”
정소라 중위가 버럭 소리치는 순간.
거대 괴수는 앞발을 들어 올리며 가슴을 부풀렸다!
“괴수 포효!? 모두 피어에 대비해라!”
정소라 중위와 서울 헌터 부대 병사들은 반사적으로 몸을 돌리며 입을 벌리고 귀를 가렸다.
그러나 다급히 움직이는 건 방금 도착한 서울 헌터 부대 병력뿐!
다른 병사들은 멍하니 거대 괴수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위험해!”
정소라 중위가 병사를 낚아채려는 순간.
거대 괴수의 거대한 포효가 터져 나왔다.
[메에에에에에에-]
거대한 염소 울음소리가!
“…….”
“…….”
“…….”
정지 버튼을 누른 듯이 굳어 버린 서울 헌터 부대 병사들.
정소라 중위는 멍하니 거대 괴수를 바라보다가 주위를 돌아봤다.
“염소 울음? 저거 지금 나만 염소 울음소리로 들리는 거 아니지?”
“…….”
“…….”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헌터 부대 병사들.
“움직인다!”
누군가 외치는 순간 정소라 중위는 반사적으로 소총을 겨눴다.
‘공격이 시작되는구나!’
거대 악어 괴수는 바다를 가르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촤아, 촤아아-
새하얀 파도가 밀려 오고.
쿠웅, 쿠우웅-
대지가 북을 치듯 진동했다.
거대 괴수는 마치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찾듯 앞발로 허공을 더듬으며 그 거대한 몸으로 뒤뚱뒤뚱 바다를 걷다가 갑자기 우뚝 멈춰 섰다!
“……!”
바짝 긴장한 순간 거대 괴수는 갑자기 머리를 부여잡고 포효를 터트렸다!
[메에에에에에에-]
전투 의지가 흐물흐물 사라지는 염소 울음소리를!
“…….”
이 순간 어이없게도 너무나 어이없게도 겹치는 장면이 있었다.
퇴근 후 씻고 소파에 누웠는데 사라진 TV 리모컨!
아무리 찾아도 나오지 않는 TV 리모컨에 분통을 터트리는 모습!
문득 고개를 들어 주위를 돌아봤다.
겹겹이 펼쳐진 저지선!
이 저지선에 깔린 헌터와 군인 모두가 넋을 놓고 거대 괴수를 바라봤다!
정소라 중위는 넋을 놓은 병사에게 확인했다.
“공격 금지 명령 자세히 말해 봐라.”
“자세히 말할 것도 없습니다. 이곳 해운대에서 일어나는 일은 저기 백사장 가운데 텐트에 있는 사람들이 전부 책임지기로 했으니, 이곳에 저지선을 펼치고 대기만 하라고 했습니다.”
정소라 중위는 고개를 돌려 해운대 백사장에 쳐진 텐트를 봤다.
전투 감각을 찌릿 자극하는 느낌!
저 텐트 안에는 엄청난 강자들이 모여 있다!
이 순간 생각지도 못한 이름이 들려왔다.
“……W. S. 인더스트리…….”
‘초거대 기업 W. S. 인더스트리!?’
반사적으로 눈과 귀를 기울이자 백사장의 텐트를 바라본 헌터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초거대 기업이라 인맥 튼다는 생각으로 의뢰받았는데…….”
“하, 시바- 이거 의뢰 잘못 받은 거 아냐!?”
“거대 괴수를 그냥 보고만 있으라고? 재금 그룹보다 더 미친놈들이잖아!”
“무슨 초거대 기업이라는 놈들이 하나같이 또라이야?”
“아니, 그보다 저거 거대 괴수는 맞는 거야!?”
“혹시 거대 괴수를 테이밍 한 거 아닐까!?”
“말도 안 되는 소리! 테이머 대부분이 사기꾼이야!”
“알고 보니 거대 괴수가 아니라 로봇이라던가!? W. S.면 나이트 아머로 유명하잖아! 거대 괴수형 나이트 아머인 거지!?”
“하, 그게 말이 되냐? 저거 못해도 백 미터는 넘어 보이는데! 나이트 아머 한 대 가격이 얼만데!”
“맞아! 저거 만들 자원이면 나이트 아머 백 대는 만들겠다! 나이트 아머 대신에 저런 거대 괴수 로봇을 만든다고? 아니, 왜? 이유가 없잖아!?”
“그런 계획 올리는 놈 있으면, 당연히 바로 잘리지!”
“하긴! 그렇긴 하지!”
……
헌터들의 대화를 듣던 정소라 중위와 병사들이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쿵-
탱커가 방패로 바닥을 찍으며 외쳤다.
“듣는 귀가 많다. 쓸데없는 소리 그만해라! 우린 계약대로 준비 상태로 대기한다! 긴장 풀지 마라! 출동 명령 떨어지면 바로 이동해야 한다!”
이 자리에 모인 헌터들은 전원 베테랑!
아차 하는 순간 훅 가는 게 거대 괴수 레이드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모두는 마음을 다잡고 각성력을 끌어올렸다.
[메에에에에-]
그러나 기다렸다는 듯 염소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순간 절로 맥이 탁 풀렸다.
“아니, 뭔 거대 괴수 울음소리가 저래?”
해운대에 저지선을 펼친 모두는 내심 고개를 끄덕일 때.
돌연 거대 괴수가 멈춰 서서 앞발을 하늘로 들어 올렸다!
이미 몇 번이나 본 광경.
당연히 누구도 이 모습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단 두 명.
전투 예지 능력자 정소라 중위와 마력 각성자 로롤로 의장을 제외하고!
두 사람은 동시에 시선을 돌렸다!
전투 감각을 건드리는 섬뜩한 직감!
10년이 훌쩍 넘는 시간 오너와 얽히며 단련된 육감!
등골을 스치고 지나가는 전율과 훅- 치솟아 오르는 불안감!
두 사람은 동시에 직감했다.
“뭔가 시작된다!”
“이제 시작된다!”
이 순간 거대 괴수에 탑승한 워커 실트는 환호성을 터트렸다.
“찾았다!”
* * *
패널에 떠오른 기계어!
[111011011001100110010101111011001001110110111000]
마침내 차원 통신을 낚아챘다!
이제 바로 좌표를 유도할 코드만 보내면 게이트는 일사천리로 열린다!
“앗! 아니지! 우선 게이트 확장용 마법 회로부터 준비한다!”
파파파파팟-
워커 실트가 통제 패널을 미친 듯이 두들기는 순간!
파직, 파직, 파지직-
거대 괴수의 번쩍 든 앞발 사이에 생겨나는 구전체!
1미터, 3미터, 5미터, 10미터……!
푸른 마력 스파크가 번뜩이는 구전체가 순식간에 크기를 키웠다!
구전체에서 엄청난 마력이 쏟아졌다!
이 모습을 본 헌터 모두가 경악할 때.
마력 각성자들은 홀린 듯이 구전체를 바라봤다.
구전체에서 쏟아진 마력이 게이트 마력장을 밀어내고 마법 회로를 그려내고 있었다!
순식간에 허공에 그려지는 3차원 적층 마력회로!
보는 순간 눈을 뗄 수 없는 놀라운 완성도!
“공간, 중력, 빛! 세 가지 힘을 동시에 다룬다고!?
“아니, 셋이 아니다! 차원까지 넷! 아니 다섯, 여섯……! 몇 개가 연결된 거야!?”
“저 마력회로 도대체 뭐야!?”
경악한 마력 각성자들은 비명을 질렀다.
거대 괴수가 이런 마법 회로를 만든다고!?
말도 안 되는 이야기!
이런 정교한 마법 회로는 한국 최고의 마도 공학자, 하얀 번개 추이린도 불가능하다!
“도대체 누가!?”
절규하듯 외친 순간 머리에 떠오르는 두 기업이 있었다!
압도적인 마도 공학 기술로 세계를 양분하는 두 기업, 재금 그룹과 W. S. 인더스트리!
그리고 그 압도적인 마도 공학 기술 격차를 만들어 낸 두 사람, 재금 그룹의 오너와 W. S. 인더스트리의 오너!
답은 바로 튀어나왔다.
해운대에 자리한 수만의 병력!
이들 모두가 해운대에 모인 것은 W. S. 인더스트리의 긴급 의뢰를 받아서다!
대형 길드 집행부, 랭커, 마력 각성자, 헌터 부대 고위 장교.
이번 사건의 내막을 조금이라도 아는 이들 모두는 깨달았다.
이 모든 것은 베일에 싸인 W. S. 인더스트리의 오너가 벌인 일이다!
깨달음의 충격이 모두를 휩쓰는 순간.
크르르르르르-
공기를 떨어 울리는 진동과 함께 구전체를 만들어 낸 거대 괴수가 천천히 입을 벌렸다!
순간 폭음과 함께 터져 나오는 섬광!
빠아아아앙-
거대한 빛의 기둥이 입에서 쏘아져 바다 위를 가로질렀다!
“브레스!”
“플라스마 브레스!?”
“거대 괴수가 플라스마 공격을 한다고!?”
듣도 보도 못한 공격 패턴에 모두가 경악하는 순간.
바다를 가로지르던 빛의 기둥이 잡히기라도 한 것처럼 바다 위 허공에서 멈췄다!
궁, 구웅, 구웅웅-
이 순간 빛의 기둥이 멈춘 공간의 대기가 스피커처럼 진동하고!
위잉, 위잉, 위이잉-
진동하는 대기에서 흘러나오는 음파가 물결치듯 퍼져 나갔다!
음파와 닿는 순간 바닷물이 치솟고 공기가 요동치고 모래가 뒤집혔다!
물결치듯 쏟아진 음파는 뭘 어떻게 할 틈도 없이 해운대 바다를 둘러싼 수만 명의 헌터와 병사들을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생경한 기계음이 몸 안에서 울려 퍼졌다.
분명 처음 듣는 언어지만, 어째선지 바로 이해할 수 있는 기계음이!
[좌표 고정까지 앞으로 1분!]
[카운트다운 시작합니다! 60, 59……!]
기계음을 듣는 순간 해운대에 모인 수만의 사람들은 직감했다.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