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827화>
이사들의 의혹 어린 눈빛.
‘증거?’
로롤로 의장은 한숨에 나올 것만 같았다.
‘이 녀석들 오너가 어떤 사람인지 아직도 모르고 있구나.’
로롤로는 방금 전 오너와의 대화를 떠올렸다.
///
“선착순이다. 가장 늦게 도착한 이사 5명 자른다.”
“…….”
로롤로 의장은 순간적으로 정신이 멍해졌다.
선착순?
지금 초거대 기업 이사를 선착순에 늦었다고 자르겠다는 거야!?
누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면 농담이라고 생각했을 거다.
그러나 자신에게 전화를 건 상대는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었다.
전화기 너머에 있는 사람은 초거대 기업 W. S. 인더스트리의 오너니까!
“오너! 지금은 안 됩니다! 비밀 임무! 그 찾으라는 ‘레이 실트’ 때문에 이사들이 중·일 양국에 깔려 있어 시간을…….”
-아! 그거 깜빡했네. 그거 레이 찾는 거 취소야. 내가 직접 확인했는데 내가 찾는 사람이 아니더라고! 시바, 시바!
“네?”
‘아니, 지금 이게 무슨 소리야!? 그 난리를 쳤는데 아니었다고!?’
황당함과 어이없음에 말문이 컥 막히는 순간 오너의 외침이 이어졌다.
-찾는 사람 아니라니까! 부산 던전에서 내가 직접 확인했다!
부산 던전!
갑자기 나타난 오너가 자신의 봉인된 나이트 아머를 가지고 사라졌었다!
‘그때 확인했구나!’
-하여튼 그 명령은 취소다! 이번 명령은 선착순이다! 꼴찌 5놈! 아니지 10명! 그래! 늦게 온 이사 10명 자른다! 요새 이사 놈들은 악과 깡! 헝그리 정신이 없어! 10명이다! 끝에서부터 10명 자른다! 이건 깜짝 선물이다! 5명 자른다고 말하고 10명 자르는 거다! 카카캌-
‘10명을 날린다고!?’
로롤로는 정신이 아득해졌다.
오너의 명령에 따라 ‘레이 실트’를 찾기 위해 한·중·일로 흩어진 이사들!
그중 부산에 있는 이사는 20명뿐! 나머지는 중국과 일본에 흩어져 있다!
그런데 선착순으로 10명을 날린다니!?
초거대 기업 W. S. 인더스트리의 이사 한 명 한 명은 정·재계와 국제적인 이해관계를 반영해서 선임됐다!
당연히 그 개개인의 인맥과 영향력, 역량은 엄청나다.
그런 이사 10명을 날리면 태풍이 몰아친다!
“오너 잠깐만…….”
다급히 제지하려는 순간 버럭 터져 나온 고함!
-야! 다 듣고 말해! 지금 엄청 급하다니까! 그리고 한국 정부, 헌터 부대, 기업, 대형 길드랑 당장 협의해라! 부산 해운대 앞바다에서 사건이 좀 터질 거야! ‘게이트’가 10분 정도 열리고. ‘거대 괴수’가 나타날 거다! 대충 모른 척하도록 협의해! 앗! 그리고 혹시 ‘기동 도시’가 튀어나올 수도 있다! 그 기동 도시는 내 거다! 내가 벌써 침 발랐어! 누구도!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다! 인맥, 영향력을 총동원해라! 차관, 기술 이전, 나이트 아머 공여! 어떤 조건을 걸어도 괜찮다! 자세한 건 문자로 보낼 테니까 확인하고! 다 알아들었지!? 그럼 끊는다!
“잠시만! 게이트요? 안정화 권역 안에 게이트가 열린다고요!? 거대 괴수랑 기동 도시는 또 뭔 소립니까!? 지금 어떻게 돼가는……!”
다급히 외쳤지만, 전화는 뚝- 끊겼다.
로롤로 이사는 재빨리 다시 전화를 걸었다.
띠이, 띠이, 띠이-
그러나 전화는 연결되지 않았고 문자 메시지가 날아왔다.
[최선을 다해라!]
“…….”
로롤로 이사가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전화기를 들어 2통의 전화를 했다.
“앙꼬에게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전해 다오.”
“오너의 선착순 긴급 소집 명령이다. 이사 전원에게 연락하고 특무대, 보안팀, 나이트 아머 파일럿 전원 소집한다! 2분 후 비서실 전원 미팅 시작한다!”
로롤로 이사는 짧은 한숨과 함께 몸을 일으키며 기원했다.
오너가 관련되기만 하면 모든 게 엉망진창이 된다.
제발 이번에는 무사히 넘어가기를!
///
“로롤로! 로롤로 의장!”
다급한 외침이 회상에 잠긴 로롤로를 깨웠다.
“……!”
번쩍 고개를 들자 수가 더 늘어난 이사들이 하나같이 의심스러운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로롤로 의장! 이 선착순 소집 진짜 오너 지시냐니까!?”
“의장! 진짜 오너가 돌아왔다는 증거 있습니까!?”
“이거 혹시 네가 날조 한 거 아냐!?”
로롤로 의장은 손을 들어 말을 끊었다.
“우선 보고부터 받겠다! 비서! 지금 동원 상황 어떤가?”
태블릿을 든 비서들이 앞으로 나서 빠르게 설명했다.
“한국과는 기본 합의가 끝났습니다!”
“게이트, 거대 괴수, 기동 도시 모두의 우선권을 가져가는 대가로 나이트 아머 12기를 10년 동안 공여…….”
“뭐!? 무슨 합의가 됐다고!?”
“게이트, 거대 괴수, 기동 도시!? 뭔 헛소리야!”
“나이트 아머 12대라고!? 로롤로 의장 미쳤냐!?”
이사들의 외침에 보고가 끊기자.
로롤로는 손을 저으며 명령했다.
“신경 쓰지 말고 계속 보고해라.”
비서들은 이사들의 눈치를 보며 보고를 계속했다.
“고용 가능한 헌터들은 모조리 고용 중입니다! 현재 1780명 긴급 고용했습니다! 한 시간 안에 3000명 채워 모두 전개할 수 있습니다!”
“부산을 기반으로 움직이는 대형 길드 12개, 중소규모 길드 20개와 계약했습니다. 현재 해운대로 이동 중입니다!”
“7함대 나이트 아머 공중강습 부대 출동했습니다. 대략 10여 분 후 부산 상공에 진입할 예정입니다!”
“헌터 부대에선 적극 협조를 약속받았고, 직접 나오셨습니다!”
중령 계급장을 단 군인이 앞으로 나서 고개를 숙였다.
“헌터 부대 박찬석 준장님이 직접 오고 계십니다.”
로롤로 이사는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를 정리했다.
“이제부터는 보안 사항이다. 이사진만 남고 밖으로 나가라.”
곧 모든 사람이 지휘 천막 밖으로 나가고 기밀 마력 회로가 가동됐다.
로롤로 의장은 바로 스크린을 가리켰다.
-W. S. 인더스트리 보안팀과 타격대 무장.
-레이드 팀 13, 헌터팀 132 전개.
-나이트 아머 공중 강습 부대 이동.
-부산 함대 급속 항해.
……
로롤로 의장은 이사진을 쓱 훑어보며 되물었다.
“이런 일을 내 독단으로 할 수 있겠냐? 전부 오너가 직접 지시한 거다.”
“…….”
“…….”
이사들이 뭐라 외치려는 순간.
띠리리리리-
로롤로 의장의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오너다.”
로롤로 의장은 전화를 받자마자 말했다.
“오너 도착한 이사들을 보실 수 있게 영상 통화로 돌리겠습니다.”
스마트폰이 다가오는 순간 바로 고함이 터져 나왔다.
-[뭐야! 왜 이렇게 수가 적어!? 빨리빨리! 몰라!? 새끼들이 빠져서는! 앉아 번호!]
꼬맹이가 만든듯한 조악한 가면.
당장이라도 휘두를 듯 손에 쥔 스패너.
그리고 영상이 뜨자마자 터져 나온 익숙한 고함까지!
‘오너다!’
‘오너구나!’
‘시바! 진짜였잖아!?’
‘오너가 돌아왔다!’
이사들은 재빨리 스마트폰으로 다가가며 외쳤다.
“오너! 오너의 1번 충신! 케인 이사입니다! 부산 던전 기억하시죠!? 제가 그때 최루탄 속에서……!”
“오너가 무사하신 모습을 보다니 정말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제가 얼마나 걱정을…….”
“역시! 전 오너가 무사히 돌아오실 거라고 믿었습니다!”
“이렇게 오너가 건강한 모습을 보다니! 감격! 또 감격…….”
……
이사들의 다급한 아부를 끊는 고함이 터졌다.
-[화이트 보드 앞 앉아 번호!]
이사들은 번개같이 화이트 보드로 달려가 줄을 맞춰 앉으며 외쳤다.
“하나!”
“둘!”
“셋!”
……
“열다섯 번호 끝!”
순간 다급히 지휘 천막으로 들어오는 이사 셋!
“선착순 소환이라고?”
“게다가 보안팀, 타격대까지 움직여!?”
“하! 로롤로 의장! 네가 완전히 미쳤구나!”
분노를 토해 내던 이사들의 시선이 쪼그려 앉아 있는 이사진에게 닿았다.
“너희 뭐 하냐……?”
“거기 왜 쪼그려 앉아 있어?”
“어, 잠깐 이 분위기…….”
‘앉아!’
‘야 당장 뒤에 앉아!’
무언의 외침이 전해지는 순간 로롤로 의장이 들고 있는 스마트폰에서 결코 잊을 수 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기 너희 셋부터는 손들고 서 있어라!]
“오너!”
“살아 있다고!?”
“분명 죽었다고 들었는데!”
-[뭐!? 누가 죽었다는 거야!? 난 절대로 안 죽어! 아니 못 죽어! 난 반드시 강철의 기사를 부활시킨다! 박물관을 띄우고! 잊힌 황성으로 길을 뚫고! 대협약의 약속을 되살릴 거다! 이 모든 것을 이루기 전에는 절대 죽지 않는다!]
오너가 길길이 날뛰는 순간.
로롤로 이사는 재빨리 끼어들었다.
“오너! 예정 시간 곧 입니다! 시간 없습니다!”
-[앗! 그렇지! 모두 주목! 이제부터 내 계획을 말하겠다! 잠시 후 부산 앞바다에 ‘거대 악어 괴수’가 떠오를 거다.]
“네? 안정화 권역 안에 거대 괴수가 나타난다고요!?”
“아! 그래서 병력을 소집하셨군요!”
“오너! 최선을 다해 악어 괴수를 박살 내겠습니다! 제 직속 타격대가 공격헬기를 타고 대기 중입니다!”
“전 전원 랭커로 구성된 레이드 팀을 준비했습니다! 바로 어그로를 잡고 아작을…….”
“개틀링 건! 분당 3900발의 마탄을 쏟아붓는 어벤저 개틀링을 준비했습니다! 갈가리 찢어 버리겠습니다!”
“제 휘하의 마력 각성자 랭커들이 센텀시티 옥상에 은신 중입니다! 최상급 마석을 이용한 광역 마법을…….”
-[뭐!? 악어 괴수를 공격한다고!? 야, 이 미친놈들아! 악어 괴수는 적이 아냐! 모두 저 새끼들 한 대씩 쥐어박아라!]
“잠깐…… 컥- 꺼억-!”
“어, 아니 왜! 으악!”
……
한발 먼저 외쳤던 이사들에게 가차 없는 주먹이 떨어지고 다시 오너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잘 들어라! 악어 괴수는 적이 아니다! 중요한 건 악어 괴수 후에 나타날 게이트다! 모두 집중해서 들어라!]
‘게이트!?’
‘안정화 권역에 게이트가 열린다고!?’
‘괴수가 적이 아니란 건 또 무슨 말이야!?’
혼란스러운 시선이 뒤엉킬 때 폭탄이 떨어졌다!
-[그 게이트 안으로 악어 괴수가 돌입할 거다!]
-[성공한다면 대략 10에서 20분 후! 거대한 도시를 짊어진 거북이가 게이트를 찢고 튀어나온다!]
-[초대규모 공간 확장 마법 회로가 설치된 도시! 직경 5km 이상! 지상을 이동하는 ‘기동 도시’! 이게 바로 내가 침을 바른, 내가 먹을 목표다!]
-[기동 도시가 나타나는 즉시! 보안팀, 타격대, 레이드 팀, 헌터, 나이트 아머를 모조리 도시에 쏟아붓는다!]
-[최우선 목표는 기동 도시 중앙에 자리한 도넛 모양의 건물과 15미터 남짓한 탑을 제압하는 거다!]
-[간단하지? 이해했지? 질문 없지? 그럼 바로 계획을 시작한다!]
“아니, 잠깐 잠깐만…….”
“오너 잠시만! 잠시만요!”
“도시요!? 직경 5km의 도시가 게이트에서 나온다고요!?”
“거대 괴수가 게이트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들어가요!?”
“지금 전혀 이해할 수가 없는……!”
……
이사진의 의문에 오너는 대답하지 않고 통보하듯 말했다.
-[아, 참. 깜빡할뻔했네. 이번 일에서 최고 공적을 세운 이사에게는 특전이 있다! 칠십칠 퍼센트!]
칠십칠 퍼센트, 77%!
너무나 익숙한 숫자가 들려오는 순간 이사진 전원을 숨소리마저 죽였다.
77%는 오너가 가진 W. S. 인더스트리 지분 전체!
‘설마, 설마. 설마!’
모두가 마른침을 삼키는 순간 폭탄이 터졌다.
-[승자 독식! 공적 1위한테 내 77% 지분을 모조리 넘긴다!]
그리고 뚝 영상 통화가 끊겼다.
“……!”
“……!”
경악과 혼돈, 불신의 감정이 모두를 휩쓸었다.
-안정화 권역 안 게이트 발생!
-적이 아닌 거대 악어 괴수 등장!
-직경 5km가 넘는 기동 도시 출현!
직접 들었는데도 하나같이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가장 믿을 수 없는 건 마지막에 들은 이야기였다.
W. S. 인더스트리의 지분 77퍼센트!
오너는 말한 건 반드시 지킨다!
이 황당한 계획에서 공적 1위를 찍으면 W. S. 인더스트리, 초거대 기업이 손에 들어온다!
이사들의 눈에 맺힌 경악, 의혹, 불신은 단숨에 날아가고 단 하나의 감정만 남아 이글이글 불타올랐다.
열망!
이사 전원이 재빨리 스마트폰을 꺼내 비장의 한 수를 움직이는 순간 사이렌이 울렸다!
위이이잉, 위이이이이잉-
해운대 앞바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는 순간 바다를 가르는 ‘그것’이 보였다!
칼날처럼 솟아 있는 날카로운 암초!
백 미터가 훌쩍 넘는 암초, 아니 섬이 물살을 가르며 나타났다!
“저, 저저저!?”
“저거 설마……!”
백사장과 도로, 제방, 주위를 둘러싼 건물.
모든 곳에서 비명과 경악한 외침이 터져 나올 때.
촤아아아아-
암초 섬은 거센 파도를 일으키며 수면 위로 일어났다!
날카로운 암초를 따라 위로 계속계속 올라가는 시선.
산처럼 우뚝 솟은 육체!
노란 섬광이 번뜩이는 눈!
칼날 같은 암초가 솟아난 암석 갑피!
거대 악어 괴수가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