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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826화 (827/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826화>

‘여긴 어디지!?’

마혁진은 재빨리 주위를 확인했다.

생경한 선실 안에는 정신을 잃은 건장한 노인뿐 다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쿠르르르릉-

순간 발끝에서 느껴지는 진동과 등골을 흐르는 한기!

‘살기!?’

재빨리 선체에 귀를 가져다 대는 순간!

크아아아-

깡깡, 까아앙-

함성과 포효, 강철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수와 몬스터의 포효다!

배 밖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당연히 이세기도 밖에 있을 거다!

마혁진은 바로 선실을 나와 갑판으로 뛰어올라갔다.

갑판에 서자 생각지도 못한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마경을 달리는 거대한 괴수 위에 세워진 기동 도시 거점이다!

도로 위로 거칠게 물이 흐르고 무너진 건물과 담장, 잘려 나간 가로수가 사방에 널려 있다!

끝없이 기어 올라와 시가지로 돌진하는 엄청난 수의 마수와 몬스터.

도로, 골목, 부서진 건물을 저지선 삼아 몬스터를 막아 내는 주민과 경비대!

어느새 도시는 전쟁터로 변해 있었다!

“이게 뭐야!?”

자신도 모르게 외치는 순간 기시감이 들었다.

신동대문 난장판!

이세기 놈이 이렇게 만들었다!

당장 이세기를 찾아서 지구로 튀어야 한다!

“이세기! 어디 있냐 이세기!?”

갑판을 달리며 외치는 순간 한 선원이 반색했다.

“어, 정신 차리셨습니까?”

자신을 알아보는 듯한 표정!

마혁진은 재빨리 달려가 물었다.

“이세기! 이세기 어디 있습니까!?”

“네? 선주님은 저기 사막으로 가셨죠.”

‘선주님?’

선원의 손을 따라 시선을 돌리던 마혁진은 경악했다.

폭발하듯 치솟는 모래와 마력 스파크가 튀기는 반발장!

거대 괴수가 무리 지어 달려 오고 있었다!

그리고 이곳을 향해 날아가는 사람이 보였다.

보이는 것은 뒷모습뿐이지만 보는 순간 알 수 있었다.

이세기!

이세기 놈이 거대 괴수를 향해 홀로 돌진하고 있었다!

“야 미친놈아! 너 어디 가는 거야! 가지마! 돌아와! 한국으로 돌아가는 방법 알려 주고 가야지! 으아악-.”

바로 배에서 뛰어내려 달리는 순간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진짜 이세기님 지인입니다! 정말 아는 사람이라니까요!”

“그러니까. 여기서 이러지 말고 북쪽 부두로 가시라니까요.”

“제가 지금 사정이 있어서 부두 출입이 안 됩니다! 확인증! 이 확인증에 사인만 해 주시면…….”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던 마혁진과 선원에게 사정하던 남자의 시선이 마주쳤다.

같이 사막에 떨어진 헌터 부대 김태우 중령!

반색한 김태우는 한달음에 달려왔다.

“마혁진! 이세기! 이세기가 나타났다!”

“알…….”

김태우는 다급히 말을 끊었다!

“이제 곧 부산으로 게이트가 열린다! 전부 게이트를 넘기 위해 이동했어! 이대로면 우리만 낙오한다!”

“뭐!? 지금 그게 무슨 소리야! 이세기는 저기…….”

“이세기가 데려온 용역 헌터 모두 북쪽 부두로 이동했다고! 확인증! 확인증이 있어야! 부두로 들어가서 게이트를 넘을 배를 탈 수 있다! 빨리! 이리로!”

김태우는 마혁진을 끌고 선원에게 달렸다.

“이 녀석 얼굴 아시죠!? 당장 확인증에 사인 해 주세요!”

“아니, 그러니까! 저한테 권한이 없다니까요!”

이때 갑판 위에서 두 사람이 고개를 내밀었다.

“아래! 무슨 일이냐!?”

“방금 누가 선주님을 부른 거 같은데!?”

“아, 선장님, 바람잡이님! 이분이 확인증을…….”

“어! 거기 그분! 선주님이 데려온 손님이잖아? 깨어나신 거야!?”

바람잡이가 외치는 순간.

김태우는 바로 마혁진을 앞세웠다.

“네 맞습니다! 저희 둘 선주님 동료입니다! 사고로 뒤처졌습니다! 이 확인증에 서명 좀 부탁드립니다!”

바람잡이는 별 의심 없이 확인증에 서명했고.

김태우와 마혁진은 마차를 몰아 북쪽 부두를 향해 질주했다.

“빨리 뒤에 타! 게이트 곧 열린다!”

이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도시 전체에 방송이 울려 퍼졌다.

[10여 분 후 게이트가 열릴 예정입니다. 게이트 이용객은 전원 북쪽 부두에 준비된 글라이더 선에 탑승해 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알려 드립니다. 게이트가 열릴 때까지…….]

* * *

“10분쯤 남았나?”

시계를 확인한 로롤로 의장은 문득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폈다.

관광객이 가득했던 부산 해운대 백사장.

백사장에 가득 했던 관광객은 모두 사라지고 대형 길드 레이드 팀과 헌터들이 바리케이드와 진지를 설치하고 있었다.

해운대 백사장만이 아니다.

도로, 제방, 건물, 빌딩, 바다.

모든 장소의 민간인이 소개되고 경찰, 헌터, 군인이 쫙 깔리고 있다.

도로와 제방 위로 장갑 버스와 장갑 SUV가 성벽처럼 늘어서고 그 뒤로 천막 수십 개가 설치된 상태.

바다에는 고속정이 하나둘 나타나 통제를 시작했고 헬기에서 강하한 헌터 부대는 건물과 빌딩 옥상에 마탄총 진지를 세웠다.

이게 끝이 아니다.

이제 곧 부산 함대와 미 7함대에서 보낸 나이트 아머 강습 부대도 도착한다.

오너가 말한 시간까지 10여 분 남은 지금!

로롤로 의장은 모든 인맥과 영향력을 동원해 거대 괴수가 튀어나온다고 해도 단숨에 박살 낼 화력을 모았다!

게다가 이곳 부산은 안정화 권역이 중첩되는 장소다.

이 안에 마수와 몬스터, 거대 괴수가 나타나는 순간 그 힘은 극도로 억제된다!

로롤로 자신도 무수한 실전을 겪은 마력 각성자기에 확신할 수 있었다.

설령 거대 괴수 2마리가 동시에 나타나도 지금 화력이면 10분이면 박살 낼 수 있다!

게다가 부산 함대와 7함대 나이트 아머 강습 부대까지 도착하면 거대 괴수 셋, 아니 넷도 한 번에 상대할 수 있다!

‘최선의 준비를 했다. 변수는 없다!’

로롤로 의장은 확신했다.

그러나 가슴속에선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다!

이번 일은 오너가 관련된 일!

옐로스톤 초화산 폭발 사건부터 부산 던전 공방 도시 사건까지 오너가 관련된 일은 단 하나도 예상대로 굴러 간 적이 없었다!

‘오너. 이번엔 무슨 생각입니까?’

마음으로 물을 때 비서의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의장님! 상해에서 출발하신 이사진 연락입니다. 비행기가 출발했으니 우선 명단에 이름 올려 달라고 하십니다. 어떻게 할까요?”

로롤로는 비서에게서 전화기를 넘겨받았다.

-지금 전용기 출발했다니까! 우선 선착순 명단에 이름부터 적어 줘! 바로 소집 장소로 갈 테니까…….

“오너 지시다. 직접 와서 이름을 적어라.”

-로롤로 의장……!

로롤로는 바로 전화를 끊고 화이트 보드를 가리켰다.

“모두 명심해라! 이건 오너 지시 사항이다! 저 화이트 보드에는 이름을 적을 수 있는 건 이 자리에 도착한 이사 본인뿐이다!”

부아아아앙, 촤아악-

이때 장갑 SUV 한 대가 백사장을 가로질러 와 지휘 천막 앞에 멈춰 섰다.

부서질 듯 문이 열리고 차에서 뛰어내린 남자와 경호 인력!

“헉, 허억-.”

“바로 길을 틔워라!”

차에서 내린 이사는 당장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한 모습으로 지휘 천막으로 뛰어들어와 외쳤다.

“허억- 로롤로 의장 나 왔다! 나 늦지 않았지? 선착순 명단 어디냐!?”

“저 화이트 보드에 이름을 적으시면 됩니다!”

비서실 직원의 대답에 이사는 단숨에 화이트 보드로 달려가 부르르 떨리는 손으로 이름을 적었다.

“13위! 나보다 12명이나 먼저 왔다고!?”

이름을 적는 순간 긴장이 탁 풀려 주저앉은 이사는 분통을 터트렸다.

“미친! 연락 듣자마자 바로 달려왔는데 13위라고!? 야, 이 미친놈들아! 이거 오지도 않은 놈들 이름 적은 거 아냐!? 감히 오너 지시인데 구라를 쳐! 내 위에 이름 적은 놈들 어디 있어!?”

이사는 눈을 번뜩이며 당장이라도 모조리 뒤집어 버릴 듯이 으르렁거렸다.

이때 지휘 천막 구석 플라스틱 의자에 널브러진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바! 당연히 직접 적었지!”

“멍청한 녀석! 자동차로 오니까 늦었지! 나처럼 헬기로 왔어야지!”

“난 제트 보트로 바다를 가로질러 왔다!”

“이런 일 있을 거 같아서! 계속 사무실에 대기했다! 흐하하-.”

“오너가 지시한 선착순인데! 대리 서명? 누가 뒤지려고!?”

“……헬기? 제트 보트!? 미친놈들…….”

절레절레 고개를 젓던 이사가 무언가 깨달은 듯 번쩍 고개를 들었다.

“앗! 잠깐만! 그거보다 이거 이 선착순 소집 진짜야!? 정말로 오너 지시 사항이냐? 오너 연락 끊겼잖아!?”

“그렇지. 오너 던전 들어갔다가 행방불명 된 거 아냐!?”

“행방불명된 오너가 돌아오자마자 선착순을 돌렸다고! 이게 말이 되는 거야!?”

“당연히 말이 되지! 오너잖아!”

“아!”

“아…….”

“아……!”

깨달음의 탄성과 함께 고개를 끄덕이는 13인의 이사들의 시선이 주위를 훑었다.

백사장에 설치된 바리케이드!

그 뒤 레이드 진형을 짠 레이드 팀과 완전무장한 헌터 집단들!

도로 위 봉인된 무장 트럭에서 장비를 내리는 본사 보안팀과 타격대!

바다에 하나둘 나타나는 고속정.

외곽 통제 중인 경찰과 곳곳에 진지를 설치하는 헌터 부대!

하늘에서 들려오는 헬기 소리와 제트 엔진 폭음까지!

오너와 연락이 닿은 지 30분도 안 돼 이 모든 걸 준비했다고!?

보는 순간 감이 왔다!

로롤로 이사회 의장은 W. S. 인더스트리의 영향력을 총동원했다!

오너의 명령이 아니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로롤로 의장이 이사회에 긴급 경영체제 전환 안건을 상정한 게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다!

긴급 경영체제 전환은 오너와의 연락이 끊길 때를 대비한 계획!

이 안건이 올라온 순간 이사 전원은 확신했다.

생전 처음 듣는 사람을 찾으라는 어이없는 명령을 내렸던 오너!

W. S. 인더스트리의 77% 지분을 가진 폭군이자, 홀로 나이트 아머를 개발한 천재 마도 공학자 오너가 실종됐다!

미국의 세계 패권을 상징하는 전술 등급 마도구, 나이트 아머를 독점한 초거대 기업 W. S. 인더스트리의 주인이 사라진 거다!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는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이사회에 참석한 이사 전원은 일주일 후 이 초거대 기업의 새로운 주인, ‘새 대표 이사’를 선임하기로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그리고 방금 전까지 치열한 이합집산, 물밑 협상을 벌이고 있었다!

‘그런데 ‘새 대표 이사 선임을 불과 하루 앞둔 오늘 오너가 나타나 선착순 소집을 돌렸다고!?’

당연히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순간 13인의 이사들의 날카로운 시선이 얽혔다.

“설마 로롤로 의장이 우리를 쓱싹하려는 거 아냐?”

“한국 헌터 부대가 있다. 보는 눈이 있는데 덜미를 잡힐 짓을 할 리 없다.”

“그럼 진짜로 오너가 돌아왔다고!?”

“아직 몰라. 오너가 직접 모습을 드러낸 건 아니니까!”

“야! 어떤 또라이가 선착순으로 이사진을 자른다고 협박해? 당연히 오너가 돌아온 거지.”

“혹시 보안팀을 이용해서 억류하려는 계획이라면!?”

“걱정 마라. 이미 내 부하들이 대기 중이다. 너희도 마찬가지겠지?”

순간 이사 전원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엉망인 모습으로 정신없이 달려온 이사들.

오너가 상상을 초월하는 괴물일 뿐 이 자리에 모인 이사 모두는 막강한 영향력과 인맥, 실질적인 힘과 권력을 가지고 있었다.

W. S. 인더스트리는 나이트 아머를 독점한 초거대 기업!

어수룩한 사람이 이사까지 오를 정도로 만만한 회사가 아니었다.

이사 모두는 숨겨 둔 한 수를 가지고 이 자리에 모였다.

그러나 로롤로 이사회 의장은 오너의 최측근 방심해서는 안 된다!

이사들은 의미심장한 눈빛을 교환했다.

그리고 한 이사가 대표로 나서서 직설적으로 확인했다.

“로롤로 의장. 이번 선착순 소집. 진짜 오너 명령이냐? 증거 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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