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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825화 (826/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825화>

“이탈한다!”

포아아아앙-

퐁퐁이는 기둥처럼 솟은 거대 도마뱀 다리를 방패 삼아 거대 괴수 무리를 가로질렀다!

선두의 거대 도마뱀들은 비행 마수를 짓이기고 포식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러나 뒤로 이동하자 사방에서 공격이 시작됐다.

깡, 깡, 까아앙-

쉴 새 없이 날아오는 도마뱀 혀가 기둥 같은 다리와 충돌해 쇳소리를 낼 때.

포아아아아앙-

퐁퐁이는 거대 도마뱀 몸통 아래에 바짝 붙어 탁 트인 사막을 향해 가속했다!

퓨숙, 퓨수수숙-

탁 트인 사막에서 창날 같은 촉수 수백 개가 솟아오르고!

후둑, 후두두둑-

반투명한 슬라임 점액질이 우박처럼 떨어졌다!

이대로 튀어 나가면 산성 점액을 뒤집어쓰고 촉수에 꿰일 상황!

그러나 천문석은 외쳤다.

“그대로 통과한다! 직선으로 날아라!”

거대 도마뱀 몸통 아래에서 나오는 동시에 허공으로 강철봉을 비틀어 찔러 터트렸다!

콰드득, 파아아아-

비틀려 소용돌이치는 와류에 슬라임 점액이 하나로 뭉쳐 앞을 막은 수백 개의 촉수 위로 쏟아졌다!

촤아아아아-

슬라임의 산성 점액이 촉수에 뿌려지는 순간 사막 전체가 지진이라도 난 듯 요동쳤다!

쿠릉, 쿠릉, 쿠르릉-

서로 반발하는 마력이 불꽃이 되어 터져 나오고 창날처럼 솟은 수백 개의 촉수가 흐물흐물 늘어졌다!

퐁퐁이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포아아아아앙-

바로 중첩된 거대 괴수 반발장 밖을 향해 가속했다!

이 순간 촉수 괴수와 슬라임 괴수가 동시에 움직였다.

쿠르르르르릉-

액상화된 사막이 파도치듯 일렁이며 수천 개의 촉수가 돋은 거대한 섬 같은 해파리가 떠오르고!

고오오오오오-

수십 층 빌딩처럼 솟은 슬라임이 모든 걸 집어삼킬 듯 밀려 왔다!

결코, 먹잇감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

만져질 듯 선명한 악의와 사념이 느껴졌다!

하-

이 순간 천문석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인간을 아득히 초월하는 거대 괴수의 정신력으로 쏘아 보낸 사념파가 전신을 물들인다.

터질듯한 심장과 파르르 경련하는 손!

거대한 공포에 전율이 흐르고 전신의 솜털이 모조리 곤두섰다!

그러나 이건 육체에서 일어나는 반응일 뿐.

심상 공간에선 일순간에 천지를 태울 화염이 치솟았다!

그리고 이 화염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감히! 당장 뛰어들어 저 하룻강아지 같은 괴수의 살을 찢고 혼을 갈가리 부숴 버려라!]

천문석은 스스로에게 물었다.

‘어떻게?’

[화염공, 대음장, 암천검, 지살법, 구혼도……!]

대답하듯 떠오르는 무공들!

[너라면 할 수 있다!]

[촉수를 잿더미로 만들고 점액질 육체를 얼려 산산이 깨트려라!]

[저 거대한 육체를 만 갈래로 찢어발기고 짓밟아 혼을 흠향해라!]

‘그리고?’

[앞을 막는 모든 것을 쳐 죽이고 하늘의 끝에 올라라!]

하하하-

순간 천문석은 웃을 수밖에 없었다!

밖이 아닌 안에서 온 장애, 심마(心魔)!

그렇기에 심마는 의식의 바닥에 깔린 욕망을 반영한다.

하지만 하늘의 끝이라니 어찌 웃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미 자신은 하늘의 끝, 극에 도달했었다.

그리고 그 극을 넘어서는 극, 천원에도 발을 디뎠었다.

그 순간 존재의 본질에 새겨진 증명은 한번 죽고 다시 태어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천강흔(天罡痕)!

천문석은 깨달았다.

이 심마는 안이 아닌 밖! 거대 괴수의 사념파에 담긴 악의가 불러일으킨 심마!

‘찰나의 순간에 사념파에 물들었다!’

진실을 깨달은 순간 주저하지 않고 심마를 향해 전법륜인의 딱밤을 날렸다!

심마는 실체가 없기에 닿을 리 없는 딱밤!

그러나 뜻을 전하는 수인이 허공을 가르는 순간.

따아악-

하늘이 쪼개지는 굉음이 울려 퍼지고 번쩍 눈이 뜨였다!

지난 시간은 찰나!

포아아아앙-

퐁퐁이는 가속하고!

고오오오오-

해파리 괴수는 솟아오르고!

촤아아아아-

슬라임 괴수는 무너져 내리는 중!

천문석은 내력을 담아 외쳤다!

[지금이다! 쏴라! 절멸의 빛!]

빠아아아아앙-

12개의 반마탑에 맺힌 빛이 하나로 합쳐져 빛의 기둥이 되어 쏘아졌다!

가짜, 절멸의 빛이 단숨에 허공을 갈랐다!

그러나 이게 가짜라는 걸 아는 건 워커7과 천문석 두 사람뿐!

거대한 빛의 기둥이 날아오자 거대 괴수들은 경악했다!

떠오르던 해파리 괴수가 다급히 모래 속으로 가라앉고, 당장이라도 무너질 듯 솟구치던 슬라임 괴수가 그대로 뒤로 넘어가는 순간.

비행 마수와 몬스터를 포식하고 몸을 돌리던 거대 도마뱀 괴수들이 데굴데굴- 사막을 굴렀다!

거대 괴수 여섯 마리의 발이 순식간에 묶였다.

아무 위협도 되지 않는 차원 통신마법, 가짜 절멸의 빛이 만들어 낸 결과는 놀라웠다!

당연한 일이다.

이 빛이 쏘아지는 순간 다급히 균열을 닫고 도망친 초월자들의 모습을 거대 괴수들은 모두 봤으니까!

여섯 마리의 거대 괴수는 정신없이 빛의 기둥을 피했고 기동 병참 도시와의 거리는 점점 벌어졌다.

이 사이 천문석과 퐁퐁이는 단숨에 반발장을 벗어나 도시를 향해 날아갔다.

천문석을 추적하던 비행 마수와 몬스터는 단 한 마리도 중첩된 반발장을 빠져나오지 못했다.

계획대로!

* * *

천문석이 반발장을 빠져나오자 빛의 기둥은 곧 끊겼다.

데굴데굴 사막을 굴러 피하던 거대 괴수들은 바로 몸을 일으켜 더 빠르게 도시를 향해 질주했다!

크아아아아아-

전신이 저릿저릿한 포효만 들어도 거대 괴수들이 완전히 빡쳤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가짜 절멸의 빛을 계속 쏴서 완전히 거리를 벌리고 싶지만 그건 불가능했다.

게이트를 열기 위해선 마력을 이렇게 날려 버려선 안 되고. 단 한 번만 스쳐도 이 빛의 기둥이 가짜라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시간을 버는 건 해결책이 아니다.

천문석은 문득 고개를 돌려 사막을 달리는 거대 괴수들을 셌다.

지상을 달리는 거대 도마뱀 넷, 파도치듯 밀려 오는 거대 슬라임과 모래 속을 달리는 거대 해파리.

한 마리만 나타나도 레이드 공격대가 출동하는 거대 괴수가 여섯이다!

이 중 슬라임과 해파리는 특수 장비를 갖추고 대구경 마탄과 마법을 비 오듯 쏟아부어야 하는 부정형 괴수다!

이런 거대 괴수 여섯을 꼬리로 달고 경계를 넘어가면 관문 도시 마하바나에 재앙이 떨어진다.

어떻게든 경계를 넘기 전에 이 거대 괴수들을 처리해야 한다!

“하- 시바 이건 또 어떻게 처리하지…….”

깊은 한숨을 내쉬는 순간 번쩍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거대 괴수 여섯!

지금 당장 여섯을 모조리 끝장내려면 심마의 말대로 마공을 쓰거나 천강흔 랜덤 박스를 까야 한다!

마공은 100%, 천강흔 랜덤 박스는 99% 좆되는 방법!

그러나 제3의 방법이 있다!

천문석은 번쩍 고개를 돌려 중앙 통제실을 봤다.

차원 통신이 연결된 장소.

차원 좌표가 고정될 장소.

게이트가 열리게 될 장소.

이 세 장소는 같았다.

부산 앞바다!

낙동강 전선 바로 아래 부산 지역!

게이트 전쟁 당시 대한민국의 모든 역량이 집중됐던 부산 지역에는 여전히 막강한 전력이 있다!

-함포로 무장한 부산 함대!

-낙동강 전선에 배치된 헌터 부대!

-수십 개의 대형 길드와 즉시 동원 가능한 수만 명의 헌터들!

게다가 부산 지역은 인근 지역에 있는 게이트 안정화 권역이 중첩되는 지역!

괴수 반발장에 들어간 마수와 몬스터, 헌터의 힘이 약화 되듯!

안정화 권역 안에 들어온 마수와 몬스터, 거대 괴수의 반발장과 힘은 억제된다!

거대 괴수 여섯이 부산 앞바다에 떨어지면!?

마치 심해에 떨어진 것처럼 짓눌리는 순간 무자비한 공격이 쏟아진다.

부산 함대의 마탄 함포 사격!

대 괴수 전 전문가 헌터 부대!

대형 길드의 레이드 팀과 수천의 헌터!

게이트를 넘어간 거대 괴수 여섯은 뭘 어떻게 하기도 전에 박살이 날 거다!

천문석은 바로 계획을 세웠다.

‘게이트 너머 부산 앞바다로 거대 괴수 여섯 마리를 유인한다!’

문제는 둘!

1. 옆으로 새지 않게 거대 괴수 여섯을 모두 데리고 게이트를 넘어야 한다.

2. 게이트를 넘어간 후에도 공격이 쏟아질 때까지 흩어지지 않게 어그로를 꽉 잡아야 한다.

혹시 모를 변수를 생각하면 자신 말고 다른 사람들도 같이 미끼로 움직여야 한다!

기동 병참 도시가 가까워지자 미끼가 될 최적의 사람들이 보였다.

천문석의 시선이 저지선을 훑었다.

정신없이 압류 딱지를 떼다가 이제는 마수, 몬스터와 싸우는 왕체, 최림, 김기철과 용역 헌터 104인!

헌터는 헌터!

이들 모두는 마탄과 장비 없이도 능숙하게 싸우고 있었다!

“이 쓸모 많은 녀석들! 하하하-.”

천문석은 웃음을 터트리며 퐁퐁이 위에서 뛰어내렸다.

탁-

중앙 통제실 옥상에 내려서는 순간 바로 마이크를 잡고 외쳤다.

[용역 헌터 104인! 이제 집으로 갈 때가 왔다! 앞으로…….]

힐끗 워커 실트7을 보니 바로 돌아오는 대답.

“대략 13분이면 좌표 고정되고 게이트 열 수 있어! 북쪽, 그러니까 말년 병장 머리 방향 부두에 글라이더선 준비했다! 거기에 타면 된다!”

[13분 후에 ‘부산행 게이트’가 열린다! 용역 헌터 모두 머리 방향! 북쪽 부두로 달려라! 집으로 가는 배, 글라이더 선이 부두에서 기다리고 있다!]

정신없이 싸우던 왕체, 최림, 김기철과 104인의 용역 헌터들은 즉시 고개를 들고 환호성을 터트렸다.

우와아아아아-

“드디어! 집으로 돌아간다!”

“시바! 결국, 이날이 오는구나!”.”

……

비행 마수와 몬스터가 완전히 사라져 도시 곳곳에서 달려온 병력으로 저지선에는 사람이 넘치는 상황!

용역 헌터들은 같이 저지선을 지킨 주민, 병사, 경비대와 주먹과 어깨를 부딪치며 인사하고 바로 몸을 돌렸다.

“이 수레 이용하세요! 철도용 수레라 철도 타고 달릴 수 있어요!”

“바로 마차에 타라! 북쪽 부두로 데려다줄게!”

용역 헌터들은 저지선으로 달려온 마차와 수레를 타고 글라이더선이 있는 부두를 향해 질주했다.

이 모습을 본 천문석은 중앙 통제실 위에 있는 동료들을 봤다.

준비를 끝내고 고개를 끄덕이는 최설, 허준, 파티마, 진교은과 한호석 교수님

“퐁퐁이! 엄청난 활약이었어! 멋져! 훌륭해! 대단해! 카카캌-.”

하나같이 이마가 볼록 솟은 채 환호하는 특급 헌터와 동물 친구들.

“부탁한다. 워커7.”

“걱정 마라! 내가 직접 글라이더선 조종해서 네 동료 전부 안전하고 빠르게 게이트에 넣어 줄게!”

“특급 헌터 부두까지 운전할 수 있겠냐?”

“넵! 지휘관님! 완전 빨리 운전하겠습니다! 모두 얼른 타!”

부앙, 부아앙-

엔진을 공회전시키며 씩씩하게 외치는 특급 헌터.

쿵, 콩-

천문석은 워커7, 특급 헌터와 주먹을 부딪쳤다.

부아아아앙-

특급 쌩쌩이에 구겨 탄 동료 모두가 떠나는 순간.

천문석은 마이크를 잡고 각자의 길을 떠날 모두에게 마지막 인사를 했다.

[모두 고마웠다. 언젠가 다시 보자!]

그리고 퐁퐁이를 타고 하늘로 날아올라 주위를 살폈다.

마수와 몬스터는 저지선으로 막힌 상황!

사막을 달리는 거대 괴수 여섯을 게이트 너머 부산 앞바다로 유인하면 이 긴 난장판도 마침내 끝난다!

게이트 너머에서 기다리는 건 거대 괴수의 반발장마저 억누르는 중첩된 게이트 안정화 권역!

그리고 상상을 초월하는 화력을 쏟아부을 부산 함대와 헌터 부대, 마탄과 헌터용 장비로 완전무장한 대형 길드, 수만에 달하는 헌터들이 있었다.

거대 괴수 여섯은 게이트를 넘어가는 순간 사냥감이 된다!

자신은 사냥감이 흩어지지 않게 유인하기만 하면 된다!

떠나기 직전 마지막으로 주위를 돌아본 천문석은 고개를 갸웃했다.

“이상하네…… 왜 자꾸 뭔가를 까먹은 거 같지?”

몇 번 고개를 갸웃한 천문석은 거대 괴수가 달려오는 사막으로 출발했다.

“뭐, 기억 안 나는 거면 별거 아니겠지.”

포아아아아앙-

천문석과 퐁퐁이는 순식간에 도시를 가로질러 사막으로 쏘아졌다.

이때 한 사람이 하늘 고래호 선실에서 번쩍 눈을 떴다.

“이세기! 이세기!? 여기는 어디야!? 이세기 어디에 있냐!?”

깨어나자마자 이세기를 찾는 누더기를 걸친 남자.

모두에게서 잊힌 칠성파 보스 염동력자 마혁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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