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819화>
신기루 벽 너머에 거꾸로 드리워진 스카라베의 강철 도시.
강철 도시 회의실 스크린에는 지상에서 일어나는 일이 재생되고 있었다.
스크린을 본 시장과 사장들, 강철 도시의 수뇌부들은 경악했다.
시스템에 보류한 정보가 차원 통신망에 전해지자 예상 그대로의 일이 일어났다!
허신, 악신, 마룡, 고대신……!
초월자들이 차원 방벽을 찢고 나타나 현현체를 만들고 권속 마수와 몬스터, 거대 괴수를 뿌렸다!
권속들은 아무 문제가 아니었다.
진짜 문제는 현현체를 밀어 넣은 초월자들!
차원 준위가 낮아 직접 강림할 수 있는데도 현현체를 밀어 넣은 건 좋게 말해 조심스러운 거고 사실은 겁을 먹었기 때문이다.
마도 제국의 일곱 재앙의 보스, 워커 실트에게!
그리고 예상대로 워커 실트가 나타나는 순간 모든 게 엉망진창이 됐다!
전파 안테나 형태의 12개의 마탑 등장!
12개의 마탑에 맺힌 마력광과 절멸의 빛!
발사 직전 터져 나온 워커 실트의 뻥이라는 외침!
그리고 10초도 지나지 않아 다시 한번 고속영창으로 터트린 외침.
[전부엎드려!충전끝났다!이번엔진짜!진짜로!쏜다!]
빠아아아아앙-
12개 마탑의 마력광이 하나로 뭉쳐 빛을 삼키는 ‘검은 태양’을 쏘아 보냈다!
“절멸의 빛!”
워커 실트가 외치고.
[절멸의 빛!]
허신들이 경악하는 순간!
…… -
…… -
…… -
강철 도시 회의장엔 깊은 침묵과 경악이 내려앉았다!
이 침묵은 시장과 사장 모두에게서 동시에 터져 나온 탄식에 지워졌다.
띠이이이이-
피이이이이-
기이이이이-
강철 도시의 시장과 사장들은 세계의 나무를 넘나드는 스카라베 일족!
12개 마탑이 쏘아 보낸 빛을 삼키는 검은 태양을 보는 순간 그 정체를 한눈에 알아봤다!
모두의 시선이 창밖으로 움직였다.
강철 도시에서 솟아오른 빛의 기둥이 꿰뚫은 허공.
이 허공은 마치 밤을 뚝 떼어 만든듯한 검은 원구였다.
검은 태양과 똑같이 생긴!
그렇다.
검은 태양은 절멸의 빛이 아니라 차원 통신을 하기 위해 차원 방벽에 뚫는 터널이었다!
워커 실트는 차원 통신 마법으로 허신들에게 구라를 치고 있었다!
‘워커 실트! 미친놈!’
‘또라이 노움 새끼!’
‘하, 시바시바시바!’
‘그럼 그렇지! 미친놈!’
‘허신! 멍청한 녀석들!’
‘초월자란 놈들이 저런 구라에 속다니!’
‘쟤들은 왜 그냥 보고만 있는 거야!?’
‘제정신인 놈들은 벌써 처음에 튀었어!’
‘저기 남은 놈들은 본질마저 혼돈에 물들어 맛이 간 놈들이다!’
……
본질이 혼돈에 오염된 초월자들은 예상보다 상태가 더 좋지 않았다!
통신 마법, 검은 태양이 절멸의 빛이라고 속은 것뿐만 아니라 우왕좌왕 아무 선택도 하지 못하고 있다!
이 순간 시장과 사장들의 머리에 앞으로 일어날 일이 그려졌다.
이대로 검은 태양이 균열에 닿으면 워커 실트의 구라가 들통 난다.
분노한 초월자들과 워커 실트는 상상을 초월하는 방법으로 싸울 거다.
본질이 혼돈에 물들었어도 초월자는 초월자!
완전히 미친놈이어도 워커 실트는 워커 실트!
당연히 엄청난 불똥이 튈 테고 그 불똥은 전부 강철 도시에 쏟아질 거다!
‘시바아아아아-!’
회의장 안 모든 스카라베가 마음속으로 절규하는 순간.
미친놈 워커 실트는 다시 한번 상상도 하지 못한 미친 짓을 했다.
“바로 여기에 ‘마도 황제’ 폐하가 계시다!”
시장과 사장들의 경악한 시선이 스크린에 모이는 순간.
조명에 환하게 밝혀진 옥상에서 한 남자가 앞으로 나서 외쳤다.
[마도 황제. 이세기가 여기에 있다!]
‘…….’
‘…….’
‘…….’
질식할 것 같은 침묵 속 강철 도시의 수뇌부, 시장과 사장들은 직감했다.
둘 중 하나다.
빛의 길을 올라 승천한 마도 황제가 다시 강림했거나.
워커 실트 같은 아니 워커 실트보다 더한 미친놈이 나타났다!
그리고 어떤 상황이든 결론은 같았다.
커다란, 상상을 초월하는 커다란 불똥이 튈 거다!
* * *
천문석은 느꼈다.
하늘에 드리워진 강철 도시!
허공에 뚫린 균열 너머!
주위에 펼쳐진 기동 병참 도시!
사막에 가득한 몬스터와 스카라베!
모든 곳에서 경악한 시선이 쏟아지고 외침이 터져 나왔다!
[ㅁㅁㅁㅁ!]
[ㅁㅁㅁㅁㅁ ㅁㅁㅁㅁ!?]
그중 가장 강렬하게 들려온 건 균열에서 쏟아지는 사념파, 등 뒤에서 들려오는 환호성이었다.
“마도 황제! 알바! 그냥 황제도 아니고 마도 황제였구나! 역시 알바야! 엄청엄청 높은 사람이잖아!? 퐁퐁이! 거복이! 사슴이! 반짝이! 휘잉휘잉! 친구들 모두 들었지!? 알바가 마도 황제래! 난 처음부터 알바가 보통 사람이 아닐 줄 알았어! 좋겠다! 부럽다! 우와아아아- 황제 알바아……!”
‘그만! 제발 그만해!’
마음속으로 아무리 외쳐도 손발이 오그라드는 특급 헌터의 환호성은 멈추지 않았다!
여기에 동료들의 반응이 더해졌다!
“……마도 황제!?”
혼란스러운 얼굴로 바라보는 파티마!
“황제! 황제라고!?”
충격으로 눈을 부릅뜬 허준!
“마도 황제? 풉-.”
다급히 입을 가리고 고개를 돌리는 최설!
“……!?”
넋이 나간 듯 바라보는 진교은!
“……!”
수첩을 꺼내 미친 듯이 자신을 그리는 한호석 교수!
그리고 당당히 하늘을 향해 외치는 워커 실트!
“허신 떨거지 놈들아! 봤지!? 너희는 이제 엄청엄청 큰일 난 거야! 여기에 마도 황제 폐하가 강림하셨다! 카카카카캌-.”
워커 실트는 자신만만한 웃음을 터트리며 등 뒤로 미친 듯이 손을 그었고 손에서 흘러나온 빛이 문자를 만들었다.
[야, 먹혔다! 역시 쟤들 본질까지 혼돈에 물들어서 완전히 맛이 갔어! 좀만 더하면 완전히 넘어올 것 같아! 한 방! 뭔가 그럴듯한 거 빨리 한방 터트려! 저 검은 태양 균열에 닿으면 뽀록난다!]
어차피 호랑이 등에 올라탄 상황이다!
한번 구라를 친 이상 끝까지 혼과 마음을 담아 밀고 나가야 한다!
마도 황제라고 믿을 그럴듯한 한 방!
진일보하려던 마음을 담아 마도 황제라는 이름에 걸맞은 마법 같은 무공을 펼친다!
결심하는 즉시 천문석은 움직였다.
시작은 지기(地氣)의 맥을 밟아 나가는 일곱 걸음!
쿵쿵쿵, 쿵쿵쿵쿵-
아직 끊기지 않은 용맥의 흐름을 밟아 옥상 가장자리에 닿는 순간 영육과 혼백의 사이 심상 공간에 뜻을 담는다.
승(昇)!
천문석은 흐름을 타고 단숨에 허공으로 올랐다.
영육이 허공을 딛고 오르자 혼백이 용맥의 흐름을 타고 올라 천의(天意)의 끝자락에 닿았다!
하늘의 뜻과 대지의 흐름이 영혼육백! 존재의 본질에 닿았다!
천지인(天地人).
순간 인지가 끝없이 확장되고 삼라만상의 비의(秘儀)가 쏟아져 들어왔다!
손만 뻗는다면 산을 뭉개고 바다를 뒤집을 힘을 얻고!
눈만 돌린다면 영생의 비전, 불패의 투자 기법을 깨달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천의와 닿은 순간 마음속 욕망이 만들어 낸 번뇌, 미망(迷妄)일 뿐!
잡을 수 없는 미망에 집착하여 번뇌에 빠지는 순간 심마가 자라나고, 심마에 사로잡히면 결국 그 업에 짓눌려 무저갱에 떨어진다.
저 균열 너머에 자리한 영락한 마신들처럼!
천문석은 단숨에 미망을 털어 버리고 천지에 닿은 마음과 손을 뻗어 수인을 짚었다.
지권인(智拳印).
무명을 밝히는 지권인의 수인으로 하늘의 천기와 대지의 용맥! 영혼과 육백을 인도하는 인과와 운명의 흐름을 하나로 잇는다!
천지합일(天地合一).
그리고 보법을 펼쳤다.
생사팔문(生死八門).
밟을 수 없는 생사의 간극을 밟는 생사팔문의 보법으로 흐름을 밟아 진정한 하늘! 미망 너머의 천의를 향해 올라갔다!
미망이 사라진 마음에 천의가 쏟아지는 순간 지권인의 수인에서 불꽃이 생겨났다.
무명을 밝히는 지혜의 빛, 광륜(光輪)!
작은 촛불이 거대한 산을 태우듯 지혜의 빛은 어둠을 태워 천지를 밝혔다.
하늘과 허공, 지상에 가득한 검은 사기가 타오르는 순간.
작열하는 태양이 아닌 지혜의 빛이 사막을 밝히고 무명을 몰아냈다!
이 순간 균열 너머 혼돈의 경계에 숨은 허신, 마신, 고대신과 악신은 전율했다!
혼돈이 밝혀지고 경계에 숨은 몸이 드러난다!
[ㅁㅁ ㅁㅁ!]
[ㅁㅁㅁㅁㅁㅁ!]
어떻게 가능한지 이해할 수 없는 불가능한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났다!
혼돈에 그 본질이 물들어 영락한 초월자들은 깨달았다.
‘불가능한 마법 같은 일!’
세계 그 자체에 대륙어 와 마법, 대협약의 약속을 새겨넣는 불가능한 일을 해낸 마도 황제와 같다!
이 순간 균열 너머 초월자의 시선이 움직였다.
하늘에 드리워진 강철 도시.
지상에 멈춰 선 기동 병참 도시.
마도 황제는 마도 제국의 신성불가침 존재다!
지금 저 외침이 거짓이라면 강철 도시와 기동 병참 도시의 인공 정령이 조용한 게 말이 안 된다!
‘그렇다면!?’
균열 너머 모든 초월자의 시선이 하늘의 인과와 대지의 운명을 하나로 잇는 존재에게 모였다.
거대한 마력도 존재 자체를 짓누르는 위압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아득한 세월을 살아온 자신들조차 그 근원을 헤아릴 수 없는 힘을 지닌 존재!
보석과 강철의 황제!
마침내 그 이름을 밝힌 마도 황제 이세기다!
이 순간 확성기에 실린 워커 실트7의 외침이 하늘에 울려 퍼졌다!
“카카카카캌- 이제 너희는 끝장이다! 초월자 떨거지들아! 절멸의 빛을 한방 더 받아랏!”
지혜의 빛을 밝히고 반개한 눈으로 균열을 관조하던 천문석은 워커 실트7의 외침에 숨겨진 뜻을 바로 알아챘다!
척하면 척!
사기의 하이라이트!
화룡점정(畵龍點睛), 용에 눈을 찍으라는 뜻이다!
그러나 지금 천문석은 당장이라도 승천할듯한 겉모습과 달리 혼신의 힘을 다해 버티고 있었다!
무명을 밝히는 지혜의 빛이 오욕칠정을 지우고 욕망을 꺼트리고 있다!
천문석은 아차! 하는 순간 강제로 성불 당할 위기에 처해 있었다!
-대박의 꿈?
갈(喝)! 공수래공수거!
-내 건물 마련?
갈(喝)! 죽어 묻힐 땅은 한 평이면 족한 것을!
-빡세게 구르는 삶?
갈(喝)! 고개를 돌리면 피안인 것을 무엇을 위해……!
……
마음속에서 끝없이 울려 퍼지는 외침!
갈(喝)!
그러나 천문석, 전생 천마의 마음에는 단단한 기둥이 서 있었다.
천국과 지옥은 내세가 아닌 현생에 있고, 욕망이 없으면 삶 또한 의미를 잃으니!
오욕칠정을 불태워 마음 없는 광인이 되는 마공과 업을 태워 인과를 끊고 윤회의 굴레를 벗어나는 해탈은 한 방에 훅 간다는 면에서 같다!
그렇기에 천문석은 지혜의 빛 앞에서 사그라드는 욕망에 장작을 던져 넣었다!
-3억을 돌파한 잔고!
-김철수 사무실 지분!
-주호에게 우려낼 100만냥짜리 전표!
-5관 금괴 6개 한 궤짝!
-손에 잡힐 듯 가까워진 건물주!
-무림의 무가지보 대환단……!
‘아차!’
천문석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대환단!
공물을 바치면서 일어난 생각 하지도 못한 난장판!
도시 주인이 바뀌고 딱지치기, 구슬치기 승부를 하면서 대환단을 깜빡하고 회수하지 않았다!
순간 가을 벌판의 들불처럼 치솟는 욕망!
‘으아악- 내 대환단!’
천문석은 번쩍 눈을 뜬 순간 양손을 허공에 들어 올렸다!
이 타이밍!
파파파파파파팟-
12개의 전파 망원경, 반마탑에 마력광이 맺혔다!
[ㅁㅁㅁ ㅁ!]
[ㅁㅁㅁㅁ ㅁㅁㅁㅁ!]
균열에서 쏟아지는 당황한 사념파!
중요한 건 타이밍!
천문석은 당황한 사념파가 최고조에 오르기 직전 내력을 실어 외치며 양손을 부딪쳤다!
[절멸의 빛!]
“절멸의 빛!”
하늘의 천문석과 지상의 워커 실트7.
인간과 노움의 외침이 동시에 터져 나오는 순간.
콰아아아앙-
하늘을 놀라게 하는 굉천수가 터지고!
빠아아아앙-
12개의 반마탑이 만들어 낸 빛의 기둥이 쏘아졌다!
* * *
쿵쿵, 쿵쿵쿵쿵-
굉천수의 섬광에 하얗게 물든 사막에 거대한 물체가 떨어지는 소리가 계속 울려 퍼졌다.
그리고 굉천수의 섬광이 사라졌을 때 마신의 현현체, 끊어진 촉수가 떨어지는 모습이 보였다!
쿠웅-
순간 천문석은 빙글 시선만 움직여 균열을 확인했다.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진 균열!
마신의 사념파는 어디서도 느껴지지 않았다!
‘제대로 먹혔구나! 현현체는!?’
바로 시선을 돌리자 사막에 쌓인 거대한 촉수 무더기가 보였다.
마신 놈들이 도마뱀 꼬리처럼 끊고 도망친 촉수, 현현체다!
‘끝났다!’
순간 긴장이 탁 풀리고 일주일 동안 철야를 한 것처럼 정신이 혼미해졌다.
재빨리 지권인의 수인을 푸는 동시에 허공을 밟은 몸이 지상을 향해 추락했다.
이때 익숙한 외침이 들려왔다!
“황제 알바! 조금만 기다려! 퐁퐁이가 데리러 가고 있어어어!”
입가에 손을 모으고 외치는 특급 헌터.
포아아아아앙-
로켓 비행으로 날아오는 하늘 고래 퐁퐁이.
마치 모든 일이 끝났음을 알리는 듯한 모습에 가슴속에서 웃음이 차올랐다.
하하하하하-
가슴이 뻥 뚫리는 통쾌한 웃음이 터져 나온 순간 보였다.
높게 쌓인 촉수를 단숨에 뒤덮은 해일.
상급 마수와 최상급 몬스터!
그 사이사이에 자리한 거대 괴수!
마신 놈들이 균열에서 쏟아 낸 권속들이 밀려 오고 있었다.
멈춰 선 기동 병참 도시를 향해서!
“…….”
천문석은 긍정적 마인드로 스스로에게 말했다!
‘마신, 현현체와 싸우는 것보다는 낫다!’
‘수가 얼마나 많은지 해일처럼 밀려 오지만. 할 만하다!’
‘마도 엔진에 시동도 걸었다! 저놈들만 뿌리치면 게이트를 열고 집으로 돌아간다!’
‘저 마수와 몬스터, 거대 괴수! 마신의 권속들이 마지막이다!’
순간 자신도 모르게 깊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마지막이겠지? 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