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816화 (817/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816화>

시작은 우론과 소니아였다.

하아앗-

우론의 작살이 허공을 찌르는 순간 콰드득- 비틀려 폭발하는 대기, 와류(渦流)!

정신없이 반전 결계에 튕기던 스카라베 마술사들이 와류에 휩쓸려 하나로 뭉치는 순간.

소니아가 움직였다.

왼손은 맨손.

오른손에는 중검(中劍).

왼손 엄지로 약지를 누르고 검지와 중지를 펼쳐 검결지를 만들어 중검을 훑는다!

쩡-

검이 우는 순간 소니아 비제우는 펼쳤다.

같은 심법을 배웠으나 오대공 중 유일하게 비제우 검공가만이 익히고 펼칠 수 있었던 비기!

칠성검(七星劍)!

검은 별(별), 발은 별자리(星座)!

발로 별자리를 밟아 나가며 검으로 별을 밝힌다!

마지막 일 검과 함께 중검이 허공을 가르는 순간.

천 년을 이어진 비제우 검공가의 비기가 펼쳐졌다!

세븐 스타!

하나로 뭉치 스카라베 마술사 주위 공간을 가르는 선연한 일곱 별빛!

쩡쩡쩡, 쩡쩡쩡쩡-

선연한 별빛이 공간을 가르는 순간 공기, 마력, 소리 모든 게 잘려 나갔다!

와류로 하나로 뭉친 스카라베 마술사들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지상으로 떨어졌다.

“기다렸다!”

이원과 대륙 상단의 무사들은 널빤지를 파리채처럼 휘둘러 떨어지는 스카라베 마술사들을 부두 밖으로 날려 보냈다.

파앙, 파아앙-

“날려 보내라! 이 녀석들 정신 차리기 전에 모두 날려 버려야 한다!”

금력을 빨리고 와류와 별빛에 휩싸인 스카라베 마술사들은 널빤지에 맞고 부두 밖 허공으로 날아갔다.

몇몇 스카라베 마술사들이 금력을 폭발시켜 잽싸게 날아올라 고유마법을 펼쳤다!

휘이잉-

날카로운 칼날 바람이 날아오고!

파아앙-

섬뜩한 광탄이 의표를 찔러 들어온다!

이 순간 대기 중이던 셋이 움직였다.

미끄러지듯 보법을 펼쳐 돌진!

팟, 팟- 짧게 끊어 허공을 때리는 여량위!

절정의 내가중수권!

여량위의 주먹이 닿기도 전에 광탄과 칼날 바람이 흩어졌다!

그리고 가볍게 갑판을 달려 공중으로 도약하는 붉은 털의 하누만, 아카린!

아카린의 손에 들린 장대가 낭창낭창 휘어지며 요력을 흘렸다!

타닥, 타다다닥-

날아오르던 스카라베들은 장대에 닿는 순간 감전이라도 된 듯 후두둑 떨어졌고.

팡, 팡, 파아앙-

허공에서 불쑥 튀어나온 거대한 여우 발에 맞고 도시 경계 밖으로 날아갔다!

우론과 소니아가 원거리에서 공격하고.

이원과 무사들이 근접거리에서 날려 버리고.

여량위, 아카린, 섬초 셋이 방어 와 빠져나가는 놈들을 처리했다!

이들은 완벽한 호흡으로 하늘에서 쏟아지는 스카라베 마술사들을 제압했다!

중앙 통제실 지붕에서 이 모습을 바라보던 천문석은 웃었다.

하-

사막에서 도시를 향해 돌진하는 스카라베 경비대는 사슴이가 무쌍을 찍으며 쥐어박고.

하늘을 가로질러 쏘아진 스카라베 마술사들은 반짝이와 동료들이 처리하고 있다.

스카라베 압류팀은 여전히 주민들의 빗자루와 밀대에 데굴데굴 굴러 분리수거되고.

벽, 지붕, 대문 건물 곳곳에 붙여진 압류 딱지는 미친 듯이 달려드는 용역 헌터들이 떼고 있다.

홀로그램 지도에 나타난 마경의 경계까지 남은 시간은 이제 진짜로 1시간!

2차 웨이브는 생각만큼 위협적이지 않았다.

만약을 위해 대기 중인 자신이 움직일 필요도 없었다.

이대로라면 동료들만으로도 마경의 경계에 닿을 때까지 충분히 버틸 수 있다!

오히려 다른 곳이 문제였다.

워커7, 엘프, 아수라!

마도 엔진, 차원 좌표, 게이트!

천문석은 마이크를 잡고 아수라 비서를 불렀다.

“아수라! 게이트 어때?”

-마도 엔진 시동, 좌표 고정이 아직이야! 바로 엔진실로 회선 연결할게!

짧은 잡음 후에 들려오는 기계음.

-야! 나 엄청 바쁜데 왜!?

“워커7! 엔진 시동 멀었냐? 지금 2차 웨이브 시작됐어!”

-방금 설치 끝내고 점화시험 끝났어! 20분! 20분 안에 주 엔진 시동 걸 수 있다!

“차원 좌표는 어떻게 됐어? 지구랑 연락한 거야?”

-그건 제가 말씀드릴게요.

엘프의 목소리가 통신기에서 들려왔다.

-반대쪽 감도가 너무 멀어요! 안테나에서 멀리 떨어진 곳, 마력장 간섭이 심한 장소에 있는 것 같아요! 이대로는 차원 좌표를 딸 수 없고 엔진 시동 걸려야 좌표 따고 고정할 수 있어요! 15분! 주 엔진 출력이면 통신 연결하고 차원 좌표 따는데 5분! 차원 좌표 고정하는데 10분! 다해서 15분이면 가능해요!

“아수라 게이트는 어때? 좌표 고정되면 여는데 얼마나 걸릴 것 같아!?”

-주 엔진 시동 걸리고, 좌표만 고정되면 5분 안에 게이트 열 수 있어! 주 엔진 출력이면 대략…….

머릿속에서 타임라인이 그려졌다.

주 엔진에 시동을 거는데 20분!

좌표를 따고 고정하는데 15분!

게이트를 여는데 5분!

게이트가 열릴 때까지 앞으로 40분!

마경의 경계에 도착하는 건 57분!

여유 시간은 17분!

게이트가 열리는 시간은 단지 7초!

111명이 넘어가는데 7초는 그야말로 찰나다.

게이트가 열리기 전에 압류 딱지를 떼기 위해 흩어진 용역 헌터들을 한자리에 모으고 게이트를 넘어갈 준비를 해야 한다.

머릿속으로 정리가 끝났을 때.

아수라 비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략 계산해 보니까. 10분은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아!

“……뭐?”

-게이트 말야! 10분 정도는 열 수 있다고!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분명 7초라고 듣고 용역 헌터들에게 동기부여까지 했는데……!

뭐? 10분!?

“야! 뭔 말이야! 너 7초라고 그랬잖아!?”

-그거야 당연히 주 엔진 시동 걸리기 전 이야기지! 주 엔진 시동 걸면 10분은 유지…….

“잠깐! 잠깐만 그러면 무게 제한은 어떻게 되는 거야!? 무게 제한도 늘어나는 거야!?”

-당연하지! 주 엔진 출력이면 한 명 한 명 넘어갈 필요도 없어! 게이트 여는 장소를 지정할 수도 있으니까! 부두에 정박한 배에 전부 탄 채로 통째로 넘어가면 된다! 하하하-

통신기 너머에서 인공 정령 아수라의 호쾌한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순간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물체.

궤짝.

나무 궤짝.

5관 금괴가 채워진 나무 궤짝 8개!

“……!”

와, 이 얼척없는 인공 정령 같으니라고!

주 엔진에 시동 거는 걸 빼놓고 계산했다고!?

당연히 그걸 넣고 계산했어야지!

가슴에선 분노가 끓어오르고 천지가 뒤집히는 현기증에 눈앞에 깜깜해질 때.

“헉, 허억! 이세기!”

숨이 턱 끝까지 찬 외침이 들려왔다.

시선을 내리자 보이는 얼굴.

중국 조폭, 왕체!

땀과 흙먼지로 엉망이 된 왕체는 손아귀 가득 쥐고 있는 종이를 내밀며 외쳤다.

“37장! 압류 딱지 37장 가져왔다! 나 몇 등이냐!? 10등 안에는 들어가지!?”

이 순간 왕체 뒤에서 들려오는 외침들.

“23장! 전 23장 떼 왔습니다!”

“저희는 5명 한 팀으로 120장 맞춰 왔습니다!”

“31장입니다! 저도 10등 안에는 들어가죠!?”

……

급경사의 철도 위를 줄줄이 달려오는 용역 헌터들.

용역 헌터들은 하나같이 유격 훈련이라도 받은 듯 엉망이 된 모습으로 압류 딱지를 움켜쥐고 달려왔다.

가슴이 찌르르 울렸다.

자신이 저 녀석들을 저렇게 만들었다!

압류 딱지를 많이 뗀 순서대로 ‘7초 동안’ 열리는 게이트를 통과시켜 준다고 말해서!

순간 자신도 모르게 탄식이 터져 나왔다.

하-

저 용역 헌터들은 잘못된 정보의 희생양들이었다!

게이트가 열리는 시간은 7초가 아닌 10분이다!

게다가 배를 타고 한 번에 넘어갈 수도 있었다!

즉, 넘어가는 순서는 처음부터 의미가 없었던 거다!

천문석은 애잔한 눈으로 왕체를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야, 이 얼척없는 새끼야! 뭐 37장! 뒤질래! 지금 저기 도시에 압류 딱지 계속 붙는 거 안 보여!? 그런데 뭐? 37장이면 몇 등이냐고!? 새끼야! 넌 전쟁터에서 총알 다 쓰면 집에 갈 거냐!? 지금 그냥 드러눕겠다는 거야!?”

이글거리는 눈과 폭풍 같은 기세!

이세기 앞에선 왕체와 멀리서 달려 오던 용역 헌터들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아니! 잠깐 나는…….”

천문석은 왕체를 가리키며 선고했다.

“넌 마이너스 10장이다! 새끼야! 거기 뒤에 너희들은…….”

“압류 딱지 떼러 가자!”

“난 계속 딱지 떼려고 했어!”

“우리는 할 수 있다! 으아아악-.”

“50장! 50장을 채워 오겠습니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용역 헌터들은 몸을 돌려 도시로 달려갔고.

왕체는 그 뒤를 따라 달리며 넋이 나간 얼굴로 외쳤다.

“마이너스 열 장! 마이너스 열 장! 27장! 시바! 시바아아!”

순식간에 고요해진 중앙 통제실 옥상.

워커7, 엘프. 아수라부터 왕체, 용역 헌터까지. 모든 대화를 들은 동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허준.

“7초?”

“…….”

최설.

“압류 딱지?”

“…….”

진교은.

“조폭이 불쌍하게 느껴지다니…….”

“…….”

특급 헌터.

“지휘관님! 저 특급 참모도 퐁퐁이 타고 얼른 가서 압류 딱지를 떼겠습니다!”

“……응 안 돼.”

“아, 왜에에에- 끝까지 모두 열심히 해야 한다며! 나도 압류 딱지 떼고 싶단 말야!”

“기각! 기각! 완전 기각!”

천문석은 단호히 대답하며 스스로에게 말했다.

괜찮다!

난 전혀 실망하지 않았다!

아직 5관 금괴 6개 한 궤짝이 있다!

이거면 서울 안정화 권역에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룰 수 있다!

그러나 천문석의 시선은 어느새 하늘을 향해 있었다.

천문석은 하늘에 거꾸로 드리워진 강철 도시를 바라보며 말했다.

“……시바.”

* * *

띧디디띠디딛디딛-!

‘시바, 시바! 이게 어떻게 된 거야!?’

강철 도시 시청 회의실은 술렁이고 있었다!

경비대, 보안팀, 청원 경찰을 동원하며 ‘패배’를 확신했다!

당연했다!

계획이 있었으니까!

1. 스카라베 경비대와 마술사 출현!

2. 깜짝 놀란 워커 실트 등장!

3. 경비대와 마술사 개 박살 남!

4. 바로 압류팀과 경비대, 마술사 귀환!

5. 재빨리 도망치고 워커 실트에게서 신경 끄기!

완벽했다!

너무나 완벽한 계획이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존재들이 나타났다!

홀로 무쌍을 찍는 돌연변이 거대 사슴벌레!

스카라베의 고유마법 반전 결계를 펼치는 털 뭉치!

둘은 스카라베 경비대와 마술사들이 가진 금력을 빨아드려 사용하고 있었다!

이것만으로도 말도 안 되는데 도시 곳곳에서 튀어나온 사람들이 스카라베 마술사들과 격전을 펼치는데도 ‘워커 실트’의 반응이 없었다!

금력을 가진 스카라베 경비대와 마술사를 투입하면 당연히 워커 실트가 튀어나와야 했다!

[1 -> 2 -> 3 -> 4 -> 5]

물 흐르듯 계획이 진행돼야 했다!

그런데 마도 제국 일곱 재앙의 보스 ‘워커 실트’는 자신의 도시가 공격당하는 데도 나타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피핏피핖피피-!

‘설마 저기 워커 실트 없는 거 아냐!?’

물류 업체 사장이 외치는 순간 사방에서 외침이 쏟아졌다!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계획을 바꾸죠!’

‘당장 금력을 쏟아부어서 그냥 밀어 버리죠!’

‘아냐! 워커 실트라면 함정을 파고 기다릴 수도 있다!’

‘함정을 파고 기다린다고!? 왜!? 그렇게 해도 아무 이득이 없잖아!’

‘전능 옥좌는 이득이 있어서 추락시켰냐! 워커 실트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어!’

‘아…….’

‘아…….’

‘아…….’

순간 탄성을 터트리며 일제히 고개를 끄덕이는 사장들!

그렇다!

상대는 일곱 재앙의 보스 워커 실트다!

워커 실트는 승천한 마도 황제가 자신에게 전능 옥좌를 폐쇄하라는 통신을 보냈다고 주장하며 전능 옥좌를 떨어트렸다!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마도 제국에 막타를 때린 테러리스트를 이성과 합리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워커 실트는 도시가 반쯤 박살 난 후 불쑥 나타나 ‘크카카캌- 모두 내 계획대로다!’라고 외치며 모든 걸 난장판으로 만들 수 있는 존재다!

그러나 문제는 다른 방법도 시간도 없다는 것!

금력을 추가로 보내봐야 금력을 흡수하는 돌연변이 사슴벌레, 털 뭉치에 당할 뿐!

그렇다고 지원 병력을 요청할 곳도 없고, 차원 통신망에 정보가 넘어가지 않게 보류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째깍, 째깍, 째깍-

이 순간 초침 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파멸을 향해 다가가는 초침 소리가!

이때 한 사장이 슬그머니 더듬이를 들고 말했다.

‘살짝 주포를 쏴보면 어떨까요? 이걸 타초경사라던데…….’

‘……!’

‘……!’

‘……!’

타초경사(打草驚蛇)!

회의실 안 모두는 바로 알아챘다!

풀을 건드려 뱀이 튀어나오게 하듯!

기동 병참 도시에 주포를 때려 박아 워커 실트가 튀어나오게 하자는 이야기!

워커 실트가 아무리 가늠이 안 되는 미친놈이어도 자신의 도시가 주포를 맞으면 반응을 할 거다!

시장이 돌아보는 동시에 ‘O’자를 그린 더듬이가 쓱, 쓰슥- 솟구쳤다!

표결할 필요도 없다!

만장일치!

탁-

사장이 전화기를 들고 중앙 통제실에 포격을 명령하려는 순간 외침이 돌아왔다.

‘시장님! 충성! 시스템 오류 때문에 연락하셨군요!?’

‘시스템에 정보를 보류시킨 걸 알아챘구나!’

시장은 헛기침하며 대답했다.

‘어 괜찮아. 그거…….’

‘걱정하지 마십시오! 벌써 보수팀을 보내오류를 수정했습니다!’

‘……뭐!? 야, 그걸 왜 수정…… 아니! 언제! 언제 수정한 거야!?’

‘네? 30분 전…….’

“……당장 멈춰!’

시장이 다급히 외치는 동시에 너무나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다.

빠아아앙-

회의실 안 모두의 시선이 창으로 향하는 순간 보였다!

강철 도시 통신탑에서 빛의 기둥이 솟아 올라 허공을 꿰뚫었다!

너무나 익숙한 빛과 소리.

시스템과 차원 통신망이 연결됐다!

즉, 시스템에 보류시켰던 정보가 차원 통신망에 전해졌다.

차원 수배자.

마도 제국 일곱 재앙의 보스.

마도 제국에 막타를 때린 테러리스트.

허신과 마신, 악신을 쥐어패고 다닌 타이탄의 개발자.

워커 실트의 정보가 차원 통신망에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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