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815화>
[01:23:23]
홀로그램 지도에 표시된 경계에 도착할 때까지 남은 시간.
“사기꾼 녀석!”
“와, 와! 와!?”
어이없어하는 허준과 황당함에 말을 잇지 못하는 최설.
“야, 1시간이나 1시간 23분이나 그게 그거야! 23분은 우리가 빡세게 버티면 돼!”
천문석은 확신을 담아 외치고 동료들을 살폈다.
“……엄청난 발견이야! 스카라베 전투가 이렇다니!”
수첩을 꺼내 정신없이 전투를 기록하는 한호석 교수.
“…….”
홀린 듯이 사슴이와 스카라베 간의 전투를 바라보는 파티마.
“나 언제 하늘이을까!? 지금이을까? 이따 이을까!? 이따 이따 이을까!?”
“안 돼요! 잇지 마세요! 절대 아무데도 가면 안 돼요!”
특급 쌩쌩이를 타고 빙글빙글 옥상을 달리며 노래하듯 외치는 특급 헌터와 그 조수석에 앉아 안절부절못하는 진교은.
“…….”
‘23분은 그냥 내가 좀 더 열심히 움직여 버티면 된다!’
천문석은 마음의 결심을 하고 바로 시선을 돌려 도시 경계 밖을 살폈다.
사막에서는 사슴이가 무쌍을 찍으며 도시 뒤를 따라붙는 스카라베들을 떼어 내고 있다!
문제는 하늘!
부우우우웅-
거센 날갯소리와 함께 빠르게 가속하는 풍뎅이, 반딧불이, 무당벌레! 공중을 나는 스카라베들!
이제 하늘에서 쏟아지는 비행 스카라베들을 상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직급을 확인해야 한다!
“특급 헌터 참모! 임무가 있다!”
부아아아앙, 끼이익-
즉시 특급 쌩쌩이가 달려와 멈추고 벌떡 일어선 특급 헌터가 척 경례하며 외쳤다!
“특급 헌터 참모 왔습니다! 지휘관님! 하늘 이을까요? 당장 이으러 출동할까요!?”
구으, 구으으으-!
초롱초롱 눈을 빛내는 특급 헌터!
그 옆 마찬가지로 경례하며 눈을 빛내는 하늘고래 퐁퐁이!
천문석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귀관의 요청은 기각이다!”
“왜에에에에에! 나 엄청 잘 할 수 있단 말야! 퐁퐁이 타고 얼른 하늘 잇고 돌아올게! 앗! 하늘 잇는 게 안 되면 아수라 도장 찍고 돌아올게! 쾅쾅쾅! 나 엄청 빨리찍을 수 있어!”
구으으, 구으으으-!
아수라 조각상을 들고 외치는 특급 헌터와 고개를 끄덕이는 퐁퐁이.
특급 헌터와 퐁퐁이는 당연히 잘할 거다.
그러나 난장판으로 꼬맹이를 들여보내다니 절대 안 된다!
“특급 헌터 참모! 귀관은 다른 할 일이 있다!”
천문석은 손을 들어 하늘을 가로질러 날아오는 스카라베를 가리켰다.
“저기서 날아오는 스카라베 정체 파악이 귀관 같은 ‘특급 참모’가 할 일이다!”
특급 참모!
이 단어가 특급 헌터의 가슴을 뒤흔들었다!
몸을 부르르 떤 특급 헌터는 척 경례하며 외쳤다.
“넵! 특급 참모 바로 확인하겠습니다!”
특급 헌터는 삐뚤빼뚤 알아볼 수 없는 그림과 글자가 적힌 스케치북을 펼쳐 파바밧- 넘기며 살폈다.
“스카라베 정체 파악이라고!?”
한호석 교수는 스카라베의 정체라는 말에 한달음에 달려와 스케치북을 살폈다.
유치원생의 낙서 같은 그림들에 황당한 얼굴이 된 한호석 교수!
그러나 이 그림들은 반짝이의 설명을 특급 헌터가 옮긴 스카라베 직급표였다!
“찾았어!”
특급 헌터는 뒤엉킨 원그림을 가리키며 그 아래 적힌 글자를 읽었다.
“경비대, 보안팀에서 주로 일함! 스카라베 수습 마술사! 한 개나 두 개의 고유 마법을 사용함!”
“이 그림이 쟤들이라고?”
한호석 교수가 믿기지 않는 얼굴로 스케치북에 그려진 원과 날아오는 비행 스카라베를 번갈아 봤다.
비슷한 건 단 하나도 없었다!
“맞아! 요기 보면 완전 똑같지?”
하나도 똑같지 않았다!
그러나 한호석 교수도 특급 헌터에게 익숙해진 상태. 논쟁하지 않고 질문 했다.
“너 이 글자를 읽을 수 있다고!?”
“당연하지! 이렇게 읽으면 돼!”
[I11I1I1I1I1II11I1I1I1I1I1]
특급헌터는 빗금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 문자를 손으로 짚고 외쳤다.
띧딛디디딛디딛딛디딛딛디-!
전화 모뎀 연결음 같은 소리가 울려 퍼지자 한호석 교수의 얼굴에는 의혹이 생겨났다.
‘이게 스카라베의 언어라고? 게이트 전쟁 때 조우한 이래 20년 가까이 해석하지 못한 언어를 이해한다고!?’
부아아아앙-
이때 빙글빙글 하늘에서 날아오는 털 뭉치가 보였다.
털을 붙여 위장한 황금 풍뎅이 반짝이!
생각에 잠겼던 천문석은 바로 머리를 굴려 대응 계획을 세웠다.
하늘을 날아오는 스카라베들은 1, 2개의 마법을 사용하는 스카라베 수습 마술사 직급!
반짝이가 말한 스카라베 직급 중에서 하위권이다. 반짝이 혼자서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
문제는 머릿수!
반짝이는 혼자지만 하늘을 날아오는 스카라베 마술사의 수는 첫 번째 무리만 백 단위다!
아무리 반짝이라도 한 번에 포위당하면 끝장이다!
방법은 하나 대기 중이던 동료들이 활약할 때다!
천문석은 바로 외쳤다!
“특급 참모! 반짝이에게 명령 전달이다! 날아오는 녀석들 전부 막으려 하지 말고 크게 휘저어서 부두 방향으로 떨어뜨리라고 전해라!”
“넵! 알겠습니다!”
특급 헌터는 척- 경례하더니 하늘을 향해 손나팔을 만들고 외쳤다.
“반짝이! 지휘관님이 쟤들이랑 대충대충 싸워서! 부두에 던지래!”
특급 헌터는 언제나처럼 자신만의 해석을 거쳐 명령했다.
그러나 특급 헌터와 반짝이는 이미 몇 달이나 같이 지낸 사이!
띠디디딛디딛-!
반짝이는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고 스카라베 마술사들을 향해 쏘아졌다!
이 모습을 본 한호석 교수는 깜짝 놀라 외쳤다.
“진짜 대화가 된다고!?”
“당연하지! 난 999단도 외웠어!”
“뭐? 지금 뭐라고……?”
“333 곱하기 222는? 칠만삼천구백이십육!”
언제나처럼 엉뚱한 이야기를 하고 ‘봤지? 멋지지!?’라는 표정을 짓는 특급 헌터.
한호석 교수가 멍하니 이 모습을 바라볼 때.
천문석은 진교은, 최설, 허준, 파티마에게 눈짓했다.
진교은은 특급 헌터를, 최설은 한호석 교수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쿵-
허준이 오러 가 일렁이는 주먹을 부딪치며 앞을.
휘잉-
파티마는 바람이 담긴 검을 잡고 뒤를 막았다.
준비는 모두 끝났다.
앞으로 1시간 20분, 경계를 넘을 때까지 정신없이 싸울 일만 남았다!
하늘을 날아오는 풍뎅이, 반딧불이, 무당벌레, 스카라베 마술사들과!
천문석은 하늘을 바라보며 타이밍을 잡았다.
잠시 후 직선으로 쏘아진 반짝이와 스카라베 마술사들이 충돌했다!
파파파파파팟-
마력광이 터지는 순간 수십 개의 칼날 바람과 광탄이 쏟아졌다!
타겟은 털 뭉치로 위장한 반짝이!
휘잉, 휘이이잉-
섬뜩한 돌풍과 광탄이 직격하기 직전!
반짝이의 털 뭉치로 가려진 몸에 인장이 떠올랐다!
[असुर]
칼날 바람과 광탄에 담긴 마력이 단숨에 인장으로 빨려 들었다!
마력은 마법의 연료!
연료가 사라지자 칼날 바람은 열풍으로, 광탄은 불꽃으로 변해 흩어졌다!
띠디디딛딛-!
피핖피피핏-!
스카라베 풍뎅이와 반딧불이가 경악하는 순간.
파아아아아-
반짝이는 더듬이를 펼치고 마력 회로를 짜 올렸다.
파바바바밧-
마력광이 번뜩이는 순간 이뤄진 고속 영창!
[111010111011000010011000111011001010000010000100]
반짝이의 몸 주위에 이진 기계어가 생겨나는 순간 직사각형의 거대한 벽이 허공에 세워졌다!
스카라베 고유마법 반전 결계!
띠디딛디디딛-!
피피핖피피핖-!?
스카라베 마술사들이 깜짝 놀라 피하려 했으나 이미 늦었다!
반전 결계에 닿는 칼날 바람, 광탄, 육체 모든 게 반전됐다!
휘이이잉-
되돌아온 칼날 바람이 대형을 가르고!
파아아앙-
퉁겨진 광탄 폭발에 스카라베가 휩쓸렸다!
그리고 무리 지어 돌진하던 스카라베 마술사들이 뒤엉켜 엉망이 되는 순간!
띠디디딛디딛-!
반짝이는 더듬이를 펼치며 다시 한번 외쳤다!
[111010111011011010000100111011011001010110110100]
벽처럼 세워진 반전 결계가 수십 개로 분리돼 엉망으로 뒤엉킨 스카라베 무리를 향해 날아갔다!
팟, 팟, 파파팟-
반전 결계에 닿는 매 순간 금력을 빨리며 당구공처럼 튕기는 스카라베 마술사들!
스카라베 마술사들은 정신없이 반전결계에 튕기며 둘로 나뉘어 떨어졌다!
하늘 고래호, 고속 갤리선이 정박한 부두로!
이동 성채 도시가 정박한 부유석 부두로!
명령을 완벽하게 수행한 반짝이는 2파, 3파로 밀려 오는 스카라베 마술사들을 향해 날아갔다!
추락하는 스카라베 마술사들은 부두에서 대기 중이던 동료들이 처리해야 한다!
천문석은 부두를 향해 내력을 실어 외쳤다!
[친구들 이제 시작이다! 계획대로 움직인다!]
하늘을 쩌렁쩌렁 울리는 외침이 들려오는 순간 양쪽 부두에 대기 중이던 동료들은 바로 움직였다.
* * *
부유석 부두.
오마르 장로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상대를 눈으로 좇았다.
팟, 팟파파파팟-
마력광이 터질 때마다 벽에 튕기는 공처럼 허공에서 튕기며 부두로 쏟아지는 스카라베!
자신들의 임무는 저 스카라베들과 싸워 시간을 버는 것!
그러나 상대는 사막에 전설처럼 내려오는 스카라베 종족이다!
절대 원한을 사서는 안 된다!
적어도 지얀데의 이름으로는!
오마르 장로는 부유석 부두를 돌아봤다!
복면을 쓰고 양동이를 든 100여명의 병력이 등 뒤에 있고 나머지 병력은 부유석 부두 곳곳에 대기 중이다.
이세기가 세운 ‘치고 빠지기’ 작전 준비는 끝났다!
오마르는 전투를 지휘할 카즈빈을 봤다.
“카즈빈님. 시작할 때가 됐습니다.”
카즈빈은 바람검을 뽑아 들며 병사들에게 명령했다.
“복면 다시 한번 확인하고 절대 서로를 이름으로 부르지 마라!”
“명심해라! 스카라베에게 우리가 누군지 특정돼서는 안 된다!”
“우리의 목표는 승리가 아니라 버티는 거다! 1시간!”
“단 1시간만 버티면 경계를 넘어 지얀데로 돌아갈 수 있다!”
카즈빈이 번쩍 바람검을 들어 올리는 순간 병사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우와아아아아-
이때 하나로 뒤엉킨 스카라베 마술사들이 부유석 부두에 떨어져 촤악- 대지에 흩어졌다.
이 순간 카즈빈은 외쳤다!
“투척조! 일제 투척!”
“일제 투척!”
“일제 투척!”
복창과 함께 대기 중이던 100여명의 투척조 병사들이 돌진했다!
쿵쿵, 쿵쿵쿵쿵-
부두 바닥에 흩어져 꿈틀거리는 스카라베 마술사 15미터 앞!
투척조 병사들은 달리는 탄력을 실어 일제히 양동이를 뿌렸다!
띠디디딛디딛디-!
스카라베 마술사들이 깜짝 놀라 날아오르려는 순간 양동이에서 쏟아진 희뿌연 액체가 전신을 뒤덮었다!
철퍽, 철퍽-
몸을 타고 흘러 바닥에 길게 늘어지는 끈적끈적한 액체.
워커 실트가 제작한 초강력 물풀!
물풀에 더듬이가 축 늘어지고, 서로의 몸이 찰싹 달라붙었다!
날아오르려 했지만 이미 날개가 축축 늘어지고 다리가 바닥에 쩍쩍 달라붙어 날아오르기는커녕 움직이기도 힘들었다!
띠딛디띠딛-!
‘칼날 바람! 광탄으로 날려 버려!’
다급히 금력을 끌어올려 물풀을 날려 버리려 했지만, 이미 반전결계에 충돌하며 금력 대부분이 빨려 나간 상황!
재빨리 시스템에 추가 금력을 요청했지만, 시스템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삐빗-
[위협 등급 최하! - 추가 금력 제공 불가!]
평범한 스카라베 직원이라면 패닉에 빠졌겠지만, 스카라베 마술사들은 달랐다!
기이익, 기기익-!
‘기대도 안 했다! 짠돌이 시스템!’
피시핖피핏피핏-!
‘버텨라! 조금만 버티면 아군이 온다!’
디디띠디딛디딛-!
‘멈추지 말고 움직여라! 풀이 굳으면 끝장이다!’
투지를 잃지 않고 풀이 굳지 않도록 끊임없이 꿈틀거렸다!
그리고 기대했던 대로 아군이 나타났다!
쿵쿵, 쿵쿵쿵쿵-
정신없이 반전결계에 튕기며 떨어지는 동료들!
끈적끈적한 물풀을 뒤집어쓴 스카라베들은 다급히 외쳤다!
띧디딛디디딛디-!
‘조심해! 아래 함정이다! 다른 곳으로 떨어져야 해!’
공중에서 떨어지던 스카라베들은 혼신의 힘을 다해 물풀 함정이 아닌 멀리 떨어진 맨바닥에 떨어지는 데 성공했다!
‘됐다!’
‘잘했어!’
‘바로 날아올라서 금력을 끌어모아!’
물풀을 뒤집어쓴 스카라베들에서 환희 어린 외침이 쏟아졌다.
그러나 이동 성채 도시의 병사들은 3천 명이 넘었다.
“바로 투척해라!”
카즈빈은 손을 번쩍 들며 외치는 순간.
무사히 착지한 스카라베 마술사 뒤쪽 건물 옥상에서 복면을 쓴 병사 수십 명이 번개같이 일어났다!
하나같이 손에 들고 있는 양동이들!
띠딛디-!?
기기기긱-!?
뭘 어떻게 할 사이도 없이 양동이 안에 가득 담긴 물풀이 쏟아졌다!
철퍽, 철퍽-!
스카라베 마술사들은 끈적끈적한 물풀에 절어 무력화됐고.
모습을 드러냈던 옥상의 병사들은 바로 건물 안으로 달려갔다!
이 순간 카즈빈은 달리면서 외쳤다.
“잘했다! 우리 임무는 시간을 끄는 거다! ‘치고 빠지기!’ 모두 이세기의 작전대로 움직인다! 작전대로만 움직이면 돌아갈 수 있다!”
건물, 선박, 궤짝 뒤에 납작 엎드려 몸을 숨긴 병사들은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바나항 입구에서 추격전을 벌이고, 용권풍에 휩쓸린 채 싸우다가 성채 도시가 아작난 채 이곳 마경에 표류하게 됐다.
이 모든 일의 원흉, 이세기!
이세기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분통이 터지고 이가 갈렸다!
그런 이세기가 아군이 되니까 이렇게 든든할 수가 없었다!
이세기의 계획대로 물풀을 뒤집어쓰고 분통을 터트리는 스카라베들을 보는 순간 3천여 병사들은 확신했다!
‘이세기의 계획대로만 움직이면 집에 돌아갈 수 있다!’
이때 부유석 부두 반대쪽, 고속 갤리선과 하늘 고래호가 정박한 부두에서는 완전히 다른 양상의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