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814화>
“……!”
섬뜩한 전율이 느껴지는 순간.
천문석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빛의 통로를 타고 무언가 내려 오고 있다!
2차 웨이브가 시작됐다!
직감하는 순간 바로 마이크를 낚아채 외쳤다.
[2차 웨이브가 시작된다! 모두 준비해라!]
넘실거리는 오러 와 소용돌이치는 바람.
허준과 파티마가 단숨에 중앙 통제실 지붕으로 뛰어올라 자리를 잡았다.
긴말은 필요 없었다.
각성력과 내력을 끌어올린 허준과 파티마의 시선은 빛의 통로에 꽂혔다!
쿵, 쿵, 쿵-
빛의 통로에서 퍼져 나오는 파문!
‘오고 있다!’
도시 안 모두가 직감하는 순간.
천문석은 타이밍을 잡아 외쳤다!
[사슴이! 지금이다!]
구으으으으응-
천지를 울리는 거대한 울음소리와 함께 사슴이의 톱날 집게가 빛의 통로에 틀어박혔다.
그리고 빛이 모여들며 초진동했다!
콰아아아앙-
빛의 통로는 폭발하듯 갈가리 찢겨 나가고!
파아아아앙-
통로를 통과하던 스카라베들이 사방으로 튕겨 나갔다!
휙휙, 휙휙휙-
빌딩, 도로, 건물 위를 지나 도시 경계 밖으로 날아가 넓게 펼쳐진 모래사막에 우박처럼 틀어박히는 스카라베!
스카라베 압류팀을 쓸어 담던 주민들의 시선이 날아가는 스카라베들을 따라 움직일 때 섬광이 폭발했다.
파파파파팟-
도시 경계 밖 사막 곳곳에서 치솟는 모래와 금빛!
“금력(金力)이다!”
“스카라베 놈들이 힘을 사용했다!”
“그럼 그렇지 이 녀석들이 그냥 있을 리가 없지!”
사방에서 비명과 고함이 터져 나오는 순간.
디디디디딛-!
핖피피핏피핏-!
기계음 울음소리와 함께 풍뎅이, 반딧불이, 무당벌레, 스카라베 마술사들이 하늘로 날아오르고!
구으으으응-!
기이이이이익-!
대기를 뒤흔드는 포효와 함께 거대한 사슴벌레, 하늘소, 딱정벌레, 스카라베 경비대가 모래 속에서 튀어나왔다!
하늘 높이 치솟아 부우우웅- 날아오는 스카라베 마술사!
모래사막을 콰르르릉- 뚫고 튀어나와 질주하는 스카라베 경비대!
시청 기동대, 경비대대, 보안팀, 용역 직급!
강철 도시의 시장과 각 회사의 사장들이 보낸 정예 병력이 기동 병참 도시를 향해 돌진했다!
수가 많지는 않았다!
기껏해야 100단위!
그러나 지금까지 싸웠던 스카라베 압류팀과는 비교할 수조차 없는 위압감이 느껴졌다!
스카라베의 힘, 금력(金力)을 이용해 거대화하고 전신에 번뜩이는 마력광을 휘감고 있다!
빗자루와 밀대를 든 주민들이 얼어붙고.
헤라로 압류 딱지를 떼던 용역 헌터들이 입을 떡 벌린 채 굳어 버렸다!
거대 괴수의 위압감, 최상급 마수의 존재감이 동시에 느껴졌다!
‘시바! 지금까지 저런 놈들을 쥐어박으면서 압류 딱지를 뗐다고!?’
용역 헌터들은 자신도 모르게 덜덜 떨리는 몸으로 꿀꺽 마른침을 삼켰다.
지금 당장이라도 몸을 돌려 도망치고 싶었다.
그러나 이곳은 이세계, 게다가 곧 게이트가 열린다.
여기서 도망치면 스카라베의 추적을 받으며 영원히 이세계에서 살아야 한다!
“조장!?”
“보스?”
“팀장!?”
명령을 기다리는 외침이 사방에서 터져 나올 때 벼락이 떨어진 듯한 굉음이 터졌다!
콰아아아아앙-
순간 얼어붙은 모두의 뇌리에 떠오르는 이름!
‘이세기!’
반사적으로 굉음이 터진 장소로 시선을 돌리자 보였다.
도시 정상, 중앙 통제실 위에 선 이세기가!
그리고 천지를 떨어 울리는 거대한 외침이 들려왔다!
[정신 차려라! 압류 딱지를 떼면서 버티기만 하면 우리가 이긴다!]
“미친놈아! 거대 괴수 수십 마리가 달려온다고!”
“시바! 하늘! 저 하늘에서 날아오는 놈들 마력이 최상급 마수 이상이야!”
용역 헌터들이 악을 쓰는 순간.
이세기는 번쩍 손을 들어 올리며 외쳤다.
[사슴이 출동이다!]
포그르르르르-
순간 엄청난 수의 물방울이 하늘로 솟아오르고.
구으으으으응-
대답하듯 거대한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중앙 통제실에 발을 올린 수백 미터 크기의 거대 괴수!
빛의 통로를 갈가리 찢어발긴 초거대 사슴벌레가 움직였다!
쿵쿵, 쿵쿵쿵쿵-
초거대 사슴벌레는 육중한 몸으로 단단히 다져진 철로 위를 달려 단숨에 도시 경계 너머 사막으로 뛰어내렸다!
콰아아아아-
폭발하듯 모래가 치솟는 순간 거대한 톱날 집게를 앞세워 돌진했다!
쿠르르르릉-
거대한 육체와 엄청난 무게가 실린 폭풍 같은 돌진!
사슴이의 톱날 집게와 스카라베 경비대의 우뚝 솟은 톱날 집게가 충돌했다!
콰아아아아앙-
산이 무너지는 듯한 폭음이 터지고!
카카카카카캉-
섬광과 불꽃이 와르르 쏟아졌다!
거대한 충격량에 대기가 요동치고, 모래가 폭발해 치솟는 순간.
구으으응-!
사슴이는 짧은 울음소리와 함께 단숨에 얽힌 톱날 집게를 들러 올려 상대를 집어던졌다!
콰카카카캉-
수십 미터 길이의 사슴벌레가 모래 언덕을 박살 내며 사막에 꽂혔다!
순간 사방에서 돌진하는 스카라베 경비대!
콰아앙, 콰아아앙-
황금빛이 폭발하고 폭음과 충격파가 물결치듯 퍼져 나갔다!
검과 검이 부딪치는 전투가 아닌 산이 무너지고, 바다가 뒤집히는 자연재해 같은 격전이 시작됐다!
천을 주렁주렁 붙이고 전신에 얼룩덜룩 페인트를 칠한 사슴이의 크기와 무게는 상대의 4배 이상!
사슴이는 사방에서 몰려든 스카라베 사슴벌레, 딱정벌레, 하늘소를 피지컬에서 압도했다!
길어야 3합!
톱날 집게가 얽혀 굉음이 터지고 불꽃이 쏟아지는 순간!
콰드드득-
단숨에 하늘 높이 들려 사방으로 집어던졌다!
거대한 스카라베 경비대들이 돌멩이처럼 날아가 모래 언덕을 박살 내고 사막 곳곳에 거대한 구멍을 만들며 꽂혔다!
압도적인 위용!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도 하늘에선 스카라베 경비대가 떨어지고 사방에서 뿔과 집게를 앞세운 스카라베 경비대가 돌진했다!
1, 3, 5, 9, 13……!
거센 모래 폭풍을 휘감고 돌진하는 거대 곤충 수십 마리!
전후좌우 4면을 포위하고 집게와 뿔을 앞세워 밀어붙이고!
강철보다 단단한 키틴질 갑각에 실린 수백 톤 단위의 물리력이 쏟아졌다!
깡깡, 까아아앙-
갑각이 쉴 새 없이 쇳소리를 내며 울리고!
쾅, 콰드드득-
톱날 집게는 상대의 집게와 뿔과 2중, 3중으로 얽혔다!
당장이라도 갑각이 깨지고 집게가 부러져 날아갈 것만 같은 위기의 순간.
스카라베 경비대들이 뒤엉킨 육체를 타고 올라 사슴이의 몸통을 찍어눌렀다!
어느새 사슴이의 전신은 수십 마리의 스카라베 경비대가 달라붙어 완전히 가려졌다.
적이 침묵하자 사방에서 몰려들던 스카라베 경비대는 방향을 돌려 기동 병참 도시를 향해 돌진했다!
“……어, 어…… 안 돼!”
“야! 힘을 내! 할 수 있어!”
홀린 듯이 격전을 보고 있던 주민과 용역 헌터가 외치는 순간.
포그르르르르-
물방울이 터져 나오고 주민들과 용역 헌터 누구도 듣지 못한 작은 외침이 울려 퍼졌다.
“앗! 사슴이가 위기야! 알바! 내가 출동할 때야! 얼른 가서 하늘 잇고 올게!”
콰아아아앙-
이 순간 주저앉았던 사슴이가 폭발하듯 몸을 일으켰다!
등 위에 달라붙은 스카라베 튕겨 내고 기동 병참 도시를 향해 악을 쓰며 돌진했다!
그러나 다리와 갑각, 전신에 엉겨 붙은 스카라베 때문에 속도를 낼 수 없는 상황!
구으으으으응-!
‘멈춰! 너희들 도시로 가면 안 돼! 대두목이 하늘 이으면 큰일 나!’
사슴이가 처절하게 외치는 순간 갑각 위에 인장이 생겨났다.
[असुर]
순간 폭발하듯 인장으로 빨려 드는 황금빛, 금력!
사슴이에게 엉겨 붙고 사방에서 공격하던 스카라베 경비대들은 경악했다!
스카라베의 힘, 금력이 인장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금력은 세계의 나무뿌리를 지키는 임무와 함께 높은 분께 받은 스카라베 종족의 고유 능력!
금력을 빨아드렸다고!?
스카라베 종족이 아니면 쓸 수 없는 고유 능력 금력을!?
사슴벌레, 하늘소, 딱정벌레……!
스카라베 경비대 모두는 홀린 듯이 적을 봤다!
알록달록한 갑각과 줄줄이 늘어진 이상한 촉수!
너무나 이상한 모습에 생각지도 못한 적의 정체는!?
구으, 구으으으으-!?
‘너, 너너! 너!?’
기이익, 기이이이익-!
‘스카라베 일족이었구나!’
경악한 스카라베 경비대가 외치는 순간.
사슴이는 번쩍 들어 올린 톱날 집게를 내려치며 외쳤다!
구으, 구으으으으-!
‘아님! 나 절대 아님! 난 스카라베가 아니라 사슴이라니까!’
쾅, 쾅, 콰아앙-
구읔, 구읔, 구으킄-
머리를 쥐어박힌 스카라베 하늘소가 앞으로 자빠지는 순간 사방에서 터져 나온 외침!
‘뭐야! 말도 하잖아!’
‘이렇게 이상한 놈이 진짜 스카라베라고!?’
‘돌연변이? 너 이녀석 돌연변이라서 일족에서 쫓겨난 녀석이구나!’
사슴이는 대답하지 않고 멀어지는 기동 병참 도시를 향해 돌진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찢어진 빛의 통로에서 떨어져 모래사막에 처박히는 스카라베!
사막 곳곳에서 튀어나온 스카라베 경비대가 미친 듯이 돌진하고 있었다!
기동 병참 도시, 대두목이 있는 도시를 향해서!
대두목은 케페니안 차원 용병까지 부하로 거느린 무자비한 폭군이다!
[असुर]
대두목이 찍어 준 인장에서 쏟아져 나오는 엄청난 힘, 금력!
갑각 위에 새겨진 인장이 쿵쿵 맥동할 때마다 가슴이 철렁철렁 내려앉았다!
대두목이 어떻게 금력을 빨아드리는 인장을 찍어 줬는지 감도 오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자신이 해야 할 일은 너무나 잘 알았다!
어떻게든 도시를 향해 돌진하는 스카라베 경비대를 막아야 했다!
대두목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카라베 경비대, 같은 종족을 지키기 위해서!
대두목이 나서서 하늘을 잇기 시작하면 지금 도시로 돌진하는 스카라베 경비대가 전멸하는 건 시간문제다!
쾅쾅, 콰아앙-
사슴이는 도시를 향해 돌진하는 스카라베 경비대를 쥐어박아 주저앉히며 외쳤다.
구으으으, 구으응-!
‘그만해! 도시에 가까이 가지 마! 저기 무시무시한 사람! 대두목 있단 말야! 너희들 큰일 나! 얼른 도망쳐!’
구으으으으-!?
‘으앗! 이 녀석 말을 하잖아!?’
기기기기기긱-!?
‘혹시 스카라베 전사 직급 아냐!?’
앞서 달리는 스카라베 경비대들이 깜짝 놀라 외쳤다.
구으으으응-!
‘아니라니까!’
사슴이는 톱날 집게로 하늘소를 들어 올려 집어던졌다!
콰아앙-
하늘소와 달려가던 딱정벌레가 뒤엉켜 구르는 순간.
우와아아아아-
숨 쉬는 것조차 잊고 격전을 바라보던 기동 병참 도시의 모두가 환호성을 내질렀다!
배를 쨌다가 강제 노역장에 끌려가 굴렀던 기억!
수많은 원한과 고통에도 상대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도망만 다니던 스카라베 종족!
그런 스카라베 종족을 정면에서 두들겨 패는 거대 괴수가 아군이다!
“시바! 그렇지!”
“박살 내버려라!”
“으하하하- 이런 날이 오는구나!”
피가 끓어오르고 환희와 탄성이 끝도 없이 터져 나왔다!
이 순간 지휘관의 외침이 도시에 울려 퍼졌다!
[모두 봤지!? 우리는 할 수 있다! 앞으로 1시간이다! 1시간만 버티면 우리는 승리한다!]
구체적인 설명 없는 막연한 외침이었다.
그러나 격전에 피가 끓어오른 모두의 뇌리에 ‘1시간’이라는 단어가 선명하게 새겨졌다!
1시간만 버티면 이긴다!
주민들과 용역 헌터들은 빗자루와 헤라를 들어 올리며 목이 터져라 외쳤다!
“1시간!”
“1시간만 버티면 된다!”
“1시간만 버티면! 우리가 승리한다!”
사막에서 사슴이와 스카라베 경비대가 격전을 펼칠 때.
우와아아아아-
“1시간! 으아악-.”
“힘을 내라! 1시간!”
“우리는 할 수 있다! 1시간!”
“1시간만 버티면 승리한다!”
도시의 주민들과 용역 헌터 모두는 ‘1시간’을 구호처럼 외치며 미친 듯이 스카라베를 빗자루로 쓸고 밀대로 밀고, 압류 딱지를 헤라로 긁어 냈다!
승리의 확신과 피를 끓게 만드는 거대 괴수 격전!
그리고 ‘1시간’이란 명확한 목표가 모두에게 한계를 넘어선 힘을 주었다!
이 순간 허준은 이 모든 것을 해낸 지휘관에게 물었다.
“1시간?”
“…….”
천문석은 말없이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고개를 돌린 방향에서 들려오는 최설의 질문.
“1시간이라고?”
최설은 공중에 뜬 홀로그램 지도를 가리켰다.
하, 하하-
천문석은 겸연쩍게 웃으며 대답했다.
“1시간 23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