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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812화 (813/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812화>

[……이제 너희 차례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그 열망을 보여 주는 거다! 카캬카-]

확성 마법에 실린 이세기의 웃음소리가 도시에 울려 퍼졌다.

철검장 왕체, 최림과 정예들.

칠성파 김기철과 조폭들.

용역 헌터 100여명.

이들 모두는 멍하니 이세기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는 건물을 바라봤다.

얼마나 집에 돌아가고 싶냐고?

진짜 미치도록 집에 돌아가고 싶었다!

어떻게든 집에만 돌아가면 다시는 이세기 놈과 얽히지 않으리라!

“이세기!”

“하, 시바 새끼……!

용역 헌터 모두는 지금부터 상대할 스카라베의 정보와 자신들이 할 일은 들은 상태.

빗자루와 밀대, 헤라와 양동이로 무장하고 몸을 돌려 언덕 아래 도시를 바라봤다.

하늘에서 후두둑- 떨어지는 스카라베 곤충들!

거세게 솟구쳐 폭우가 되어 쏟아지는 수백 개의 소화전!

스카라베 곤충과 폭우가 뒤섞여 급류가 되어 흐르는 도로!

거대한 도시 전체가 홍수에 반쯤 잠긴 난장판으로 변했고. 빗자루와 밀대를 든 주민들이 번개같이 스카라베를 쓸어모아 커다란 술통에 담은 후 도시 밖으로 던졌다.

그러나 하늘에서 쏟아지는 스카라베를 모두 잡을 수는 없었다.

지붕, 나무 위, 담장 사이!

쏟아지는 폭우를 피한 스카라베들이 하나둘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순간 길게 이어지던 웃음이 뚝 끊기고 명령이 들려왔다.

[출동이다! 전력을 다해 압류 딱지를 떼라! 그 압류 딱지가 지구행 티켓이다!]

왕체, 최림, 김기철과 용역 헌터.

104인의 용사들은 도시를 향해 달려갔다!

* * *

황금 풍뎅이와 사슴벌레 2인 1조가 슬금슬금 담벼락 위를 이동해 골목 안 대문에 도착했다.

조심스레 주위를 살폈지만, 빗자루를 든 사람들은 골목 안에는 보이지 않았다!

‘기회다!’

파파팟-

황금 풍뎅이가 압류 딱지를 소환하는 순간.

파바바밧-

사슴벌레가 펄쩍 압류 딱지 위로 뛰어올라 꾹꾹 눌러 대문에 붙였다!

팟-

압류 딱지가 완전히 붙자 마력광이 떠오르고.

황급 풍뎅이는 번개같이 압류 고지를 시작했다.

띠딛디디디디디딛-!

‘이 3급 요새는 스카라베 채권 추심 특별법 13조에 의거…….’

압류 고지가 시작되는 동시에 다급한 비명이 터졌다!

“대문! 대문에 압류 딱지 붙었어요! 도와주세요!”

이 순간 골목 너머 대로에서 대청소 중이던 사람들이 외쳤다!

“저기다!”

“골목 안쪽 집! 대문에 압류 딱지가 붙었다!”

순간 용역 헌터 한 무리가 골목 안으로 뛰어들었다!

타다다닥-

번개같이 달려 오며 대문에 양동이의 물을 쏟아붓는 용역 헌터!

촤아아아-

압류 딱지에 물이 쏟아지고 사슴벌레가 깜짝 놀라 몸을 피하는 순간.

용역 헌터들은 압류 고지하는 황금 풍뎅이는 신경도 쓰지 않고 움직였다!

“20초경과!”

“시간 없다! 당장 긁어 내야 해!”

쓰슥, 쓰사슥-!

헤라를 들고 달려든 용역 헌터들은 순식간에 압류 딱지를 긁어 내고 환호성을 터트렸다!

우와아아아아-

“34초! 성공했다!”

“한번 떼면 1시간 동안은 압류 딱지 붙이지 못합니다!”

“이 집은 이제 괜찮으니까 옆집 도와주세요!”

“페인트로 바로 시간 기록해라!”

페인트를 묻힌 붓이 튀어나와 대문에 시간을 기록했다.

띠디딛-?

구으으-?

황금 풍뎅이와 사슴벌레가 멍하니 이 모습을 보고 있을 때 멀리서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여기! 압류 딱지 붙었어요! 사슴벌레가 붙어서 뗄 수가 없습니다!”

“모두 가자! 바로 앞 골목이다!”

“저 딱지까지 떼고 각자 흩어지자!”

“그래 최대한 많이 떼서 다시 모여야 해!”

타다다다닥-

용역 헌터들은 일제히 달렸다.

이때 압류 딱지를 들고 달리는 헌터가 멍하니 선 황금 풍뎅이와 사슴벌레를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스카라베도 별거 아니네?”

‘……별거 아니라고?’

황금 풍뎅이는 문득 고개를 들어 주위를 돌아왔다.

사방에서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압류 딱지를 붙이고 고지하는 순간 번개같이 달려와 압류 딱지를 떼어 내고!

망연자실 멍하니 서 있는 동료들을 피식, 피식 비웃으며 지나가는 인간들!

순간 황금 풍뎅이와 사슴벌레는 가슴속에서 끓어오르는 무언가를 느꼈다!

세계의 나무가 뻗은 모든 차원과 세계에 퍼진 스카라베의 명성!

나타나는 순간 공포의 대상이 되는 자신들이 놀림감이 됐다고!?

띠디딛-!

구으으응-!

이 순간 황금 풍뎅이와 사슴벌레는 동시에 외치고 움직였다.

파바바밧-

재빨리 담벼락을 기어 올라 도약!

부아아아앙-

황금 풍뎅이는 사슴벌레를 잡고 하늘을 날아 한 건물 지붕에 떨어졌다!

파팟-

바로 압류 딱지를 소환하고.

파바바바밧-

번개같이 지붕에 붙이는 순간.

“엄마! 여기! 여기에 압류 딱지 붙었어!”

수인족 꼬맹이가 다급히 외치며 달려왔다!

번개같이 달려오는 수인족 꼬맹이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수인 부부!

이번에는 절대 피하지 않는다!

황금 풍뎅이와 사슴벌레는 압류 딱지 위에 찰싹 달라붙었다.

“안 돼! 내 집은 절대 안 돼!”

하얗게 질린 부인은 반사적으로 빗자루를 내려쳤다!

그러나 빗자루는 남편의 몸에 박혔다!

“멈춰! 때리면 안 돼! 벌금! 소송 걸려!”

생각대로다!

압류 딱지를 몸으로 가리자 발만 동동 구를 뿐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띠디디디디딛-!

황금 풍뎅이는 의기양양하게 압류 고지를 시작했다.

이때 수인 부부의 비명을 듣고 날듯이 지붕으로 뛰어오른 사람이 있었다!

철검장 왕체!

발을 동동 구르는 수인 부부!

그 아래 마력광이 맺힌 압류 딱지에 찰싹 달라붙은 풍뎅이와 사슴벌레!

보는 순간 바로 알 수 있었다.

이세기가 경고한 상황이다!

“난 반드시 상해로 돌아간다!”

왕체는 단숨에 보법을 펼치며 달려와 주저하지 않고 빗자루를 내리찍었다!

퍽, 퍼벅-

황금 풍뎅이와 사슴벌레는 빗자루에 맞고 날아가는 순간 경악했다!

정통으로 빗자루를 내려찍었다!

청소 중이라는 변명을 댈 수도 없는 직접 공격이다!

‘뭐지!? 미친놈인가!? 엄청난 벌금을 맞을 텐데 우리를 공격한다고!?’

‘구를까? 바로 자빠져서 데굴데굴 구를까?’

황금 풍뎅이와 사슴벌레가 압류 딱지에서 떨어지자 왕체는 다급히 외쳤다!

“내가 막는 동안 얼른 압류 딱지 떼세요!”

“감, 감사합니다!”

“얼른 떼요!”

정신을 차린 수인 부부는 바로 달라붙어 압류 딱지를 떼기 시작했다!

경악으로 굳었던 황금 풍뎅이는 번쩍 정신이 들었다!

띧디디딛디딛-!

다급히 다시 압류 고지를 했지만!

퍽, 퍼퍼퍼퍽-!

정신없이 빗자루가 떨어져 도저히 압류 고지를 할 수가 없었다!

어떤 핑계도 대지 못할 완전한 압류 방해 행위!

디디디딛디띧-!

‘야! 너 벌금 오르고 있어!’

구으, 구으으-!

‘으악! 내 허리! 나 허리 나갔어! 한 달은 누워야 할 것 같아!’

황금 풍뎅이가 경고하고 사슴벌레가 허리를 잡고 자빠졌지만.

왕체는 멈추지 않고 빗자루를 휘둘렀다!

“난 반드시 집에 돌아간다! 누구도 날 막을 수 없다! 으아악-.”

오히려 압류 딱지를 떼어 낸 수인 부부와 아이가 사색이 되어 외쳤다!

“멈추세요! 압류 딱지 뗐어요!”

“그만! 그만 하세요! 엄청난 벌금 나와요!”

“아저씨! 얼른 도망쳐요! 강제 노역장 끌려가요!”

“압류 딱지! 떼어 낸 압류 딱지 주세요!”

“네? 네!”

압류 딱지를 받은 왕체는 재빨리 몸을 돌려 지붕을 달려 도망쳤다!

빗자루에 정신없이 두들겨 맞은 황금 풍뎅이와 사슴벌레의 정체는 이미 들었다.

스카라베 종족!

문득 시선을 하늘로 돌리자 빵, 빵- 터져 나오는 수증기 폭발과 불쑥 솟은 거대한 톱날 집게가 보였다!

쉴 새 없이 수증기 폭발을 일으키는 황금 풍뎅이와 건물을 밟고선 거대 괴수!

이 둘과 자신이 방금 쥐어팬 풍뎅이, 사슴벌레는 같은 스카라베 종족이라고 했다.

자신은 지금 거대 괴수를 향해 빗자루를 휘두른 거나 마찬가지다.

게다가 스카라베 녀석들을 건드리면 엄청난 벌금과 소송, 강제 노역형을 받는다는 것도 이미 들었다.

평소의 왕체라면 절대로 이런 살벌한 놈들에게 빗자루를 휘두르지는 않았을 거다.

그러나 왕체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문득 용역 헌터들을 모아 놓고 말하던 이세기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너희는 어차피 지구로 돌아갈 테니까 벌금, 소송, 강제 노역형이랑 상관없다.’

‘수단 방법을 가리지 말고 스카라베를 저지하고 ‘압류 딱지!’ 모아라!’

‘압류 딱지 많이 모아온 순서대로 게이트에 넣어 준다!’

‘아, 참고로 게이트 열리는 시간은 7초다.’

믿을 수가 없었다.

7초!?

게이트에 들어갈 사람은 100명이 넘는데 게이트가 열리는 시간이 7초라고!?

싱글싱글 웃으며 말하던 상대가 이세기만 아니었어도 당장 달려들어 작살을 내줬을 거다!

그러나 상대는 이세기였다.

강릉, 계단산, 적염성, 강 위, 항구 도시 바나, 모래사막 그리고 여기 지상을 걷는 도시까지!

일주일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수많은 난장판을 만들고 상상조차 하지 못한 강적들과 싸웠다!

게다가 어떻게 된 일인지 가는 곳마다 권력자들과 인맥을 트고 친구를 맺었다!

힘과 잔머리!

지구와 이세계, 양쪽 세계의 인맥까지!

그 무엇으로도 상대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게다가 이세기는 자신들을 게이트 너머 지구로 데려가 줄 유일한 사람이었다!

왕체를 포함한 104인의 헌터들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스카라베에게 찍히든 말든 압류 딱지를 ‘최대한’ 많이 모아야 했다!

모아온 압류 딱지 수1대로 게이트에 들어가니까!

게이트가 열리는 시간은 단지 7초!

뒤로 밀리면 이 지옥 같은 세계에서 영원히 살아야 한다.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는 스카라베 종족의 추격을 받으며!

이때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여기! 여기 압류 딱지 붙었어요! 이놈들이 딱지 가장자리에 달라붙어서 못 떼고 있어요!”

“바로 갑니다!”

타다다다다닥-

왕체는 바로 몸을 돌려 외침이 터져 나온 건물을 향해 달렸다!

순간 사방에서 달려오는 경쟁자들이 보였다!

지붕, 골목길, 담벼락 위!

하나같이 빗자루를 등에 꽂고 허리에는 헤라와 스퀴지, 양동이가 달린 작업 벨트를 찬 헌터들!

조폭 김기철, 용역 헌터들!

이들 모두는 이글거리는 눈으로 달려왔다!

게이트가 열리는 시간은 7초!

미친놈 이세기는 자신의 말은 반드시 지킨다!

게이트에 조금이라도 먼저 들어가려면 압류 딱지를 최대한 많이 모아야 한다!

저 압류 딱지는 지구로 돌아가는 티켓이다!

“난 반드시 돌아간다! 이야아아악-.”

왕체는 악을 쓰며 내력을 끌어올려 단숨에 지붕을 뛰어넘었다!

그리고 몸에 실린 힘을 담아 그대로 빗자루를 내려쳤다!

촤악, 촤아악-

공격 받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사슴벌레들이 튕겨 나가는 순간.

이야아아악-!

왕체는 압류 딱지를 몸으로 가리고 미친 듯이 헤라로 떼어 내며 외쳤다.

“이 딱지는 내 거다! 꺼져 새끼들아!”

‘반드시 게이트를 넘어 돌아간다! 절대 이 지옥 같은 이세계에는 남지 않는다!’

이런 다짐을 하는 건 왕체뿐만이 아니었다.

최림, 김기철, 추적팀 헌터, 용역 헌터.

104인의 지구인들은 다짐하고 다짐하며 빗자루를 휘두르고, 밀대로 밀어내며, 광기 어린 모습으로 압류 딱지를 모았다.

천문석의 계획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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