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811화>
피핏, 피피피핏-!
‘뭐!? 전투, 방해 행위가 없다고!? 지금 우리 빗자루질 당하고 있어!’
찰팍, 찰파팍-
스카라베 시청 직원이 빗자루를 피하며 다급히 외치는 순간 바로 대답이 돌아왔다!
[해당 도시에서는 대청소가 이뤄지는 걸 확인했습니다.]
핏, 피핖피핏-!
‘아니라니까! 대청소 이거 다 구라야! 앗! 잡혔어! 야! 술통! 술통에 갇히고 있어! 으아앗-’
반딧불이가 쓰레받기를 거쳐 술통에 처박히는 순간 시스템의 대답이 돌아왔다.
[압류 목적 행위 외에 ‘공공 금력’ 사용은 불가합니다. 단, 자유의지에 의한 ‘개인 금력’ 사용은 허가합니다.]
빗자루와 밀대에 밀려 도로 위를 구르는 모든 스카라베 압류팀원들은 경악했다!
공공 금력 금지, 개인 금력 허가!
즉, 정 금력을 쓰고 싶으면 각자가 가진 금력을 쓰라는 말!
가뜩이나 무급으로 압류일에 소집됐는데 여기에 개인 금력까지 사용하라고!?
‘와, 이 날강도 같으니라고!’
‘케페니안 깡패 놈들보다 심하잖아!’
‘나도 스카라베지만, 우리 스카라베는 뭔가 아주 크게 잘못됐어!’
‘빌어먹을 자본 주의! 이게 다 여왕님께 자본 주의를 전한 경계를 걷는 그 미친놈 때문이야!’
‘시바, 시바! 개시바!’
스카라베 압류팀 모두가 분통을 터트릴 때.
“대청소!
“분리수거!”
“대청소!
“분리수거!”
……
구호를 반복하던 주민들이 외쳤다.
“가득 찼다!”
“이 통도 가득 찼어!”
“바로 뚜껑 가져와라!”
늑대 인간이 나무 뚜껑을 들고 달려왔다.
구으으으으-!?
늑대 인간은 스카라베의 울음소리에도 머뭇거리지 않고 나무 뚜껑을 술통에 올리고 주먹을 내려쳐 고정했다!
쾅, 쾅, 쾅-
“맞물렸다! 바로 쐐기 내려쳐서 고정해!”
술통 입구가 닫히는 동시에 쐐기가 놓이고 떨어지는 나무망치!
쿵쿵, 쿵쿵쿵-
쐐기가 박혀 들자 나무 뚜껑이 단단히 고정됐다.
순식간에 10여 개의 대형 술통이 밀봉되고, 늑대 인간은 외쳤다!
“뚜껑 고정됐다! 바로 밀어! 으아악-.”
늑대 인간은 외침과 동시에 수레에서 뛰어내려 악을 쓰며 밀었다!
곧 수레를 밀고 온 사람들이 달라붙어 물이 가득한 도로 위로 수레를 밀었다!
“앞에 비켜! 수레 지나간다!”
“여기도 수레 출발한다!”
“길 틔워! 이 술통 빨리 처리해야 한다!”
“야! 길 열라니까! 이 술통 얼른 처리하고 돌아와야 해!”
도로 곳곳에서 비슷한 외침이 터지고 하나같이 들썩이는 술통을 실은 수레들이 나타났다!
수레들은 쏟아지는 물과 스카라베, 주민들이 뒤엉켜 난장판이 된 도로를 지나 기차역으로 향했다,
곧 깃발을 흔들며 악을 쓰는 역무원이 보였다.
“멈추지 말고 경사로 타고 바로 화물칸으로 올라가라!”
그르르르르륵-
단숨에 플랫폼을 지나 경사로를 타고 화물칸에 오르는 순간.
수레 좌우에 널빤지가 걸쳐지고 하역 인부의 외침이 들려왔다!
“앞에서부터 내린다!”
“첫줄 다 빠지면 우린 빈 통 싣는다!”
스카라베가 가득 찬 술통이 널빤지를 줄줄이 굴러 내려갔다.
첫 줄이 다 빠지자 빈 술통들이 줄줄이 오른쪽 널빤지를 올라와 수레에 채워졌다.
이들 모두는 숙달된 하역 인부들!
수레 위 스카라베가 가득 찬 술통이 모두 내려지고 텅 빈 술통이 채워지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2분여!
텅, 텅-
하역 인부는 빈 술통을 두들기며 외쳤다!
“다 됐다! 앞으로 내려가서 빠져나가!”
“거기 뒤! 꾸물거리지 말고 바로 올라와!”
술통을 내린 수레는 화물칸에서 내려 도시를 향해 달렸고. 바로 다음 수레가 화물칸으로 올라와 같은 작업이 반복됐다.
화차 뒤로 길게 이어진 수십 개의 화물칸에 같은 일이 일어났다.
곧 화물칸마다 대형 술통이 차곡차곡 쌓이고 밧줄로 묶고 나무토막을 받혀 단단히 고정했다.
쿵쿵, 쿠르르르-
금력을 사용하지 않아도 스카라베는 스카라베!
스카라베가 가득 찬 술통은 쉴 새 없이 요동쳤고 단단히 박힌 쐐기가 천천히 밀려 나왔다!
“저 뒤! 2열 술통! 밧줄로 묶어!”
“저 쐐기 빠진다! 빨리 망치로 내려쳐!”
“그 술통! 저기 3열 술통 위에 올려!”
……
쾅쾅, 쾅쾅쾅-
인부들이 다급히 달려들어 나무망치로 튀어나온 쐐기를 내려찍고 밧줄로 묶었지만, 임시방편일 뿐!
쐐기 하나를 박으면 둘이, 둘을 박으면 셋이 밀려 나오고 당장이라도 술통이 부서질 듯 요동쳤다!
인부들은 모골이 송연해지는 감각을 느꼈다!
‘스카라베 녀석들 빡치고 있다!’
지금까지는 어째선지 ‘거대화’, ‘고유 마법’을 사용하지 않지만, 그것도 한계다!
단 한 놈만 거대화해도 기차는 전복되고 수백 개의 술통이 모조리 박살 날 거다!
“이거 더는 못 버팁니다!”
“당장 출발해야 합니다!”
“조금만 더! 이 수레까지는 싣자!”
“야! 눌러! 누르고 쐐기 한 번 더 박아!
“기관사! 다 됐다!”
이 순간 도시 중앙 언덕에서 확성 마법에 실린 외침이 들려왔다!
[기차 당장 출발해라! 너무 늦었다!]
대청소 작전을 세운 지휘관, 이세기의 외침!
피이, 피이이이-
순간 기적 소리가 울리고 기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출발한다! 모두 물러나!”
“널빤지! 밀어내라!”
“다음 기차 기다려!”
“얼른 내려가!”
술통을 내린 수레가 다급히 이탈하고, 경사로를 만든 널빤지가 사방으로 튕겨 나갔다!
기차는 빠르게 가속해 난장판이 된 시가지를 단숨에 가로질렀다.
그리고 도시 가장자리를 지나는 순간 다시 한번 확성 마법에 실린 외침이 들려왔다!
[술통 계획대로 처리한다! 모두 준비해라!]
인부들은 칼과 도끼, 장대를 들고 요동치는 술통 앞에서 대기했다.
[지금이다! 순서대로 밀어내라!]
이세기의 외침이 들려오는 순간 기차가 감속하고 장대, 칼과 도끼가 휘둘러졌다!
깡-
단단히 받힌 나무토막이 날아가고!
콰득-
술통을 고정한 밧줄이 끊기는 동시에!
으아아악-
인부들이 악을 쓰며 술통을 밀어붙였다!
쿵쿵, 쿠르르르-
수백 개의 술통이 경사로를 미끄러져 도시 가장자리로 굴렀다.
도시 가장자리에 설치된 안전 펜스는 이미 철거된 상황!
데굴데굴 굴러 온 수백 개의 술통은 단숨에 초거대 악어거북 등껍질을 벗어나 허공으로 튕겨 올랐다!
[다음 화물칸 바로 밀어내라!]
뒤이어 줄줄이 이어진 화물칸의 술통이 계속계속 비탈을 굴렀다!
기차뿐만이 아니었다.
수레로, 지게로, 도로를 굴려 이동한 수많은 술통이 도시 가장자리 경사로를 미끄러졌다!
쿠르르르릉-
굉음과 함께 수백 개의 술통이 경사로를 굴러 허공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줄줄이 사막에 처박혔다!
“이거 그냥 이렇게 버리고 가도 되는 거야?”
“그러게 말야. 쟤들 돌아오는 거 아냐?”
인부들이 불안한 목소리에 반장이 버럭 소리쳤다.
“쓸데없는 생각 그만하고 밧줄이랑 나무토막 확인해라! 2차 웨이브 때까지 몇 번이나 이걸 해야 할지 몰라!”
반장이 손을 들어 기차 뒤를 가리켰다.
무심결에 고개를 돌린 인부들은 말문이 막혔다.
피이, 피이이이-
경적을 울리며 철로 위를 달리는 기차들!
대형 술통이 가득 실린 화물칸을 줄줄이 매단 기차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끝없이 따라오고 있었다!
* * *
쿵쿵, 쿵쿵쿵-
열사의 사막 경계를 향해 걷고 있는 초거대 악어거북 뒤.
대형 술통이 줄줄이 허공을 날아 열사의 사막 위에 떨어졌다.
사구를 구르고, 모래에 처박히고, 충격으로 뚜껑이 날아가는 대형 술통들!
방법은 다르지만, 결론은 하나였다.
대형 술통 안에 갇힌 스카라베 직원들이 사막으로 쏟아져 나왔다!
이렇게 사막에 쏟아진 스카라베 압류팀 모두는 같은 경험을 했다.
빛의 통로를 타고 내려 오자마자 던져지고, 물을 먹고, 빗자루, 밀대 질을 당해 통에 갇혀 사막에 던져졌다!
스카라베 압류팀 전원은 봤다.
사삭, 사사삭-
바짝 마른 사막!
쿵쿵, 쿵쿵쿵-
빠르게 멀어지는 압류 대상!
휙, 휙, 휘이익-
압류 대상에서 줄줄이 떨어지는 술통과 이 술통에서 힘겹게 기어 나오는 스카라베!
이 순간 스카라베 압류팀 전원은 깨달았다!
‘당했다!’
긴 세월 수많은 채무자를 상대했는데도 단 한 번도 겪은 적 없는 참신한 방법!
대청소!
전투, 방해 행위에 걸리지 않는 빗자루, 밀대 질과 분리수거로 순식간에 술통에 집어넣어 사막에 던져졌다!
자신들은 뭘 어떻게 하기도 전에 압류 대상에서 튕겨 나온 것이다!
등장하는 순간 모두가 두려워하는 공포의 대상, 스카라베 종족으로 처음 겪는 굴욕!
사막에 쏟아진 스카라베 직원들이 멍하니 서로를 바라볼 때 누군가 외쳤다!
구으으, 구으으으-!
‘아직 늦지 않았어! 얼른 뛰어가서! 압류하자!’
사슴벌레가 압류 대상을 향해 달려가는 순간 다급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핖피핏피핏-!?
‘잠깐! 압류 대상에서 떨어진 거 우리 잘못이 아니야!’
구으으-?
띠디딛-?
의아한 시선이 모이는 순간 시청 직원 반딧불이가 날아올라 빛의 통로를 가리켰다.
촤앙, 촤아앙, 촤아아앙-
전신에 오색 천을 붙인 거대한 사슴벌레가 싹둑, 싹둑- 자르고 있는 빛의 통로!
핖피피핖핖핖-!
‘우리가 사막에 떨어진 것! 이 모든 일의 시작은 빛의 통로가 잘려서야! 이건 당연히 시청 잘못이잖아! 그리고 지금 우리는 무급 강제 압류 임무 소집 중이었어!’
띠디디-?
구으으-?
스카라베들이 다시 한번 고개를 갸웃 순간 시청 직원 반딧불이가 외쳤다!
피피핏피핖피핖핏-!
‘수당은 없지만, 무급 임무 중에 시청 잘못으로 발생한 재해는 보상받을 수 있어!’
거대한 충격이 사막에 널브러진 스카라베 직원들을 휩쓸고 지나갔다!
그리고 사방에서 외침이 쏟아졌다.
띧디디딛디딛-!
구으으, 구으으응-!
띠디디딛디딛딛디-!
……
‘허리! 나 허리가 아파! 얼른 보험회사 불러!
‘으악! 발! 난 발이 엄청 저려!’
‘물! 난 물 공포증 생겼어! 으악-!’
‘숨이 차! 나 완전히 탈진한 거 같아!’
‘내 더듬이! 구급차! 누가 얼른 구급차 불러!’
……
스카라베는 철저한 자본 주의 사회!
무급 압류 임무에 소집됐다가 사막에 널브러진 스카라베 직원들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다리, 갑각, 더듬이를 잡고 데굴데굴 구르며 비명을 질렀다!
흠집도 나지 않는 추돌사고에 거대한 스카라베 사슴벌레가 한 달을 드러눕는 건 기본!
비명과 신음을 듣는 순간 뒤늦게 떨어진 스카라베들도 바로 상황을 깨달았다!
‘무급 강제 동원 임무에서 대박이 터졌다!’
띧디디디딛-!
기이익, 기이익-!
구으, 구으으응-!
고통스러운 비명이 사막 곳곳으로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1차 웨이브, 처음 도시에 쏟아진 스카라베 압류팀 대부분이 스스로 아웃됐다!
그리고 이 모든 건 우연히 일어난 일이 아니었다.
사슴이, 반짝이와의 대화로 스카라베의 사회상을 깨닫는 순간 이 모든 계획을 세운 사람이 있었다!
놀라운 잔머리로 스카라베 대부분을 날려 버린 대청소 작전을 세운 지휘관!
천문석이었다.
이 순간 천문석은 중앙 통제실에서 사막을 바라보며 외쳤다!
“카캬카카카카- 모두 봤지!? 쟤들 전부 내 계획대로 드러눕고 있다! 내 대청소 작전이 완벽하게 먹혀들었다!”
“역시 알바야! 난 알바를 믿었어! 완전 훌륭한 계획이었어!”
존경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특급 헌터!
“……이게 된다고?”
“시바! 이 거지 같은 계획이 먹히다니!”
“하아- 그냥 받아들이세요.”
“스카라베!? 저놈들을 이렇게 쉽게 처리한다고? 우리는 대체 무얼 했던 거지! 으으윽-.”
“……!?”
현실을 부정하며 고통스러워하는 최설, 허준, 진교은, 한호석 교수와 파티마!
그러나 통쾌한 웃음을 터트리는 이 순간에도 천문석은 방심하지 않았다!
사슴이, 반짝이를 통해 얻은 정보에 따르면 스카라베는 절대 만만하지 않다!
1차 웨이브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제 곧 압류 딱지를 떼야 하고 그 뒤에는 2차 웨이브가 시작된다!
2차 웨이브로 쏟아질 스카라베들은 무급 강제 동원된 직원들이 아닌 정예 병력!
당연히 지금처럼 대청소 핑계로 얼렁뚱땅 가져다 버리고, 스카라베들이 보상받을 생각에 신나서 허리를 잡고 드러누울 일은 없다!
남은 압류 딱지 떼기와 2차 웨이브에서는 필연적으로 충돌이 일어난다!
그리고 스카라베와 충돌이 일어나면, 이기든 지든 손해다.
소년 만화처럼 점점 강한 적이 나타나는데, 단 한 번만 져도 강제 노역장에 끌려가 그동안 적립한 손해배상액을 전부 물어 줘야 한다!
스카라베와의 싸움은 너무나 ‘불합리’한 싸움이었다!
이것이 바로 강자가 득실득실한 기동 병참 도시의 주민들이 스카라베가 나타나자 사색이 된 이유다!
그러나 천문석에게는 이 ‘불합리’를 깨트릴 계획이 있었다!
온몸이 홀딱 젖은 사람은 비 맞는 걸 두려워하지 않듯.
1000억 빚쟁이는 1100억 빚쟁이가 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어차피 망한 건 마찬가지니까!
압류 딱지 떼기와 2차 웨이브에서 자본 주의의 악마 그 자체, 스카라베를 상대할 자신의 계획이 바로 이것이었다!
이독제독(以毒制毒)!
-온몸이 홀딱 젖은 사람!
-이세계에 연고가 없는 사람!
-어차피 망한 상태라 손해배상액이 얼마가 쌓여도 타격이 없는 사람!
그리고 자신이 명령하는 순간 물불을 가리지 않고 최선을 다해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는 사람!
이 조건에 모두 부합하는 용사들이 104명이나 있었다!
천문석은 확성 마법이 걸린 마이크를 잡고 104명의 용사를 향해 외쳤다.
[왕체, 최림, 김기철과 용역 헌터들! 준비해라! 이제 너희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