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809화 (810/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809화>

피이, 피이이이-

기적 소리가 울리는 순간 기차 출입구에서 반쯤 몸을 내민 최설이 외쳤다.

“이제 곧 기차 출발해! 빨리 올라와!”

“걱정 마! 특급 쌩쌩이는 엄청 빨라!”

특급 헌터의 외침과 함께 특급 쌩쌩이는 가속했다.

부아아아앙-

단숨에 부두를 가로질러 기차 플랫폼에 올라선 순간 빙글 회전하며 급브레이크!

끼이이이익-

빙글빙글 회전한 특급 쌩쌩이는 빨려 들듯 경사로로 들어가 화물칸 위에 착- 멈춰 섰다!

“도착했어!”

특급 헌터가 환호하는 순간 기차는 출발했다.

도시에서 가장 높은 언덕, 게이트가 열릴 반전능 옥좌, 반마탑을 향해서!

천문석은 마음을 다잡았다.

스카라베 압류팀과 기동 병참 도시!

이제 곧 자신이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싸움이 시작된다!

그 싸움이 끝나면 마침내 집으로 돌아간다!

* * *

스카라베 왕국은 크고 작은 수많은 회사로 이뤄져 있었고.

이 회사들은 아득히 오래전 만들어진 ‘시스템’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기동 병참 도시와 앵커 마법이 연결되고 수배 사실이 확인되는 순간 시스템은 자동으로 경보를 울리고 압류팀을 소집했다.

위이잉, 위이이이잉-

강철 도시의 모든 거리와 건물에서 긴급 소집 사이렌이 울렸다.

[긴급 압류를 위한 압류팀을 소집합니다!]

강철 도시의 모든 스카라베 종족들이 사이렌이 울리는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이곳 강철 도시는 스카라베 왕국의 변경 열사의 사막에 자리했고, 이곳을 관리하는 사람도 총독이 아닌 시장이었다.

당연히 전사단, 기동대, 마법 병단 같은 제대로 된 병력이 있을 리 없었다.

거리에 소집된 스카라베 종족 대부분이 38사기동대, 출입국 관리소, 아카데미, 강제 노역장 간수 같은 일반 회사 직원들이었다.

파도가 몰아치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엄청난 수의 인원이 모였지만, 대부분이 전투에 있어선 2, 3선급 자원들이었다.

이들은 거리에서 출렁, 출렁 파도치며 외쳤다.

띧디띠디디디-!

구으, 구으으-!

파파파팟팟-!

‘바빠 죽겠는데! 무슨 긴급 소집이야!?’

‘아니! 뭘 압류하길래 이렇게 전부 소집한 거야!?’

‘저기 빛의 기둥! 어, 저거 앵커 마법 아냐?’

‘하늘에 공간 이동용 신기루 벽! 저 너머 도시 압류하는 것 같은데!?’

순간 스카라베 종족 모두가 하늘을 바라봤다.

호수처럼 일렁이는 신기루 벽 너머 거대한 도시가 흐릿하게 보였다!

‘아니, 무슨 압류를 일반 직원까지 데려가서 해!’

‘38사기동대 너희 제대로 일 안 하지!’

‘뭐야!? 왜 우리를 걸고넘어져! 우리 매일매일 개 빡세!’

‘이거 수당은 따로 나오는 거겠지!?’

‘짠돌이 시의회에서 수당을 주겠냐?’

‘당연히 자원봉사 아니면 훈련으로 처리하겠지! 하, 돈에 미친놈들!’

‘시바! 다음에 공과금 내야 하는데 미치겠네!’

. ……

스카라베 종족은 열사의 사막에 사는 모든 사람에게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스카라베 사회에서는 그들 또한 이리저리 치이는 직장인이었다.

무급 강제 동원된 압류가 기분 좋을 리 없었다.

이렇게 압류팀으로 긴급 소집된 스카라베 직원들이 분통을 터트리고 있을 때.

강철 도시 시청 회의실에는 경악한 간부들이 모여 있었다.

강철 도시의 시장과 각 회사의 사장 10여명은 서로의 눈치만 보고 있었다.

앵커 마법으로 정보가 전해진 순간 시스템에서 시장에게 락이 걸린 경보가 전해졌다!

락이 걸린 정보는 지금 앵커 마법으로 연결된 도시와 거대 괴수의 정체였다.

시장 인장으로 락을 풀고 확인한 정체는 천 년 전 강철 도시를 뚫고 도망친 마도 제국의 기동 도시와 영수(靈獸) 병사!

깜짝 놀란 시장은 바로 도시의 유력자, 각 회사의 사장들을 소집했다.

회의실에 모인 사장들은 압류 대상의 정체를 듣는 순간 경악했다.

마도 제국 군단의 기동 병참 도시!

마도 제국 군단의 말년병장, 초거대 악어거북!

‘저게 여기서 왜 나와!?’

경악한 시장과 사장들의 머릿속에서 파파팟- 섬광이 튀기듯 의식의 흐름이 이어졌다!

기동 병참 도시, 말년병장!

너무나 유명한 둘은 강철 도시의 지하 미궁에 잠들어 있던 마도 제국의 유적이다!

저 유적은 분명 아득히 오래전 한 노움이 가지고 튀었다!

마도 제국 일곱 재앙의 보스, 워커 실트!

도시의 유력자들은 어떻게 된 일인지 바로 감을 잡았다!

어떤 미친 스카라베가 이름만 불러도 재수가 없어지는 ‘워커 실트’가 있는 도시에 앵커를 박았다!

순간 회의실에 모인 모두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앵커 마법으로 전해진 정보를 시스템이 차원 통신망을 통해 알리면. 워커 실트에게 이를 가는 허신, 마룡, 악신, 마도왕, 제국 군단 같은 초월자들이 차원 방벽을 뚫고 이곳 강철 도시로 쏟아진다!

가뜩이나 친구를 찾겠다고 사라진 여왕님 때문에 총독과 군단장들의 신경이 곤두선 상황!

지금 워커 실트와 엮어 강철 도시가 난장판이 돼도 지원 올 병력은 없다!

당연히 강철 도시는 난장판이 되고 시장과 사장들의 인사고과는 바닥을 찍고 여기보다 더 변경으로 좌천될 거다!

열사의 사막은 스카라베 왕궁의 변경.

여기서 좌천되면 갈 곳은 뻔했다.

케페니안 차원 연락관.

마석 광산, 센트라 농장.

마도 제국 유적 보수팀.

……

가장 빡센 근무처에서 개 빡세게 구를 것이다!

각 회사의 사장들이 서로의 눈치를 살필 때.

시장이 슬쩍 운을 뗐다.

띧디디디디디디딛딛-

‘시스템이 차원 통신망에 자동으로 정보를 업로드하는 건 잠시 보류했는데…….’

파팟, 파파파팟-

순간 사방에서 섬광이 터지고 기계음이 쏟아졌다!

‘과연 시장님!’

‘문제의 핵심을 바로 알아내셨군요!’

‘가끔 그렇게 시스템 오류가 나더군요!’

‘맞아요! 보류 중인 정보가 사라지는 경우도 많아요!’

‘그렇죠! 전혀 특별한 일이 아닙니다!’

‘요새 차원 통신망도 상태가 영 안 좋습니다!’

‘차원 통신망은 마도 제국에서 만든 거니…….’

‘하긴 유지 보수 없이 빌려 쓴지가 워낙 오래됐죠! 그런 식으로 정보가 증발하는 것도 당연해요!’

……

시스템, 차원 통신망 오류를 이야기하는 순간 사장들과 시장은 의미심장한 시선을 주고받았다.

말을 하지 않아도 뜻이 전해졌다!

‘덮죠.’

‘덮어 버리죠!’

‘시스템 오류로 덮죠!’

‘잘됐네요! 그냥 덮는 겁니다!’

……

이때 한 사장이 조심스레 말했다.

‘압류팀을 이미 소집했는데…… 압류팀이 내려가면 도시의 정체를 알아채지 않을까요……?’

기동 병참 도시와 말년병장 이야기는 온갖 책, 방송에서 다뤘다!

지금은 신기루 너머라 눈치채지 못했어도 직접 가서 보는 순간 누군가는 알아챌 거다!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시스템이 오류 상태니 ‘적당한 정보’를 전하겠습니다!’

순간 시장과 사장들의 겹눈이 마주치고, 더듬이와 갑각이 부르르 떨렸다.

이 자리에 모인 모두는 철저한 자본 주의 경쟁 사회 스카라베에서 말단 신입에서 한 조직의 수장 사장까지 오른 인물들!

직접 말하지 않은 행간의 의미를 바로 알아챘다!

적당한 정보!

기동 병참 도시, 말년병장, 워커 실트의 존재를 지워 버린 ‘적당한 정보’를 주고 압류팀을 투입하자는 이야기다!

누군가 의심해도 ‘공식적’으로는 언급하지만 않으면 그냥 넘어갈 수 있다.

게다가 지금 앵커가 꽂힌 유적은 살아 움직이는 재앙, 워커 실트가 가지고 튄 장물!

진짜 정보를 가지고 철저히 준비한 특무대를 투입해도 압류 성공 확률은 낮았다!

가뜩이나 2, 3선급 자원을 압류팀으로 모았는데, 정보까지 가짜를 가지고 내려간다면?

‘99%! 압류는 실패한다!’

이 실패야말로 이들이 노리는 것!

압류가 실패하기 직전 재빨리 압류팀을 강철 도시로 귀환시키고 튀는 거다!

극에 달한 보신주의!

압류가 실패하기 직전에 귀환시키면 공식적으로 보고할 필요도 없다!

유적과 ‘워커 실트’를 찾았다는 게 ‘공식적’으로 알려지지 않으니 누구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거다!

문제가 없으면 책임질 필요가 없고, 책임질 필요가 없으면 윗선에 보고하지 않아도 된다!

즉, 모든 일이 처음부터 없던 것처럼 깔끔하게 해결되는 거다!

회의실 안의 모두가 교감하는 순간.

시장은 입을 열었다.

띠디디딛디디딛-!

‘다른 의견이 없으시면, 바로 투표하겠습니다. 회의 결과대로 진행한다는 것에 찬성하시면 ‘O’를 눌러 주시면 됩니다.’

시장은 말하는 순간 쓱- 더듬이를 들어 올려 ‘O’를 만들고 무기명 투표 벨을 눌렀다.

삑-

쓱쓱, 쓰쓰슥-

삑삑, 삐삐삑-

회의실 곳곳에서 ‘O’ 모양을 만든 더듬이가 올라오고 투표 벨 소리가 울렸다.

곧 무기명 비밀 투표 결과가 벽에 걸린 화면에 띄워졌다.

[OOOOOOOOOOOOOOOOO]

언제나 그렇듯 만장일치!

회의는 끝났고 압류 대상 도시에 대한 ‘적당한 정보’가 뿌려졌다.

-압류 대상은 추락한 마도 제국의 3급 요새!

-상대할 적은 평범한 유랑민들!

띠디디디딛디딛-?

구으으, 구으으으-?

압류팀으로 소집된 스카라베 직원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일렁이는 신기루 너머이지만, 도시 규모가 엄청나다!

‘저게 3급 요새 밖에 안 된다고?’

그러나 명령서가 틀릴 리는 없었다.

스카라베 직원들은 촤아, 촤아아- 엄청난 인파에 파도치듯 휩쓸리며 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어차피 수당도 없는 무급 동원이다.

스카라베 직원들에게 사명감이나 빡세게 일하겠다는 각오 같은 건 조금도 없었다.

‘대충 딱지 붙이고 빨리 돌아와야지!’

‘얼른 돌아와서 알바나 가야겠다.’

‘하, 오늘도 야근하겠네.’

…….

그리고 1시간여 후!

위이이이잉-

사이렌 소리와 함께 방송이 울려 퍼졌다.

[띠디디디딛디디딛딛-!]

‘차원 좌표가 고정됐습니다. 곧 길이 열립니다! 스카라베 압류팀에 동원된 여러분들은 세계의 나무뿌리를 지킨다는 사명감을 잊지 말고 임무에 임해 주시기 바랍니다!’

팟-

순간 빛의 기둥이 넓게 펼쳐져 거대한 빛의 통로로 변했다!

강철 도시와 기동 병참 도시.

서로 다른 공간의 두 도시를 빛의 통로가 하나로 연결했다!

긴급 소집된 스카라베 압류팀은 바로 빛의 통로를 향해 몸을 던졌다!

쏴아아아아아-

강철 도시에 몰아치던 거대한 곤충의 파도는 단숨에 빛의 통로를 타고 하늘 높이 솟아 올랐다!

그리고 신기루 벽을 통과하는 순간 세계가 빙글 회전했다!

강철 도시는 하늘이 되고 기동 병참 도시는 땅이 됐다!

쏴아아아아아-

스카라베 압류팀은 빛의 통로를 타고 압류 대상인 도시를 향해 미끄러졌다!

점점 가속하여 출구가 빠르게 가까워지는 순간.

천지를 떨어 울리는 외침이 울려 퍼졌다.

[지금이야! 사슴이 잘라 버려!]

구으으으으응-

순간 거대한 울음소리가 터지고 스카라베 직원들이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거대한 톱날 집게가 나타났다!

부으으으으으-

초진동 하는 백 미터에 달하는 톱날 집게!

이 거대한 톱날 집게는 단숨에 싹둑- 빛의 통로를 잘라 버렸다!

스카라베 압류팀이 타고 내려오는 빛의 통로가 뚝 끊기고, 중간이 잘려 나간 워터 슬라이드를 미끄러지듯 스카라베 직원들은 사방으로 흩뿌려졌다!

쏴아, 쏴아아-

일곱 빛깔로 반짝이는 곤충의 비가 도시 곳곳에 뿌려지는 순간 도시 전체에 방송이 울려 퍼졌다!

[드디어 복수의 순간이 왔다!]

[핍박과 압제를 부수고 일어나리라!]

[우리는 이 전투에서 반드시 승리한다!]

[그 누구도 우리의 집과 재산에 딱지를 붙이지 못한다!]

[소화전을 열어라! 스카라베 놈들한테 물 폭탄을 먹여랏]

촤아, 촤아아, 촤아아아-

도시 전체에서 수백 개의 물기둥이 솟아 올랐다!

붙이려는 자와 떼려는 자!

무엇을 상상했던 그 이하의 처절한 전투가 시작됐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