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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808화 (809/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808화>

“……너희는 경계 넘자마자 바로 고속 갤리선으로 빠져나가면 된다.”

설명을 끝낸 천문석은 동료들에게 다시 한번 확인했다.

“대략 1시간 후 스카라베 압류팀 쏟아지고 대응하기 시작하면 정신없을 거야. 마경 경계 넘으면 바로 빠져나가야 한다. 늦으면 차원 도약하는 도시에 말려든다! 모두 알았지?”

“몇 번을 말하는 거야! 알았어!”

“하- 뭐야? 너 혹시 먼저 간다고 미안해서 그래?”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스승님! 제가 책임지고 처리하겠습니다!”

“대인! 저도 있습니다!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

자신만만하게 대답하는 동료들.

천문석은 아카린을 봤다.

“아카린. 술 납품 괜찮겠냐?”

“걱정할 거 없다. 납품 기한 충분해! 아니, 오히려 예상보다 일찍 도착했다. 경계 넘으면 바로 저기 구명정 빌려 타고 이동하기로 했다. 그보다 이 술 ‘칠전팔기’ 네 몫 받아야지? 어떡할까? 상단에 맡겨 둘까?”

“됐어. 내 몫은 네 양조장에 투자하는 거로 하자.”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아카린.

천문석은 바로 시선을 내렸다.

“섬초. 이 고속 갤리선 적염성으로 갈 거다. 집으로 돌아가는 거야. 괜찮아?”

“…….”

엄마를 찾으러 나왔던 새끼 여우는 의기소침 웅크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천문석은 섬초의 등을 쓱쓱 문지르고 데이몽 발도를 봤다.

“섬초. 적염성 여우 일족 장원까지 부탁한다.”

“대인! 걱정하지 마십시오! 안전하고 신속하게 모셔다드리겠습니다!”

다음은 이원과 여량위!

일기공과 일원공 이야기를 해야 한다.

천문석은 두 사람과 갑판 구석으로 이동해 소리를 차단했다.

이원과 여량위는 상생상극 수련은 성공했지만, 아직 일기일원공의 시동은 걸지 못한 상태.

이미 이야기는 끝났지만, 한 번 더 확인했다.

“너희 진짜 괜찮아? 나랑 같이 넘어가면 시동 걸어 줄 수 있는데……? 둘이서 시동 걸려면 6개월? 어쩌면 일 년쯤 걸릴지도 모른다.”

“걱정 마세요! 스승님!”

“씨앗은 이미 심어졌습니다!”

“이미 받은 거로 충분합니다!”

“시동을 거는 건 스스로 해내겠습니다!”

이원과 여량위는 확신에 찬 얼굴로 대답했다.

천문석은 내심 고개를 끄덕였다.

상생상극에 성공했으면 9부 능선을 넘은 것!

여기서 시동을 거는 건 단지 한 걸음만 더 걸으면 된다!

새가 하늘을 날고, 물고기가 물속을 헤엄치고.

특급 헌터가 한 번에 자전거 타기를 배웠던 것과 마찬가지로 당연히 되는 거다!

직감이 말하고 있다. 정말 오래 걸려도 일 년이면 시동을 걸 수 있다고!

천문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리고 고맙다.”

순간 이원과 여량위가 포권을 취하고 깊게 허리를 숙였다.

천문석은 포권을 취하는 이원, 여량위의 손을 잡았다.

“스승님?”

“……?”

무림 던전에서 만나고 지구에선 몇 달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무림에선 수십 년의 시간이 흘러 젊은 무사 이원과 흑사회주 여량위는 큰 사람이 되어 있었다.

몸과 마음, 무공과 사회적 신분 모두!

이원과 여량위는 일원공과 일기공의 경지에 도달했다.

그리고 이제 시동을 걸어 일원공과 일기공을 하나로 합치면 둘로 나뉜 심법이 마침내 원래 모습을 찾는다!

일기일원공!

수많은 무공을 익히고 창안했다.

일기일원공은 그런 자신의 정화가 담긴 무공이다,

이원과 여량위가 시동을 걸고 일기일원공을 운공하는 순간 둘은 일기일원문의 진정한 제자가 된다.

그렇다! 이원과 여량위가 일기일원문의 2대 문주가 된다!

자신이 시작한 일기일원문이 무림에서 가지를 뻗고 크게 자라나는 거다!

이때 얼핏 머리를 스치는 불안함이 있었다.

혹시 두 사람이 시동을 거는 데 실패한다면?

그래서 일기공과 일원공이 합쳐지지 않고 따로 전해지게 된다면?

아예 문파까지 일기문과 일원문 둘로 나뉘어 일기일원공이 실전된다면!?

순간 실소가 터졌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생각을!’

상생상극에 성공한 순간 어려운 건 다 끝났다!

이제 남은 것은 깊이가 보이지 않는 호수 속에 돌을 던져 넣듯 의심하지 않고 수련하는 것뿐!

돌이 수면 위로 드러나는 순간 상생상극과 정반합의 무리로 나아가면 저절로 시동이 걸린다!

인력과 척력의 조화로 모터가 돌아가는 것처럼.

정(正), 상생.

반(反), 상극.

합(合), 시동!

너무나 자연스럽게 시동이 걸린다!

이미 이원과 여량위 두 사람에게 시동을 거는 무리를 전했다!

그럼에도 천문석은 다시 한번 일기일원공의 무리를 풀어 전했다.

“잊지 마라. 정반합, 상생상극. 일기일원(一氣一原)! 하나에서 태어나 만변(萬變) 하여 근원(元)으로 나아간다! 그렇기에 일원(一原)이 아닌 일원(一元)! 목표는 하늘에 드리운 북신(北辰)이다! 북신에 닿는 순간이 12성 대성을 이루는 때다. 그러나 대성을 이룬 순간 문득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면, 길 아닌 길이 보일 테니. 그 길을 걸어 진일보(進一步)하여야만, 극을 넘어서는 극! 12성 대성을 넘어서는 일기일원공의 극에 오르게 된다!”

천원(天元)!

이 경지는 스스로 걷지 않는 이상 결코 닿지 못하는 지극한 도리에 닿아 있기에 입을 열어 말하지 않고 마음으로 삼켰다.

그리고 스승님에게서 자신에게로 이어진 뜻을 전하는 지극한 법(法), 전법륜인으로 그 뜻을 전했다.

이원과 여량위의 혼백에는 선명한 화인처럼 이 모든 게 새겨졌다.

천문석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이원과 여량위는 격동했다.

별 볼일 없던 호위 무사, 뒷골목 흑도 방파의 방주가 절정, 초절정의 경지에 오르게 만든 놀라운 무공이 일원공, 일기공이다!

그런 무공을 깃털같이 가벼운 인연만으로 아무 대가 없이 전해 주셨다.

그리고 지금 다시 한번 하늘로 나아갈 길을 열어 주시고, 하늘 위의 하늘이 있음을 보여 주셨다.

일기일원공!

무인에게 무공은 목숨을 넘어서는 삶 그 자체!

그 무엇으로 갚을 수 없는 큰 은혜를 받았다!

여기서 금과 재물, 보패와 영약을 입에 담는 건 스승님을 욕보이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원과 여량위는 깊게 허리 숙이며 진심을 담아 외쳤다!

“완전히 감 잡았습니다! 스승님!”

“3달! 아니, 늦어도 2달 안에 시동 걸겠습니다!”

“…….”

말없이 웃으며 이원과 여량위의 어깨를 툭, 툭- 두들긴 천문석은 바로 다음 동료들에게 움직였다.

우론, 소니아.

파티마, 압둘라, 오마르 장로.

하늘 고래호, 이동 성채 도시와 떠나갈 동료들!

“너희는…….”

“잠깐! 기다려! 내가 먼저 말할 거야!”

소니아는 재빨리 말을 끊고 말을 쏟아 냈다.

“이세기 고맙다! 어제 호텔에서 아수라 비서님한테 천공탑 가는 방법 들었어. 네가 점수로 대가 치렀다며? 이거 할배랑 나한테는 정말 중요한 일이었다. 시장에서 여기까지 정말 고맙다. 언제가 됐든 제국에 오면 어느 도시든 상관없으니까 로잔 책방에서 ‘소니아’ 친구라고 말해라. 그때 이거 전부 다 열 배! 아니, 백배로 갚을게! 너 내 진짜 정체 알면 깜짝 놀랄 거다! 흐흐흐-.”

소니아의 진짜 정체?

당연히 이미 알고 있었다.

차력을 보여 주고 약을 파는 차력 약장수!

“됐어. 안 갚아도 되니까. 밥이나 챙겨 먹고 다녀. 차력 약장수님!”

순간 소니아의 얼굴이 터질 듯 붉게 달아올랐다.

“야, 그 차력 쇼! 불의의 사고 때문에 한 거야! 나 사실은 엄청엄청 대단한 사람……!”

“야, 그만하고 비켜! 내 차례다!”

우론은 소니아를 툭 치고 앞으로 나서 씩 웃으며 작살을 흔들었다.

위이잉-

작살이 흔들리는 순간 허공에 생겨나는 와류!

“가르쳐 준 이 창술 고맙다! 다음에 협해나 폭풍해 근처에 오면 어느 길드, 마탑이든 상관없으니까 ‘이세기’라고 네 이름 말하고 나 찾아라. 진짜 상상도 못한 대접을 해 줄게! 흐흐흐-.”

소니아와 마찬가지로 의미심장하게 웃는 우론.

순간 우론을 처음 봤을 때가 떠올랐다.

항구도시 바나의 광장 시장.

화려한 차력 쇼를 펼치는 소니아 옆.

우론은 관중 한 명 없이 홀로 쓰레기통 뚜껑을 돌리며 춤을 추고 있었다.

“……접시 돌리며 춤추는 거 보여 주려고? 서커스 무희?”

순간 소니아와 마찬가지로 터질 듯이 달아오른 우론의 얼굴!

“……야 그거 불의의 사고 때문에 돌린 거야! 잠깐, 너 그 눈빛! 안 믿는구나! 야! 진짜야! 나 엄청난 부자…… 는 아니지만, 대단한 사람이라고! 아, 답답하네! 너 내 정체 알면 깜짝 놀랄걸!”

같은 불의의 사고!

같은 엄청 대단한 사람!

같은 정체를 알면 깜짝 놀랄 신분!

소니아와 우론.

‘이 녀석들 뭐가 이렇게 비슷해?’

천문석은 터지려는 웃음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알았어. 알았어…….”

“야! 진짜라니까! 할배랑 나랑 비밀 임무 중이라 그래! 사실은…….”

“와! 답답하네! 소니아 얘는 몰라도 난 진짜 엄청난 사람이야! 이 대륙에서…….”

“어, 그래. 그래…….”

천문석은 적당히 대답하며 시선을 돌렸다.

압둘라, 오마르 장로!

적이었다가 어쩌다 보니 같이 구르게 된 두 사람.

“여러 가지로 고마웠다. 이세기.”

주먹을 내밀어 툭- 부딪치는 압둘라.

“성채 도시 되찾을 수 있게 도와주신 거 감사합니다. 마경만 벗어나면 돌아가는 건 문제 없습니다.”

정중히 허리를 숙이는 오마르 장로.

고개를 두 번 까닥이는 거로 인사를 대신하고 마지막 사람을 봤다.

같이 게이트를 넘어갈 파티마.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

파티마는 바로 자신의 검을 풀어 압둘라에게 넘겼다.

“누나…….”

“카즈빈. 가문을 부탁한다.”

그리고 몸을 돌려 천문석을 향해 깊게 고개 숙였다.

“부탁드립니다.”

파티마를 마지막으로 떠나갈 동료들과는 이야기가 끝났다.

남은 건 자신과 같이 들어왔고 같이 나갈 최설, 진교은, 허준, 한호석 교수님뿐!

동료 모두는 확신 어린 눈으로 자신을 보고 있고. 하늘에 드리워진 강철 도시에는 스카라베 압류팀이 거센 파도가 되어 몰아치고 있다!

저 스카라베 압류팀이 빛의 기둥을 타고 쏟아지는 건 1시간 후!

그때부터 2시간이면 생각지도 못한 우연으로 시작된 이 긴 여정도 끝난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지?”

“중앙 통제실!”

“먼저 가라. 난 여기 마무리하고 특급 헌터랑 따라갈게.”

최설, 진교은, 허준, 한호석 교수, 파티마는 바로 기차역을 향해 달려갔다.

천문석은 갑판 구석으로 걸어가 쌓인 궤짝을 내력을 담아 밀었다.

그륵, 그륵, 그르륵-

묵직한 궤짝들이 갑판 위를 미끄러져 우론, 소니아, 데이몽 발도, 아카린, 섬초 앞에 멈췄다.

“어, 이 궤짝……!?”

“이건 왜!?”

“대인?”

“야, 이건 뭐야!?”

“……?”

의아한 시선이 쏟아지는 순간.

부앙, 부아아앙-

거친 엔진음과 함께 달려와 끼이익- 멈춰 서는 워커7의……!

부가티 헌터 미니!?

“야, 이거 뭐야!? 부가티 헌터 미니!? 특급 쌩쌩이잖아!”

특급 헌터의 자랑스러운 외침이 돌아왔다.

“맞아! 특급 쌩쌩이가 돌아왔어! 노움 형이 나한테 선물로 주고 갔어! 완전 좋지? 여기 세발자전거도 합체하고 변신…… 앗! 알바! 얼른 타! 기차 곧 출발하려나 봐!”

번쩍 고개를 들자 기차를 향해 달리며 손을 흔드는 최설이 보였다!

“야, 얼른 와!”

천문석은 궤짝 하나를 챙겨 특급 쌩쌩이에 올라탔다.

“그 궤짝 내 선물이다! 경비로 써라! 모두 고마웠다! 특급 헌터 출발!”

“뭐!?”

“어, 설마!”

“대인 잠시만……!”

“선물이라고?”

“야, 이 궤짝……!”

……

부아아아아앙-

특급 쌩쌩이는 다급한 외침을 뒤로하고 단숨에 갑판을 가로질러 널빤지 다리를 내려 와 부두를 달렸다.

“스승님 감사합니다!”

“스승님! 언제라도 찾아오세요!”

이원과 여량위의 외침에 고개를 돌린 천문석은 웃을 수밖에 없었다.

우론, 소니아, 데이몽 발도, 아카린, 섬초.

5관 금괴를 들고 하나같이 얼빠진 표정으로 선 동료들이 보였으니까!

부아아아앙-

천문석은 다시는 보지 못할 친구들을 향해 크게 손을 흔들었다.

“함께 해서 즐거웠다! 친구들! 언젠가 다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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