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807화>
‘아니, 뭐가 저렇게 많아!?’
하늘에 펼쳐진 신기루 벽 너머 거대한 강철 도시!
이 강철 도시에선 일곱 빛깔로 반짝이는 곤충의 파도가 몰아치고 있었다!
스카라베 압류팀!
이 파도를 본 모든 사람이 자신을 미친놈 보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천문석도 황당하긴 마찬가지였다!
파도치듯 몰아치는 저게 스카라베 압류팀이라고!?
‘아니! 2시간은 버틸 수 있다며!?’
이미 숫자로 셀 수 있는 규모를 넘어섰다!
저 정도 규모면 태풍, , 폭풍우, 허리케인처럼 자연재해다!
휩쓸리는 순간 그냥 1초 컷이다!
저런 게 도시에 쏟아지면 2시간은커녕 10분도 버티지 못할 거다!
즉, 1시간 후 저게 쏟아지면 기동 병참 도시는 끝장이다!
천문석의 황당한 시선이 워커7, 엘프, 아수라 비서에게 향했다.
“쟤들한테서 2시간 버틸 수 있다고?”
“네 2시간은 충분히 버틸 수 있어요!”
‘아니, 어떻게!?’
마음속으로 비명을 지르는 순간 바로 아수라 비서의 대답이 돌아왔다.
[압류 딱지를 붙이고 압류 원칙을 고지하는데 60초! 1분 안에만 떼면 돼! 그러면 압류 딱지는 무효화 되고……!]
워커7이 말을 끊었다.
[아니지! 스카라베 놈들을 얕보면 안 된다! 분명 매뉴얼이 갱신됐을 거야! 고속 고지! 기계어로 정신없이 외치면 50초 안에 고지가 끝난다! 안전하게 40초 안에는 처리해야 해!]
“질문! 고지 못하게 질문 계속해야 해요! 양동이랑 걸레! 스퀴지 준비하도록 방송해야 해요! 주민 대부분 스카라베에게 당한 경험 있으니 장비만 있으면 바로 대처할 거예요!”
[앗! 소화전! 도시 소화전 모조리 터트려서 물이 쏟아지게 하자! 압류 딱지가 물에 젖으면 방패, 도끼, 대패, 끌! 뭐가 됐든 긁어 낼 수 있는 모든 걸로 긁어 내면 처리하기 쉬워져!]
[소화전! 스퀴지! 긁게! 아 모래! 모래를 뿌려서 안 붙게 하는 것도 중요해!]
……
생각과는 전혀 다른 워커7, 엘프, 아수라 비서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아니, 지금 이게 다 무슨 소리야!?’
천문석은 바로 끼어들었다.
“잠깐잠깐, 잠깐만! 그게 다 무슨 소리야!? 물을 뿌려? 긁어 낸다고!? 전투 준비는!?”
“네? 전투요? 스카라베 압류팀이랑 싸우려고요!?”
[쟤들이랑은 절대 싸우면 안 돼! 스카라베 압류팀 싸워 이기면 기동대, 전사단, 마법 병단, 특무대가 차례대로 나와! 그게 끝이 아니야! 강제 노역 중인 놈들부터 간부, 시장, 원로원, 총독! 그 뒤로도 줄줄이 있어! 끝이 없다! 게다가 전투 중에 쟤들이 사용한 금력까지 전부 물어 줘야 한다!]
‘아니! 그러면 당연히 그것부터 말해 줬어야지!’
가슴속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치솟았지만, 지금은 모두를 지휘하는 중!
지휘관으로서의 권위와 위엄을 지켜야 한다!
천문석은 당연히 알고 있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동료들에게 다시 한번 외쳤다.
“야! 모두 들었지? 계획대로 3시간만 버티면 된다!”
그리고 슬쩍 말을 덧붙였다.
“압류 딱지 떼면서! 알겠지!?”
“……?”
“……?”
동료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로를 봤다. 그러나 원래 이런 건 닥치면 다 알아서 하게 돼 있다!
“혹시 다른 계획 있거나 반대하는 사람? 없지!? 그럼 이제 구체적인…….”
“나, 나나나!”
언제나 그렇듯 특급 헌터는 그냥 넘어가지 않고 번쩍 손을 들었다.
“특급 헌터?”
“내가 곰곰이 생각하다가! 완전 좋은 계획을 생각해 냈어!”
특급 헌터는 눈을 빛내며 얼른 물어봐 달라는 듯 몸을 들썩였다!
“어, 그렇구나. 뭔데?”
“저기 하늘에서 전부 다 내려올 거 아냐!? 그때 내가 퐁퐁이 타고 재빨리 올라가서 빈집 털고 올게! 그러면 깜짝 놀라서 모두 집으로 돌아 갈거야!”
“빈집을 턴다고?”
“어!”
“……어떻게?”
“잘!”
퐁퐁검과 나무 상자를 양손에 들고 씩씩하게 외치는 특급 헌터.
“…….”
태클을 걸 데가 너무 많아 무엇부터 말해야 할지 모를 지경이었다.
그러나 천문석은 이미 몇 번이나 겪어서 알고 있었다. 여기서 논쟁을 시작하면 엉뚱한 방향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걸!
그래서 스스로 깨달을 수 있게 질문했다.
“그걸 너 혼자서 하겠다고?”
“당연히 아니지! 거복이! 원숭이 형, 여우 누나도 같이 가서 도와줄 거니까 하나도 걱정할 거 없어!”
기이익-!?
“뭐, 야 난 갑자기 왜!?”
“냐앜- 안 가! 난 저기 절대 안 가!”
거북이, 아카린, 섬초는 기겁했고.
특급 헌터는 손에 쥔 나무 상자를 흔들며 설득을 시작했다.
“나랑 꼭 같이 가야 해! 그럼 내가 엄청 좋은 선물 줄 거거든! 이야압, 얍얍-.”
“……!”
순간 천문석은 혼미해지려는 정신줄을 잡았다!
특급 헌터가 끼어들자 언제나 그렇듯 엉뚱한 방향으로 이야기가 새고 있다!
“야! 그만 멈춰! 기각이야!”
“알바! 왜! 내가 얼른 가서 빈집 털게! 앗! 그럼 선물 주고 올까!? 엄청 멋진 선물 주면 완전 고마워서 우리랑 친구 될지도 몰라!”
“안 돼! 넌 내 참모라서 옆에 있어야 해!”
외침과 동시에 특급 헌터를 낚아채 옆구리에 끼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주위를 돌아보며 확인했다.
“야, 다 알아들었지!? 뭐 해야 할지 알겠지!?”
“…….”
“…….”
그러나 여전히 모두 알 듯 말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당연했다.
자신이 말한 건 큰 그림일 뿐 구체적인 임무를 말해 주지 않았으니까.
“왕체, 최림, 김기철! 용역 헌터들! 너희는 저 언덕 정상의 건물을 지켜야 한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든 용역 헌터들은 하얗게 질렸다.
거대 괴수가 밝고 일어서 빛의 기둥을 자르고 있는 건물이다!
“잠깐만!”
“다른 임무를…….”
“저 건물에서 게이트 열린다! 저 건물 압류당하면 어차피 너희 여기서 영원히 살아야 해.”
“어……?”
“거대 괴수가 밟고 있는데……!?”
“우리 지금 무기도 장비도 없습니다!”
천문석은 대답 없이 아수라 비서를 봤다.
“아수라.”
[네!]
“용역 얘들 중앙 통제실로 데려가서 스카라베 압류팀 막는 데 배치하면 된다! 기동 병참 도시는 바로 사막 경계로 이동시키고, 다른 전달 사항은 방송으로 전해 줘……!”
“잠깐만…….”
조폭 김기철이 끼어드는 순간.
천문석은 말을 덧붙였다.
“혹시 쟤들 비협조적이면 이름 적어놔라.”
이미 몇 번이나 겪은 일 이름이 적히면 어떻게 될지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야, 이!”
“하, 시바…….”
“……사한 새끼.”
조폭 3인조와 용역 헌터들은 바로 알아챘다!
[알겠습니다! 너희 따라와라! 기차 타고 바로 언덕 정상으로 이동한다!]
아수라 비서가 달려가는 순간 왕체, 최림, 김기철 조폭 3인조와 용역 헌터 100여명은 전력을 다해 그 뒤를 따라 달렸다.
천문석은 바로 다음 동료를 봤다.
“워커7, 엘프! 너희 둘은…….”
[나는 주 엔진 시동 걸게!]
“차원 좌표 잡고 게이트 열게요! 걱정 마세요!”
말을 끊고 달려가는 워커7과 엘프.
이 모습을 본 특급 헌터가 다급히 외쳤다.
“앗! 알바 나 내려 줘! 나 꼭 할 말 있단 말야!”
“배에서 내리면 안 된다. 난 다른 동료들한테 임무 주고 있을게!”
“알았어!”
천문석이 다른 동료에게 달려가는 순간.
특급 헌터는 워커7을 다급히 불렀다.
“기다려! 잠깐만 기다려!”
[뭐냐? 꼬맹이 마스터?]
“어제 세발자전거도 타보니까! 완전 좋았어! 그리고 이 특특특급 쌩쌩이도 엄청엄청 멋있어!”
워커 실트7은 웃음을 터트렸다.
[카카카캌- 역시 마스터 꼬맹이! 명품을 알아보는 눈이 있구나! 이 자동마차는 내가 개발한 마이너 타이탄용 마력석 엔진을 듀얼로 장착하고 타이탄용 미스릴 합금으로 골격을 외장갑으로 차체를 씌운 ‘신 우레 폭풍호’다! 게다가 저기 세발자전거 우레 폭풍호도 합체할 수 있다!]
“뭐! 합체? 진짜로!?”
[합체, 변신이야말로 로망이지! 당장 보여 주마 꼬맹이! 카카캌-]
워커7은 세발자전거를 번쩍 들어 탁, 탁- 버튼을 눌러 납작하게 접었다.
그리고 신 우레 폭풍호의 트렁크를 열고 넣었다.
찰칵, 찰칵, 찰칵-
기계장치가 맞물리는 소리와 함께 쿵- 트렁크 문이 닫히는 순간 부아앙- 엔진이 크게 울었다.
순간 파지지지직- 스파크가 차체를 훑고 지나가고 물결치듯 차체가 일렁였다!
[이 위에 손을 올리고 강렬한 이미지를 생각하면 변화한다! 단! 이건 보통 구현력으로는 안 된다! 최소…….]
눈을 번뜩인 특급 헌터는 일렁이는 차체에 양손을 올리고 외쳤다.
“특급 쌩쌩이! 특급 쌩쌩이 돌아와 줘!”
[뭐!? 안 된다니까 그러네! 이건 최소…….]
순간 물결치듯 일렁이는 차체가 변화했다!
쭉 뻗은 보닛과 유선형으로 날렵하게 빠진 차체!
워커7의 자동마차는 순식간에 어린이 자동차로 변화했다.
순간 특급 헌터는 환호했다.
“부가티 헌터 미니! 특급 쌩쌩이 돌아왔구나! 으아아!”
특급 헌터는 차체를 양손으로 끌어안고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다!
[……!?]
워커7은 멍하니 이 모습을 보다가 자신도 모르게 외쳤다.
[미친! 구현력 뭐야!?]
신 우레 폭풍호에 넣은 변신 기능은 원래 타이탄에 실린 기능이다.
어지간한 오러 유저, 마법사라도 수백 번의 시행착오를 거친 긴 훈련을 해야 사용 가능한 기능!
그런데 이 꼬맹이 녀석은 첫 시도에 구현을 끝마쳤다!
그것도 10초도 안 되는 시간에 짧은 시간에!
그야말로 미친 재능!
수많은 강자와 초월자를 만난 워커7도 처음 보는……!
“……!”
벼락 치듯한 사람이 떠올랐다!
세계가 편애하는 듯한 재능을 가지고 있던 친구! 그 친구와 비슷하다!
“반가워! 돌아왔구나! 특급 쌩쌩이!”
찰싹 차체에 달라붙어 좋아하는 특급 헌터를 보는 순간.
열망으로 끓어오르는 가슴, 머리에서 당장이라도 터져 나올듯한 외침이 들려왔다!
‘꼬맹이! 너 마법 배울 생각 없냐? 너라면 마탑과 같이 멈춘 머릿돌의 봉인 풀 수 있다! 머릿돌만 있으면 차원 통신망에 접속할 수 있다! 그러면 모든 걸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어! 전능 옥좌를 띄우고, 마탑을 되살리고, 천공탑을 열어 수많은 차원으로 흩어진 제국 군단을 한곳으로 불러 모을 수 있다! 마침내 대협약의 약속이 다시 살아난다! 그렇게만 되면…….’
이때 기차를 살피던 엘프의 목소리가 워커7의 상념을 끊었다.
“워커7! 기차 오고 있어! 이제 우리 움직여야 해!”
“앗 잠깐만! 내가 얼른 보글보글 구슬 꺼내 줄게! 특급 쌩쌩이 엄청 맘에 들어! 나와랏! 얼른 나와랏! 이야압, 얍얍얍-!”
특급 헌터는 나무 상자를 미친 듯이 흔들었다.
후둑, 후두둑-
그러나 엉뚱한 공깃돌, 먹다 남은 사탕, 큐브, 조각상만 튀어나왔다.
이 모습을 보는 순간 워커7은 끓어오르는 열망의 정체를 깨달았다.
후회.
[…… 됐다. 꼬맹이 마스터. 받아라.]
워커7은 피식 웃으며 특급 헌터에게 열쇠를 던져 줬다.
“앗! 보글보글 구슬 가지고 싶어 했잖아!?”
[됐어. 마도 엔진 돌려주지 못해 미안하다. 신 우레 폭풍호는 그냥 선물이다!]
씩 웃은 워커7은 몸을 돌려 엘프를 따라 달리며 크게 손을 흔들었다.
[꼬맹이 사장님. 만나서 반가웠다! 이제 안녕이다! 집에 잘 가라!]
“앗! 그냥 가지마! 이거! 엄청 좋은 돌 줄게! 이거 가지고 가! 퐁퐁이! 얼른 이거 주고 와!”
포아아아앙-
퐁퐁이는 공중으로 던져진 새하얀 공깃돌을 입에 물고 가속!
워커7과 엘프 위를 지나는 순간 물방울 브레스를 발사했다!
포그르르르르-
물방울 브레스는 단숨에 워커7과 엘프를 휘감고 보글보글 터져 나갔다.
[우히헤헤헿- 야, 간지럽잖아!]
“하하하- 조금만 기다리세요! 집으로 돌아갈 게이트 반드시 열어 드릴게요! 사장님!”
워커7과 엘프는 출발하는 기차를 향해 뛰어올랐고.
특급 헌터는 특급 쌩쌩이 위에 올라 크게 손을 흔들며 외쳤다.
“그 돌 엄청 선 잘 그려져! 안녕! 여행 잘하고 나중에 다시 만나! 친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