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806화 (807/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806화>

‘이게 말이 되는 거야!?’

천문석은 멍하니 하늘에 드리워지는 신기루 도시를 바라봤다.

일주일 동안 편안히 쉬다가 돌아가자고 말하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사고가 터졌다!

눈앞이 깜깜해지고 아득해진 정신에 세상이 멈춘 것만 같았다.

순간 불쑥 말이 튀어나왔다.

“하늘님. 저한테 왜 이러세요…….”

그리고 재생 버튼을 누른 것처럼 사방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스카라베 강철 도시!”

“앵커 마법! 스카라베 앵커가 꽂혔다!”

“스카라베 놈들이 내려온다! 당장 도망쳐야 해!”

“당장 양동이, 걸레, 스퀴지 준비해야 한다!”

“수도! 소화전이랑 수도 확인해!”

다급한 비명과 달리는 소리!

부두에 모여든 상인과 주민들이 썰물 빠지듯 도망치고.

세발자전거에 널브러졌던 섬초와 아카린이 경악해 외쳤다.

“냐앜- 강철 도시! 엄마가 끌려 갔던 강철 도시!”

“스카라베? 깨어나자마자 스카라베라고!?”

“강철 도시?”

“스카라베?”

“저 사람들 왜 도망치는 거야!?”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용역 헌터들이 우왕좌왕 허둥댈 때.

여량위는 냉정히 명령을 내렸다.

“전원 전투 준비! 언제든 이탈할 수 있게 준비한다!”

“네! 상단주님!”

대륙 상단의 선원과 무사들이 다급히 움직이는 순간 동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세기!”

“야, 정신 차려!”

“계획 너 계획 있냐!?”

‘계획!’

이 단어를 듣는 순간 반사적으로 대답이 튀어 나갔다!

“당연하지!”

외치는 순간 번쩍 정신이 들고 동료들이 보였다!

최설, 진교은, 허준, 한호석 교수.

아카린, 섬초.

우론, 소니아, 파티마.

압둘라, 오마르.

이원, 여량위.

사고는 이미 터졌다!

지금 최우선으로 할 일은 어떻게든 수습하는 거다!

그리고 이번 사고 수습의 핵심은 워커7, 엘프, 인공 정령 아수라 셋에게 있었다!

천문석은 바로 셋을 찾아 고개를 돌렸다.

[앵커 마법이 은폐 마력장을 뚫고 들어왔다고!? 이럴 리가 없는데……! 몇 겹으로 보안을 깔아 놨는데!?]

“망했어. 우리는 망했어! 하하- 돌아가기 직전에 망했어! 하하하-.”

[우연이 이렇게 겹치는 건 말이 안 돼요! 확률상 말이 안 된다고요…….]

“훌륭해! 이건 엄청 훌륭한 쌩쌩이잖아!”

“도련님! 위험합니다!”

자동차 주위에 모여 있는 셋과 특급 헌터, 데이몽 발도!

“야! 정신 차려! 우선 도망부터 치자! 도망치면서 게이트 열면 된다!”

워커7은 휙휙 고개를 젓고 비통하게 외쳤다.

[지금 게이트가 문제가 아냐! 강철 도시에서 스카라베 압류팀 출동해서! 67% 이상 딱지 붙이면 이 도시 전체가 강제 압류당해! 저 위로 끌려 올라간다!]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쟤들이 이 도시를 왜 압류해!”

엘프는 침통한 표정으로 하늘에 드리워진 강철 도시를 가리켰다.

“이 기동 병참 도시 저 강철 도시 지하에서 탈출한 유적이에요!”

“어제 한 이야기잖아!? 워커7이 유적을 깨워서 탈출했다고……!”

순간 머릿속에서 번뜩이는 게 있었다!

스카라베 강철 도시 아래 묻혀 있던 유적, 기동 병참 도시와 초거대 악어거북이!

도시를 등에 짊어진 악어거북이 ‘지하’에서 탈출했다!

어떻게!? 무슨 방법으로 이 거대한 도시가 지하에서 나왔지!?

“설마!? 그 탈출 했다는 게!?”

워커7, 엘프, 아수라가 동시에 대답했다.

[강철 도시 지하 미궁에서…….]

“……지상으로 뚫고 나왔어요.”

[지하 미궁은 완전히 주저앉았어.]

“그래서 이 도시에도 수배가 걸려 있다고!?”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는 셋.

“그래서 도망 다녔구나! 수배 때문이 아니었어!”

[아니, 우리 수배도 걸렸는데?]

“전 안 걸렸어요!”

[저도 수배는 안 걸렸습니다!]

[뭐!? 야, 치사한 녀석들 우리는 한편이야! 내가 수배 걸렸으면 너희도 같이 걸린 거야!]

갑자기 분통을 터트리는 워커 실트7!

이럴 때가 아니다!

“야, 우선 도망부터 치자! 튀면서 생각하면 돼!”

[도망 못 쳐! 저 빛의 기둥! 앵커 마법이 좌표를 고정했어! 지금 이 도시는 작살에 꽂힌 고래야! 빌어먹을 젠장!]

“망했어요! 우리는 완전히 망했어요! 이제 곧 압류팀 쏟아질 거예요!”

[확률상 말도 안 돼요! 말이 안 된다니까요! 이럴 리가 없어요!]

“나도, 나도 쌩쌩이 한 번만 타보면 안 될까!?”

“도련님! 위험해요. 제 뒤로 오세요!”

빛의 기둥을 가리키며 절망하는 셋!

자동차를 보고 환호하는 특급 헌터와 데이몽 발도!

심상치 않은 상황을 눈치채고 웅성거리는 조폭과 용역 헌터들!

“하늘에 저 도시는 뭐야?”

“빛의 기둥은 또 뭐고!”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이세기! 우리 돌아갈 수 있는 거 맞냐!?”

‘아니, 이 녀석들 멘탈이 왜 이렇게 약해!?’

“야! 대책 찾고 있잖아! 기다려 봐!”

버럭 소리쳐 용역 헌터들의 기를 죽인 천문석은 다시 워커7에게 확인했다.

“저 앵커 마법, 빛의 기둥을 끊으면 도망칠 수 있지!?”

[뭐!? 야, 저거 12개 반마탑으로 증폭된 앵커 마법이야! 빛의 기둥 저거 본질은 강철 도시에서 흘러내리는 금력이라고! 저걸 끊으려면 케페니안의 빛이나 같은…….]

이때 귀에 익은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띠디디디디디딛디-

“……!”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자 아득한 하늘에서 황금 풍뎅이가 날아오는 게 보였다!

[스카라베 엘리트 마법사!]

“채권 추심원이 벌써 왔다고!?”

경악한 워커7과 엘프가 외치는 순간.

특급 헌터가 벌떡 일어나 퐁퐁검을 흔들었다.

퐁퐁, 퐁퐁퐁퐁-

“나 여기 있어! 반짝이 왔구나! 어디 갔던 거야? 나 엄청 찾았잖아!”

특급 헌터를 확인하는 순간 하늘에서 빙글빙글 원을 그리는 반짝이!

띠디디딛딛디-!

파파파파파팟-!

기계음과 번쩍이는 섬광이 쏟아졌다.

“뭐? 사슴이가 막는 동안 얼른 도망치라고!? 특급 헌터는 동료를 버리지 않는다! 퐁퐁이! 거복이! 반짝이! 출동……!”

“야, 멈춰!”

천문석은 재빨리 특급 헌터를 낚아채고 확인했다.

“특급 헌터! 저기 언덕 위에 사슴이 맞지!? 사슴이한테 저 빛의 기둥 끊으라고 명령할 수 있어!?”

“뭐!? 당연히 안 되지! 여기서 엄청 멀잖아! 아무리 크게 소리쳐도 안 들리……!”

“반짝이! 반짝이 통해서 전하면!?”

“앗! 그렇지! 그렇게 하면 되지!”

특급 헌터는 입가에 손을 모으고 크게 외쳤다.

“반짝이! 사슴이한테 저 빛 싹뚝 자르라고 전해 줘!”

[야! 소용없어! 스카라베 놈이 어떤 놈들인데 공짜로 금력을 소모해서…….]

“워커님 말이 맞아요! 이세기님과 동료분들은 그냥 저 고속 갤리선 타고 도망치세요!”

[스카라베가 금력을 소모해서 해 줄 확률은…….]

워커7, 엘프, 아수라의 외침은 돌연 뚝 끊겼다.

띧디디디딛딛-

반짝이의 기계어 울음과 발광 신호가 터지는 순간.

구으으으으응-

천지를 떨어 울리는 거대한 울음소리와 함께 초진동 톱날 집게가 빛의 기둥을 싹둑 잘라 버렸다!

* * *

“…….”

“…….”

[…… ]

갑판 위에 내려앉은 침묵은 워커7의 경악한 외침에 깨졌다.

[스카라베 전사가 저걸 왜 잘라!]

“금력을 사용했어!”

[말도 안 돼! 이럴 확률은……!]

[꼬맹이 너 어떻게 한 거야!? 스카라베 놈들은 누가 부탁한다고 들어 주는 놈들이 아닌데!?]

워커7이 다급히 외치는 순간.

파스스슥-

강철 도시에서 물이 쏟아지듯 다시금 빛이 흘러내렸다!

흘러내린 빛으로 뚝 끊겼던 빛의 기둥은 바로 복원됐다.

흐어어어-

으아아아-

모든 사람의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올 때.

특급 헌터는 다시금 입가에 손을 대고 외쳤다.

“앗! 다시 이어졌잖아! 계속계속 자르라고 전해 줘!”

띧디디디디딛-!

다시 한번 발광 신호가 전해지고 싹둑, 싹둑 빛의 기둥이 이어질 때마다 잘려 나갔다.

[…… 어, 어어!?]

“……이게 가능하다고!?”

[확률상 말이 안 되는데. 이럴 리가 없는데…….]

워커7, 엘프, 아수라, 용역 헌터들과 다른 동료 모두가 스카라베 전사, 마법사, 특급 헌터를 멍하니 봤다.

딱-

천문석은 워커7 앞에서 손가락을 튕기고 외쳤다.

“야! 어때? 빛의 기둥 계속 자르면 도망칠 수 있겠냐!?”

흠칫 놀란 워커7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 상태라면 움직일 수 있어! 하지만 결국 시간을 버는 것뿐이야!]

“맞아요! 이미 좌표가 넘어갔어요! 이 상태면 길어야 1시간! 1시간이면 스카라베 압류팀이 도시에 쏟아져 딱지를 붙일거예요!”

[차원 도약! 열사의 사막 경계를 넘어 다른 세계의 나무로 도약하면 추적 끊을 수 있습니다!]

[뭐? 안 돼! 다른 세계의 나무로 도약하면, 수집한 차원 좌표 전부 날아간다! 게이트 못 열어!]

“이세기님과 동료분은 반드시 게이트 너머로 보내야 해!”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차원 도약으로 도망치지 않으면, 스카라베 도착하고 …… 2시간이면 도시 전체가 압류당합니다!]

……

천문석은 귀로는 세 사람의 외침을 듣고 눈으로는 동료들과 하늘에 드리워진 강철 도시를 살폈다.

강철 도시에서 스카라베 압류팀이 쏟아질 때까지 남은 시간 1시간!

스카라베 압류팀 도착 후 도시가 넘어갈 때까지 걸리는 시간 2시간!

남은 시간은 3시간!

데드라인이 정해졌으니 여기서 맞춰서 계획을 세우면 된다!

머릿속에서 불꽃이 튀기고 상황과 사람이 정리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수백 명의 사람과 수조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도시 주민이 얽힌 사건!

이 모든 사람을 목적에 따라 나누면 넷이다!

1. 지구로 돌아갈 동료와 용역 헌터.

2. 고향으로 돌아갈 워커 실트7과 엘프.

3. 열사의 사막 경계 너머 이세계로 넘어갈 현지인들.

4. 강철 도시를 피해 도망쳐야 하는 기동 병참 도시의 주민들.

서로 다른 목표를 가진 네 집단의 목표를 모두 충족시키는 계획을 짠다!

가장 먼저 확인할 건 게이트!

“워커! 게이트 여는 데 얼마나 걸리냐!? 이 도시 마도 엔진에 시동은 걸었어!?”

[…… ]

엘프가 나서서 외쳤다.

“이 자동마차 만드느라 아직 이에요!”

워커7은 우물쭈물 대답했다.

[아니…… 이럴 줄 몰랐지. 일주일은 시간인 줄 알았는데…….]

“잠깐! 시동 거는데, 얼마나 걸려? 그것부터!”

[…… 엔진실에 설치하면 1, 2시간이면 주 엔진 작동할 수 있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마도 엔진 다시 분리 못한다…….]

“특급 헌터?”

“괜찮아!”

자동차 앞에 쪼그려 앉아 쿨하게 답하는 특급 헌터.

“그럼 바로 그렇게 하고 게이트 열어 줘!”

“게이트 열려면 상대 쪽에서 차원 좌표를 잡아줘야 해요!”

“이쪽에서 연락해서! 좌표 잡아달라고 할 수 없어!?”

“가능은 한데…….”

엘프는 주저하다가 귓가에 속삭였다.

“……먼저 연락하면 ‘워커 실트’가 이 도시의 정체를 알아챌 거예요. 그렇게 되면 더는 거래가 불가능해져요.”

지구의 W. S. 인더스트리와의 거래할 수 없다는 이야기!

하지만 이건 이미 아수라와 이야기가 끝났다.

“아수라?”

[이미 새로운 거래선 확보하기로 이야기가 끝났습니다! 바로 연락해서 좌표 따겠습니다!]

“게이트 여는 데 얼마나 걸릴까?”

[주 엔진 시동 걸고, 반대쪽에서 차원 좌표 고정해 주면 바로 열 수 있다. 다해서 2, 3시간이면 된다!]

데드라인에 아슬아슬하게 걸린다!

“게이트 열리는 위치는?”

엘프는 언덕 위를 가리켰다.

“중앙 통제실! 그 건물 앞에 열려요!”

게이트 문제가 해결되는 순간 머릿속 퍼즐의 마지막 조각이 맞춰졌다!

이번 계획은 심플하다!

스카라베 압류팀이 도착할 때까지 1시간!

압류 절차가 끝나고 도시가 넘어가는데 2시간!

이 3시간 동안 스카라베 압류팀을 막아 내며 마도 엔진에 시동을 걸어 지구행 게이트를 연다!

그리고 열사의 사막 경계를 넘는 순간 고속 갤리선과 하늘 고래호가 이탈하고, 기동 병참 도시는 차원 도약하면 된다.

가장 큰 난관은 게이트를 열때까지 스카라베 압류팀을 막아 내는 것!

‘가능할까?’

천문석은 문득 고개를 들어 주위를 돌아봤다.

워커7, 엘프, 아수라 비서.

특급 헌터, 퐁퐁이, 거복이, 반짝이, 사슴이.

최설, 진교은, 한호석 교수, 허준.

왕체, 최림, 김기철, 용역 헌터 100여명.

이원, 여량위.

고속 갤리선과 대륙 상단의 무사들.

아카린, 섬초, 데이몽 발도.

우론, 소니아.

하늘 고래호와 선원들.

파티마, 압둘라, 오마르 장로.

갑판 위에 가득한 동료들을 보는 순간 바로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아니, 뭐가 이렇게 많아!?’

그렇다!

이번에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동료가 있다!

절정, 초절정에 발을 걸친 동료만 해도 하나둘이 아니다!

지금 이곳에 있는 동료들과 함께라면 할 수 있다!

천문석은 확신이 드는 순간 바로 움직였다.

쿠우우우웅-

발을 굴러 갑판을 흔들고 내력을 담아 외쳤다.

[야! 집중! 나한테 계획이 있다!]

모두의 시선이 모이는 순간 계획을 쏟아 냈다.

“일주일이 지금이 되고 작은 걸림돌이 생긴 것뿐! 계획의 본질은 바뀌지 않았다!”

“계획대로 우리는 게이트를 넘어 지구로 돌아간다!”

“마경의 경계를 향해 도망치면서, 주 엔진에 시동을 걸고 지구행 게이트를 연다!”

“지구행 게이트가 열리면, 지구로 돌아갈 사람들이 게이트를 넘는다!”

“그리고 도시가 경계를 넘는 순간 하늘 고래호와 고속 갤리선이 빠져나간다!”

“마지막으로 이 도시 전체가 차원 도약으로 스카라베의 추적을 뿌리치고 도망치면 된다!”

천문석은 주위를 돌아보며 눈을 마주쳤다.

“모두 알아들었지? 어때 생각보다 간단하지!? 3시간! 3시간만 버티면 된다!”

“…….”

“…….”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동료 모두의 시선은 하늘에 드리워진 신기루 너머 도시에 꽂혀 있었다.

쿵쿵, 쿵쿵쿵쿵-

마치 거대한 북이라도 된 것처럼 하늘을 뒤흔들고 있는 강철 도시.

이 강철 도시에서 거대한 물결이 일어나고 있었다!

수천, 수만!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풍뎅이와 사슴벌레, 딱정벌레 같은 곤충들!

거대한 곤충의 물결이 파도가 되어 몰아치고 있었다!

천문석은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다 물었다.

“……스카라베 압류팀?”

[어!]

“네!”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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