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805화 (806/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805화>

우와아아아아아아-

칠성파의 김기철과 조폭들.

철검장의 왕체, 최림과 정예들.

고액 의뢰비에 혹해 의뢰를 받았다가 개고생을 한 용역 헌터와 전문 추적팀까지.

100여 명의 헌터들이 눈물을 줄줄 흘리며 미친 듯이 환호성을 질렀다.

“시바, 드디어 드디어!”

“으아아- 지구로 돌아간다!”

“이세기님! 믿었습니다!”

“마스터 감사, 감사합니다!”

“역시 강철 해머의 조카!”

“앞으로 감사하며 살겠습니다!”

……

천문석은 특급 헌터를 세발자전거에 내려놓았다.

“저기 기다리는 동료들부터 만나고 사슴이, 반짝이 같이 찾으러 가자.”

“알았어!”

신나게 외치고 기잉, 기잉- 자전거 페달을 밟는 특급 헌터.

천문석은 세발자전거를 탄 특급 헌터와 함께 함성을 지르는 헌터들을 가로질렀다.

이제 지금껏 기다려 준 이원과 여량위, 같이 이상 던전에 들어온 최설, 진교은, 허준, 한호석 교수님과 이야기 할 때였다.

“으으으- 아파! 이마 꾹꾹 쪼는 거 같아! 여기 어디야!?”

“으으윽- 머리가 쪼개질 거 같아! 며칠이나 지났냐? 아니, 우리 어디에 있냐?”

세발자전거 바구니에 탄 섬초와 아카린은 정신은 차렸지만, 여전히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중.

천문석은 간단히 설명했다.

“여기 열사의 사막. 아! 아카린 네가 술 배달한다는 열사의 사막이 아니라 경계 너머에 있는 열사의 사막…….”

“경계 너머! 냐얔-!?”

“경계 너머에 있는 열사의 사막이면 스카라베 왕국이잖아! 너 제정신이야!?”

아카린과 섬초가 경악해서 외쳤다.

“걱정할 거 없다. 이 도시는 안전한 장소…….”

이때 보이는 게 있었다.

대륙 상단 무사들이 활짝 열린 선실 문에서 들고나오는 너무나 익숙한 나무 궤짝.

5관 금괴가 담긴 궤짝!

순간 머릿속에서 아수라 비서의 기계음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런데 소지품은 최소한으로 가져가야 한다.]

[그런데 소지품은 최소한으로 가져가야 한다.]

[그런데 소지품은 최소한으로 가져가야 한다.]

“……!”

다리에 힘이 풀리고 아찔한 현기증에 천지가 빙글빙글 돌아갈 때 사방에서 터져 나온 외침들!

“이세기! 우리 당장 튀어야 해! 스카라베 놈들한테 걸리면 그대로 끝장이다! 개미굴, 하수구 광산, 늪지 농장 어디로 끌려 갈지 몰라…….”

“빨간 하누만 말이 맞아! 스카라베 놈들 완전히 미친놈들이야! 균열에 떨어졌던 우리 엄마도 간신히 도망쳐 렉카를 하느라 엄청난 고생을…….”

부아아아아앙-

[여기에 있다고? 어디 있…… 찾았다! 야, 마스터 꼬맹이 당장 나와랏! 바퀴 셋은 어린이용이라고 했지!? 그래서 만들어왔다! 바퀴 넷! 듀얼 엔진! 가변 차체! 37가지 마력 회로 내장! 타이탄 복합장갑 차체! 특특특급 쌩쌩이! ‘신 우레 폭풍호’ 가져왔다! 카카카카캌-]

“대인! 저 깨어났습니다! 대인을 보필하러 바로 달려왔습니다!”

아카린, 섬초, 워커 실트7, 데이몽 발도의 외침이 쏟아지는 순간.

현기증에 비틀거리던 천문석은 이를 악물고 다리에 힘을 줬다!

아직 확실한 건 아니다!

이 금괴를 지구로 가져가지 못한다고 확정된 건 아니다!

‘바로 확인한다!’

부아아아아아앙-

이때 널빤지 다리를 올라오는 작은 자동차가 보였다!

[꼬맹이 마스터! 여기 있었구나! 카카캌-]

“이세기 대인 여기 계셨군요!”

워커7과 데이몽 발도!

천문석은 바로 작은 자동차를 막고 외쳤다.

“111명! 게이트 111명 통과해야 한다! 짐 얼마나 가지고 넘어갈 수 있어!?”

[뭐!? 무슨 사람이 그렇게 많아!]

“사정이 있어! 거래 물품 다 빼고 사람만 넘어갈 거야! 추가로 얼마나 짐 가지고 넘어갈 수 있어!?”

워커7은 휙- 분필을 꺼내 검은 차체 위에 미친 듯이 수식을 휘갈겨 썼다.

[111명! 주 엔진 시동 걸면 출력은 문제없고. 반 마탑, 반전능 옥좌도 휴면 상태고. 사람들은 최소한의 옷만 입는 거로 계산하면…… 여유분은…… 대략 120kg?]

가져갈 수 있는 무게는 120kg!

1관, 3.75kg!

5관 금괴 1개, 18.75kg!

궤짝 하나에 든 5관 금괴 6개, 112.5kg!

‘금괴 궤짝 9개가 있는데 가져갈 수 있는 건 한 상자라고!?’

이 현실을 참을 수 없었다.

천문석은 하늘을 향해 일기일원공의 내력을 실어 외쳤다.

[하늘님! 저한테 왜 이러세요!]

놀랍게도 대답이 돌아왔다.

구으으으으으으응-

천지를 떨어 울리는 거대한 울음소리로!

그리고 보였다.

기동 병참 도시 최정상 언덕 위.

완만하게 휘어진 거대한 톱날 집게.

검은 강철처럼 반짝이는 키틴질 갑각.

중앙 통제실 건물을 성냥갑처럼 보이게 만드는 수백 미터가 훌쩍 넘는 몸!

초거대 사슴벌레!

신동대문 몬스터 웨이브와 지하 터널에서 봤던 초거대 사슴벌레가 나타났다.

기동 병참 도시 정상, 중앙 통제실에!

* * *

구으으으으으응-

천지를 떨어 울리는 울음소리가 다시 한번 터지자 얼어붙었던 사람들이 다급히 외쳤다.

“거대 괴수!?”

[스카라베!?]

“저거 스카라베잖아!”

[그냥 스카라베 아냐! 채권 추심원! 엘리트 전사다! 스카라베 엘리트 전사가 나타났어! 어떻게 은폐 마력장을 뚫은 거야!?]

“야, 걱정할 거 없어! 쟤 적이 아냐! 얘 친구야!”

천문석은 특급 헌터를 다시금 번쩍 들어 올렸다.

“맞아! 쟤는 내 친구야! 이름은 사슴이! 방금 실종됐다가 다시 돌아와서 바로 나! 대두목을 부르고 있어!”

특급 헌터는 환해진 얼굴로 당당히 외쳤다.

“네? 대두목이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스카라베에 친구가 어디 있어! 쟤들은 친구 그런 거 없어!]

벙찐 엘프, 버럭 화를 내는 워커7.

[맞아요! 사장님! 스카라베는 철저한 자본 주의 사회…….]

“사슴이는 내 친구가 맞아! 들어 봐! 지금 나를 엄청 열심히 부르고 있잖아!”

특급 헌터는 퐁퐁검을 사슴이 울음소리에 맞춰 흔들며 말했다.

퐁퐁, 퐁퐁퐁-

“지금 이렇게 말하잖아! 대두목 얼른 나오세요! 큰일 났어요! 앵커 마법이 은폐 마력장에 구멍 뚫고. 강철 도시로 날아가려고 해서 반짝이랑 직원이랑 열심히 막고 있습니다! 저도 잡으러 열심히 쫓았는데 이제 잘 보이지도 않아요. 응? 앵커 마법? 은폐 마력장? 구멍? 강철 도시? 직원?”

연신 고개를 갸웃하던 특급 헌터는 버럭 소리쳤다.

“으악- 하나도 못 알아듣겠잖아! 쉽게 말하라고 쉽게!”

특급 헌터가 분통을 터트리는 순간.

엘프와 워커7, 아수라는 사색이 된 얼굴로 외쳤다.

“앵커 마법!?”

[강철 도시? 스카라베 강철 도시!]

[은폐 마력장에 구멍이 뚫……! 설마, 그 수치 요동이! 당장 막아야 해!]

아수라 비서는 단숨에 갑판에서 뛰어내려 이동 성채 도시를 향해 외쳤다!

[부유 마법 회로! 당장 멈춰! 마력 공급 끊어야 한다! 지금 거기에 마력 공급하면 안 돼!]

작업 중인 관리들은 반사적으로 움직여 부유 마법 회로에 마력을 공급하는 마력 회로를 끊기 시작했다.

아수라 비서는 바로 중앙 통제실에 연락하려 했다.

그러나 부유석 부두는 보안 때문에 전화기가 설치되지 않은 상황.

전력 질주로 역을 향해 달렸으나 늦었다.

궁, 궁, 궁-

맥동하는 듯한 소리와 함께 마력석 엔진의 마력이 쏟아졌고.

팟, 파파팟-

미처 연결을 끊지 못한 부유 마법 회로에 마력이 공급됐다.

이동 성채 도시 곳곳에서 푸른 마력 회로가 생겨나고 이동 성채 도시가 천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동 성채 도시는 와이어에 끌려 부유석 부두로 올라오고 안정적으로 고정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두 가지 문제가 있었다.

앵커 마법이 밤새 탱탱볼처럼 튕기며 은폐 마력장에 담긴 마력을 계속 빨아드렸고.

스카라베 전사 사슴이가 거대화하기 위해 중앙 통제실에 펼쳐진 공간 왜곡 결계의 마력을 흡수했다.

마지막 한 방울의 물방울에 잔에 가득 담긴 물이 넘치듯.

부유 마법 회로가 기동 병참 도시의 마력 공급망에 막타를 쳤다.

가늘게 이어지는 마력 공급망에 한계 이하의 부하가 걸리는 순간.

마력 블랙아웃(Blackout), 대정전이 일어났다!

부유 마법 회로에 전해지던 마력이 뚝- 끊기고.

전력망과 연결된 전등, 보안문, 엘리베이터가 멈췄으며.

도시 전체를 덮은 은폐 마력장이 물거품처럼 팟, 팟- 터져 나가기 시작했다!

이 순간 공간의 경계를 걷고 있던 초거대 악어거북이 현상 공간으로 밀려 나왔다!

휘잉, 쿠르릉-

돌풍이 몰아치고 땅이 요동칠 때.

팟, 파파파팟-

하늘에서는 빛과 어둠, 낮과 밤이 교차했다!

이 순간 모두는 볼 수 있었다.

어둠에 먹혀 밤이 된 도시에서 탱, 탱- 포물선을 그리며 점점 더 높이 솟아오르는 섬광을!

[앵커 마법!]

“앵커 마법!”

[앵커 마법!]

비명 같은 외침이 터지는 순간 탱탱볼처럼 튕기던 섬광은 이 도시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떨어졌다!

도넛 모양의 건축물, 반전능 옥좌와 12개의 전파 안테나, 반마탑이 있는 언덕 정상으로!

[안 돼! 반마탑은 안 돼!]

경악한 워커 7이 외치는 순간.

구으으으으으으-!

천지를 떨어 울리는 울음소리와 함께 거대한 톱날 집게가 하늘을 향해 솟구쳤다!

부우우우우웅-

초진동 톱날 집게에는 마신의 강림체조차 일격에 산산조각낼 엄청난 힘이 담겨 있었다!

[그렇지! 박살 내라!]

“제발! 제발 잡아야 해!”

그러나 초진동 톱날 집게가 상대하는 건 거대한 마신의 강림체가 아니었다.

탄력 있게 튕기는 작은 섬광, 앵커 마법이었다.

앵커 마법은 톱날 집게가 콰드득- 맞물리는 사이로 쏙- 빠져나와 중앙 통제실 한가운데 빈 공간에 떨어졌다.

태애앵-

즉시 튕겨 올라 중앙 통제실 위에 세워진 전파 안테나, 반마탑에 닿았다.

순간 앵커 마법은 팟- 물거품이 꺼지듯 사라졌다!

“사라진 거야!?”

“저거 없어진 거 맞지!?”

기대 어린 외침에

절망 어린 대답이 돌아왔다.

[뭐가 이렇게 재수가 없어! 으아악-!]

“하필 반마탑에 떨어지다니!”

[말도 안 돼! 부유 마법, 은폐 마력장, 공간 왜곡 결계! 이 모든 게 우연히 뚫리고 마력을 끊은 반마탑에 떨어졌다고!? 이건 확률상 말이 안 돼요!]

그리고 순식간에 모든 일이 일어났다.

파파파파팟-

병렬로 연결된 12개의 반마탑에 마력광이 생겨나고.

파아아아앙-

공중의 초점을 향해 12개의 섬광이 쏘아졌다.

하나로 합쳐진 12개의 섬광은 거대한 빛의 기둥이 되어 단숨에 하늘로 솟아 올랐다!

간신히 남아 있던 은폐 마력장이 날아가고.

차원 방벽이 달걀 껍질처럼 와그작 깨져나갔다.

순간 밤과 낮이 교차하는 하늘에 거대한 신기루가 드리워졌다.

연기를 뿜어내는 수백 개의 굴뚝과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쿵, 쿵- 맥동하는 도시.

거대한 강철의 도시가 신기루 속에 거꾸로 펼쳐졌다!

이 도시를 아는 사람뿐 아니라 처음 보는 사람도 같은 이름을 떠올렸다.

‘강철 도시!’

빛의 기둥, 앵커 마법은 하늘의 강철 도시와 지상의 기동 병참 도시 를 하나로이었다.

그리고 초거대 악어거북이 공간의 경계에서 완전히 빠져나오는 순간 교차하는 낮과 밤이 낮으로 고정됐다.

부유석 부두, 중앙 통제실, 도로, 건물, 시장, 기차…….

기동 병참 도시의 모든 장소의 모든 사람은 하늘을 바라봤다.

종족, 나이, 성별, 생각 모든 것이 달랐지만, 빛의 기둥으로 연결된 스카라베의 강철 도시를 보는 사람들은 모두 같은 생각을 했다.

‘좆 됐다.’

그리고 천문석은 하늘을 바라보며 방금 전 외쳤던 말을 다시 했다.

“하늘님. 저한테 왜 이러세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