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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804화 (805/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804화>

[야, 이 씹!]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온 욕설!

인공 정령 아수라는 흠칫 놀랐다.

KCS 시리즈는 위대한 마도 황제 폐하께서 직접 만드신 인공 정령.

그런 자신이 분노해서 욕설을 쏟아 내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후, 하- 내가 잘 설명…….]

재빨리 심호흡으로 분노를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이성적으로 설명하려 할 때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이세기님!”

불쑥 튀어나와 절박한 얼굴로 외치는 파티마.

“아…….”

이세기는 불길한 탄성을 터트리더니 겸연쩍게 웃었다.

[너……?]

“하하- 아수라. 한 명 더 추가…….”

[…… ]

인공 정령 아수라는 어제부터 지금까지 만 하루도 안 되는 시간 동안 많은 일을 겪었다.

새로운 마스터에게 아수라라는 이름을 받고 딱지치기, 구슬치기, 말뚝박기, 달리기 온갖 승부를 했다.

그 결과 이마가 볼록 솟을 정도로 딱밤을 맞고, 스캔이 안 되는 이상한 조각상으로 쿵쿵 전신에 도장을 찍혔다.

그 일들에 비하면 지금 이 황당한 요청은 사소한 일이었다.

반마탑과 반전능 옥좌로 만든 게이트는 비대칭 임시 게이트.

제대로 된 게이트와 달리 열 수 있는 시간, 옮길 수 있는 총량이 이미 정해졌으니 그냥 사실을 말하면 된다.

그러나 잔에서 물을 넘치게 하는 건 마지막 한 방울의 물방울이었다.

지금 그 마지막 한 방울의 물방울이 가득 차오른 인내심이라는 잔에 떨어졌다.

머릿속에서 무언가 뚝- 끊기는 순간 인공 정령 아수라는 폭발했다.

[야, 이! 그게 뭔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이거 반(半)마탑! 반(半)전능 옥좌로 간신히 연 반(半) 게이트야! 열리는 시간 7초 남짓이라고! 111명? 11명도 아니고 111명이 어떻게 게이트를 통과해! 못해! 절대 안 돼!]

기계음이 터지는 매 순간 머리 위에 생겨나는 문자, 반(半)!

“잠깐! 아수라 흥분하지 말고 들어 봐! 절대 의도한 게 아냐! 나도 깜빡…….”

순간 등 뒤에서 전해지는 섬뜩한 시선!

천문석은 힐끗 고속 갤리선을 살폈다.

갤리선 난간에 참새처럼 줄줄이 달라붙어 기대 어린 시선을 보내는 조폭과 용역 헌터들!

천문석은 빙글- 용조수를 펼쳐 아수라 비서의 손을 낚아채고, 성큼- 생사팔문의 보법으로 거리를 벌렸다.

[어, 어…….]

저절로 풀리는 팔과 자신도 모르게 움직이는 다리!

아수라 비서는 천문석에게 끌려 단숨에 20여 미터를 나아갔다.

[어떻게! 점멸!? 아냐! 너 지금 경계를 밟았어!? 어떻게!? 너 어떻게 경계를 밟은 거야!?]

“너 이거 알아보는구나! 맞아! 경계, 생사의 간극을 밟은 거야! 예전에 마도 쟁투라고 몇 번이나 죽을 뻔한 개빡센 싸움이 있었는데 그때 생사가 갈리는 경험을 하면서 만든…… 야,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버럭 소리친 천문석은 재빨리 목소리를 낮춰 속삭였다.

“이건 나중에 이야기하고! 111명! 어떻게 게이트 넘을 방법 없을까?”

[방법이고 자시고! 이거 반(半) 게이트라니까! 말이 게이트지 카이만 제국 혈마법 포탈보다 실용성이 떨어져. 이동 시간 7초! 옮길 수 있는 무게, 가치 총량에도 제한이 있고 이쪽과 반대쪽 양쪽에서 차원 좌표를 잡고 있어야 해! 저쪽에 보내 줄 마석, 마수 부산물, 마도구를 반으로 줄여도…… 111명은커녕 60명도 힘들어. 차라리 대략 한 달에 한 번 게이트가 열리니 30명씩 옮기면…….]

처음 듣는 단어, 개념이 쏟아져 나왔지만, 핵심은 바로 이해가 됐다.

111명을 한 번에 게이트로 옮길 수 없으니 차라리 인원을 나눠 몇 달에 걸쳐 옮기자는 것!

그러나 워커7과 엘프에게는 시간이 없다.

두 사람은 자신이 지구의 워커 실트에게서 ‘물건’을 회수해 보내 주는 즉시 고향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두 사람 없이 용역 헌터들을 남겨 두고 떠나면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른다.

혹시 모를 변수를 생각하면 어떻게든 이번 한 번에 깔끔하게 처리하는 게 최고다!

‘방법이 없을까!?’

순간 스파크가 튀듯 머릿속에 단어가 툭툭 튀어나왔다.

마석, 부산물, 마도구!

기동 병참 도시, 반전능 옥좌, 반 마탑, 반게이츠!

에어컨, 자재, 설비, W. S. 인더스트리!

이 도시 곳곳에 보이는 에어컨과 전자기기, 보이지 않는 막대한 자재는 W. S. 인더스트리와의 거래로 얻은 것!

인공 정령 아수라는 게이트를 넘어갈 마석과 부산물, 마도구 반을 덜어 내도 60명도 보내기 힘들다고 말했다!

역으로 말하면 이 물품을 모두 빼 버리면 111명 전원이 넘어갈 수 있지 않을까!?

천문석은 바로 확인했다.

“거래 물품을 모두 빼면 어떨까? 그러면 111명 가능하지 않을까!?”

[…… 뭐?]

멍한 얼굴로 반문하는 아수라 비서.

다음 순간 비명 같은 외침이 터져 나왔다.

[야, 거래 물품 전부 다 빼면, 넘어오는 물품도 끊겨! 당연히 도시 물류도 터지고! 신뢰가 깨지면 거래도 끝장이다! 여기서든 저쪽에서든!]

아수라 비서가 말한 대로다.

부유석 부두에 모여든 엄청난 수의 상인들!

그 상인들이 이 도시에 오는 건 W. S. 인더스트리에서 넘어오는 막대한 물자 때문이다.

그 물자가 끊기고 물류 흐름이 멈추면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된다.

게다가 이 도시를 찾아오는 상인들과 지구의 W. S. 인더스트리 양쪽 모두와 쌓아 올린 신뢰에 금이 가게 된다.

어차피 자신과 특급 헌터, 워커7과 엘프 동료 모두는 떠날 도시다.

그러나 자신들이 떠나도 수많은 인간과 수인, 이종족이 사는 이 기동 병참 도시는 남는다. 그런 피해를 감수하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하, 시바 어떡하지? 그냥 제비뽑기를 시킬까!?’

제비뽑기를 말하는 순간 길길이 날뛸 용역 헌터 104명이 눈에 선했다!

‘차라리 배틀 로열로 넘어갈 사람을 뽑을까!? 이겨도 체력이 확 깎여서 제대로 반항을 못할 테니까…….’

이때 칠성파 김기철의 외침이 들려왔다.

“이세기! 너 뭐하냐? 둘이서 이야기하지 말고 가까이 와라! 우리도 들을 수 있게 말해!”

눈빛과 목소리에 담긴 의심!

칠성파 김기철은 어느새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걸 눈치챘다!

김기철뿐만이 아니다.

난간에 붙은 왕체와 최림, 용역 헌터들의 눈에도 의심이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었다!

제한된 정보만 아는 김기철과 용역 헌터들을 속이는 건 일도 아니다.

그러나 천문석은 지금껏 구라는 쳐도 신의를 저버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조폭과 용역 헌터들은 팔다리에 경련이 일어날 정도로 노를 저어 신의를 지켰다!

당연히 자신도 신의로 대답해야 한다!

천문석은 아수라 비서의 손을 잡고 성큼성큼 뛰어 단숨에 갑판 위에 내려섰다.

멀리 있을 때와는 확연히 다른 존재감!

마치 거대한 산이 굽어 보는 듯한 압박감이 쏟아졌다!

“……!”

“……!”

흠칫 놀란 김기철과 용역 헌터 모두가 자신도 모르게 한 발 뒤로 물러설 때.

천문석은 입을 열었다.

“좋은 소식과…….”

콰앙-

이 순간 선실 문이 열리고 세발자전거가 튀어나왔다.

위이이이잉-

그리고 들려오는 외침.

“알바아아! 큰일 났어! 엄청난 대사건이야! 사슴이, 반짝이가 사라졌어! 내가 불렀는데도 안 나와! 그리고 원숭이랑 여우 털이 없어졌어! 여기 봐! 여기, 여기! 누가 빡빡 밀었어! 분명 적이 침입한 거야!”

구으으-!

기이이-!

퐁퐁이와 거복이가 고개를 끄덕일 때 세발자전거는 용역 헌터들을 가로질러 천문석 앞에 멈췄다.

앞 바구니에 웅크린 섬초.

“냐아앜- 내 머리! 으으- 내 이마 왜 이래!”

뒷좌석에 널브러진 아카린.

“으윽- 여기는 어디야……? 이마가 쪼개지는 거 같아…….”

그리고 정신없이 소리치는 꼬맹이 특급 헌터.

“알바! 사슴이 반짝이 실종됐어! 내가 불렀는데도 안 나온다니까! 빨리 신고해야 해! 경찰! 경찰서 찾아가야 해!”

“그렇구나. 지금 중요한 이야기 중이니까. 조금 있다가…….”

순간 벼락 치듯 머리에 떠오르는 이름이 있었다!

장강 유통!

게이트 너머로 보내는 물품을 뺄 수 없는 건 W. S. 인더스트리에서 보내 주는 수많은 물건 때문이다!

에어컨, LED 전구 같은 가전부터 철강, 콘크리트, 철로 같은 원자재까지!

이 거대한 도시를 지탱하고 사방에서 몰려든 상인들과 거래할 정도로 엄청난 규모!

역량, 신뢰도, 자금력, 영향력!

어지간한 기업은 이 거래에 낄 엄두도 내지 못한다!

그러나 특급 헌터, 이 기동 병참 도시의 새로운 마스터는 장강 유통, 장민 대표의 아들이다!

그리고 장강 유통은 어지간한 기업이 아닌 초고가의 마도구와 나이트 아머 거래까지 주선하는 ‘대기업’이다!

‘장강 유통’은 가전에서 원자재까지 엄청난 물자를 공급할 역량, 신뢰도, 자금력, 외압을 막을 영향력 모두를 가지고 있다!

즉, W. S. 인더스트리에서 장강 유통으로 거래처를 바꾸면 모든 게 해결된다!

“아수라! 방법 있다!”

천문석은 세발자전거에 탄 특급 헌터를 번쩍 들어 올렸다.

“알바! 친구들 찾는 거 도와주려고!?”

반색하는 특급 헌터.

“잠깐 이거부터 처리하고! 아수라…….”

[야, 이건 반칙이잖아! 물류 끊기면 도시 전체가 난장판이……!]

“뭐! 나랑 완전 친한 알바가 해 달라잖아! 얼른 해 줘! 나랑 사슴이 반짝이 찾으러 가야 한단 말야!”

특급 헌터가 버럭 소리치는 순간 인공 정령 아수라 비서의 얼굴이 사색이 됐다.

[아니, 잠깐만 사장님 그게 아니라…….]

“그런 거 아냐. 특급 헌터.”

천문석은 재빨리 특급 헌터를 내리고 말했다.

“아수라, 명령으로 찍어 누르자는 게 아냐! 거래선을 바꾸면 된다! ‘장강 유통’이라고 모든 걸 공급할 거래선이 있다!”

[…… 이거 게이트를 이용한 비대칭 거래다. 역량이 돼도 신뢰 없이는…….]

“여기 해결방법이 있다!”

천문석은 특급 헌터를 아수라 앞으로 내밀었다.

“특급 헌터! 장강 유통 대표가 누구지?”

“엄청 짠돌이야! 내가 특급 쌩쌩이 부숴 먹었다고 절대 다시 안 사줘! 고등어! 매일매일 고등어 먹였어! 앗! 사우나! 사우나 가서 때 밀다가 죽을 뻔했다니까! 그리고…….”

[…… ]

“…….”

“…….”

인공 정령, 용역 헌터들의 차게 식은 시선이 쏟아질 때.

천문석은 재빨리 특급 헌터의 말을 끊었다.

“야! 그게 아니라! 장강 유통 장민 대표님! 너랑 관계가 어떻게 되냐고!?”

특급 헌터는 고개를 갸웃하며 한참을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장민……? 우리 삼촌 동생인데?”

와! 이 황당한 꼬맹이 녀석! 상상도 못했다!

말문이 컥 막히는 순간.

[…… 앗! 설마!]

아수라가 뭔가 깨달은 탄성을 터트리고 용역 헌터 무리 곳곳에서 경악한 외침이 튀어나왔다.

“우리 삼촌 동생? 그게 누구야?”

“엄마 아냐?”

“아니지! 엄마면 당연히 엄마라고 말했겠지!”

“친삼촌 외삼촌 있으니. 고모 아니면 이모네!”

“잠깐! 장강 유통 장민 대표면……!”

“장민 대표면 강철 해머 동생이잖아!”

“강철 해머! 1세대 헌터, 장철!?”

“저 꼬맹이가 장철 조카라고!?”

“장강 유통, 장민 대표님 조카!”

……

강철 해머 장철은 인간 재해 이태성 길드장의 친구다!

이태성 길드장은 조폭, 용역 헌터들에게는 국가 헌병대보다 무서운 존재였다.

전화 걸었다가 박살 난 보이스 피싱 조직, 사냥터 통제하다 아작난 조폭 길드, 거치적거린다고 쥐어박힌 용역 헌터팀이 수도 없이 많았다!

칠성파 김기철과 용역 헌터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이때 골똘히 생각하던 인공 정령 아수라가 질문했다.

[40피트 컨테이너 100개 분량…….]

“충분히 가능하다! 아니, 거래 규모를 10배 이상으로 올려도 감당할 수 있다!”

장강 유통은 정·재계뿐만 아니라 초거대 기업과도 선을 댄 대기업이다. 일방적으로 쏟아붓는 게 아닌 거래라면 충분히 가능했다!

천문석은 아수라 비서에게 확인했다.

“어때 가능하겠냐?”

아수라 비서는 갑판 위 용역 헌터를 쓱 훑어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거래 물품 전부 빼면 가능하다!]

‘됐다!’

주먹을 불끈 움켜쥐는 데 이어지는 목소리.

[그런데 소지품은 최소한으로 가져가야 한다. 이거 정상 게이트가 아닌 비대칭 반 게이트, 일종의 물류용 게이트다. 원래라면 사람은 통과하면 안 돼…….]

“당연하지! 고맙다!”

천문석은 바로 몸을 돌려 갑판에 모여든 조폭과 용역 헌터들을 바라봤다.

“방금 하던 말을 계속하겠다. 좋은 소식과…….”

홀린 듯 특급 헌터를 보던 모두는 번쩍 정신을 차렸다!

좋은 소식 뒤에 나올 말은 당연히 나쁜 소식!

‘어떤 나쁜 소식이 있는 거지!?’

‘혹시 다 못 넘어가는 거 아냐!?’

‘이세기라면 통행비를 받을 수도 있다!’

긴장한 용역 헌터들의 시선이 모이는 순간.

천문석은 외쳤다.

“……더 좋은 소식이 있다!”

“뭐!?”

“어!?”

“좋은 소식은 일주일 안에 우리 모두 지구로 돌아간다는 거다!”

와-

터지려는 환호성을 손을 들어 막고 이어지는 외침.

“더 좋은 소식은 그 일주일 동안! 저 도시에서 편하게 쉴 수 있다는 거다! 이제 고생은 끝났다! 마음껏 먹고 자고 마시고 쉴 수 있다! 이 모든 걸 이 도시의 마스터께서 허락해 주셨다!”

천문석은 도시의 마스터를 번쩍 들었다!

아무 언질도 없었다.

그러나 이 도시의 마스터는 타고난 보스!

도시의 마스터 특급 헌터는 퐁퐁검을 번쩍 들며 모두가 원하는 말을 외쳤다.

“모두 완전 재밌게 놀아! 전부 다 공짜야!”

우와아아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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