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803화>
[네! 바로 움직이겠습니다!]
아수라 비서가 외칠 때.
천문석은 다시 한번 끼어들었다.
“잠깐! 그 전에 저기 저 고속 갤리선부터 올리자. 저기 사람들 다 쓰러지겠다.”
고속 갤리선 갑판 곳곳에 탈진한 사람들이 널브러진 상태.
몇 명뿐인 주술사와 바람잡이는 파르르 떨리는 몸으로 북을 치고 깃털 지팡이를 휘둘렀고, 선측에서 불쑥 솟은 노는 제대로 박자도 맞추지 못한 채 제각각 모래를 휘젓고 있었다.
밤새 도시를 따라 달렸으니 당연한 일이다.
지금이야 간신히 따라오고 있지만, 저대로 놔두면 곧 떨어져 나간다!
“앗! 그렇지! 아아 비서 누나! 저기 저 배부터 올려 줘! 내 친구들 저 배 안에 있어!”
[그럼 동시에 진행하겠습니다. 성채에 부유 마법 회로부터 설치하고 고속 갤리선을 이곳 부유석 부두에 접안 후 바로 이동 성채 도시를 끌어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몸을 돌린 아수라 비서는 대기하던 부두 관리에게 명령했다.
[바로 부유 마법 회로를 설치하고! 저 고속 갤리선을 은폐 마력장 안으로 유인해 접안한다!]
“네! 허가가 떨어졌다! 모두 움직여라!”
기이이이이잉-
이미 준비를 끝낸 부두 관리들이 강철 와이어를 타고 미끄러져 성채 위로 내려섰다!
곧 성채 곳곳에서 마력광이 터져 나오고 마법 회로가 설치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신호용 랜턴을 든 관리와 크레인이 동시에 움직였다.
“고속 갤리선 접안 준비 끝났습니다!”
[바로 움직여라.]
관리의 보고에 아수라 비서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특급 헌터에게 말했다.
[그럼 전 중앙 통제실에 연락하고 돌아오겠습니다.]
아수라 비서가 부두를 떠나고 잠시 후.
쿠르르르르릉-
거대한 진동과 함께 사막을 질주하는 초거대 악어거북의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했다.
“은폐 마력장에 통로 열겠습니다!”
신호용 랜턴에서 생겨난 발광 신호가 레이저처럼 은폐 마력장을 뚫고 쏘아졌다!
텅 빈 허공에서 뻗어 나온 빛이 모래 위에 쏘아지자 고속 갤리선에서 바로 반응이 돌아왔다!
촤, 촤, 촤아아-
모래를 가르는 노 속도가 빨라지고!
휘잉, 휘이이잉-
사방에서 몰려 온 바람에 돛이 터질 듯이 부풀어 올랐다!
조금씩 뒤로 처지던 고속 갤리선이 가속했다!
느려지는 초거대 악어거북이.
빠르게 가속하는 고속 갤리선.
둘 사이의 거리는 순식간에 줄어들었다.
그리고 고속 갤리선이 발광 신호를 따라와 은폐 마력장에 바짝 붙는 순간.
팟-
발광 신호가 일 순간 강해지고 은폐 마력장에 구멍이 뻥 뚫렸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허공에 갑자기 생겨난 구멍!
고속 갤리선에 탄 모두의 시선이 구멍에 모였다.
거대한 산 같은 다리! 한눈에는 담기지도 않는 거대한 생명체가 보였다!
모두가 경악하는 순간 커다란 목소리가 하늘에서 들려왔다.
“야, 위! 위를 봐라! 나 위에 부두에 있다!”
“빨리빨리 들어와! 여기 스테이크 완전 맛있어!”
“……!”
“……!”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자 아득한 높이에 세워진 부두와 손을 흔드는 두 사람이 보였다.
“스승님?”
“꼬맹이?”
“야! 너야 정말 너냐!?”
……
거리가 너무 멀고 치솟는 모래에 가려져 제대로 보이진 않았다.
“야! 곧 닫혀! 뭘 또 의심하는 거야!? 이 웃음소리 기억 안 나냐!?”
“맞아! 빨리빨리 들어와서 밥 먹어! 나 특급 헌터야!”
그리고 결코 잊을 수 없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카캬카카카-
카카카카캌-
듣는 순간 가슴이 뜨거워지는 젊고 어린 웃음소리!
“이세기!”
“특급 헌터 너구나!”
“야! 어떻게 된 거야!”
“거대 괴수? 그 부두는 또 뭐야!?”
“역시 스승님! 무사하실 줄 알았습니다!”
……
갑판에서 정신없는 외침이 터져 나오는 동안 고속 갤리선은 은폐 마력장에 뚫린 구멍을 통과했다!
“발광 신호 따라서 이동해라! 갈고리 내려 보낼 게!”
촤아, 촤아아-
고속 갤리선은 모래 위를 지나는 발광 신호를 따라 초거대 악어거북을 향해 접근했다!
쿵, 쿵, 쿵-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사막이 요동치고.
콰아아앙-
수십 미터를 치솟은 모래가 거친 파도처럼 쏟아졌다!
고속 갤리선의 모두는 재빨리 고글을 쓰고 방풍천으로 얼굴을 가렸다.
곧 쏟아지는 모래는 사라지고 머리가 하늘로 올라갔다.
와이어 가 걸려 끌려가는 성채 도시를 작아 보이게 할 정도로 엄청난 크기의 생명체가 성큼성큼 사막을 걷고 있었다.
살아 있는 생명체라는 걸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해서 마치 산이나 섬 같은 지형에 발이 돋아나 걷는 것만 같았다!
느리게 걷는 것처럼 보이는 건 그 거대한 크기 때문.
초거대 악어거북은 속도를 줄인 지금도 엄청난 속도로 사막을 질주하고 있었다!
직접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
무언가 있다는 건 알았지만 이런 게 튀어나올 줄은 고속 갤리선의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용권풍에 삼켜져 사라지더니 이런 거대한 생명체 위에서 나타난다고!
“저 위에 어떻게 올라가지?”
누군가 말하는 순간 하늘에서 외침이 들려왔다.
“갈고리 와이어 내려간다! 바로 고정해라!”
“와이어?”
기이이이잉-
커다란 갈고리가 담긴 강철 와이어 가 몇 개나 내려왔다.
선원들은 바로 알아채고 움직였다.
배 곳곳에 갈고리가 걸리고 고속 갤리선은 공중으로 끌어올려졌다.
절벽처럼 솟은 다리, 바위 같은 꼬리, 거대한 암반 같은 갑각을 지나자 부유석이 가득 채워진 공중 부두에 도착했다!
쿵쿵, 쿵쿵쿵-
고속 갤리선이 부두에 접안하고 널빤지 다리가 놓이는 순간.
위이이이잉-
특급 헌터는 세발자전거를 타고 번개같이 배 위로 올라와 외쳤다.
“사슴이! 반짝이! 어디 있어!?”
그리고 순식간에 갑판을 가로질러 선실로 들어갔다.
“야, 얼른 내려 와. 고생했다!”
천문석의 외침을 들은 동료들이 하나둘 내려 오기 시작했다.
“스승님! 모두 봤지! 내 촉이 맞았다!”
“이렇게 만나다니! 정말 운이 좋았습니다! 하하-.”
환호성을 터트리는 이원과 웃으며 고개를 숙이는 여량위.
“부사장님!”
“무사하셨군요!”
“자네! 괜찮은 거야!?”
반색하며 달려오는 최설, 진교은, 한호석 교수님.
“야, 당연하지! 좋은 소식 있으니까 깜짝 놀랄 준비해라!”
동료들을 보는 천문석의 얼굴이 환해졌다.
자신과 특급 헌터, 최설, 진교은, 한호석 교수님까지 다섯 명.
게이트를 통과해 지구로 돌아갈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두 모였다!
“좋은 소식?”
최설이 반문하는 순간.
천문석은 환한 얼굴로 외쳤다.
“돌아갈 방법 찾았다! 일주일! 늦어도 일주일 안에 우리는 지구로 돌아간다! 하하하-.”
“뭐, 일주일!?”
“네? 일주일이면 집에 돌아간다고요!?”
“……어!?”
최설, 진교은, 한호석 교수가 깜짝 놀라 되묻는 순간 경악한 외침이 옆에서 들려왔다.
“그게 정말이야! 지구로 돌아갈 방법을 찾았다고!?”
“당연하지 일주일 안에 게이트 열린…….”
몸을 돌리던 천문석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장신에 금발, 푸른 눈!
전형적인 슬라브계 여성 헌터가 무림의 무복을 입고 한국말로 깜짝 놀라 외치고 있었다!
팟-
머릿속에서 스파크가 튀는 순간 까맣게 잊고 있던 이름이 번쩍 기억났다.
허준!
강릉 시가지에서 만나 던전에 같이 말려든 허준을 깜빡했다!
“……!”
“이세기! 진짜냐니까! 진짜 지구로 돌아갈 방법을 찾은 거야!?”
“어, 어! 당연하지!”
천문석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재빨리 아수라 비서를 찾았다.
잰걸음으로 부두로 돌아오는 아수라 비서가 보였다!
아수라 비서에게 말한 지구로 돌아갈 사람은 자신, 특급 헌터, 최설, 진교은, 한호석 교수님까지 다섯 사람!
여기에 빼먹은 허준을 추가해야 한다.
지금 당장!
“야, 잠깐만 기다려!”
천문석은 한달음에 달려가 아수라 비서의 팔을 잡아끌며 한껏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비서님. 깜빡했습니다. 게이트! 게이틀 타고 돌아갈 사람 한 명 더 있는데. 괜찮죠!? 한 명 추가하는 건 괜찮은 거 맞죠!?”
[네, 괜찮습니다.]
바로 고개를 끄덕이는 아수라 비서.
하-
내심 안도의 한숨을 쉬고 바로 몸을 돌려 동료들에게 외쳤다!
“모두 걱정할 거 없어! 늦어도 일주일이야! 그동안 편안히 쉬면 지구행 게이트…….”
콰앙-
이때 선실 문이 부서질 듯 열리고 전신이 땀과 먼지로 엉망이 된 세 사람이 뛰어나왔다.
“허억- 이세기!”
“으아악-! 드디어 왔구나!”
“헉, 허억-! 이새끼! 너 으아아-!”
“……!”
숨을 몰아쉬고 악을 쓰며 미친놈처럼 외치는 셋.
왕체, 최림, 김기철!
중국과 칠성파 조폭들!
‘아차! 이놈들을 깜빡……!’
순간 머리를 스치는 또 다른 이름.
칠성파 보스, 염동력자 마혁진!
갑자기 미친 듯이 분노하는 마혁진을 제압해 선실에 던져뒀다!
“4명! 게이트를 넘을 사람 4명 더 추가…….”
아수라 비서에게 말하는 순간.
두두두두두둑-
고속 갤리선이 요동쳤다.
그리고 하수구가 역류하듯 선실 문에서 사람들이 쏟아졌다.
“어디야!?”
“저기다! 저기있다!”
“으아악-! 이세기님!”
“기다렸습니다!”
“믿고 있었습니다!”
“헉, 허억! 으아아악-!”
……
선측 난간에 달라붙어 자신의 이름을 외치며 환호하는 용역 헌터들!
순간 눈동자가 요동치고 머릿속에서 종소리가 끝없이 울려 퍼졌다!
땡땡, 땡땡땡땡-
이때 난간에 기대선 김기철이 깜짝 놀라 외쳤다.
“잠깐! 너 그 표정 설마 우리 잊었던 거야!?”
“야, 그럴 리가 없잖아? 반가워서 그래! 반가워서!”
천문석은 당당히 대답했다!
그러나 머릿속에선 폭풍이 일어났다.
‘김기철! 귀신 같은 녀석!’
그렇다!
천문석은 까맣게 잊고 있었다!
조폭 놈들이 끌고 온 100여 명의 용역 헌터!
적염성, 호랑이 일족의 장원에서 빼내 미끼, 노잡이로 써먹으면서 지구로 데려다주기로 약속했다!
바나항에서는 버리고 간다고 협박까지 했는데…….
하도 쉴 새 없이 사건·사고가 터져서 100명이 넘는 용역 헌터 이놈들을 완전히 까먹고 있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한두 명도 아니고 100명을 어떻게 까먹었지!?’
“쟤네들 뭐야?”
“어, 갑자기 픽픽 쓰러지네?”
우론과 소니아의 말대로 갑판에 널브러지는 용역 헌터들!
파르르 경련하는 팔다리!
하얗게 소금기가 올라온 옷과 엉망이 된 몸!
‘밤새 노를 저은 게 이녀석 들이구나!’
그리고 생각 그대로의 외침이 들려왔다.
“드디어 돌아간다!”
“시바! 어깨가 으스러지게 노를 저은 보람이 있었어!”
“진짜 이세기가 있었다니!”
“하하하하하하하- 시바, 시바! 드디어!”
“절대! 다시는! 용역 일은 안 한다!”
“이 더러운 던전! 난 일 년은 던전 근처에도 안 갈 거다!”
……
용역 헌터들은 자신들도 지구로 돌아간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
천문석은 확인부터 했다.
“아수라 비서님! 그 게이트 몇 명이나 넘을 수 있나요?”
[걱정 마세요. 최대한 편의를 봐 드릴게요.]
아수라 비서는 웃음 띤 얼굴로 툭- 어깨를 두들기며 대답했다.
“아뇨! 그게 아니라……!”
[10명, 20명 말만 하세요. 준비하겠습니다.]
“네? 10명……!?”
[10명이면 걱정하실 게 없습니다. 약간의 조율만…….]
“아니, 10명은 넘는데…….”
[20명도 괜찮아요.]
“…….”
[20명도 넘어요? 설마, 30명은 안 넘죠?]
천문석은 손을 들어 갑판에 널브러진 용역 헌터들을 가리켰다.
“저기 갑판에 널브러진 녀석들.”
[37명이요!?]
아수라 비서는 한 번 훑는 순간 단숨에 인원을 파악했다.
[37명이면 아슬아슬하지만 가능…….]
“…….”
갑판을 가리키는 손이 선실 문으로 향했다.
[지금 무슨……?]
두두두두두둑-
이때 2차 웨이브가 시작됐다.
“이세기! 으아악-!”
“진짜! 진짜 이세기잖아!”
“드디어! 드디어 돌아간다!”
……
악을 쓰며 쏟아져나와 픽, 픽- 갑판에 널브러지는 용역 헌터들.
[38, 39, 42, 43…… 어 좀 많은데?]
“…….”
[47, 49, 51…… 어, 어? 왜 안 끝나죠!?]
“…….”
[53, 54, 56…… 아니, 사람들이 왜 계속 나와요!?]
“…….”
[58, 62…… 잠깐잠깐만! 몇 명! 전부 몇 명이에요!]
믿기지 않는 듯 부릅뜬 눈과 치켜 올라간 눈썹.
경악한 아수라 비서가 외치는 순간.
천문석은 어색하게 웃으며 조심스레 대답했다.
“하, 하하- 다해서 110명…….”
[야, 이 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