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802화 (803/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802화>

부우우우웅-

사슴이는 순식간에 도시에서 가장 높은 언덕 정상에 세워진 건물에 도착했다.

중앙이 뻥 뚫린 튜브 같은 건물!

건물 위에는 특이한 탑이 12개나 있고.

뒤에는 작은 숲이 앞으로는 도시 전체가 내려다보였다!

대두목의 집이 있는 옥탑방과 비슷한 환경이다!

바로 이곳에서 대두목의 흔적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직감이 왔다!

구으, 구으으으응-!

‘대두목! 안에 있으세요!?’

사슴이는 크게 외치며 건물로 돌진했다!

그러나 일정 거리 이상 접근하는 순간 팟- 공간이 비틀리며 반대 방향으로 튀어나왔다!

‘공간 왜곡 결계!’

깜짝 놀란 사슴이는 몇 번이나 돌진했지만, 돌진할 때마다 팟, 팟- 엉뚱한 장소로 튕겨 나왔다.

초진동 톱날 집게로 왜곡된 공간을 바스러트리려 했으나 공간 왜곡 결계에 공급되는 마력이 너무 강하다!

숟가락으로 모래 산을 옮기는 거나 마찬가지!

구으으으응-!

사슴이는 포기하지 않고 건물 주위를 빙글빙글 돌며 몇 번이고 돌진했다.

하지만 공간 왜곡 결계를 뚫을 수가 없었다!

사람들은 자유롭게 들어가는데 자신만 들어갈 수 없는 결계!

스카라베 전사인 자신은 뚫을 수 없다. 이 결계를 뚫으려면 반짝이가 있어야 했다.

하지만 반짝이는 뻥, 뻥 구멍이 뚫리는 은폐 마력장을 보수하고 있었다.

이때 문득 한 가지 방법이 떠올랐다.

‘거대화해서 뚫고 들어갈까!?’

거대화하면 공간 왜곡 결계를 뚫을 수 있을 정도로 톱날 집게에 실리는 힘이 강해진다!

그러나 이곳은 스카라베 왕국의 변경 열사의 사막이다.

거대화해서 공간 왜곡 결계를 꿰뚫는 순간 고유 마력 패턴이 퍼져 나가고 본사에 관측당할 거다!

구으, 구으으으-!?

‘어떡하지!? 어떡하지!?’

사슴이가 빙글빙글 회전하며 고심할 때 지상에서 다급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야, 이 미친 노움아! 당장 나와! 미스릴 합금, 별철, 정제 마석……! 이 주문서 뭐야!?”

한 엘프가 사냥감을 스틸당한 오우거처럼 분노했다!

구으으-?

‘뭐지?’

사슴이가 고개를 갸웃하는 순간 공간 왜곡 결계 안에서 굉음이 터져 나왔다!

부아아아앙-

엄청난 속도로 튀어나오는 작은 자동 마차!

[왔냐!? 그거 꼭 필요한데 썼다! 카카캌- 봐라! ‘신 우레 폭풍호’의 위용을!]

“너 그 자동 마차! 설마, 이 주문서! 이걸 전부 다 그, 그 장난감 자동 마차 만드는데 쓴 거야!?”

경악한 엘프가 외치는 순간.

워커7은 당당히 고개를 저었다.

[당연히 아니지!]

“그렇지! 아니지!? 어떤 미친놈이 일꾼 고용할 돈을…….”

엘프가 안도하는 순간.

워커7은 폭탄을 떨어뜨렸다.

[당연히 부족하지! 그 정도로는 ‘신 우레 폭풍호’! 이 걸작을 만드는데 턱도 없었다! 봐라!]

번쩍 손을 들어 종이 뭉치를 흩뿌리는 워커7.

촤라라락-

흩날리는 종이 뭉치를 잡는 순간 엘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주문서, 주문서, 주문서, 차용증……!

“야, 이 미친놈아! 너 무슨 짓을 한 거야! 당장 환불 해!”

엘프가 귀신 같은 얼굴로 달려드는 순간.

부아아아앙-

신 우레 폭풍호는 재빨리 가속해 기차역을 향해 쏘아졌다!

[환불? 내 사전에 환불은 없다! 뽀글뽀글 구슬은 이제 내 거다! 마스터 꼬맹이 기다려라! 카카캌-]

철컥, 철컥, 철컥-

레일에 도착하는 순간 보조 바퀴가 튀어나와 레일에 걸리는 신 우레 폭풍호!

“멈춰! 기다려! 잠깐! 그거 물러야 해! 아니면 스카라베 고용비 부족……!”

엘프가 악을 쓰며 달려왔으나 이미 늦었다.

[걱정 마라! 뽀글뽀글 구술만 먹으면 우리 초초대박이 터지는 거야! 가라앉은 박물관! 그거만 다시 띄우면 스카라베 왕국 통째로 고용할 수도 있다!]

카카카카카캌-

워커7의 웃음소리와 함께 신 우레 폭풍호는 레일을 타고 미끄러졌고.

“야, 미친놈아! 기다리라니까! 멈춰! 어떻게 된 게 맨 날 사고야!”

엘프는 미친 듯이 소리치며 그 뒤를 따라 사라졌다.

…… -!

그리고 멍하니 이 모습을 바라보던 사슴이는 깨달았다!

‘엘프가 소리치니까 노움이 나왔다!’

이 공간 왜곡 결계는 ‘소리’를 통과시킨다!

공간 왜곡 결계를 부술 필요는 없다.

엘프가 했던 것처럼 이 안에 있을 대두목을 부르면 된다!

아니, 대두목이 이 안에 없어도 상관없다.

사슴이는 빙글 몸을 돌려 언덕 아래 펼쳐진 거대한 도시를 봤다.

이곳은 도시에서 가장 높은 언덕이다!

모두가 볼 수 있을 커다란 몸으로!

모두가 들을 수 있는 커다란 외침을 터트리면 된다!

엘프가 소리쳐 노움을 부른 것처럼.

이 도시 어딘가에 있을 대두목을 부르면 된다!

구으으으으으-

지상에 내려선 사슴이는 더듬이를 펼치고 갑각을 파르르 떨며 남아 있는 금력을 모조리 끌어모았다!

스카라베와 연결이 끊겼기에 남은 금력으로는 한 줌!

하지만 문제없다!

사슴이는 톱날 집게를 번쩍 들어 올려 공간 왜곡 결계에 박아넣었다!

부우우우우웅-

톱날 집게가 박히는 순간 엄청난 마력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러나 사슴이는 스카라베 전사!

마력은 잡을 수 없는 모래알처럼 몸을 훑고 흩어졌다!

부우우우우웅-

이때 톱날 집게가 진동하며 울었다!

톱날 집게가 초진동하고 갑각이 파르르 떨리는 순간.

키틴질 갑각에 새겨진 보이지 않는 인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असुर]

인장이 황금빛으로 빛나는 순간 쏟아지는 마력이 금력(金力)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바짝 마른 대지에 빗방울이 떨어지듯 금력이 차오른다!

이걸로는 모자라다! 더, 좀 더 많이!

단 한 번 외침으로 이 도시를 떨어 울려야 한다!

대두목이 자신의 외침을 들고 깜짝 놀라 나타날 정도로!

스카라베 전사 사슴이는 온 힘을 다해 기동 병참 도시에 설치된 병렬 마력석 엔진의 마력을 빨아드렸다!

이때 천문석과 특급 헌터 일행은 부유석 부두에 도착했다.

* * *

[은폐 마력장 안에서는 밖을 볼 수 있지만, 밖에서는 이 안을 볼 수 없습니다.]

인공 정령 아수라 비서의 설명을 들으며 부유석 부두에 서는 순간 한눈에 알아봤다!

강철 와이어 수십 개가 걸려 끌려 오는 성채 도시!

미친 듯이 노를 저어 그 뒤를 따라오는 고속 갤리선!

둘 다 예상대로였다.

압둘라의 이동 성채 도시!

여량위, 대륙 상단의 고속 갤리선!

천문석은 눈에 내력을 담아 고속 갤리선을 살폈다.

이때 어리고 젊은 환호성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앗! 배가 찾아왔어! 단주 누나! 장주 형! 사슴이 반짝이! 나 여기 있어! 나야 특급 헌터!”

“이동 성채 도시! 이렇게 다시 만나는구나! 야, 반란군 놈들아 보이냐!? 나 카즈빈이 이렇게 무사히 돌아왔다! 하하하하하-.”

갑자기 들려오는 웃음과 외침!

성채 도시 성벽 위 병사와 장교들은 고개를 들었다가 경악했다.

“……카즈빈!?”

“바람검 파티마!”

“저기 오마르 장로님이다!”

“왜 저기에 저분들이!?”

“장로님! 당장 장로님을 모셔라!”

“장로님! 어제! 선발대와 함께 도시에 들어간 후 연락이 끊겼습니다!”

순간 성벽 위 장교들의 머릿속에서 같은 생각이 떠올랐다.

-지난밤 부유석 부두에 모여든 엄청난 인파와 강자들!

-도시의 영주와 협상하러 갔다가 연락이 끊긴 장로와 수행원!

-도망칠 수 없게 수십 개의 강철 와이어로 단단히 고정된 성채 도시!

-하루가 지난 지금에서야 나타나 웃음을 터트리는 카즈빈과 그 옆에 선 파티마.

그리고 냉혹한 미소를 띤 오마르 장로!

‘당했다!’

모두의 얼굴이 파랗게 질릴 때.

오마르 장로는 내심 환호했다.

‘이 녀석들 자신들이 계략에 빠졌다고 생각하는구나!’

모래 가오리는 탈진했고, 마도 엔진은 사라졌다!

게다가 이 사막은 바람을 잡아채 이동할 수 없는 마경!

반란군 놈들은 자신들이 궁지에 몰렸다고 생각 중이다!

게다가 어째선지 반란의 핵심인 장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상태!

지금이라면 말 몇 마디만으로 이동 성채 도시와 병사를 되찾을 수 있다!

오마르 장로는 웃음을 터트리는 카즈빈을 끌어당겨 귓가에 속삭였다.

“카즈빈! 지금 꼭 해야 할 일이 있다! 당장 이렇게 외쳐라…….”

“……뭐!? 할아버지! 제정신이야!? 진짜로 그렇게 말하라고!?”

“그래! 그게 가장 쉽게 일을 처리하는 방법이다!”

“아닌 것 같은데…….”

카즈빈은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바로 외쳤다.

“‘사고’로 용권풍에 휩쓸려 모두 고생했다! 이 도시의 ‘영주’와는 이야기가 끝났다! 곧 이곳 ‘마경’을 탈출해 바람 사막, ‘집’으로 돌아갈 거다!”

카즈빈의 뜬금없는 외침에 병사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고위 장교들은 이 외침에 담긴 의도를 바로 알아챘다.

핵심 키워드는 사고, 영주, 마경, 집!

-이건 반란은 ‘사고’로 마무리하겠다!

-이미 도시의 절대 권력자 ‘영주’와 손을 잡았다!

-내 편에 서면 ‘마경’을 탈출해 ‘집’으로 돌아가게 해 주겠다!

거부할 수 없는 협상이자 협박!

눈치 빠른 고참 병사와 고위 장교, 장군들의 시선이 얽혔다.

정도와 선후의 차이만 있을 뿐 이들 모두는 이번 반란에 한발씩 걸쳤다.

그러나 이 정도와 선후의 차이가 결정적인 입장의 차이를 만들어 냈다.

가장 수가 많은 병사의 눈이 번뜩이는 순간 대세는 결정됐다!

“카즈빈 왕자님!”

“카즈빈 왕자님!”

“카즈빈 왕자님!”

……

처음은 병사들이 뒤이어 장교가 무릎 꿇고 외쳤다.

“…….”

“…….”

그리고 무언의 시선이 모이는 순간 장군들은 깨달았다.

이미 모든 게 끝났음을.

그리고 누군가는 책임져야 함을.

장군들은 고개 숙이며 검을 풀어 땅에 놓고 뒤로 물러섰다.

“뭐야? 쟤들 왜 저래!?”

압둘라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말하는 순간.

오마르 장로는 허리를 툭- 쳐서 신호했다.

“모두 병영으로 돌아가 대기해라! 곧 명령을 내리겠다!”

압둘라가 반사적으로 외치는 순간 병사, 장교, 장군들은 축 늘어진 어깨로 성벽에서 내려 와 건물로 돌아갔다.

’됐다!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갈 때다!’

오마르 장로의 시선이 아수라 비서, 도시의 주인을 지나 이세기에서 멈췄다.

“…….”

천문석은 눈빛만 봐도 오마르 장로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감이 왔다.

이동 성채 도시 회수!

고속 갤리선을 탄 동료들이 알아서 자신을 찾아온 상황.

이제 길어야 일주일이면 모든 일이 마무리되고 집으로 돌아간다!

압둘라, 오마르, 파티마!

처음에는 적이었지만 어느새 동료가 된 이들에게 선물을 남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

천문석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손 망원경을 하고 고속 갤리선을 살피는 특급 헌터를 번쩍 들어 올렸다.

“앗! 알바 왜!? 사슴이 반짝이 찾아야 한단 말야! 안 보여! 사슴이 반짝이가 안 보인다고!”

“특급 헌터. 이 할아버지 할 말 있는 것 같은데?”

“응?”

특급 헌터가 손 망원경을 떼고 고개를 돌리는 순간.

오마르 장로는 바짝 마른침을 삼키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영주님 부탁드립니다! 이동 성채 도시를 회수해서 돌아갈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아아 비서 누나?”

아수라 비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넷! 사장님! 저 이동 성채 도시를 마경 밖으로 빼내려면 우선 이 위 은폐 마력장 안으로 끌어올려 고정해야 합니다! 우선 이동 속도를 늦추고, 부유 마법 회로를 새긴 후, 여기에 병렬 마력석 엔진의 마력을 모두 몰아넣어야 합니다! 대략 30초가량 은폐 마력장이 사라지고 도시에 공급되는 마력과 전력이 끊길 것 같습니다!]

아수라 비서는 설명 후 특급 헌터를 바라봤다.

[어떻게 할까요?]

오마르 장로의 간절한 시선과 천문석과 동료들의 흥미진진한 시선이 특급 헌터에게 모였다!

그리고 특급 헌터는 너무나 당연하단 듯이 분통을 터트렸다.

“뭔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잖아! 알아듣게 차근차근 설명하란 말야!”

[네, 넷! 즉각 쉽게 설명하겠습니다. 그러니까…….]

천문석은 재빨리 끼어들었다.

“특급 헌터. 저 성채 이 위로 올릴지 말지 결정하라는 거야.”

“아…….”

특급 헌터는 짧은 탄성 후 질질 끌려 오는 성채 도시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한다.

“그냥 지금처럼 모래 위로 미끄러져도 괜찮은 거 아냐? 재밌어 보이는데?”

“영주님! 제가 잠시 한 말씀…….”

천문석은 오마르 장로의 말을 끊고 특급 헌터의 귓가에 속삭였다.

“저거 끌어올리면 …… 할 수 있다!”

“뭐! 진짜로!? 할아버지! 정말로 저기 탄 형이랑 아저씨들한테 세 번 명령해도 되는 거야!?”

평범한 인간 어린아이 같지만, 이 아이는 노움, 엘프, 인공 정령의 인정을 받은 도시의 절대자!

세 번 명령으로 호의를 산다면 오히려 싸다!

오마르 장로는 정중히 고개 숙여 대답했다.

“받아들이겠습니다. 영주님!”

특급 헌터는 눈을 반짝이며 외쳤다!

“아아 비서 누나! 끌어올려! 당장 끌어올려! 저기 형이랑 아저씨들이랑 우리한테 꼭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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