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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798화 (799/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798화>

‘돌쇠? 이세계에서 뭐 이렇게 한국적인 이름이야!?’

순간 피식 웃음이 터졌다.

처음이라면 기겁했겠지만, 이 도시에 온 후로 몇 번이나 겪은 일이다.

“돌쇠형? 방금 통화한 사람 이름이 돌쇠야?”

“어. 처음에 돌멩이랑 쇳덩이를 수업료로 받으니까. 사람들이 계속계속 돌멩이랑 쇳덩이로 냈데! 그러다 보니까 어느새 그렇게 이름이 붙었대!”

“아, 선생님인가 보네? 네가 전화 건 거야?”

“당연히 아니지! 내가 아는 번호 다 눌러도 전화가 안 되는 거야! 그래서 삼촌이 가르쳐 준 비장의 방법 사용했어!”

그 비장의 방법이 뭐냐고 물을 필요는 없었다.

이얍, 얍얍얍-

퐁, 퐁, 퐁-

특급 헌터는 퐁퐁검으로 마구마구 때리는 시늉을 했으니까!

‘장철 헌터님. 뭘 가르치신 건가요…….’

내심 탄식할 때 이어지는 목소리.

“내가 이렇게 막막 때리고! 퐁퐁이랑 거복이도 같이 때리는데! 갑자기 전화가 울린 거야! 그래서 ‘여보세요?’ 하고 받았는데. 돌쇠형이 로봇 심장 만들고 있다가 갑자기 통신 연결돼서 깜짝 놀랐대!”

“……뭔가 좀 이상한데?”

천문석이 고개를 갸웃하자.

특급 헌터는 동감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이상해! 김밥이 한우보다 맛있다니 완전 이상하잖아! 돌쇠형 지금 만드는 로봇 심장에도 김밥 먹고 싶다고 적었다는데! 당연히 한우 먹고 싶다고 적어야 하는 거 아냐!?”

언제나처럼 특급 헌터와의 대화는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이어졌다.

“좀 이상한 사람이긴 하네.”

천문석은 피식 웃으며 상념을 지웠다.

이 도시는 렉카, 에어컨, 말년 병장, 전화기가 있는 마도 제국의 유산이다.

여기에 김밥을 먹고 싶은 돌쇠가 있어도 놀라울 건 없었다.

이때 위신의 외침이 들려왔다.

“야, 얼른 와! 엘리베이터 도착했다!”

“알았어!”

빠르게 걸어 엘리베이터에 들어가려는 순간 로비 문에서 기계음이 들려왔다.

[야, 비켜! 앞에 얼른 비켜!]

구르르르르륵-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생각지도 못한 탈것을 타고 로비로 들어오는 워커7이 보였다.

“세발자전거?”

자신도 모르게 말하는 순간 눈이 마주친 워커7!

[꼬맹이 마스터 사장! 거기 있었구나!]

구르르르르륵-

워커 7은 단숨에 로비를 가로질러 엘리베이터 앞에 멈추는 즉시 말을 쏟아 냈다.

[이게 바로 내 회심의 역작! ‘우레 폭풍호’다!]

[안정적인 세 바퀴 구조!]

[판 스프링 충격흡수 안장!]

[미스릴 합금으로 만든 프레임!]

[앞에는 바구니! 뒤에는 짐받이!]

[자가 수복 가능한 고무고무 슬라임 타이어!]

[내가 직접 개발한 마력석 엔진 보조 동력장치를 단 세발자전거!]

단숨에 말을 쏟아 내고 휙- 탈것에서 내려 외치는 워커7.

[이게 끝이 아니다! 내 비장의 29가지 마법 회로까지 새겼다! 봐라!]

탁, 타탁-

손잡이에 달린 버튼을 누르는 순간 LED 전구를 박아 놓은 듯 프레임이 번쩍번쩍 빛나고 소리가 들려왔다.

우르르릉-

은은한 우렛소리가!

[봤지? 엄청 빠르고 엄청 멋지기까지 하다! 이 ‘우레 폭풍호’를 공물로 바치겠다!]

“공물 바칠 필요 없어. 아까 내가 점수 얻었잖아. 아까 만난 장소에 마도 엔진…….”

[내가 원하는 건 마도 엔진이 아냐!]

워커7은 이글이글 불타는 눈으로 특급 헌터를 바라보며 외쳤다.

[뽀글뽀글 구슬! 이 우레 폭풍호랑 뽀글뽀글 구슬이랑 바꾸자!]

“…….”

“…….”

모두의 시선이 모이는 순간.

특급 헌터는 더없이 진지한 얼굴로 대답했다.

“당연히 안 되지! 이건 세발자전거잖아!”

[뭐? 그게 왜!? 이거 엄청 안정적이야! 안 넘어져!]

재빨리 자전거에 올라 좌우로 움직이는 워커7.

그러나 특급 헌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알바가 가르쳐 줬어! 바퀴가 많다고 빠른 게 아냐! 세발자전거는 두발자전거보다 느려! 게다가……!”

[게다가?]

“세발자전거는 어린이용이잖아!”

[뭐? 잠깐! 여기 이렇게 누르면 완전 멋진 연기도 나와!]

피슉, 피슈슉-

손잡이 버튼을 누르자 자욱하게 깔리는 수증기.

그러나 특급 헌터는 고개를 저으며 양손을 내밀며 외쳤다.

왼손에 펼쳐진 손가락 2개.

오른손에 펼쳐진 손가락 2개.

“특급 쌩쌩이!”

그리고 단호히 선언했다.

“난 이제 세발자전거에 만족하는 아이가 아냐! 뽀글뽀글 구슬이랑 바꾸고 싶으면 바퀴 4개 달린 특급 쌩쌩이! 아니, 특특급 쌩쌩이 가져와!”

[…… ]

워커7은 충격으로 비틀거리다가 외쳤다.

[기다려라! 꼬맹이 마스터 사장님! 내가 다시 만들어온다! 으아악-]

워커7은 나타난 것보다 빠르게 사라졌다.

세발자전거, 우레 폭풍호를 남기고.

“…….”

“…….”

“…….”

“에휴- 내가 앤 줄 아나? 세발자전거라니!”

짧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꼬맹이 특급 헌터.

천문석은 문득 든 생각에 특급 헌터를 세발자전거 우레 폭풍호 안장에 내려놨다.

“……알바! 나 애 아니라니까! 세발자전거 졸업했어!”

“혹시 모르니까. 한번 타봐.”

에휴-

특급 헌터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세발자전거 페달을 돌려 엘리베이터로 쏙 들어갔다.

“얼른 타! 우리 저녁 먹으러 가야지!”

세발자전거를 탄 특급 헌터와 천문석, 위신, 소니아, 압둘라, 우론. 그리고 아수라 비서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식당이 있는 호텔 최상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잠시 후 호텔 최상층에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구르르르륵-

“엄청 빨라! 내가 1등이야! 모두 빨리빨리와! 카카카카캌-.”

“세발자전거 졸업했다더니.”

천문석은 웃었다.

특급 헌터는 바구니에 거복이와 퐁퐁이까지 태우고 신나게 달렸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특급 헌터는 여전히 애였다.

천문석과 일행 모두는 노을이 사라지고 별이 뜬 하늘과 환하게 밝혀진 도시의 야경을 바라보며 정말 오랜만에 제대로 된 식사를 했다.

* * *

전등으로 환하게 밝혀진 부유석 부두에 엄청난 인파가 모여 있었다.

이 인파는 렉카가 끌고 온 대형 표류선을 소식을 듣고 도시 전체에서 모여든 사람들이었다.

제대로 한탕 하려는 생각에 모여든 사람들은 표류선이 모습을 드러내자 경악했다.

“저걸 견인해 왔다고!?”

“아니, 표류선이라며!? 저게 무슨 배야!”

부유석 부두로 가까워지는 건 표류선이 아닌 성벽과 성탑, 시가지가 갖춰진 작은 성채 도시였다!

“균열에서 저런 성채가 튀어나오는 게 말이 되는 거야!?”

“저 성벽이랑 시가지 봐! 천 명? 수천 명은 되겠는데!”

“렉카 녀석들! 제대로 터트렸네! 도대체 저게 몇 점이야!”

“대박 되려면 은폐 마력장 안으로 끌어올려야지! 저 크기 봐라! 저거 끌어올릴 수는 있는 거냐!?”

……

부유석 부두 곳곳에서 목소리가 터져 나올 때.

항구 관리들은 사람들을 밀어내며 연신 외쳤다.

“물러나세요! 위험합니다!”

“와이어 작업합니다! 뒤로 빠지세요!”

“거기! 거대 곤충 진입로입니다! 막으시면 안 됩니다!”

“주차장 비워 두세요! 이제 곧 귀환하는 거대 곤충 쏟아져 들어옵니다!”

기이이이이잉-

그리고 대형 크레인 10여 기에서 강철 와이어 가 내려지기 시작했다!

“잡았습니다!”

“2번 와이어 고정 완료!”

“4, 7번 와이어 고정됐습니다!”

이동 성채 도시 곳곳에 강철 와이어 가 고정되고 발광 신호가 돌아왔다.

성벽 위 항구 관리들이 랜턴으로 원을 그리며 외쳤다.

“와이어 모두 고정됐습니다!”

기이이이잉-

곧 와이어 가 팽팽히 당겨지고 확성기에서 명령이 떨어졌다.

[거대 곤충 이탈해라!]

이동 성채 도시와 거대 곤충을 연결된 밧줄에 일제히 검과 도끼가 떨어졌다!

콰드득-

단숨에 끊겨 나가는 수백 개의 밧줄!

파아아앗-

하중이 사라지자 투석기 탄환처럼 쏘아지는 거대 곤충들!

두두두두둑-

수백 마리의 거대 곤충이 쏘아지는 곳에는 넓은 그물 사다리가 드리워져 있었다.

수 없이 오르내린 그물 사다리가!

야광 도료가 칠해진 그물 사다리가 보이자, 거대 곤충들은 반사적으로 그물 사다리를 타고 올라왔다!

“거대 곤충 올라온다! 모두 확인해라!”

항구 관리가 외치는 순간 바로 복창 소리가 돌아왔다.

“진입로! 정상입니다!”

“주차장! 정상입니다!”

파스스스슥-

거대 곤충들은 모래 뗏목, 썰매, 배를 매단 채로 단숨에 그물 사다리를 타고 올라와 주차장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뒤엉키면 안 된다!”

“안쪽으로 유인해라!”

“차곡차곡 주차 시켜야 한다!”

“거기 뒤로 물러나세요! 충돌합니다!”

항구 관리들은 야광 도료를 칠한 장대를 흔들어 거대 곤충들을 유인 주차장에 차곡차곡 주차 시켰다.

돌아온 거대 곤충은 수백 마리!

게다가 그 뒤에는 모래 배, 썰매, 뗏목까지 달려 있었다.

쿵쾅, 쾅쾅콰앙-

사방에서 충돌음이 터지고 비명 소리가 울렸다.

마치 폭포가 거꾸로 절벽 위로 솟구치는 것 같은 광경이 한참을 이어졌다.

이때 부두에서는 와이어를 확인하는 외침이 사방에서 울렸다.

“3번 와이어! 3미터만 감아!”

“7번 와이어! 2미터 감아!”

“2번 와이어! 장력이 너무 실렸다! 5미터 풀어!”

……

강철 와이어 수십 개를 감고 풀기를 한참.

이동 성채는 모래 위를 똑바로 끌려 오기 시작했다.

“됐다! 제대로 연결됐어!”

“은폐 마력장 안으로 끌어올리면 된다!”

“타이밍 맞춰서 동시에 끌어올려야 한다!”

와이어마다 항구 관리가 붙어서서 깃발 신호를 보냈다.

빙글빙글 천천히 원을 그리는 깃발!

깃발 신호에 따라와이어 가 천천히 감기고, 대형 크레인에 하중이 걸리기 시작했다.

기이이이잉-

이동 성채 도시는 천천히 끌려 오다가 위로 살짝 들렸다!

촤아아아아-

순간 모래가 치솟고.

우와아아아아-

부두에 모인 인파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들린다!”

“와, 저게 들린다고!?”

그러나 2, 3미터 들리는 순간 깃발이 X자를 그리고 다급한 외침이 터졌다.

“멈춰! 장력이 너무 세다!”

“3번 와이어! 끊어집니다!”

“5번 크레인 부하가 너무 크다!”

……

촤아아아-

위로 끌어올려 지던 이동 성채는 다시 모래 위로 내려졌다.

그리고 몇 번이나 올려지고 내려지기를 반복했다.

강철 와이어를 더 걸고 거대 곤충의 힘까지 빌렸지만, 마찬가지로 실패.

크레인에 걸리는 하중이 너무 강해 은폐 마력장 안으로 끌어올릴 수가 없었다!

“중앙 통제실에 연락해라!”

“그냥은 안 돼! 부유 마법 회로를 설치해야 한다!”

“그렇지! 부유 마법 회로를 깔면 끌어올릴 수 있다! 사람 보내라! 승인 필요하다!”

항구 관리가 긴급 열차를 타고 중앙 통제실로 이동했다.

그러나 부유 마법 회로 사용을 승인해 줄 사람은 중앙 통제실에 없었다.

아니, 누가 승인해 줄 수 있는지도 몰랐다.

평의회 최고 의장이자 마스터 권한을 가진 도시 관리인 워커7은 사퇴를 선언했고.

실무 대부분을 처리하던 엘프 의원은 자리를 비운 채 연락이 안 됐다.

게다가 도시 전체를 관리하던 인공 정령은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었다.

중앙 통제실은 갑자기 사라진 마스터 권한에 혼란 상황이었다.

이동 성채 도시에 부유 마법 회로 설치를 승인해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결국, 이동 성채 도시는 수십 개의 강철 와이어에 연결된 채 모래사막 위를 끌려 왔다.

항구 관리들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끌려 오는 성채 도시를 바라봤다.

“저거 은폐 마력장 밖에 걸치는 데 괜찮을까?”

“어차피 하룻밤이야. 내일 평의회 소집되면 바로 끌어올릴 거잖아.”

“오늘 이동 경로에 오아시스나 도로가 있는 것도 아니잖아. 괜찮을 거야.”

“맞아. 스카라베 도로와도 멀리 떨어졌고. 38사기동대도 오아시스에 나타났다니까. 이 근처는 한동안 조용할 거다. 문제없다.”

……

불빛 한점 없는 사막의 밤을 초거대 악어 거북이와 이동 성채 도시가 이동했다.

초거대 악어거북이 위에 세워진 거대한 도시의 불빛과 소음, 기척은 조금도 밖으로 새어 나오지 않았다.

도시 전체를 반전능 옥좌와 반마탑이 만들어 낸 강력한 은폐 마력장이 덮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뒤에 끌려서 이동하는 성채 도시는 은폐 마력장 밖으로 그 일부가 걸쳐 있었다.

이 일부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이 사막의 어둠 속에서 별처럼 빛났다.

몇몇 항구 관리가 걱정했으나 곧 걱정을 지웠다.

초거대 거북이의 이동 경로에는 스카라베가 만든 도로, 급수탑, 오아시스 그 무엇도 없었다.

사막을 가로지르는 캐러밴, 유랑민, 도적단이 불빛을 보고 접근한다 해도 초거대 악어 거북이를 보는 순간 깜짝 놀라 도망칠 게 뻔했다.

어차피 단 하룻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게 당연했다.

그러나 강을 따라 내려 오며 실종된 동료를 찾던 고속 갤리선이 사막을 달리는 별빛을 발견했다.

이 또한 원래대로라면 문제가 되지 않는 일이었다.

이 고속 갤리선에 스카라베 왕국의 출입국 관리가 타고 있지만 않았다면!

지금 상황은 톱니 하나가 빠져 멈춘 시계와 같았다.

빠진 톱니 하나가 제자리에 끼워지는 순간.

그르르륵-

모든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고.

틱틱, 틱틱틱-

고장 난 시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스카라베 출입국 관리가 지상을 달리는 별빛을 보는 순간.

수많은 우연이 하나로 맞물려 사건·사고의 수레바퀴가 구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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