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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795화 (796/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795화>

“……!”

순간 벼락을 맞은 듯 몸이 멈추고.

머릿속에 각인된 장면이 불현듯 떠올랐다.

바나항 부두에서 벌어진 추격전!

이세기는 맨몸으로 바람을 낚아채 하늘을 날았다!

너무나 아득하여 어떻게 가능한지 상상도 안 되는 무학을 펼쳤다!

그때 자신은 생각했었다.

긴 시간 원대륙, 무림을 헤매도 찾지 못한 일대종사를 찾았다고!

‘이걸 잊고 있었다니!’

특급 헌터의 외침이 맞았다.

이세기는 자신이 그토록 찾아 헤맨 벽을 넘게 해 줄 스승, 무학의 일대종사였다!

이때 천둥이 울리듯 들려오는 목소리.

“내 말이 맞지? 알바가 바람 누나 가르쳐 줄 거지!?”

입안이 바짝 마르고 초조함에 손발이 파르르 떨렸다.

너무나 원하는 말을 특급 헌터 이 아이가 대신해 줬다!

파티마는 온 정신을 집중했다.

천문석은 파티마의 시선을 느끼는 순간 깨달았다.

‘이 녀석 감을 잡았구나!’

바람검 파티마와 검을 맞댄 것은 찰나.

하지만 천문석은 파티마의 경지와 문제점, 해결책까지 바로 알아챘다.

바람검 파티마의 완벽한 상위 호환인 무인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도 빌려 써서 이제 내 이름인 것처럼 친숙한 이름의 진짜 주인.

검절.

창천검.

무림 맹주.

이세기!

이세기 본인보다 이세기를 더 잘 아는 게 천문석 자신이었었다!

시작된 곳 없이 불어오고.

끝난 곳 없이 사라지는 바람.

푸른 하늘, 창천에 흔적 없이 부는 바람, 창천무흔!

천검 이세기의 성명절초, 창천무흔에 담긴 무리를 깨닫는다면, 파티마는 단숨에 벽을 넘어 비상하리라!

그러나 이건 천하제일인의 무학!

그것도 바로 자신 전생 천마가 뜻을 풀어 전하는 무리다!

인연이 닿지 않는 이는 천 년을 헤맨다 해도 이름조차 듣지 못할 상상을 초월하는 기연!

‘이런 기연을 파티마에게 전할 이유가 있을까?’

문득 의문을 품는 순간 특급 헌터의 경쾌한 외침이 들려왔다.

“내 말이 맞지? 알바 일대종사 맞지!?”

“너. 그런데 일대종사란 말은 어디서 들은 거야?”

“이원 아저씨랑 여량위 누나가 가르쳐 줬어!”

씩씩한 대답을 듣는 순간 천문석은 자신도 모르게 하늘을 바라보며 웃었다.

하늘의 인과란 이 얼마나 놀라운가!

무림 던전에 뿌렸던 인과가 적염성, 이원, 여량위, 특급 헌터를 거쳐 파티마에게까지 이어졌다.

이 기연을 이어 준 사람은 특급 헌터다.

그리고 특급 헌터의 소중한 화로를 우주로 쏘아 올린 자신이 할 말은 하나밖에 없었다.

“나 일대종사 맞다.”

특급 헌터에게 끄덕이는 즉시.

고개를 돌려 파티마에게 말했다.

“제자는 좀 그렇고. 그냥 한 수 가르쳐 주는 거로 하자.”

파티마는 무너지듯 엎드려 쿵, 쿵- 이마로 바닥을 두들기며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감사, 감사합니다!”

말없이 바라보고만 있던 엘프가 빙그레 웃으며 탄성을 터트렸다.

“이세기님에게 배우다니. 이토록 놀라운 기연이라니!”

“…….”

오마르 장로는 뭐라 말을 잇지 못하고 눈만 끔벅였다.

분통을 터트리던 파티마가 돌연 이마를 땅에 찧으며 극진한 예를 표하고.

엘프는 환하게 웃으며 엄청난 기연이라고 탄성을 터트렸다!

‘이세기가 그토록 고수란 말인가!?’

문득 배에서 기다리는 카즈빈이 떠올랐다.

‘공물의 대가로 카즈빈을 가르쳐 달라고 하면!?’

그러나 바로 고개가 저어졌다.

가문 내부에서 반란이 일어났고 바람검 파티마가 이세기의 제자로 들어갔다!

위기는 곧 기회!

바람검 파티마가 이세기와 떠난다면 지얀데의 이름을 이을 정통 후계자는 한 사람만 남게 된다!

카즈빈!

이대로 가문으로 돌아가 반란을 명분으로 숙청의 칼날을 휘두르면, 지얀데 가문의 후계자 자리를 완전히 굳힌다!

지금 생각할 것은 그 후의 일!

카즈빈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말과 행동에 권위를 실어 줄 ‘실적’이다!

그리고 오마르 장로는 이미 카즈빈이 세울 실적을 생각해뒀다.

아득한 시간 동안 가문에 내려온 숙원을 해결하면 된다!

이건 단순히 가문의 숙원 따위가 아니다!

타대륙의 압도적 2강, 열국과 제국.

대륙을 관통하는 베라강의 기원, 최초의 검성.

최초의 검성 베라공, 열국과 제국을 세운 시조 모두의 스승!

마도 제국이 멸망한 대륙에 문명의 씨앗을 뿌리고.

언젠가 이 대륙에 다시 돌아오겠다고 약속한 그분과 관련된 이야기였다!

열국과 제국의 절대자가 대를 이어 찾는 그분만 찾는다면 모든 게 해결된다.

열국과 제국은 기꺼이 카즈빈에게 엄청난 권위를 실어 주리라!

그리고 이곳 마도 제국의 도시를 관리하는 인공정령에게는 그분에 대한 정보가 있을 게 분명했다!

‘원래 계획대로 한다!’

결심을 굳힌 오마르 장로는 바로 앞으로 나섰다.

“가문의 숙원에 관련된 겁니다. 아수라 비서님에게 이야기를 들어도 될까요?”

말은 특급 헌터에게 하고 있지만, 그 눈은 공물 점수를 확인한 아수라 비서에게 꽂혀 있었다!

“알았어! 얼른 해 주고 올게!”

특급 헌터, 아수라 비서, 오마르 장로는 구석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작은 섬광이 터지고 곧 커다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꼭 찾아야 할 사람이 있다는 말이지!?”

“잠시만! 그렇게 크게 말씀하시면……! 이거 비밀입니다! 비밀!”

기겁한 오마르 장로가 외치는 순간.

특급 헌터는 움직였다.

“내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려 줄게! 퐁퐁이! 거복이!”

“잠깐만! 아수라 비서님에게…….”

이야압-!

기합과 함께 거복이의 별갑 위에 세워진 퐁퐁검!

순간 퐁퐁검이 스스로 진동하고 검은 감각에 떠오른 별들이 반짝였다.

경이로운 광경이 펼쳐질 때.

특급 헌터는 퐁퐁이를 양손으로 번쩍 들고 외쳤다!

“물방울 발사!”

포그르르르르르-

하늘 고래가 쏟아부은 빛나는 물방울이 거복이 별갑 위에 세워진 퐁퐁검에 닿는 순간.

탁-

퐁퐁검이 쓰러졌다!

특급 헌터는 퐁퐁검이 쓰러진 방향을 가리키며 외쳤다.

“저기야! 동쪽! 동쪽으로…….”

“북쪽이에요. 사장님.”

“앗! 북쪽이구나! 북쪽으로 가면 돼!”

“…….”

오마르 장로는 아수라 비서를 향해 외쳤다.

“아니. 잠깐만!? 북쪽으로 가라고요!? 이게 끝이라고요!?”

특급 헌터는 별갑 거북이를 번쩍 들어 내밀었다.

“자 봐! 요기에 산 닮은 무늬 보이지? 북쪽으로 계속계속 가면 산이 있잖아!”

“북부 대산맥?”

문득 입에서 튀어나온 지명.

“맞아! 거기야! 퐁퐁이 어떻게 생각해!?”

구으, 구으으-

퐁퐁이는 별갑 거북이 위로 물방울을 흩날렸다.

“그렇지! 잘 지적했어! 눈이 내릴 때 가면 안 돼! 펑펑! 아주 펑펑 내릴 때는 가면 안 돼!”

됐지 라는 표정을 짓는 특급 헌터.

“잠깐 왜 눈이 내릴 때는 가면 안 되는지…….”

“눈 내릴 때는 이불 속에서 귤 까먹어야지!”

“…….”

오마르 장로는 고개를 돌려 아수라 비서를 봤다.

“혹시…… 제가 바친 반지 환불 되나요?”

아수라 비서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고.

특급 헌터는 신나게 외쳤다.

“다 끝났다! 알바 우리 이제 밥 먹으러 가자! 아아 비서 누나가 맛있는 밥 준비했데!”

“야, 잠깐! 아직 진짜 공물 남았다!”

천문석은 자신 있게 목함을 꺼냈다!

“진짜 공물!?”

특급 헌터는 한달음에 달려와 뚫어지게 목함을 바라봤다.

“지금 열어서 보여 줄 테니까! 놀라지 마라!”

목함이 열리는 순간 금박에 쌓인 영약, 대환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게 바로 무림의 무가지보! 소림 대환단이다!”

“대환단! 이름도 엄청 강해 보여! 역시 알바야! 이건 내가 직접 점수 매길게!”

특급 헌터는 조심스레 손을 뻗어 살짝 대환단을 만졌다.

그리고 작게 떨어져 나온 약을 맛보고 굳어 버렸다!

“……!”

꼭 감긴 두 눈과 마치 감전된 듯 파르르 떨리는 몸!

“뭐야? 너 말도 못할 정도로 놀랐냐? 카캬카- 몇 점이냐?”

특급 헌터는 번쩍 눈을 뜨고 외쳤다!

“빵빵빵빵빵일!”

“응? 뭐라고?”

알아들을 수 없는 외침에 반문하자, 아수라 비서가 숫자판을 내밀었다.

[000001]

“……1점이요?”

[네.]

“맞아.”

“야! 이 점수 뭐야! 1점이라고!? 이거 대환단이야! 무림의 무가지보! 먹으면 내공이 확 늘어나! 이세기가 이거 먹고 창천무흔을 제대로 펼쳤어! 게다가 주호 얍삽한 놈한테서 이거 얻느라고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설산을 미친 듯이 달리고! 호수에 수몰될 뻔하고 포위돼서……!”

폭풍같이 쏟아 내는 말이 멈추는 순간.

특급 헌터는 짧게 이유를 말했다.

“엄청 쓰잖아!”

* * *

‘와, 이 어이없는 꼬맹이 녀석!’

순간적으로 정신줄을 놓을뻔했다.

그러나 설득이야말로 자신의 특기!

천문석은 재빨리 외쳤다.

“야! 쓰다고 1점을 주면 어떡해! 너 입에 쓴 약이 몸에는 좋다는 말도 몰라!?”

“뭐? 진짜로!? 나 몰랐어!”

동그래진 눈으로 진심 놀라는 특급 헌터!

됐다! 이 논리로 설득하면 된다!

재빨리 설득하려는 순간.

한발 먼저 들려오는 목소리.

“그럼 고등어 젤리는 엄청엄청난 약이란 말이잖아!? 완전 비리고 맛없었는데! 제임스랑 비서 누나한테 판사 할아버지 줬는데! 앗! 설마 장민이 약이라서 나한테 먹인 거야!?”

“…….”

고등어 젤리!

상상만으로도 입안에 감도는 비린내!

천문석은 차마 고개를 끄덕일 수 없었다.

대신 아수라 비서에게 외쳤다.

“아수라 비서님! 공정한 비서님이 다시 점수 좀 매겨 주세요!”

[네……!?]

흠칫 놀라는 순간 특급 헌터의 명령이 떨어졌다.

“그래! 아아 비서 누나가 얼른 점수 매겨! 공정하게!”

[네, 넵!]

대답과 함께 대환단에 손을 올리는 아수라 비서!

팟-

섬광과 함께 숫자판의 숫자가 급격히 올라갔다.

[1, 19, 37, 57, 79, 95…….]

“그렇지! 이럴 줄 알았어! 봤냐!? 특급 헌터 1점 아니잖아!? 카캬카카카-.”

“앗! 이거 진짜야! 엄청 쓴데! 이렇게 점수가 높다고!? 장난 아니고 정말이야? 공정한 거 맞아!?”

“당연하지! 이거 대환단이야 대환단! 무림의 무가지보! 너무너무 아까워서 안 먹고 팔아서 건물 사는데 보태려고 가지고 있던 거리니까! 카캬카카-.”

“이상해! 진짜로 이렇게 점수 높다고! 말도 안 돼! 아아 비서 누나 이거 정말이야! 진짜야! 거짓말 아니고!”

특급 헌터가 버럭 소리치는 순간.

아수라 비서가 흠칫 놀라 몸을 떨었다.

그리고 공중에서 빙글빙글 돌아가는 숫자가 멈췄다.

[777]

“뭐! 777점이나 한다고!”

특급 헌터가 경악하는 순간 [776, 775, 774] 급격히 숫자가 떨어졌다.

“잠깐! 잠깐만 이게 뭐예요!? 숫자가 왜 줄어요!?”

[…… ]

아수라는 말없이 시선을 돌렸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향해서!

“설마……!”

“지금 설마……!”

경악한 천문석과 위신이 굳는 순간.

특급 헌터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음 그렇지! 역시 내 눈은 정확해!”

“아니, 이런 게 어디 있어!? 야, 어떻게 좀 해 봐!”

위신이 비명을 지를 때.

천문석의 머릿속에서는 끝없는 울림이 울려 퍼졌다.

대환단이 1점이라고!?

무림의 무가지보 대환단이 1점이라고!?

자신도 모르게 분노를 터트리려는 순간 번쩍 깨달았다.

‘완전히 잘못 생각했다!’

자신이 공물을 바칠 존재는 기동 병참 도시의 관리인이 아니라 종잡을 수 없는 꼬맹이 특급 헌터다!

사령 화로, 태풍 구슬, 옥탑방, 박스 성에 환호하는 아이!

“잠깐만 기다려!”

다급히 외치고 재빨리 잡낭을 확인했다.

실, 바늘, 구급약, 안전 장갑, 밀폐 보관함, 하급 포션, 검은 동전…….

잡낭 안에는 특급 헌터가 혹할 만한 물건이 없었다!

‘젠장! 돌멩이랑 구슬이라도 넣어 둘걸!’

재빨리 호주머니를 뒤지려는 데 문득 보이는 게 있었다.

특급 헌터의 손에 쥐어진 퐁퐁검, 적예의 나무 피리!

“……!”

너무나 자연스럽게 휘두르고 사용해서 잊고 있었다.

퐁퐁검은 자신이 특급 헌터에게 빌려 준 물건이다!

“야! 특급 헌터! 너 그 퐁퐁…….”

“응? 퐁퐁검 왜?”

퐁퐁검을 흔들며 고개를 갸웃하는 특급 헌터.

“…….”

특급 헌터의 화로를 우주로 발사한 천문석은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숫자판의 점수는 [1]이 됐다.

천문석은 아수라를 보며 힘없이 말했다.

“아까 공물 79점에 대환단 1점이니까. 80점인가요……?”

[네! 80…….]

“잠깐! 계산이 잘못됐잖아!”

[네?]

“어?”

특급 헌터는 숫자판을 번쩍 들고 외쳤다!

“대환단은 1점이야! 이건 어쩔 수 없어! 특급 헌터는 언제나 공평해야 하니까! 하지만!”

“하지만?”

“……?”

“……?”

모두의 의아한 시선이 모이는 순간 특급 헌터는 외쳤다.

“나랑 알바는 엄청엄청엄청 친한! 앙꼬 대장이랑 같이 싸울 친구야! 그러니까! 친구 점수를 더해야 해!”

“얍얍얍얍!”

파바바바밧-

특급 헌터는 입으로 소리를 내며 미친 듯이 숫자판을 넘겼다.

그리고 마침내 숫자판에 드러난 숫자!

[2222]

“……너!”

“카카캌-.”

순간 천문석과 특급 헌터는 번개같이 손을 마주치며 외쳤다.

짝, 짝, 짜자 자 짝-

“특급 헌터!”

“알바!”

카캬카카카-

카카카카캌-

두 사람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는 순간.

하-

하아-

[하아-]

구으-

기이-

한숨 소리가 끝없이 이어지고 모두의 마음을 대변하는 엘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럴 거면 도대체 승부는 왜 한 거야……?”

그리고 씩씩한 외침이 울려 퍼졌다.

“이제 다 끝났어! 모두 저녁 먹으러 가야 해!”

천문석은 특급 헌터를 목말 태우고 외쳤다.

“당연하지! 우리 정말 맛있게 저녁 먹을 거다! 모두 호텔로 출발!”

[네! 바로 호텔로 안내하겠습니다!]

아수라 비서는 바로 일행을 인도해 호텔행 기차를 탔다.

천문석은 창밖으로 펼쳐진 도시를 바라봤다.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일이 진행됐지만, 끝이 좋으면 모든 게 좋은 법!

앞으로 일주일!

이 거대한 도시의 호텔에서 편안히 쉬기만 하면 모든 게 해결된다!

마하바나에서 데려올 동료들과 지구행 게이트를 넘으면 이 긴 여행도 마침내 끝나는 거다!

천문석은 노을 지는 하늘을 바라보며 흡족하게 웃었다.

“감사합니다. 하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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