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794화>
“우선은 이것부터 공물로 바칠게.”
쿵-
천문석은 공물로 준비한 상자를 테이블 위에 올렸다.
이때 출입구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세기! 야, 어떻게 된 거야!?”
출입구가 열리고 카페로 강제 이동됐던 위신과 파티마와 오마르 장로가 나타났다.
“다 잘 처리됐어. 공물 바치고 점수에 따라 대가를 받기로 했다!”
“그래!? 처음 계획대로 됐구나!”
“……!”
위신이 외치는 순간 깨달았다.
그렇다! 처음 계획대로 됐다!
엘프와의 깊은 대화, 워커7과 함께한 세부 사항 조율!
특급 헌터의 치열한 승부는 결국 물거품이 됐다!
처음 계획대로 공물을 바치고 대가를 받게 된 것이다!
즉, 특급 헌터가 딱지치기로 도시를 따는 동안 자신은 계획만 세웠지 실질적으로 얻은 것이 없었다!
“도대체 뭐를 위해서 대결한 거지……?”
깊은 허무에 자신도 모르게 말하는 순간.
위신, 파티마, 오마르 장로가 달려 오며 외쳤다.
“공물 바쳤냐? 점수는!?”
“점수 몇 점이야!? 혹시 모자라냐?”
“개인적으로 확인할 게 있는데! 바로 공물 바치면 되는 건가!?”
다급히 외치며 주위를 훑는 세 사람.
특급 헌터, 처음 보는 인간 여자, 엘프, 고글을 쓰고 달려오는 노움!
세 사람의 시선이 노움에서 멈췄다.
방 밖으로 강제 이동되기 전 만난 이 도시의 관리인이다!
“공물을 바치겠습…….”
오마르 장로가 재빨리 앞을 막는 순간.
워커7은 고개를 휙휙 젓고 외쳤다.
[야, 나 이제 도시 관리인 아냐! 비켜 얼른 공물 만들러 가야 해!]
“그게 무슨……?”
“공물을 만든다고요!?”
“네? 관리인이 아니라고요?”
[도시 걸고 딱지 쳤는데 졌다고! 얼른 비켜! 급해! 얼른 공물 만들어야 한다니까!]
버럭하는 고함에 반사적으로 몸을 비키는 순간.
[마스터 꼬맹이 기다려라! 눈이 튀어나올 물건을 만들어서 돌아오마!]
당당히 선언한 워커7은 번개같이 문을 뛰어나가 복도를 달려 사라졌다.
“……?”
“……?”
“……?”
벙찐 표정의 파티마, 오마르, 위신의 시선이 한 사람에게 모였다.
이세기!
“야, 이게 뭔 소리야!?”
“도시 걸고 딱지를 쳐? 그 딱지가 그 딱지야!?”
“그러니까 딱지치기로 도시를 땄다고? 설마! 너! 그러니까 이제 이 도시가 네 거라고!?”
“딱지치기로 딴 건 맞는데 난 아니다. 쟤다.”
천문석은 바로 특급 헌터를 가리켰다.
“특급 헌터가 이 도시의 새로운 주인이야. 방금 전에 이 도시 사장님 됐어.”
“……!?”
“지금 이게 다 뭐야!? 사장님!?”
“시간이 얼마나 지났다고? 이게 무슨!”
경악한 얼굴과 번개같이 돌아가는 몸.
그리고 두 눈에 보이는 광경.
“맞아! 이제 이 도시는 내 거야! 특급 헌터 사장이라고 불러줘! 카카캌-.”
경쾌하게 웃으며 뒷짐을 지고 걸어오는 인간 꼬맹이, 특급 헌터!
퐁, 퐁, 퐁-
그 뒤를 따라오는 퐁퐁이와 거복이!
총총총-
마지막으로 수행 비서처럼 따라오는 인간 여자!
파티마와 오마르 장로, 위신은 황당해하는 얼굴로 꼬맹이와 이세기를 번갈아 봤다.
“저 맨 뒤에 따라오는 분이 인공 정령 아수라 비서. 특급 헌터 명령으로 도시를 관리하는 존재다.”
“……!”
“……!?”
“……!?”
고개를 돌릴 때마다 짙어지는 의혹과 경악!
세 사람은 급변하는 상황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불과 1, 2시간 만에 도시의 주인이 변했다고!?’
탕, 탕-
천문석은 테이블에 올려 둔 상자를 두들겼다.
“진짜야. 이 공물도 쟤한테 바칠 거야.”
“맞아! 지금부터 공물 점수를 확인하겠어! 아아 비서 누나!”
[네 사장님!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인공 정령 아수라가 가볍게 손을 젓는 순간.
널찍한 단이 나타나고 숫자가 적힌 종이가 철해진 숫자판이 그 위에 툭 떨어졌다.
[단 위에 공물을 올리면 이 숫자판에 점수를 띄워서 보여 드리겠습니다.]
“진짜로 얘한테 바치는 거야!?”
“정말로 이 아이한테 공물을 바친다고!?”
파티마와 오마르 장로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동시에 외쳤다.
“진짜고, 정말이다.”
“아니 잠깐만 너랑 저기 저 아이…….”
“사장님.”
천문석이 호칭을 정정하는 순간.
파티마는 황당해하는 얼굴로 확인했다.
“너랑 저 사장님이랑 같은 파티잖아? 그런데 공물을 바친다고!?”
파티마의 핵심을 찌르는 질문!
위신, 오마르 장로, 아수라 비서, 엘프까지 모두의 시선이 모이는 순간.
천문석은 어깨를 으쓱하며 특급 헌터를 봤다.
“그렇다는데? 어떻게 생각하냐 특급 헌터?”
“철수 사장 형한테 배웠어! 원래 친할수록 더 철저해야 하는 거야!”
잠시의 주저함도 없이 돌아온 대답에 웃음이 나왔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발휘되는 철저함!
그러나 자신에겐 비장의 치트키 ‘대환단’이 있었다!
“좋아! 특급 헌터! 봐줄 필요 없어 철저히 점수 매겨!”
“당연하지! 철저하게 점수를 매길 거야! 아아 비서 누나!”
[네 철저하게 하겠습니다!]
천문석은 파티마와 오마르 장로를 봤다.
“너희들 개인적으로 공물 바친다며? 어떡할래? 먼저 할래, 아니면 내가 먼저 할까?”
“…….”
“…….”
파티마와 오마르는 아직 상황을 따라잡지 못해 뭐라 대답하지 못했다.
“좋아. 그럼 내가 먼저 할게. 보고서 결정해라.”
천문석은 상자를 열고 그 안에 담긴 물건을 단 위에 늘어놓았다.
잘 말린 가죽과 송곳니, 모래 마수 부산물!
마수의 몸에서 꺼낸 마수 마석!
암석 지대, 오아시스, 부유석에서 얻은 천연 마석과 마법 회로!
하늘 고래호의 선원들이 준비한 물건들.
“이게 첫 번째 공물이야!”
이 순간 모두는 눈을 빛냈다.
이미 위신의 이야기를 들어 높은 점수를 기대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여기서 매겨지는 점수가 가치의 척도가 된다!
진짜 공물을 바쳤을 때의 기준!
“이 물건 모두 공물로 바치겠다. 원하는 건 마도 엔진과 인공 정령 아수라의 도움, 그리고 마하바나의 동료들을 데려 와 집으로 가는 게이트를 여는 거다. 아까 점수 확인했을 때는 95점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네 맞아요.”
엘프가 고개를 끄덕이는 동시에 아수라 비서가 대답했다.
[네. 95점 맞습니다. 마도 엔진과 제 도움은…… 사장님?]
“그건 내가 정할 거야! 아아 비서 누나! 바로 점수 확인해 줘!”
특급 헌터는 진지한 얼굴로 외쳤다.
[그럼 바로 점수 확인하겠습니다.]
아수라 비서는 가볍게 손을 단 위에 놓인 물건을 톡톡- 건드리며 지나갔다.
팟, 팟, 팟-
손가락이 닿는 매 순간 섬광이 터지고.
차륵, 차르륵-
단 위에 놓인 숫자판의 숫자가 올라갔다.
[1, 7, 13, 17, 23…….]
모든 공물을 확인했을 때 나온 점수는!
[79]
순간 천문석, 위신, 파티마, 오마르 네 사람의 시선이 교차했다.
어차피 예행연습!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
아니 처음 목표 달성에 필요한 점수가 [95]점인 걸 생각하면 예상보다 훨씬 결과가 좋았다!
파티마는 바로 앞으로 나섰다.
“내가 원하는 것은 스승님. 무학의 일대종사를 만나는 거다. 대가로 이 빙옥(氷玉)을 올리겠다!”
팟-
섬광이 터지고.
차르르륵-
숫자판이 넘어가 점수가 떠올랐다.
[123]
파티마는 아수라를 봤고.
아수라는 특급 헌터를 봤다.
“좋아 합격!”
파티마가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쥐는 순간.
특급 헌터는 벌떡 일어나 외쳤다.
“그럼 바로 가르쳐 줄게!”
“네……? 뭘 가르쳐 준다고?”
“스승님을 찾는다고 했잖아? 무학의 일대종사! 잠깐만 기다려! 내가 찾아줄게! 이야압, 얍얍얍얍-!”
특급 헌터는 퐁퐁검을 번쩍 들고 빙글빙글빙글 춤을 추기 시작했다.
포그르르르륵-
이 순간 거복이를 태운 퐁퐁이가 물방울을 쏟아 내며 특급 헌터 주위를 회전하고.
짝짝, 짝짝짝-
아수라 비서가 박자를 맞춰 손뼉을 치기 시작했다.
파티마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변했다.
“아니, 잠깐만……! 분명 공물을 바치면 이 도시의 관리인이 답을 해 준다고 했잖아!? 저분! 저기 저분이 관리인 아냐!?”
파티마의 시선이 아수라 비서에게 향하는 순간.
툭-
어깨를 짚는 손길.
“이세기……?”
천문석은 고개를 저었다.
“방금 들었잖아. 이 도시 특급 헌터가 먹었다고…….”
“어……!?”
멍하니 반문하던 파티마의 얼굴에 의문이 실렸다.
그리고 이 의문은 곧 경악으로 변했다.
“잠깐! 잠깐잠깐만! 설마! 지금 그 말!? 저 아이!”
“사장님.”
“……그래! 사장님! 특급 헌터 쟤가 대답한다고!?”
“이 도시 주인 이제 특급 헌터야. 당연히 답도 특급 헌터가 하는 거지.”
“……!”
파티마가 충격으로 휘청이는 순간 빙글빙글 회전하던 특급 헌터가 멈췄다!
“으아- 하늘이 땅이 돌고 있어! 카카, 카카카-.”
특급 헌터는 휘청, 휘청 쓰러질 듯 비틀거리며 걸어와 천문석을 잡았다.
순간 번쩍 고개를 들고 외치는 특급 헌터.
“찾았다!”
“네!? 잠깐만 지금 무슨……!”
“너 지금 설마!?”
파티마가 경악하고.
천문석이 깜짝 놀라는 순간.
특급 헌터는 번쩍 손을 들고 외쳤다.
“알바! 알바는 엄청난 부자에다가 뭐든지 잘해!”
“……갑자기 웬 칭찬이야!?”
뜬금없는 칭찬 뒤로 이어지는 외침.
“걸레질! 완전 달인이라니까! 알바가 파밧, 파파팟- 하면 천장, 장난감에 묻은 젤리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걸레질……!?”
경악한 파티마가 반문하는 순간.
천문석은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내가 좀 그런 면이 있긴 하지!”
이때 폐부를 찌르는 외침이 들려왔다.
“그것뿐만이 아냐! 알바는 엄청난 부자야! 앗! 화로! 알바가 나한테 엄청 신기한 화로도 줬어! 이 안에 들어 있어!”
“……!”
천문석은 순간적으로 숨이 컥 막혔다.
냉기와 열기를 뿜어내던 화로!
그 화로는 더 이상 저 상자 안에 없었다.
적염성 시가지를 돌파할 때 로켓처럼 우주로 날아가 버렸으니까!
특급 헌터는 그 사실은 까맣게 모른 채 나무 상자를 흔들며 자신이 준 화로가 얼마나 멋진지 자랑하기 시작했다!
“…….”
천문석이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동안.
특급 헌터의 외침과 부하들의 탄성은 계속 이어졌다.
“앗! 알바한테는 옥탑방! 엄청 멋진 옥탑방이랑! 그 앞에 자전거 트랙이랑 평상도 있어!”
“……사장님 진짜예요!?”
구으으-!
기이이-!
“평상에서 고기 구워 먹고 대야에 물 받아서 발 담그고 수박 먹으면 엄청엄청 시원하고 맛있어!”
“……와! 정말 시원하고 맛있을 거 같아요! 사장님!”
구으, 구으-!
기이, 기이-!
열심히 외치는 특급 헌터.
열심히 아부하는 퐁퐁이와 거북이, 아수라 비서.
말없이 이 모습을 바라보는 엘프.
황당해하는 오마르 장로.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에 멍하니 서 있는 파티마.
파티마의 얼굴이 점점 더 하얗게 질려 갈 때.
특급 헌터는 당당하게 외쳤다.
“알바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겠지! 게다가 구구국! 나한테 미친 비둘기 되는 법 가르쳐 줬어! 알바 완전 잘 가르친다니까! 누나가 찾는 일대종사는…….”
특급 헌터는 퐁퐁검으로 천문석을 가리키며 외쳤다.
“바로 알바야!”
“……!”
“……!?”
“……?”
황당함!
어이없음!?
깊은 의혹?
모든 시선이 이세기에게 모이는 순간.
파티마는 참을 수 없는 분노에 외쳤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알바 가르치는 거 진짜 잘해!”
“야, 진짜야! 나 가르치는 거 엄청 잘해!”
반사적으로 외치는 순간 돌아오는 한숨 소리.
“하아- 내가 정신이 나갔지…… 이런 답을 듣자고 빙옥을 바쳤다고!?’
파티마가 정신적 타격에 휘청이는 순간.
특급 헌터는 양팔을 펼치고 직접 보여 줬다.
쿠크크쿸쿸크쿠쿠-!
“봤지? 구구국이야! 미친 비둘기! 이거 알바한테 배운 거라니까!”
“…….”
“알바! 우리 그거 보여 주자! 쌔쌔, 쌔쌔쌔!”
상생상극!
천문석은 바로 손을 들어 특급 헌터와 부딪혔다.
짝, 짝, 짜자자자짝-!
“야, 봤지!?”
“바람 누나 봤지!?”
“야, 보기는 뭘 봐……!”
파티마가 분통을 터트리는 순간.
휘이이이잉-
두 사람 사이에서 생겨난 한 줄기 바람이 몸을 스쳤다!
.”……!”
바람검 파티마는 바로 알아봤다.
이 한 줄기 바람에 담긴 너무나 아득한 무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