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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792화 (793/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792화>

신기루 벽을 넘는 순간.

고속 갤리선의 모두는 느꼈다.

타닥, 타다닥-

정전기가 전신을 훑는 듯한 감각!

그리고 경지를 넘은 이원과 여량위는 다른 감각도 느꼈다.

신기루 벽이 돌멩이가 떨어진 호수 수면처럼 요동치고.

요동을 따라 일어난 파문이 천지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바람이 소용돌이치는 허공으로.

모래가 폭발하듯 치솟는 사막으로.

마치 신호하듯이!

이 순간 여량위와 이원은 자신도 모르게 하늘을 보고, 서로에게 물었다.

“느꼈냐?”

“느꼈다!”

짧은 대화에 담긴 당혹과 긴장!

두 사람은 서로가 같은 것을 느꼈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선!

신기루 벽에서 뻗은 파문이 닿는 순간 너무나 분명한 시선이 느껴졌다!

무언가 이 고속 갤리선을 봤다!

이곳은 마경! 대요마, 거대 괴수, 무엇이 튀어나와도 이상하지 않다!

“여량위?”

여량위는 이원의 눈빛만 봐도 그 생각이 잡힐 듯이 느껴졌다.

이대로 계속 전진할지, 위험을 피해 되돌아 나갈지 묻는 말.

그러나 이 마경에는 이세기 스승님과 그 일행이 있다. 생각할 것도 없었다!

피식 웃은 여량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명령했다!

“오아시스에 단서가 있다! 최고 속도로 움직인다!”

선장은 바로 명령했다!

“견시수! 오아시스 위치 확인! 바람잡이, 장대잡이 상태 보고해라!?”

“바람이 잡히지 않습니다!”

“모래 유속이 급격히 느려지고 있습니다!”

“주술사! 바로 호퐁, 류사의 주술을 펼쳐라!”

둥둥, 둥둥둥-

용의 비늘로 만든 주술 북이 울리고!

후두두두두둑-

정제 마석 수십 개가 허공으로 던져졌다!

정제 마석에서 흘러나온 주술력에 돛과 선체에 새겨진 주술문양이 빛나는 순간.

[움으으으으으믐]

하나로 합쳐진 울림과 함께 호풍(呼風), 류사(流沙)의 주술이 펼쳐졌다!

주술이 펼쳐지는 즉시.

파아아아아-

잡히지 않던 바람이 돛으로 모여들고.

쿠르르르르-

유속이 느려지던 모래가 다시 빨라지기 시작했다.

퍽, 퍽, 퍼퍼퍽-

이 순간 일제히 떨어져 내려 모래를 휘젓는 수십 개의 대형 노!

촤아아, 촤아아아-

고속 갤리선은 화살처럼 모래 언덕 사이로 쏘아졌다!

수많은 마경과 전장을 누빈 대륙 상단의 1번 함은 열사의 사막을 거침없이 질주했다!

검은 모래가 치솟는 호수.

바위가 둥둥 떠 있는 암반 지대.

모래 소용돌이가 일렁이는 사막.

……

이 모든 곳을 지나 모래 언덕이 겹겹이 이어지는 구릉지대로 들어가는 순간.

망루에서 외침이 들려왔다!

“2시 방향! 모래 언덕 위로 솟은 봉우리가 보입니다!”

휘이잉-

이 순간 촉촉한 물기를 머금은 한 줄기 바람이 갑판을 스쳐 지나갔다.

“우현 15도! 1시 방향! 모래 언덕을 타고 오른다!”

고속 갤리선은 완만한 경사의 모래 언덕을 단숨에 타고 올랐다.

시야가 탁 트이자 끝없이 뻗은 모래 언덕 너머로 폭포수가 쏟아지는 절벽이 보였다.

모래 언덕에 가려져 보이는 것은 일부지만 고속 갤리선의 모두는 한눈에 알아봤다.

‘신기루 벽에서 본 오아시스 폭포다!’

그리고 신기루 벽에선 보지 못한 것들이 보였다.

“앞에 수십, 아니 수백척의 모래 배가 모여든 흔적이 있습니다!”

모래 위에 남겨진 선명한 흔적!

수십, 수백 대의 모래 배가 모여들었다가 사방으로 흩어진 흔적이 선명히 남아 있었다!

그리고 이 중 한 흔적이 눈에 들어왔다.

중형 모래 선이 움직인 흔적!

이원, 여량위, 최설, 허준.

네 사람의 눈이 이 흔적을 쫓았다.

모래 언덕 정상으로 이어지는 흔적은 오아시스 폭포 방향으로 이어졌다!

‘이세기!’

직감하는 순간 여량위는 명령했다!

“저 흔적을 따라 달린다!”

“알겠습니다! 단주님!”

촤아아아-

고속 갤리선은 단숨에 모래 언덕을 미끄러져 흔적을 따라 질주했다!

그리고 흔적이 이어진 모래 언덕 정상에 오르는 순간.

휘이이이잉-

숲 내음이 가득한 촉촉한 물기 어린 바람이 불어오고 오아시스가 보였다.

아득한 절벽과 엄청난 폭포수.

폭포수가 만들어 낸 거대한 호수.

거대한 호수 주위에 펼쳐진 초지와 숲.

신기루 벽에서 본모습 그대로인 오아시스가 나타났다.

그리고 모래 언덕을 미끄러져 울창한 숲을 뚫고 호수로 이어지는 흔적이 보였다!

이 흔적을 보는 모두의 머릿속에 영상이 재생됐다.

잡히지 않는 바람과 흐르지 않은 모래.

움직이지 않는 모래 배를 끌고 언덕을 올라.

언덕 아래로 미끄러져 숲을 뚫고 오아시스 호수에 배를 띄웠다!

‘누가 이렇게 했을까?’

스스로에게 묻는 순간 떠오른 장면에 이원, 여량위, 최설, 허준, 진교은, 한호석 교수는 웃었다.

‘으아아악- 시바, 시바! 뭐가 이따위야!’

악을 쓰며 모래 배를 끌고 언덕을 오르는 사람!

“이세기!”

“드디어 찾았구나!”

“흔적이 오래되지 않았다!”

“이세기가 탄 배! 분명 저 오아시스 호수로 들어갔다!”

“선장! 오아시스 호수에 배를 띄운다!”

“알겠습니다! 모두 충격에 대비해라! 호수로 미끄러진다!”

쏴아아아아아-

고속 갤리선은 단숨에 모래 비탈을 미끄러져 뻥 뚫린 숲을 지나 오아시스 호수에 들어갔다!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원래대로라면 사막에 들어오는 순간 나타났을 열사의 사막의 하이에나.

기동 병참 도시의 렉카, 자해공갈단, 강매 상인 그 누구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들 모두는 생전 처음 겪는 초대박, 이동 성채 도시를 본거지로 옮기며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그 결과 고속 갤리선은 누구의 제지도 받지 않고 ‘유료’ 오아시스 휴양지에 들어갔다. 그리고 이세기 일행을 찾았다.

“이세기! 어디 있냐!?”

“스승님! 찾으러 왔습니다!”

“부사장님! 야, 너 어디 있어!?”

“구하러 왔습니다! 어서 나오세요!”

“특급 헌터! 누나 왔어! 어디 있는 거니!?”

고속 갤리선이 커다란 호수를 돌며 뿔피리를 불었고, 배에서 내린 사람들이 울창한 숲을 헤집었다.

그러나 오아시스 어디에서도 이세기 일행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호수로 들어온 흔적은 있는데 정작 오아시스 안 어디에도 흔적이 없다.

게다가 이 사막에서는 평범한 방법으로는 모래 배를 움직일 수 없었다.

그렇다면 결론은 간단했다.

이세기와 일행이 탄 배는 호수와 연결된 강으로 빠져나갔다!

“선장! 강을 따라 내려간다!”

고속 갤리선은 바로 강을 타고 하류로 움직였다.

여량위의 정확한 판단으로 고속 갤리선은 하늘 고래호가 이동한 경로를 그대로 따라 이동했다!

여기에 오아시스 관리인 별갑 거북이가 부재중이라 엄청난 비용 청구를 피하는 행운까지 더해졌다.

그러나 행운은 여기까지였다.

워커7과 엘프가 말한 대로 신기루 벽을 넘는 순간 마력장 요동이 일어났고, 이 마력장 요동을 스카라베 왕국의 출입국 관리소가 관측했다!

부우우우우웅-

스카라베 출입국 관리소 직원이 고속 갤리선을 향해 출발했다.

이 일은 경계를 넘는 존재들에게 행하는 일상적인 일이라 아무런 문제도 아니었다.

문제는 고속 갤리선이 향하는 곳에 있는 기동 병참 도시였다.

기동 병참 도시는 워커7이 스카라베 왕국, 강철의 도시 지하 미궁에서 발견해서 튄 유적!

워커 실트7은 100여 건의 소송이 걸린 채 도망친 1급 수배자였다!

그동안 워커 실트7과 기동 병참 도시는 차원 방벽을 뚫고 열사의 사막으로 이동해 세계의 나무와 혼돈의 경계를 넘나들며 도망쳤다.

집요한 스카라베 관리청조차 기동 병참 도시와 워커 실트7의 흔적을 찾지 못했다.

고속 갤리선은 정확히 이곳으로 나아갔다!

스카라베 출입국 관리소 직원을 꼬리처럼 붙이고!

고속 갤리선의 누구도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러나 문제가 발생했다는 걸 깨달은 둘이 있었다.

“엄마…… 엄마…… 나 범인 아냐…… 언니가 범인이야…….”

“으으으- 다시는 술을 먹지 않겠습니다! 제발 용서를…… 허리가 너무 아픕니다…….”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횡설수설하는 섬초와 아카린이 누운 침대 아래 구석진 공간!

빛이 번뜩이고 당황한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구으으-!?

띠디디딛-!?

전(前) 스카라베 채권 추심원, 초거대 사슴벌레와 황금 풍뎅이.

현(現) 특급 헌터의 2, 3호 부하 사슴이와 반짝이!

둘은 깨달았다!

스카라베 왕국 경계 안으로 들어왔다!

자신들은 첫 번째 임무, 케페니안 황금 다람쥐 니케 부두목의 채권 추심에 실패하고 어쩌다 보니 무단 도주한 상태!

혹시라도 스카라베 관리국에 걸리면 끝장이다!

그래서 숨소리조차 죽이고 숨어 있었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배가 스카라베 왕국으로 들어왔다!

그것도 엄청난 부자이자 무자비한 폭군인 대두목이 없는 지금!

구으으응-?

사슴이가 고개를 갸웃하는 순간.

띠딛디디디딛디딛-!

반짝이는 빛을 번뜩이며 외쳤다!

대두목이 없는 지금 자신들이 이 배와 대두목의 부하들을 지켜야 한다!

구으으으-!

띧디디디딛-!

사슴이와 반짝이는 숨어 있던 침대 밑에서 나와 용맹하게 울었다!

그리고.

싹둑, 싹둑-

사슴이의 초진동 톱날 집게로 붉은 털과 하얀 털을 자르고.

파슥, 파스슥-

반짝이의 스카라베 고유 마법으로 몸에 붙여 위장을 시작했다.

이 순간 침대에 잠든 아카린과 섬초의 앓는 소리가 조금 더 커졌다.

“으으으-! 제발 제 털은 안 됩니다……!”

“안 돼. 안 돼…… 왜 자꾸 빠지는 거야…….”

* * *

고속 갤리선이 이세기 일행을 찾아 강을 따라내셔갈 때.

한발 먼저 기동 병참 도시로 이동 중인 사람들이 있었다.

열사의 사막의 하이에나!

거대 곤충이 끌고 있는 모래 썰매, 뗏목, 배!

기동 병참 도시의 렉카, 자해공갈단, 강매 상인들이었다.

하늘 고래호에 모였던 인원 몇 배나 되는 수백에 달하는 인원이 일제히 외쳤다.

“야! 타이밍 맞춰!”

“힘이 고르게 실려야 한다!”

“한쪽에 실리면 회전한다! 신호에 맞춰!”

개미 수백 마리가 거대한 곤충의 사체를 옮기듯. 수백의 거대 곤충과 모래 탈것들이 수십 개의 밧줄에 달라붙었다!

부우, 부우우우웅-

뿔피리 소리가 울리는 순간.

콰득, 콰드드득-

수십 개의 밧줄에 힘이 실리고 그 끝에 고정된 이동 성채 도시가 움직였다.

파슥, 파스스슥-

이동 성채 도시의 움직임에 모래 언덕이 바스러지고 모래가 단단히 다져져 길이 뚫렸다.

성채 도시의 성벽 위 장로는 멍하니 주위를 바라봤다.

이동 성채 도시가 수백의 거대 곤충에 끌려 움직이고 있었다.

급수관을 연결하려는 순간 나타나 무시무시한 경고를 하던 이 마경의 주민들이 데려온 거대 곤충들이다.

“……잘 하는 걸까?”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

하지만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

카즈빈과 오마르 장로, 파티마에게 마력 대포를 겨누는 순간 이미 되돌릴 수 없게 됐다.

셋을 마력 대포로 일격에 처리한다는 계획은 실패했고, 길잃은 용권풍에 휩쓸려 바나항에서 이곳 어딘지 모르는 사막 마경까지 날아왔다.

게다가 이동 성채 도시의 마도 엔진은 강탈당하고 초거대 모래 가오리마저 탈진해 쓰러졌다.

마경 한가운데 고립된 상황.

하지만 아직 기회는 있었다!

이 마경의 주민들에게 얻은 정보!

오마르 장로와 카즈빈 왕자. 바람검 파티마가 탄 무장 어선도 이 사막에 표류했다!

이제부터는 시간 싸움이었다.

오마르, 카즈빈, 파티마보다 먼저 가문에 돌아가면 지얀데 가문이 이 손에 들어온다!

그리고 마경을 벗어나 돌아갈 계획도 이미 세웠다!

문득 고개를 들어 올리는 순간.

이동 성채 도시에서 뻗은 수십 개의 밧줄과 이 밧줄을 끄는 사막 마경 주민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하하- 대박이다! 엄청난 초대박이야!”

“렉카 비용에다가 도시에서 받을 점수까지! 잘하면 집 살 수 있을지도 몰라!”

“야! 얼른 옮기자! 재수 없게 스카라베 놈들 나오면 끝장이야!”

……

환호성을 지르는 저 주민들의 거점, 이동 도시!

그 이동 도시의 주인에게 공물을 바치고 점수를 얻으면 이 사막을 벗어나 지얀데로 돌아갈 길이 열린다!

우와아아아아-

이때 엄청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번쩍 고개를 들자 거대한 도시를 등에 짊어지고 강에 둥둥 떠서 내려가는 초거대 악어 북이 보였다,

‘이제 시작이다!’

장로는 주먹을 움켜쥐며 다짐했다!

‘무엇이든! 그 무엇을 바쳐서라도 이 도시 주인의 호의를 사겠다! 그리고 지얀데의 이름을 손에 넣는다!’

이렇게 이동 성채 도시는 수백 대의 렉카, 자해공갈단, 강매 상인들에게 끌려 기동 병참 도시에 도착했다.

이때 기동 병참 도시의 새로운 주인, 신임 마스터는 두 팔을 번쩍 들고 웃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카카카카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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