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787화>
마도 제국의 마도 엔진!
강철의 기사, 타이탄의 심장!
‘이게 왜 여기서 나와!?’
게다가 그냥 마도 엔진도 아니었다!
궁…… 궁…… 궁…….
엘프의 초감각에 느껴지는 이 맥동!
눈앞의 마도 엔진은 시동이 걸려 있었다!
“……!?”
이 순간 워커7이 승부를 받아들인 이유를 깨달았다.
이 도시는 차원 방벽을 뚫고 도망친 허신과 악신을 추적해 섬멸하기 위해 만들어진 마도 제국의 기동 병참 도시다!
이 도시에는 허신, 악신과 싸우기 위한 수많은 시설이 있고 이 시설에 마력을 공급할 초대형 마도 엔진이 있었다.
그러나 이 초대형 마도 엔진은 마탑, 타이탄과 같은 마도 황제의 유산과 마찬가지로 대협약이 깨지는 순간 시동이 꺼져 멈췄다!
대륙 최고의 마도 공학자 워커 실트7조차도 마도 엔진에 다시 시동을 거는 것은 실패했다!
지금 이 도시는 초거대 악어거북이, 말년 병장의 힘과 워커7이 만든 마도 엔진의 열화품, ‘마력석 엔진’의 힘으로 겨우겨우 움직이는 상황이다!
그 결과 주기적으로 강으로 이동해 과열된 도시 전체를 냉각하기를 반복해야 했다.
워커7은 말했었다.
단 하나!
빛을 잃지 않은, 시동이 걸린 마도 엔진 단 한기만 있어도.
이 기동 병참 도시의 초대형 마도 엔진에 시동을 걸 수 있다고!
차원 방벽 너머로 도망친 허신과 악신을 추적해 섬멸하던 마도 제국 군단의 거점, 기동 병참 도시가 살아난다고!
그뿐이 아니다.
가동을 중지한 마탑!
조병창에 봉인된 타이탄!
긴급 봉쇄된 채로 도시 곳곳에 존재하는 수많은 시설까지!
이 도시의 초대형 마도 엔진에 시동만 걸면 이 모든 게 다시 작동한다!
스카라베에 배상금을 낼 필요도, 고향으로 돌아갈 통로를 뚫기 위해 엄청난 비용을 낼 필요도 없다!
‘시간 오류’ 때문에 스카라베 일꾼을 고용해야겠지만, 그것도 도시에 봉인된 금고를 열 수만 있다면 간단히 해결된다!
엘프는 전율했고 깨달았다.
워커 실트7님이 이 도시를 걸고 딱지치기 승부를 한 이유를!
‘워커7님! 이것 때문에! 이 마도 엔진 때문에 승부하신 거군요!’
어느새 워커7은 마도 엔진을 홀린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이 모습을 본 순간 엘프는 가슴이 울컥했다.
관리인님은 자존심 때문에 도시를 걸고 딱지를 친 게 아니었다!
마도 엔진을 되찾아 기동 병참 도시를 되살리기 위해서 승부한 거다!
“워커7님…….”
엘프가 자신도 모르게 한 걸음 다가가며 괜찮다고 우리 같이 힘을 내서 다시 노력하자고 말하려 할 때.
워커7의 경악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마도 엔진? 뭐야!? 마도 엔진이 왜 여기서 나와!? 잠깐! 아공간에 들어 있었잖아!? 혹시? 설마! 이거, 시동 걸려 있는 거 아냐!?]
“……네? 그게 무슨……?”
워커7은 대답 없이 찰싹 마도 엔진에 달라붙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사색이 된 얼굴로 외쳤다.
[어, 어어!? 이거 뭐야!? 느껴져! 진짜 느껴지잖아! 이 진동! 맥동하고 있어! 약하지만 분명 맥동하고 있다고! 시바! 이거 뭐야!? 왜 안 꺼진 거지!? 마도 엔진이 시동이 걸려 있다고!]
“지금 무슨 말을…… 설마, 시동 걸린 거 지금 아신 건가요?”
엘프가 묻는 순간 워커7은 흥분된 얼굴로 외쳤다!
[시동이 걸려 있어! 마도 엔진에 시동이 걸려 있다고! 이 엔진만 있으면 이 도시의 주 엔진을 점화할 수 있다! 대협약이 깨지고 대륙 전체를 휘감은 초대형 마력 폭풍에 작살난 마탑, 타이탄, 기동 도시! 우주로 날려 버린 전능 옥좌까지 전부 살릴 수 있다! 시바! 그렇지! 이럴 줄 알았어! 살아 있는 마도 엔진이 한 기는 있을 줄 알았어!]
[으아아아아아-!]
워커7은 미친 듯이 환호성을 질렀고.
“…….”
엘프는 차게 식은 눈으로 그런 워커7을 봤다.
[야, 우리 할 일이 많다! 얼른 움직이자!]
그리고 한참 후 워커7이 외치는 순간.
엘프는 차갑게 대답했다.
“뭘 움직여요?”
[당장 도시의 주 엔진 점화해야지! 아니지, 혹시 모르니 우선 실험부터 해야 해! 마력압이 모자라서 시동이 꺼지면 대참사가 벌어진다! 우선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차근차근…….]
‘이미 도시가 통째로 넘어갔는데, 뭐?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차근차근?’
“하-!”
엘프는 헛웃음으로 말을 끊고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워커7님! 이 마도 엔진을 얻기 위해 승부하신 거 아닌가요?”
[응? 무슨 소리야. 내가 본건 뽀글뽀글 구슬인데……?]
“……뽀글뽀글 구슬?”
대답은 테이블 위에서 구조수를 펼치며 나무 상자를 흔들던 특급 헌터에게서 돌아왔다.
“드디어 나왔다! 알바! 엘프 누나! 이게 바로 내가 승부에 걸었던 물건이야! 보글보글 구슬! 태풍 구슬이야!”
특급 헌터는 태풍 구슬을 내밀며 자랑스레 외쳤다.
[…… 으아! 태풍 구슬! 따야 했는데! 뽀글뽀글 구슬 내가 먹었어야 했는데!]
워커7이 절절한 안타까움을 담아 탄식을 터트릴 때.
엘프는 멍하니 특급 헌터의 손에 들린 구슬을 봤다.
얼핏 봐서는 특별한 뭔가가 느껴지지 않는 평범한 구슬!
그러나 방금 시동이 걸린 마도 엔진이 나왔다. 겉모습만으로 예단할 수는 없었다!
“그 구슬에 무슨 능력이 있나요?”
“이렇게 가까이서 보면 이 안에 엄청 커다란 태풍 보여! 그리고 물이 있어야 하는데…….”
특급 헌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자 워커7이 바로 외쳤다.
[잠깐만! 아, 이거 쓰면 되겠다!]
워커7은 재빨리 테이블의 찻주전자를 들어 뚜껑을 열고 내밀었다.
[꼬맹이! 보여 주자!]
“알았어!”
퐁당-
태풍 구슬이 찻주전자에 들어가는 순간.
포그르르르-
마치 물이 끓는 것처럼 엄청난 기포가 올라왔다!
[……!]
“……!”
순간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엘프를 바라보는 노움과 꼬맹이.
“……그게 끝인가요?”
[당연히 아니지!]
“맞아! 당연히 아니지!”
동시에 외치고 동시에 찻주전자 속에 손을 넣는 노움과 꼬맹이.
“히히히힛- 간지러!”
[으어어엇- 시원하다!]
“…….”
엘프는 마침내 진실을 깨달았다.
그동안 있었던 수많은 사건·사고.
처음 워커 실트7을 만난 이래 지금까지 항상 그래 왔던 대로!
워커7은 그동안 친 수많은 황당한 사고들처럼 보글보글 물거품이 일어나는 구슬 하나 따자고 도시를 걸었고 모든 것을 날려 먹은 거다!
자신이 멍청했다.
워커 실트7, 노움이 생각이란 걸 하고 움직였다고 기대했다니!
이 순간 가슴속 깊은 곳에 쌓이고 쌓인 분노와 울분이 폭발했다!
“야, 이! 정신 나간 노움아!”
엘프는 바람같이 달려들어 워커7의 머리를 팔로 조였다.
[으앗! 뭐야!? 너 갑자기 왜 이래!]
“죽어! 죽으라고! 미친 노움! 정신 나간 노움 새까-!”
엘프는 주먹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노움의 빡빡 밀린 머리에 꿀밤을 때려 박았다!
따다다다딱딱-
[악, 아악- 항복, 항복이라니까! 뼈! 뼈 맞았어! 그만해! 계속 때리면 머리카락 영영 안 날지도 모른단 말야! 으억-]
워커7이 아무리 외쳐도 분노한 엘프의 폭풍 꿀밤은 멈추지 않았다.
“앗! 누나 잠깐만! 멈춰어-!”
특급 헌터가 간절히 외치는 순간 잠깐 꿀밤이 멈췄으나.
“말리지 마세요! 이 녀석 정신 차리게 해야…….”
“아니! 그게 아니라! 나도 같이하면 안 돼!?”
“네……? 넷!”
곧 엘프의 폭풍 꿀밤과 특급 헌터의 퐁퐁검 공격이 시작됐고.
워커 실트7은 고통스러운 비명과 참을 수 없는 웃음을 동시에 터트렸다.
악, 우히힛-
으악, 이흐흣-
끄아악, 히히힛-
[그만! 끄악- 하나만 해! 때리던지, 간지럽히던지! 하나만 하라고! 으히흐흐히힣-]
“…….”
천문석은 말없이 엉망으로 뒤엉킨 세 사람을 봤다.
-헤드락을 걸고 폭풍 꿀밤을 날리는 엘프.
-퐁퐁검으로 전신을 간지럽히는 특급 헌터.
-눈물 콧물을 줄줄 흘리며 기괴한 웃음을 터트리는 워커 실트7.
그리고 문득 시선을 내려 이 난장판의 원인을 보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왔다.
“……저게 왜 여기 있어?”
마도 엔진!
2미터가 넘던 길이가 확 줄고 마력 회로의 마력광도 사라졌다!
하지만 천문석은 보는 순간 알 수 있었다!
표면에 새겨진 마력 회로와 보는 것만으로도 쿵, 쿵- 맥동하는 일기일원공!
바나항을 탈출할 때 만났던 이동 성채 도시!
그 이동 성채 도시의 마력 대포에 에너지를 전달하던 마도 엔진이다!
일기일원문의 제자가 성채 도시에서 뽑아내 하늘 고래호 갑판에 던져 놓았던 과부하가 걸려 터지기 직전이었던 마도 엔진!
마도 엔진이 폭발하기 전에 모두는 정신을 잃었고, 깨어났을 때는 이미 사라졌던 마도 엔진!
오마르 장로가 애타게 찾던 사라진 마도 엔진이 나타났다!
특급 헌터의 공간 아이템, 나무 상자 안에서!
이 순간 천지를 관통하는 한 줄기 깨달음이 머리를 때렸다.
“특급 헌터! 네가 범인이었구나!?”
퐁퐁, 퐁퐁퐁퐁-
워커 실트7을 퐁퐁검으로 간지럽히던 특급 헌터는 깜짝 놀랐다.
“뭐!? 나 범인 아냐! 이거 휘잉휘잉이 준 선물이야! 내가 보여 줄게! 이야얍-!”
휘히히히힉-
재빨리 나무 상자를 흔들자 휙- 공중으로 튀어나오는 조각상!
특급 헌터는 낚아챈 조각상으로 꾹 도장 찍듯이 마도 엔진을 눌렀다.
[으아! 지금 뭐 하는 거야! 그거 간신히 맥동하고 있는 거야! 잘못 건드리면 시동 꺼져!]
기겁한 워커가 외치는 순간.
휘잉, 휘잉-
한 줄기 소용돌이가 불어오고 빛이 생겨났다.
이 빛은 마치 수로를 따라 물이 흐르듯이 마력 회로를 따라 흘렀고, 곧 마도 엔진이 부르르 떨리며 맥동하기 시작했다.
부으으으-
이 순간 빛과 진동이 파문이 되어 물결치듯 흘러나왔다.
궁, 궁, 궁-
일기일원공과 닿는 순간 상승작용을 일으키던 마력이다!
천문석은 반사적으로 강철봉을 꺼내 허공을 찔렀다!
콰드득-
공간이 비틀려 터지는 순간 폭발하듯 쏟아진 와류!
마도 엔진의 파문은 천문석의 와류와 닿는 즉시 상쇄되어 열풍으로 변해 사라졌다.
휘잉, 휘이이잉-
그러나 이 여파만으로도 심상 공간의 일기일원공이 요동치고 들끓기 시작했다!
문제를 해결하지도 못했는데 강제로 벽을 넘을 상황!
천문석은 다급히 외쳤다.
“특급 헌터! 그 마도 엔진 다시 상자에 넣어!”
“뭐!? 왜!? 이거 다시 꺼내려면 엄청 흔들어야 한단…….”
“한우!”
“쓰읍- 바로 넣겠습니다!”
[뭐!? 잠깐만 기다려!]
“앗! 멈추세요!”
깜짝 놀란 워커7과 엘프가 다급히 외치며 저지하러 달려왔다.
그러나 와류와 파문이 상쇄되는 공간에 들어온 순간 돌풍에 휩쓸린 낙엽처럼 몸이 요동쳤다!
[어엇! 이거 뭐야!?]
“잠시만 그 마도 엔진……!”
이 타이밍 특급 헌터는 맥동하는 마도 엔진을 향해 나무 상자를 내리쳤다!
“이야얍-! 들어가랏!”
한 손에 잡히는 나무 상자가 마도 엔진에 닿는 순간.
폭발하듯 생겨난 반투명한 물방울이 마도 엔진을 덮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팟- 물방울이 꺼지듯 마도 엔진은 상자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마도 엔진이 사라지자 파도치듯 밀려 오던 파문이 흩어지고 와류와 충돌해 만들어지던 돌풍이 꺼지듯 사라졌다.
지금까지 본 모든 것이 거짓말인 것처럼 마도 엔진이 있었다는 증거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남은 건 특급 헌터의 신나는 노랫소리와 이세기의 목소리뿐이었다.
“한우, 한우! 맛있는 한우! 알바 한우 언제 먹어!? 지금……!?”
“하하- 잘했어! 특급 헌터! 참 잘했어요. 도장 찍어 줄까?”
“아니, 괜찮아! 우리 한우 언제 먹어? 오늘 저녁!? 오늘 밤!? 오늘 새벽!?”
“하하하- 아주 잘 했어! 돌아가면 박스 성 증축하자!”
“아니, 아니! 한우! 우리 한우 언제 먹냐니까!?”
“하하, 하하하-.”
“알바!? 왜 자꾸 웃기만 하는데!? 한우 언제 먹어!?”
“하하하- 언…….”
“설마! 장민처럼 ‘언젠가! 어디선가’라고 대답하는 건 아니지!?”
“하하하, 하하하하하-.”
“그만 웃어! 웃지만 말고 대답하란 말야! 알바! 알바아-!”
[…… ]
“…….”
워커 실트7과 엘프는 멍하니 이세기와 특급 헌터를 봤다.
그리고 문득 고개를 돌려 서로를 봤다.
-시동이 걸린 마도 엔진!
-워커 실트에게서 회수할 물건!
숙원을 해결할 열쇠를 눈앞의 두 사람이 가지고 있다!
이심전심!
말은 필요 없었다.
긴 세월 온갖 사건·사고를 함께 헤쳐나온 노움과 엘프는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동시에 외쳤다.
[마스터 꼬맹이! 잘 부탁한다!]
“마스터!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