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786화>
“……지금 뭐를 땄다고?”
천문석이 반문하는 순간.
엘프의 경악한 외침이 터졌나왔다.
“지금 그게 무슨……? 뭐를 땄다고요?”
“도시! 이제 이 도시는 내 꺼야! 앗! 이름부터 바꿔야겠어! 엄청 커다랗고 멋진 거복이니까…… 특급 거복거복시! 어때!? 멋지지!? 카카카카캌-.”
“……!?”
엘프는 파르르- 떨리는 몸으로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석상처럼 굳어 버린 워커7을 향해서!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확인했다.
“아니죠? 설마 아니죠? 하, 하- 그렇죠? 아무리 워커7님이라도 그건 아니죠!?”
[.,…… ]
워커7의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고.
어느새 테이블 위에 올라온 특급 헌터는 당당하게 외쳤다.
“이번 승부 완전 최고였어! 퐁퐁이! 거복이! 그렇지!?”
구으, 구으으응-!
기이이, 기이이잉-!
테이블 위를 빙글빙글 도는 하늘 고래와 그 위에 탄 별갑 거북이는 환호와 탄성, 존경과 경의를 담아 울었다!
포그르르르-
퐁퐁이의 물방울이 폭죽처럼 쏟아지고.
파파파파팟-
거복이의 별갑(星甲)이 LED 조명처럼 반짝였다.
친구들의 찬탄에 특급 헌터의 자부심이 가득한 외침과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난 이제 콩 황제가 아냐! 그냥 황제야!”
카카카카카캌-
[……]
웃음을 터트리는 특급 헌터와 아무 대답이 없는 워커 실트7, 이 극명한 대비에서 느껴지는 아찔한 현기증!
“어, 어어!? 어어어!”
엘프가 주저앉을 듯 휘청이는 순간.
천문석은 번쩍 정신이 들었다!
지금 자신과 일행에겐 엘프와 워커7의 도움이 필요했다! 이 둘이 이렇게 무너지게 둘 수는 없었다!
‘자세한 내막을 확인해야 한다!’
“특급 헌터! 어떻게 된 거야? 아까 쌓인 물건! 그 물건 걸고 딱지 친 거 아니었어!? 갑자기 도시라고?”
“맞아! 그거는 여기 들어 있어! 내가 계속계속 이겼어! 앗! 내가 어떻게 계속 이겼는지 궁금한 거구나! 내가 아주 자세히 설명해 줄게! 딱지를 이렇게 잡고 마음으로 외쳐야 해……!”
특급 헌터는 두꺼운 딱지를 자랑스럽게 보여 주며 설명을 시작했다.
‘저 딱지!’
천문석은 한눈에 알아봤다.
제주도에 놀러 갔을 때 류세연을 무참히 꺾은 딱지다!
얼마나 압착했는지 종이가 아닌 금속 같은 무게감을 가진 딱지.
경호팀장 제임스가 주먹으로 내려치고 장갑 SUV로 누르고 눌러 만든 딱지가 아닌 둔기나 다름없는 압착 딱지다!
순간 정신이 혼미해졌다.
관문 도시 마하바나의 정보와 지구로 돌아갈 게이트를 가지고 있는 두 사람.
협조를 받아야 할 워커7과 엘프의 도시를 털어먹었다!
테이블 위에서 딱지치기 필승법을 설명하는 특급 헌터가!
‘특급 헌터! 무슨 일을 한 거냐!?’
마음속으로 비명을 지를 때 특급 헌터의 설명이 귀에 들렸다.
“……이렇게 외치고 다음에는 하늘님에게 부탁해야 해…….”
언제나처럼 엉뚱한 이야기를 하는 특급 헌터.
천문석은 재빨리 말을 끊고 확인했다.
“잠깐만! 도시! 도시 땄다는 게 무슨 말이야!? 설마 딱지치기에 도시를 걸었다는 거야!? 저기 워커7이!?”
순간 갈대처럼 휘청이던 엘프가 번쩍 눈을 떴다.
“제발제발제발……!”
눈을 부릅뜬 엘프가 두 손을 맞잡고 간절히 외치는 순간 대답이 돌아왔다.
“맞아! 마스터 형이 도시 걸고 마지막 한판 했는데. 내가 이겼어! 이제 이 거복거복시는 내 꺼야! 카카캌-!”
구으으으으응-!
기이이이이잉-!
자랑스레 고개를 끄덕이는 특급 헌터를 보는 순간 엘프는 사색이 됐고, 천문석은 정신이 아득해졌다.
“……!”
“……!”
‘아니! 지금 그러니까 딱지치기에 도시를 걸었다고!? 제정신이야!?’
천문석의 시선이 바닥에 널브러진 워커7에게 닿는 동시에 벼락이 떨어진 듯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워커7님!? 이게 무슨 말이에요! 그러니까 지금 도시를 걸고 딱지를 쳤다고요!?”
[…… ]
엘프는 번개같이 뛰어 널브러진 워커7의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
“워커7님! 스카라베에게 낼 보상금이랑 고용비! 고향으로 돌아갈 길을 뚫을 비용! 그건 남겨놨죠!? 그렇죠!? 맞죠!? 어서 대답하세요!”
[…… ]
워커7은 축 늘어진 고개로 테이블 위를 봤다.
테이블 위의 특급 헌터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앗! 아까 저기 쌓여 있던 조금 멋진 돌들은 내가 전부 여기다가 넣었어!”
특급 헌터의 두 손에 들려 있는 나무 상자!
“……!”
여기까지였다.
마지막 희망마저 사라졌다는 걸 알게 된 순간.
간신히 붙잡고 있던 이성의 끈이 툭 끊어지고 엘프는 폭발했다.
“야, 이 미친 노움아!”
“너 지금 무슨 짓을 한 거야!”
“도시를 걸고 딱지치기를 한 것도 모자라서!”
“그동안 모은 보상금에 고용비까지 모조리 날렸다고!?”
“워커! 너 제정신이야!? 스카라베 일꾼 고용은 어찌할 거야!? 돌아갈 통로는 또 어떻게 뚫으려고! 으아아아-!”
[……,]
허수아비처럼 흔들리는 워커7과 하얗게 질린 얼굴로 악을 쓰며 멱살을 잡고 흔드는 엘프.
“…….”
천문석은 황당함과 어이없음에 멍하니 이 모습을 바라봤다.
그러나 이 순간 머릿속에서는 폭풍이 몰아치고 있었다!
강적을 상대하듯이 심력을 쏟아부어 엘프를 상대했다.
그 결과 관문 도시 마하바나의 정보와 지구로 게이트를 여는데 필요한 점수를 알아냈고.
이제 준비한 공물의 점수를 확인한 후 의뢰를 받을지 결정하는 마지막 단계만 남겨 뒀었다!
그런데 딱지치기를 하던 특급 헌터가 상황을 완전히 바꿔 버렸다.
이 거대한 도시를 딱지치기로 따서!
‘도시를 걸고 딱지치기에 하고, 졌다고 진짜로 도시를 넘긴다고?’
이성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엘프의 격렬한 반응을 보는 순간 촉이 왔다!
천문석은 워커의 멱살을 잡고 흔드는 엘프에게 확인했다.
“진짜야? 딱지치기에 졌다고 도시를 넘겨!?”
“……인공 정령이 승인하면 마스터 권한이 넘어가요…….”
엘프는 비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움켜쥔 워커7의 멱살을 미친 듯이 흔들며 외쳤다.
“야! 미친놈아! 너 무슨 짓을 한 거야!? 도시를 걸었다고!? 고작 딱지치기에서 이기겠다고 이 도시를 걸어!”
순간 죽은 듯 널브러졌던 워커7이 번쩍 고개를 들고 외쳤다.
[야! 그냥 딱지치기가 아니었어! 저 꼬맹이가 뭘 건 줄 알아!? 한 번도 보지 못한 엄청난 걸 대가로 걸었단 말야! 으으으- 어쩔 수 없었어! 그걸 본 순간 노움의 피가 끓어올라서, 나도 모르게 승부할 수밖에 없었다고! 으아아-]
“그게 뭔 헛소리야! 쟤가 뭘 걸었길래 마도 제국의 기동 병참 도시를 대가로……! 엇!?”
분통을 터트리던 엘프는 돌연 경직되더니 잠시 후 외쳤다.
“맞아! 그렇지! 이건 승부였지! 서로 건 대가가 비등하지 않으면 ‘인공 정령’이 이 승부를 인정할 리 없어! 됐어! 전부 무효로 할 방법을 찾았어!”
엘프는 허공을 향해 손가락을 튕겼다.
딱-
“인공 정령! 정보 조회를 요청한다! 워커 실트7, 평의회 의장의 승부가 유효한가!?”
순간 허공에 모여드는 빛!
이 자리의 모두가 반사적으로 허공을 보는 순간 기계음이 울려 퍼졌다.
[띠딛디디딛디디디디띠딛디딛-]
그리고 0, 1로 두 숫자로 이뤄진 빛이 물결치듯 허공을 스쳐 지나갔다!
[111010101011001110000100111011001000001010110000111011001010010010010001]
그리고 널브러진 워커7과 인공 정령의 기계음이 동시에 들려왔다.
[소용없어…….]
[승부는 유효합니다. 기동 병참 도시의 마스터 권한은 금일 자정을 기해서…….]
“잠깐! 잠깐만! 인공 정령! 걸린 대가가 비슷하지도 않은데 어떻게 승부가 유효하다는 거지!? 재검증을 요청한다!”
[띠디띠디디띠딛디디디딛디디-]
순간 다시 한 번 기계음이 울려 퍼지고 빛으로 만들어진 허상이 두 개 생겨났다.
두 손을 번쩍 들고 환호하는 특급 헌터.
바닥에 힘없이 널브러져 있는 워커 실트7.
그리고 두 사람의 허상 아래에 숫자가 생겨났다.
[000000 > 012354]
특급 헌터의 허상 아래 표시된 숫자 000000.
워커 실트7의 허상 아래 표시된 숫자 012354.
“……!”
“그렇지! 당연히 대가가 비슷할 리 없지!”
탄성을 터트린 엘프가 다급히 외쳤다!
“인공 정령! 봐라! 걸린 대가가 비등하지도 않다! 이 대결은 무효…….”
천문석은 엘프의 어깨를 툭 쳤다.
“저 숫자를 자세히 봐.”
“뭐?”
반사적으로 고개를 드는 순간 엘프는 깨달았다.
허공에 뜬 숫자는 ‘0’이 아니다!
1234567890!
0에서 9까지! 숫자 열 개가 엄청난 속도로 변화하고 있었다!
그리고 들려오는 기계음.
[측정 불가]
“어, 어……? 어!”
몇 번이나 눈을 비비고 다시금 살펴도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엘프는 홀린 듯한 얼굴로 변화하는 숫자와 그 아래에 선 인간 아이를 번갈아 봤다.
아무 능력도 존재감도 느껴지지 않는 평범한 인간 아이가 자신과 워커님이 긴 세월 모아온 대가 이상을 승부에 걸었다고!
“어떻게!? 아니, 뭘 거셨나요!?”
엘프가 다급히 외쳤지만, 대답은 없었다.
구으, 구으으-!
기이, 기이이-!
퐁퐁이와 거복이의 환호 속에서, 특급 헌터는 온몸으로 구조수를 펼쳐 승리의 기쁨을 표현하고 있었으니까.
구쿸쿠, 구쿠쿠구쿠국-
“…….”
천문석은 순식간에 난장판이 주위를 바라봤다.
구국쿠, 구구쿠구쿠국-
-한 마리 미친 비둘기가 되어 구조수를 펼치는 특급 헌터.
“뭘 거신 건가요!? 설마, 설마! 그분이신가요!? 제발 말 좀 해 주세요!”
-구조수가 펼쳐지는 테이블에 달라붙어 애타게 외치는 엘프.
[망했어…… 난 망했어! 우리는 망했어! 인과가 꼬이고 모든 게 엉망진창이 될 거야! 크하하- 파국이다! 완전한 파국이다! 크카카-!]
-땅바닥에 대자로 널브러진 채 데굴데굴 구르며 웃고 울며 좌절하는 워커 실트7.
언제나 그렇듯 특급 헌터가 움직이는 순간 상황이 급변했다.
엉망진창 난장판으로!
어떻게든 이 난장판을 수습하고 엘프와 워커7의 협조를 받아야 동료들을 찾아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
결자해지(結者解之)!
시작은 특급 헌터부터!
천문석은 미친 비둘기가 되어 구조수를 펼치는 특급 헌터를 향해 박수를 치는 동시에 마법의 단어를 외쳤다.
짝-
“특급 헌터 고등어……!”
“구쿡-! 으아앗! 고등어는 금지야! 앞으로 이 도시에서는 고등어 먹는 것도 파는 것도 금지야! 분노한다! 엄청나게 분노한다! 구구쿸-.”
다다다닥-
특급 헌터가 미친 비둘기처럼 테이블을 달려 훌쩍 공중으로 뛰어오르는 순간.
탁-!
천문석은 번개같이 미친 비둘기를 낚아채 번쩍 들어 올리고 외쳤다.
“옥탑방에 돌아가면 한우 구워 먹자!”
“한우!”
쓰으읍-
침 삼키는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환해진 얼굴.
“그렇지! 맞아! 역시 알바야! 지금 내 기쁨을 알리려면 구구국 춤 추는 거로는 부족해! 한우밖에 없어! 알바 언제 한우 구워 먹어!? 오늘 저녁? 오늘 밤? 오늘 새벽?”
‘내일이라는 선택지는 없는 거냐?’
천문석은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우리가 한우를 구워 먹으려면 네가 꼭 할 일이 있어.”
천문석은 멍한 표정의 엘프와 땅바닥에 널브러진 워커7을 가리켰다.
“저 두 분의 도움이 꼭 필요해. 네가 승부에 걸었던 물건을 보여 줘.”
“알았어! 바로 꺼낼게!”
특급 헌터는 나무 상자를 양손으로 들고 미친 듯이 흔들기 시작했다.
“나와랏! 보물 나와랐! 이야압, 얍얍얍-!”
휙, 휘히히히휙-
“……지금 빈 상자 가지고 뭐 하는……?”
엘프가 황당한 얼굴로 입을 여는 순간.
달그락, 다다다닥-
나무 상자 안에서 무언가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저 상자……!”
[저 상자 엄청난 선천 마법, 주술이 걸려 있다. 원대륙! 그것도 최소 대요마급 주술이다. 저 상자만 해도 엄청난 가치가 있어! 알겠지! 절대 내가 이상한 게 아냐!]
워커7이 크게 외치는 순간.
툭, 투둑-
상자에서 물건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끊어진 머리끈, 잘린 고무줄, 먹다 남은 사탕, 구슬이 담긴 주머니…….
“……?”
경악했던 엘프의 얼굴이 점점 어이없어하는 표정으로 변해갈 때.
특급 헌터는 외쳤다.
“어, 왜 안 나오지!? 잠깐만 더 세게 흔들어 볼게! 이야압, 얍얍얍-! 나와라! 나왓!”
순간 말간 젤리 같은 게 상자에서 불쑥 튀어나왔다.
탱, 탱-
작은 젤리는 바닥에 떨어져 몇 번 튕기자 풍선이 부푸는 것처럼 급격하게 커졌다!
그리고 팟- 섬광과 함께 터졌다!
이 순간 섬광 속에서 작은 젤리 수백 배 크기의 물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표면에 복잡한 마력 회로가 새겨진 가로세로높이 30cm 남짓한 정육면체 금속 상자!
“어? 이거 뭐지? 내가 이런 거 넣어 놨었나?”
구으, 구으으응-!
“아! 휘잉휘잉이 준거구나! 잠깐만 기다려! 안에 박혀 있나 봐! 이야아압, 얍얍얍얍-!”
특급 헌터는 다시금 미친 듯이 상자를 흔들었다.
[…… ]
“…….”
그러나 이미 워커7과 엘프의 시선은 특급 헌터에게 있지 않았다.
두 사람은 홀린 듯이 바닥에 놓인 정육면체 금속 상자를 봤다.
그리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외쳤다.
[마도 엔진!]
“마도 엔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