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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782화 (783/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782화>

폭풍 같은 한국어 갈굼이 쏟아지는 순간.

엘프 승무원은 착- 부동자세를 취하고 외쳤다.

“시정하겠습니다!”

“빨리빨리 다니겠습니다!”

“빠릿빠릿함을 충전하겠습니다!”

“시간은 금이자 정보이고, 보석이자 강철이다!”

……

그냥 엘프도 아닌 평의회 의원을 한국어로 갈구는 10살 남짓한 꼬맹이!

생각지도 못한 광경에 위신, 파티마, 오마르는 당황했고 곧 바짝 긴장했다.

포아아아앙-

이때 퐁퐁이를 탄 특급 헌터가 날아와 고개를 갸웃했다.

“어, 뭐지!? 뭔가 좀 이상한데!? 퐁퐁이! 거북이! 쟤 이상하지 않아!?”

구으으-?

기이익-?

이 순간 천문석은 굳은 얼굴로 앞으로 나섰다.

위신, 파티마, 오마르가 긴장하는 이유와 특급 헌터가 이상함을 느끼는 이유는 같았다.

지금 이 공간에서 울려 퍼지는 관리인의 외침은 ‘한국어’다!

이 공간에서 느껴지는 묘한 생경함!

던전에 들어온 순간 자동으로 이뤄지던 의사소통이 멈추고 ‘한국어’가 그대로 전해지고 있다!

너무나 당연하게 이뤄지던 것이 멈추는 순간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눈앞의 존재의 엄청난 능력을!

마치 허상인 것처럼 존재감을 완전히 지우고, 너무나 당연하게 이뤄지던 의사소통까지 중지시켰다!

공방 도시의 절벽에서 싸웠을 때도 쉽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진짜 격전을 펼쳐야 한다.

이곳은 상대의 홈그라운드니까!

천문석은 앞으로 천천히 움직이며 수신호를 보내고 은밀히 내력을 끌어올렸다.

얼굴에는 미소를 띠었으나 심상 공간의 일기일원공은 거대한 소용돌이를 그리며 폭풍처럼 몰아칠 준비를 했다!

그리고 10미터 거리에 들어왔다.

‘조금만 더!’

상대는 중장거리에 강자!

근접 개싸움으로 단숨에 몰아쳐야 한다!

천문석은 은근슬쩍 거리를 좁히며 내력을 폭발시켜 폭풍처럼 몰아치려 했다.

그러나 상대가 한발 빨랐다.

미친 듯이 엘프를 갈구던 꼬맹이가 빙글 몸을 돌리며 번쩍 손을 들었다!

‘백곰권!?’

반사적으로 공격하려는 순간 생각지도 못한 외침이 들려왔다.

[잘 왔다! 다른 나뭇가지의 여행자들! 난 대륙 유일의 타이탄 마스터……! 잠깐! 지금 시간대가 어떻게 되더라!? 야, 지금 언제야!? 타이탄 부활했냐!? 마도 엔진 시동 건 다음이냐!? 나 수배 걸렸어!?]

백곰권 꼬맹이는 번쩍 든 손을 흔들며 반갑게 인사했다.

마치 ‘처음 본 사람’에게 인사하듯이!

* * *

“……!?”

천문석이 생각지도 못한 반응에 멈칫하는 순간.

엘프 승무원은 짧은 한숨과 함께 대답했다.

“하아- 당연히 아니죠! 마도 엔진에 시동을 걸기는커녕. 코어도 못 구했어요! 당연히 수배도 아직도 안 걸렸고요! 아니, 애초에 그 모든 일의 시작. 그 사건도 아직 안 일어났다고요.”

[뭐!? 진짜야!? 잠깐만 기다려!]

꼬맹이는 공구 벨트 주머니에서 커다란 책을 꺼내더니 등을 보이고 앉아 펼쳤다.

촤르르르륵-

[이것도 아니고 여기도 아니고…… 하, 시바- 세계의 나무가 뒤엉켜서 더럽게 복잡하네! 도대체 지금이 언제야!?]

힐끗힐끗-

일행과 책을 번갈아 살피는 꼬맹이.

“지금 이게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파티마가 속삭이는 순간.

천문석은 바로 위신을 봤다.

“야, 이게 뭐야? 지금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위신은 혼란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나도 몰라.”

탁-

이때 책이 탁- 접히고 꼬맹이가 벌떡 일어나 외쳤다.

[몰라! 그냥 적당히 할래! 난 대륙 유일의 타이탄 마스터가 될 예정인 엄청 대단한 사람이다! 내가 너희를 부른 이유는…….]

“선물 대결! 타이탄 마스터 형! 내가 이 딱지 선물로 가져왔어!”

포아아아아앙-

퐁퐁이를 탄 특급 헌터가 벼락같이 내리꽂히며 외쳤다.

[흐에엣-! 뭐야!? 이 녀석 갑자기 어디서 나타난 거야!? 딱지? 선물!? 아! 공물 바친다고! 야, 꼬맹이 잠깐만 기다려 봐. 우선 이유부터 말하고…….]

“이 딱지! 99연승 한 딱지야! 계속계속 이긴 딱지야! 엄청 대단하지!?”

백곰권 꼬맹이의 몸이 멈추더니 고개가 특급 헌터에게 돌아갔다.

[99연승? 하-! 꼬맹이 녀석! 네가 진정한 딱지치기의 고수를 못 만났구나! 야, 내 동생이 북부 대전선에서 딱지치기 1등이야! 우레 폭풍 딱지치기라고! 한 방 맞으면 강철 방패도 산산조각나! 그런 내 동생도 나한텐 한 번도 못 이겼어! 그런 내 앞에서 뭐? 99연승!?]

순간 특급 헌터를 바라보는 백곰권 꼬맹이의 얼굴에 생겨나는 가소롭다는 표정!

크캌카캌카캌카카캌-

백곰권 꼬맹이는 미친 듯이 웃음을 터트리더니 외쳤다!

[뉴비는 짓밟아 줘야지! 네 99연승! 오늘로 끝이다! 딱지! 야! 딱지 얼른 가져와!]

“관리인님…… 지금 외교 사절분…….”

[금방 끝나! 우선 승부부터 겨룬다! 얼른 딱지 준비해!]

“아니, 여기에 딱지가 있을 리가…….”

[뭐!? 딱지도 없다고!? 두꺼운 종이 꺼내! 내가 접으면 되니까!]

따악-

엘프 승무원이 손가락을 튕기는 순간 허공에서 종이 뭉치가 후두둑 떨어져 내렸다.

파바바밧-

백곰권 꼬맹이는 순식간에 딱지를 접고 외쳤다.

[하늘 위에 하늘이 있다는 걸 가르쳐 주마!]

이야아아아압-

쩌렁쩌렁한 기합과 함께 벼락같이 딱지가 떨어졌다!

퍼어억-

[으앗! 뭐야!? 왜 안 넘어가!]

“카카캌- 마스터 형! 이제 내 차례야! 이야아압- 하늘을 잇는다!”

따아악-

[어어어!? 뭐야! 이럴 수가! 야, 다시! 다시 해!]

갑자기 딱지치기 승부가 시작됐다.

폭풍 같이 몰아치려던 천문석과 은밀히 내력을 끌어올리던 파티마, 오마르, 위신 모두는 말을 잊었다.

“…….”

“…….”

“…….”

“…….”

“하아- 죄송해요. 관리인님, 의장님 원래 저러세요…….”

엘프 승무원은 고개 숙여 사과하고 딱- 손가락을 튕겼다.

순간 눈앞에 나타나는 테이블과 의자.

엘프 승무원은 의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우선 앉아서 차라도 한잔 마시죠. 승부 끝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거예요. 제가 기본적인 내용은 먼저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딱-

다시 한번 손가락을 튕기자 잠시 후 문이 열리고 차와 도넛이 가득 담긴 트레이가 나타났다.

퍼어억, 따아악-!

그리고 살벌한 딱지 치는 소리와 함께 엘프 승무원의 설명이 시작됐다.

“우선 도시 관리인이자, 평의회 의장님을 소개…….”

[야! 내 소개는 내가 할 거야! 내가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는데! 다른 거 설명해!]

하아-

짧은 한숨 뒤로 엘프 승무원은 하늘을 가리켰다.

“옥상에 있던 안테나 보셨죠? 그 안테나 일종의 마탑입니다.”

“마탑!?”

“마도 제국의 마탑을 다시 세웠다고!?”

허신조차 홀로 압도한 마도왕의 무한한 마력의 원천이 마탑이다!

파티마와 오마르 장로가 기겁하자.

엘프 승무원은 고개를 저으며 설명을 이었다.

“생각하신 그런 마탑이 아니에요. 머릿돌이 없어 마력장 지대와 연결할 수도, 마도왕 급의 마력 지배도 불가능해요. 마탑의 잔해를 이용해서 ‘관측과 차원 좌표 탐색 기능’ 일부만 구현했어요. 그래서 이름도 반마탑(半魔塔)입니다. 이걸로 여러분이 이곳 열사의 사막에 오신 것을 관측하고 모시게 된 거예요.”

엘프 승무원의 시선이 오마르, 파티마, 딱지를 치는 특급 헌터를 거쳐 천문석 자신에게서 멈췄다.

엘프의 눈을 보는 순간 직감했다.

도시 관리인과 엘프의 목적은 다른 일행이 아닌 자신과 특급 헌터다.

‘어째서?’

의문을 품는 순간 엘프 승무원의 말이 이어졌다.

“왜 여러분을 모셨는지 궁금하시겠죠? 그전에 혹시 공물 이야기는 들으셨나요?”

모두의 시선이 위신에게 모였다.

“아, 안내인이 계시니 이미 이야기는 들으셨겠네요. 공물을 바치면 점수에 따라 대가를 주고 있어요.”

“에어컨…….”

“네 맞아요. 에어컨뿐만 아니라 각종 생필품과 소모품, 기자재와 기계류까지 온갖 물건을 대가로 지급하고 있어요.”

“…….”

“그리고 대가는 저희가 직접 만드는 게 아니라 ‘가져오고’ 있어요.”

‘W. S. industry’라고 적힌 에어컨을 봤을 때부터 이미 짐작한 내용이다.

이제 이야기가 핵심으로 들어간다!

이야기에 집중하는 순간.

엘프 승무원은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딱-

허공에 도넛 모양의 건물과 지붕에 놓인 12개의 전파 망원경의 허상이 나타났다.

“이 건물은 반전능(半全能) 옥좌. 이 안테나는 반마탑(半魔塔)이라고 말씀드렸죠? 이 건물과 탑을 세운 이유는 마도 제국의 전능 옥좌와 마탑의 일부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서였어요.”

엘프 승무원은 허공에 생겨난 허상에 손을 뻗어 손가락을 튕겼다.

딱-

반전능 옥좌에 빛이 생겨나고.

딱-

12개의 반마탑에 그 빛이 모여들더니.

딱-

12개의 빛이 허공의 한점에 쏘아져 빛의 기둥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빛의 기둥은 하늘과 땅을 하나로 연결했다.

엘프 승무원은 빛의 기둥을 가리켰다.

“반마탑, 반전능 옥좌로 구현한 기능 중 하나가 이 빛의 기둥이에요. 차원 좌표 탐색.”

“차원 좌표 탐색? 어떤 좌표를 찾으려고 했던 건데?”

오마르 장로가 끼어들어 질문을 던졌다.

“원래는 의장님과 인과가 이어진 좌표를 찾는 게 목적이었어요.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곳과 좌표가 연결되는 사고가 터졌어요…….”

“생각지도 못한 사고면…… 설마 마경과 연결된 건가!? 혹시 허신, 외신의 차원과 이어진 거야!?”

사색이 된 오마르 장로가 외치는 순간.

엘프 승무원은 고개를 젓고 입을 열었다.

“……차원 좌표가 연결된 세계에는 ‘전능 옥좌’가 떠 있었어요.”

“……전능 옥좌!”

“옛 제국의 마도 황제 폐하!?”

경악한 파티마와 오마르 장로가 외치는 순간.

천문석의 머릿속에는 벼락이 떨어졌다!

W. S. 인더스트리의 이름이 새겨진 물건들!

전능 옥좌가 하늘에 떠 있는 세계!

‘이 모든 것을 조합하면!?’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한 이름!

“……!”

번쩍 고개를 드는 순간 엘프 승무원과 눈이 마주쳤다.

엘프 승무원은 천문석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아요. 생각하시는 대로 에어컨과 이 모든 물건은 반마탑과 반전능 옥좌가 연 차원 좌표, 전능 옥좌가 있는 차원에서 가져온 물건들이에요.”

딱-

손가락을 튕기는 순간 허공에 생겨난 빛의 기둥이 반으로 갈라져 타원형의 빛의 링을 만들어 냈다.

빛의 링, 게이트!

“대마법 게이트!?”

“이 게이트가 전능 옥좌가 떠 있는 차원으로 이어진다고!?

허공에 떠오른 허상을 보는 순간 파티마와 오마르 장로는 이 일의 의미를 깨달았다.

대마법 게이트와 전능 옥좌는 모두 옛 제국, 마도 제국의 유산이다!

마도 제국이 멸망한 지 천 년이 넘었지만, 그 빛은 조금도 바래지 않았다.

타대륙을 양분하는 2강!

열국과 제국 모두 마도 제국의 후계자를 자처하고, 마도 제국의 유산과 유물을 확보해 정통성을 천명하는데 국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찬란하게 빛나던 마도 제국의 유물은 여전히 재현하지 못했다.

옛 신조차 압도한 마도왕!

마도왕에게 무한의 마력을 준 마탑!

대륙의 악을 일소한 강철의 기사 타이탄!

무한한 차원을 연결해 뻗어 나가는 천공의 탑!

대협약의 상징이자, 모든 마탑을 조율하는 전능 옥좌!

……

그러나 이 모든 유물을 다 합친다고 해도 한 사람의 존재에는 미치지 못한다.

마법과 타이탄으로 타대륙에 가득한 악을 몰아내 문명의 빛을 밝히고.

대협약의 기치 아래 모든 지성체 인류의 시대를 열었다.

그리고 마침내 별의 길을 걸어 승천하신 마도의 신.

보석과 강철의 황제.

마도 황제 폐하!

“저 게이트가 마도 황제 폐하의 전능 옥좌가 있는 차원으로 이어졌다고!?”

오마르 장로가 처음 목적도 잊고 다급히 외칠 때.

파티마는 곡도를 잡은 채 격동으로 전신을 떨었다.

마도 제국의 후계자를 천명한 건 대륙 2강, 열국과 제국뿐이다.

그러나 타대륙의 북쪽 끝에서 남쪽 끝까지!

모든 왕과 귀족, 기사, 무인, 용병!

검을 잡은 이들 중 그 마음속에 마도 제국의 이상을 담지 않은 이는 없다!

악이 들끓는 대륙에 문명의 빛을 밝히고 인류의 시대를 연 위대한 위업!

그 위업을 이룬 마도 황제 폐하의 전능 옥좌가 있는 차원으로 이어지는 게이트가 여기에 있다!

대협약이 깨지는 순간 그 빛을 잃고 추락한 전능 옥좌로 이어지는 게이트가!

순간 파티마는 벼락 치듯 깨달았다.

추락한 전능 옥좌를 다시 하늘에 띄울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뿐이다!

파티마의 시선이 엘프에게 꽂히는 순간.

위신은 비명을 지르듯이 외쳤다.

“설마! 저 게이트 너머 차원에 마도 황제 폐하께서 계신다고!?”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전능 옥좌!”

오마르 장로가 뒤늦게 진실을 깨닫고 경악했다.

“그렇지! 전능 옥좌를 하늘에 띄울 수 있는 분은 한 분뿐이지!”

파티마와 오마르 장로는 전율로 부르르르 떨며 다급히 외쳤다.

“진짜냐!? 아니, 저 차원이 어디냐!?”

“게이트! 어디에 있지!? 직접 확인하겠다!”

그러나 엘프는 다른 이들은 신경 쓰지 않고 한 사람만을 바라봤다.

전능 옥좌와 마도 황제의 이야기를 들었음에도 여전히 담담한 얼굴,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허공에 띄워진 반전능 옥좌와 반 마탑, 게이트를 바라보는 사람.

12개의 반마탑으로도 그 끝을 관측할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인과의 실이 이어진 거대한 실타래.

이세기.

아주 오래 사는 엘프는 한참 동안 말없이 이세기를 바라봤다.

그리고 문득 눈이 마주친 순간 입을 열어 물었다.

“이세기님은 저 게이트 너머, 전능 옥좌가 떠 있는 차원이 어디인지 아시겠죠?”

천문석은 대답했다.

“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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