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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781화 (782/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781화>

“……W. S. 인더스트리의 오너십니까?”

천문석은 질문을 던지는 즉시 엘프 승무원의 반응에 온 정신을 집중했다.

“…….”

그러나 엘프 승무원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단지 미소 띤 얼굴로 손을 들더니 창문 위를 가리켰다.

손끝으로 시선을 움직이자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냉방 구멍에 새겨진 이름이 보였다.

[W. S. industry]

그리고 언덕 정상의 건물을 바라보며 말했다.

“반전능 옥좌에서 도시 관리인, 의장님을 만나면 모든 것을 알게 되실 거예요.”

위신의 야기를 듣고 계획을 세웠을 때는 생각지도 못한 상황.

천문석은 동료들을 봤다.

“…….”

“…….”

“…….”

위신, 파티마, 오마르 모두 돌변한 상황에 난감한 표정.

특별 객차 안에 침묵이 내려앉을 때.

특급 헌터의 기대 어린 외침이 침묵을 깨뜨렸다.

“누나! 선물 대결! 저 위에 도착하면 선물 주고받는 거 맞지!?”

순간 침묵하던 천문석, 파티마, 오마르 장로, 위신의 눈빛이 변했다.

상황은 변했지만, 목표는 그대로다!

최우선 목표는 공물을 바치고 이 이상한 사막을 탈출해 마하바나로 가는 것!

갑자기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 잊었던 질문을 특급 헌터가 대신해 줬다!

모두의 신경이 집중되는 순간.

엘프 승무원은 미소 띤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죠! 선물을 주시면 관리인님이 점수에 따라 대가를 주신답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한 사람 한 사람을 바라보며 말했다.

“마당이 있는 멋진 내 집.”

“앞을 막은 벽을 넘을 기연.”

“가문의 숙원을 해결할 방법.”

마치 마음을 읽는 듯한 대답에 위신, 파티마, 오마르 장로가 전율할 때.

그 시선이 천문석을 지나 특급 헌터에서 멈췄다.

“……충분한 점수의 공물을 바치면 당연히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을 수 있답니다.”

엘프 승무원은 깊고 푸른 시선으로 빙그레 웃으며 특급 헌터와 천문석을 바라봤다.

“내가 원하는 건 승리야! 이걸로 난 승리할 거야!”

“와- 제가 응원할게요! 꼭 관리인님을 이겨 주세요!”

특급 헌터가 외치고 엘프 승무원이 호응하는 순간.

천문석은 깊은 상념에 빠져들었다.

우연히 오게 된 이세계 던전에서 생각지도 못한 초거대기업 W. S. 인더스트리의 흔적을 찾았다.

그러자 W. S. 인더스트리와 관련된 엘프, 무언가 알고 있는 것 같은 고위층 엘프가 기다렸다는 듯이 나타났다.

‘정말 이 모든 게 우연일까?’

천문석은 문득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폈다.

상기된 얼굴로 생각에 잠긴 위신, 파티마, 오마르 장로.

딱지를 꺼내 엘프에게 보여 주며 무언가 설명하는 특급 헌터.

도시와 특별 객차 곳곳에 보이는 [W. S. industry]의 이름.

그리고 창문 밖 언덕 정상에서 도시를 내려다보는 건물 반전능 옥좌까지.

이 모든 것에서 인지로는 헤아릴 수 없는 무언가가 느껴졌다!

이세계 쿠팡맨 이래 몇 번이나 느낀 예감이!

심장이 쿵- 크게 한번 뛰는 순간.

가슴이 뜨거워지고 반대로 머리는 차가워졌다!

무언가 일어나려 한다!

지금 자신과 특급 헌터, 하늘 고래호의 모두는 위치가 어딘지도 모르는 사막에 떨어진 상황!

최악의 선택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지금은 어떻게든 움직여 활로를 뚫어야 할 때다!

‘걱정할 것은 없다!’

몸 상태는 최상이고 품 안에는 엄청난 가치를 지닌 공물 대환단이 있다!

게다가 자신은 혼자가 아닌 동료들이 같이 있다!

도시 토박이 안내인 위신.

초절정에 발을 걸친 파티마.

머리 회전이 빠른 오마르 장로.

언제든 긴급 탈출이 가능한 특급 헌터와 퐁퐁이!

‘가능한 한 원만하게. 하지만 문제가 생기면 거침없이 쓸어버린다!’

천문석은 마음의 결심을 하고 도시 관리인이 기다리는 반전능 옥좌에 시선을 고정했다.

* * *

치이, 치이이이이-

천문석 일행을 태운 기차는 나선을 그리며 언덕을 올랐다.

중간중간 역을 만날 때마다 기차는 화물칸과 객차를 떼어 놓고 달렸고, 언덕을 오르는 기차의 속도는 점점 빨라졌다.

기차는 오래지 않아 언덕 정상의 중앙통제실, 반전능 옥좌에 도착했다.

엘프 승무원은 역에서 나오자마자 보이는 도넛 모양의 건물을 가리키며 장난스레 외쳤다!

“환영합니다! 외교 사절님들! 저 도넛이 반전능 옥좌입니다! 자 얼른 가죠! 제가 미리 차와 도넛을 준비했어요!”

“내가 1등이야! 승무원 누나 얼른 가자!”

언제나처럼 특급 헌터가 번개같이 달려가려는 순간.

탁-

천문석은 재빨리 특급 헌터를 낚아채 목말을 태웠다.

“이번엔 내가 1등 하자. 넌 목말 타고 가라!”

“알바가 하고 싶으면 어쩔 수 없지! 알았어! 출발!”

천문석은 슬쩍 동료들에게 눈짓하고 엘프 승무원 뒤로 붙었다.

렉카 위신, 바람검 파티마, 오마르 장로.

세 사람 모두 산전수전을 겪은 노련한 베테랑!

천문석의 눈짓만으로도 바로 반응했다.

좌, 우, 뒤.

천문석의 등 뒤에 포메이션을 만들고 경계심을 풀지 않고 움직였다.

엘프 승무원은 성큼성큼 건물로 걸어가며 밝은 어조로 외쳤다.

“자 빨리 가죠. 도시 관리인님이 여러분들을 정말 만나고 싶어 하세요!”

“나도! 얼른 대결에서 이기고 싶어!”

특급 헌터의 신나는 외침과 함께.

모두는 경비들이 지키는 입구를 지나 도넛 모양의 거대한 건물, 반전능 옥좌 안으로 들어갔다.

시원한 냉기와 인공적인 불빛.

사람이 가득한 로비는 이세계의 건물 내부가 아니라 지구의 빌딩 로비처럼 느껴졌다.

게다가 출입구 관리 시스템도 지구와 마찬가지였다.

“나 왔어. 이분들은 의장님 손님. 연락받았지?”

엘프 승무원이 보안요원에게 손을 흔드는 순간 띠릭- 기계음과 함께 게이트가 열렸다.

그리고 보안요원의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연구원님! 서두르셔야겠습니다! 의장님 방금도 연락하셨어요! 벌써 37통이 넘게 전화를…….”

띠리리리리-

말이 끝나기도 전화기가 울렸다.

딸깍-

바로 수화기를 든 보안요원은 바짝 긴장한 모습으로 외쳤다.

“네, 네! 네! 맞습니다! 바로 전하겠습니다!”

딸깍-

보안요원이 전화를 끊는 순간.

엘프 승무원은 다급히 물었다.

“의장님!?”

“네! 당장 ‘빨리빨리’ 튀어 오라고 5번 말씀하셨습니다!”

흠칫 놀라 달리려던 엘프 종업원은 급히 물었다.

“혹시 관리자님 화난 거 같아?”

보안요원은 손가락을 쫙 펼쳤다.

“빨리빨리 5번 말씀하셨다니까요! 뛰세요! 연구원님!”

“달려야겠네요! 급해요! 이쪽으로! 저기에 무빙워크가 있어요!”

엘프 승무원은 다급히 외치고 전력으로 달렸고 천문석과 일행은 그 뒤를 따라 달렸다.

다다다다다닥-

대리석 바닥에 다급한 발소리가 울려 퍼지 길 잠시.

“여기! 여기가 무빙워크예요! 멈추세요! 헉, 허억-.”

엘프 종업원이 숨을 몰아쉬며 목에 건 ID카드를 접촉하는 순간 바닥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위이이이이잉-

“……제대로 작동하는 마법 물품이 사방에 있다고? 원래 이 도시는 이런 거냐?”

오마르 장로가 황당해하는 표정으로 묻자.

위신은 어이없어하는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난 저기 언덕 아래 주민이라고 이 건물이 반전능 옥좌라고 불린다는 것도 오늘 처음 알았어. 움직이는 복도? 당연히 이것도 처음 타본 거야!”

천문석은 새삼스러운 눈으로 주위를 살폈다.

W. S. 인더스트리의 이름을 봤을 때 이미 어느 정도는 예상했다.

그러나 생각보다 건물에 설치된 편의 시설이 대단했다.

에어컨, 공조시스템, LED 조명, 무빙워크, 전화, ID 카드 출입관리 시스템…….

이 모든 것을 보자 머릿속의 의심이 점점 확신으로 변해 가고 있었다.

W. S. 인더스트리와 긴급 관련이 있다!

무빙워크는 건물 안쪽으로 빠르게 움직였고 곧 커다란 보안문이 보였다!

“다 왔네요. 이 안에 도시 관리인님이 기다리시고 계세요!”

엘프 승무원은 잰걸음으로 걸어가 보안문 앞에 섰다.

“이 안에는 두 분만 들어가실 수 있어요. 다른 분들은 저쪽 도넛과 차를 준비한 카페에서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엘프 승무원이 가리킨 두 사람은 당연히 천문석과 특급 헌터였다.

W. S. 인더스트리라는 이름을 봤을 때 이미 어느 정도는 짐작한 일.

천문석은 위신, 파티마, 오마르에게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 기다리고 있어…….”

이때 보안문 위에 달린 스피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됐어! 다 데리고 들어와! 얼른 들어와!]

“네? 진짜로요!? 아니, 분명 아까는…….”

엘프 승무원이 반문하는 순간 보안문이 소리도 없이 열렸다!

“……들어가시죠.”

뻘쭘한 표정의 엘프 승무원을 선두로 천문석과 특급 헌터, 위신, 파티마, 오마르 장로는 보안문을 통과했다.

문을 통과하는 순간 햇살과 바람이 느껴지는 지름 100미터가 훌쩍 넘어가는 원형 공간이 나타났다.

순간 천문석의 머릿속에서 건물의 모습이 그려지고 지금 위치가 어딘지 감이 왔다.

도넛을 닮은 건물, 반전능 옥좌!

지금 일행 모두는 도넛의 중앙, 텅 빈 공간에 있었다!

“앗! 하늘에 대빵 큰 별 보이잖아! 퐁퐁이 로켓 비행!”

포아아아아앙-

특급 헌터는 하늘 고래를 타고 빙글빙글 나선을 그리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알바! 여기서 대빵 큰 안테나랑 도시가 다 보여!”

‘만약의 사태에 공중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

천문석은 내심 고개를 끄덕이며 힐끗 파티마를 봤다.

이심전심.

파티마는 고개를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위신과 오마르를 눈짓했다.

만약의 경우 두 사람을 책임지겠다는 의미!

이제 시작할 때다!

천문석은 바로 엘프 승무원을 봤다.

“도시 관리인님은 아직 안 오신 건가요?”

“아뇨. 이미 여기에 계세요.”

엘프 승무원은 딱- 손가락을 튕기고 허공을 향해 외쳤다!

“관리인님! 명령대로 외교 사절분 모셔 왔어요!”

[늦었잖아!]

순간 허공에서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촤르르르륵-

방화 셔터를 내리듯 주위를 둘러싼 벽에 강철 벽이 내려왔다!

그리고 아무 기척 없이 텅 빈 공간 중앙에 사람이 나타났다.

10살 남짓한 꼬맹이가!

“뭐야!? 웬 꼬맹이가 나와!?”

“관리인? 저 아이가 관리인이라고?”

“당신이 진짜 이 도시의 관리인입니까?”

동료들의 외침이 쏟아질 때.

천문석은 홀린 듯이 꼬맹이를 살폈다.

빡빡 민 머리카락과 커다란 상처가 난 머리!

이마에 금이 간 고글을 걸치고, 허리에는 스패너가 걸린 공구 벨트를 차고 있었다!

“……!”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빡빡 민 머리카락과 머리의 상처는 기억에 없다.

하지만 저 얼굴, 고글과 허리에 찬 공구 벨트와 스패너까지 모두 일치한다!

한눈에 알아봤다.

부산 던전 7층, 공방 도시!

세기말 대한민국에서 개고생하고 돌아온 공방 도시에 벌어진 일대 추격전!

그 추격전 끝에 공방 도시를 관통하는 강 위에 우뚝 선 절벽에서 싸웠던 그 녀석, 그 강적이다!

엄청난 잔머리!

자유자재로 움직이던 나이트 아머!

자신조차 버티지 못한 기이한 최루탄!

무공의 상리를 벗어난 그 정신 나간 백곰권!

지금까지 만난 적 중에 가장 까다로웠던 상대!

자신의 탱킹, 한경석의 점멸, 초대형 뱁새의 음속 비행!

셋의 협공으로 멀리 가져다 버린 그 강적이 다시 나타났다!

‘백곰권 꼬맹이가!’

‘뭐야!? 부산 던전 7층에서 싸웠잖아? 저 녀석이 왜 강릉 던전에서 나오는 건데!? 설마!? 이 모든 게 함정!?’

본능에 따라 고개를 돌리는 순간.

얼굴이 하얗게 질린 엘프 승무원이 보였다.

함정에 빠트린 모습은 아니다!

‘뭐지!? 함정이 아니면 백곰권 꼬맹이가 왜 여기서 나와!? 설마 그냥 닮은 사람인가!? 하긴 최루 가루가 엄청나게 쏟아졌으니까! 당연히 얼굴을 알아보지 못……!’

천문석이 행복회로를 돌릴 때.

공간을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기계음이 터져 나왔다.

[야! 너 왜 이리 늦었어!? 빨리빨리! 어, 빨리빨리 다니라고 내가 몇 번을 말했어! 빠릿빠릿함이 빠진 거 같다!? PT 18번으로 정신력 다시 충전해 줄까! 야! 우리의 구호가 뭐야! 시간은 금이자 정보이고, 보석이자 강철이다! 알아 몰라!? 어, 어! 내가 항상……!]

한국어로 된 갈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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