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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779화 (780/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779화>

“충성충성!”

천문석이 하늘을 향해 최고의 경의를 바치고 모두의 환호성이 갑판을 울렸다.

이때 갑판 구석에 나란히 쪼그려 앉은 셋이 있었다.

특급 헌터, 퐁퐁이, 별갑 거복이.

특급 헌터는 심각한 얼굴로 친구들에게 말했다.

“퐁퐁이. 거복이 대사건이야! 공물을 주면 물건을 준데! 이걸 뭐라고 부르는지 알아!?”

구으으-?

기이이-?

퐁퐁이와 별갑 거복이가 고개를 갸웃하는 순간.

특급 헌터는 품에서 나무 상자를 꺼내며 눈을 번뜩였다!

“누구 선물이 더 좋은지 겨루는 거잖아! 이번에는 꼭 이겨야 해! 또 콩 황제가 될 수는 없어!”

특급 헌터는 나무 상자를 양손으로 잡고 마구마구 흔들기 시작했다.

“이야아압-! 나와라! 얼른 나와랏!”

휘휘휘휘휘휙-

빈 나무 상자가 소리 없이 흔들리는 순간.

구으, 구으으-!

퐁퐁이는 긴장한 얼굴로 외치고.

기이, 기이이-?

별갑 거북이는 의아한 얼굴로 큰 손 후보를 바라봤다.

이때 갑자기 빈 나무 상자 안에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타타타타탁, 달그락-!

-……!

별갑 거북이가 경악하는 순간.

뚜껑이 열리고 툭 튀어나오는 커다란 딱지!

“나왔닷! 어때 훌륭하지? 이거 내가 99연승 한 딱지야! 이 딱지면 선물 대결에서 이기겠지!?”

구으, 구으으-!

퐁퐁이가 가슴지느러미로 박수를 치며 빙글빙글 딱지 주위를 회전했다.

“역시! 퐁퐁이는 안목이 있다니까! 거복이 자세히 봐봐! 이거 엄청 좋은 딱지야! 딱 한 번 지고 99번 이긴 딱지라니까!?”

-……!?

별갑 거복이는 딱지와 큰 손 후보를 번갈아 봤다.

기이이, 기이이이-!?

‘뭐지? 지금 장난하는 건가?’

“잘 모르겠다고? 잠깐만 기다려! 다른 보물 더 보여 줄게! 이야압-.”

특급 헌터는 나무 상자를 계속계속 흔들었다.

휘휘휙, 타타타타탁-

그리고 나무 상자에서 줄줄이 튀어나오는 물건들!

반쯤 녹은 사탕, 어린이 젤리, 끊긴 머리끈, 잘려 나간 고무줄, 투명한 구슬 한 주머니…….

특급 헌터는 줄줄이 늘어놓은 물건들을 가리키며 외쳤다.

“이게 내 보물들이야! 뭘 줄까!? 머리끈? 앙꼬 머리끈인데! 구슬? 이것도 앙꼬한테 딴 구슬인데…… 아 고민이네! 퐁퐁아 뭘 주면 내가 이길까?”

구으으으으-!

“뭐, 조각상!? 조각상은 안 돼! 휘잉휘잉 자고 있잖아! 그리고 아수라 도장 찍어야 한단 말야!”

구으, 구으으-!

허리에 꽂힌 퐁퐁검을 톡 건드리는 지느러미!

“퐁퐁검은 알바 거잖아! 이거 빌린 거라 안 돼! 앗! 맞아! 화로! 알바가 준 엄청 멋진 화로가 있었지! 잠깐! 내가 화로를 상자에 넣었던가?”

특급 헌터는 고뇌했고 빠르게 결론을 냈다.

“우선 흔들어 보자! 이야얍얍얍! 화로 나와라! 얼른 나와랏!”

특급 헌터는 최선을 다해 나무 상자를 흔들었고.

퐁퐁이는 연신 고개를 갸웃갸웃 흔들었다.

구구, 구으응-?

‘화로, 어디서 본 거 같은데?’

무언가 생각날락 말락 할 때 들려오는 외침.

“퐁퐁이! 상자에 물방울 좀 쏴줘! 화로가 안 나와!”

포그르르륵-

퐁퐁이의 전신에서 쏟아진 물방울이 스며드는 순간.

부르르르르-

나무 상자는 스스로 진동하며 빠르게 떨리기 시작했다.

“나와라! 얼른 나와랏!”

구으, 구으으으으-!

특급 헌터와 퐁퐁이는 열심히 나무 상자를 움직였으나 화로는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사령 화로는 적염성 탈출 당시 사이비 사제의 꼬맹이 조각상과 충돌해 우주로 날아갔다가, 일기일원문 대사형의 공간검으로 튀어나와 제사장의 뒤통수를 때리고 반쯤 아작난 상태였으니까.

아공간과 이어진 외발 도깨비 상자지만 없는 물건을 만들어 낼 수는 없었다.

그러나 특급 헌터는 포기를 모르는 아이였다.

“이야얍, 얍얍얍! 나와랏! 얼른 나와라!”

특급 헌터는 열심히 상자를 흔들었고.

퐁퐁이도 쉬지않고 지느러미 박수를 쳤다!

휙휙, 휙휙휙-

짝짝, 짝짝짝-

인간 꼬맹이와 어린 하늘 고래의 이런 모습을 별처럼 빛나는 등껍질을 가진 별갑 거북이가 보고 있었다.

-……

미친 듯이 머리와 상자를 흔드는 인간 아이.

빙글빙글 회전하며 박수를 치는 어린 하늘 고래.

상자에서 튀어나와 바닥에 줄줄이 놓인 딱지, 구슬, 고무줄…….

별갑 거북이는 고뇌했다.

‘뭐지, 이 잡동사니들은?’

하늘 고래를 타고 나타나 열심히 헤엄치던 자신을 낚아채더니.

아수라 도장을 파파팟- 찍어서 본사와 연결된 실을 지워 버린 인간 아이!

당연히 큰 손인 줄 알았던 인간 아이는 이상한 잡동사니만 계속 꺼내고 있었다!

‘설마! 아닌 거야? 큰 손이 아니라! 그냥 인간 꼬맹이였던 거였어!?’

오아시스 임시 관리인, 비정규직 알바 별갑 거북이의 몸이 충격으로 점점 굳어 갈 때 목소리가 들려왔다.

“특급 헌터 이제 기차 타야 해! 얼른 와!”

“앗! 기차! 알았어! 금방 갈게!”

씩씩하게 외친 특급 헌터는 재빨리 잡동사니를 주머니에 쑤셔 넣고 별갑 거복이를 번쩍 들고 퐁퐁이 위로 올라와 외쳤다.

“출동!”

기이, 기이이이-!

‘잠깐! 잠깐만! 난 이만…….’

다급히 외쳤지만, 이미 쏘아진 후였다!

포아아아앙-

특급 헌터, 거복이를 태운 퐁퐁이는 순식간에 갑판을 가로질러 천문석 앞에서 멈췄다.

“왔냐?”

“네! 바로 왔습니다!”

천문석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멀리서 다가오는 기차를 가리켰다.

“일행 둘로 나눴거든. 너 배에서 기다릴래? 아니면…….”

물을 필요도 없었다.

특급 헌터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무 상자를 내밀며 외쳤다.

“당연히 같이 가야지! 나 선물 대결에서 꼭 이길 거야!”

“그럼 바로 움직이자.”

천문석은 바로 공물이 담긴 상자가 놓인 지게를 짊어졌다.

대환단이 있지만, 혹시 모를 일이다.

“그럼 모두 쉬고 있어! 우리 대박 터트리고 돌아올게!”

“출발 준비를 하고 기다리고 있겠다.”

“수고해라!”

“조심해서 움직여!”

“무슨 일 터지면 바로 연락해!”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배에 남은 선장, 우론, 소니아, 압둘라의 목소리가 들려올 때.

피이, 피이이이-

멀리서 기적 소리가 울리고 하늘 고래호 아래 항구 관리가 손을 흔들었다.

“기차 탑승 시작합니다! 갑자기 사람들 엄청 모여들었어요! 얼른 내려 오세요!”

“사람이 많다고? 부두 텅 비었는데……?”

문득 주위로 시선을 돌리는 순간.

어느새 부유석 부두에 자리한 수많은 배와 이 배에서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이 보였다!

“뭐야! 입항료가 뭐가 이렇게 비싸!?”

냐아, 냐아-

“야! 방금까지 말 잘하더니 왜 갑자기 울음소리야!? 나, 이 돈 못 내!”

“냐아- 손님 이러시면 곤란하죠!”

“뭐!? 기차표가 매진이라고!? 그게 말이 되는 거야!?”

“야! 기차표 없다! 달려! 어떻게든 매달려서라도 가야 한다! 모두 달려라!”

“위험합니다! 뛰지 말고 걸으세요!”

“다음 기차 곧 온다니까요! 배에서 기다리시면……!”

“저거 구라야! 쟤들이 곧 이라고 말하면 12시간은 기다려야 한다!”

정곡을 찔린 항구 관리가 흠칫 놀랄 때 일제히 플랫폼으로 달리는 사람들!

“뭐야, 언제 이렇게 모였어!?”

깜짝 놀란 위신이 외칠 때.

천문석은 이미 널빤지 다리를 걸치고 있었다.

“모두 내 뒤로 붙어! 플랫폼까지 달린다!”

천문석, 특급 헌터, 위신, 파티마, 오마르 장로는 널빤지 다리를 뛰어내려가 단숨에 부두를 가로질러 열차가 멈춰 선 플랫폼으로 달렸다.

플랫폼은 이미 인간과 수인, 이종족으로 바글바글한 상황!

“야, 위로 더 쌓아 올려!”

“더 쌓으면 고정할 그물 모자라!”

“언제 열차 올지 몰라! 최대한 위로 쌓아 올려야 한다!”

배에서 손수레, 지게로 날라진 나무 상자가 블록 쌓듯 화물칸에 높게 쌓이고.

기이이이이잉-

크레인이 들어 올린 배가 레일에 놓인 트레일러를 향해 움직였다.

“오라이! 오라이!”

안전모를 쓴 수인의 깃발 신호와 외침과 함께 배는 트레일러 위 ‘U’자형 구조물에 천천히 내려졌다.

쿵, 쿠르르릉-

짧은 진동과 함께 U자형 구조물이 오므라들어 배를 고정하는 순간.

타다다다닥-

고양이들이 밧줄을 물고 갑판을 달려 구조물에 밧줄을 걸었다.

밧줄이 걸리는 즉시 기릭, 기릭- 단단히 조여져 완전히 고정되는 배.

순간 사람들이 배 위로 기어 오르고 화물을 미친 듯이 집어던졌다!

“뭐야!? 야, 위험해!”

“야! 표, 표 보여 줘야지!”

고양이들과 철도 관리들이 제지했지만, 소용없었다.

표가 매진됐다는 이야기에 사람들은 무작정 열차로 달려들었다.

꽉 찬 객차로 밀고 들어가는 수인.

가져온 상자를 화물칸에 산처럼 쌓는 인간.

트레일러에 고정된 배 위로 휙휙 짐을 던져 올리는 이종족까지.

부유석 부두에 접안한 배에서 쏟아진 사람들로 플랫폼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된 상황!

“위신! 우리 탈 자리 있을까?”

천문석은 엉망이 된 플랫폼을 살피며 외치는 순간.

위신은 깡총 뛰어올라 손을 흔들며 외쳤다.

“걱정할 거 없어! 객차 준비했을 거야. 저기다! 야! 항구 관리! 나다! 위신! 외교 사절 여기 있어!”

순간 눈이 마주친 낯익은 항구 관리.

“여기예요! 맨 앞에 특별 객차 준비했어요! 거기 길 좀 열어 주세요!”

“뭐!? 열차 한 칸을 통째로 내준다고!?”

“야, 표 매진이라며? 왜 쟤들은 특별 객차야!”

“공간도 넓은데 같이 좀 타자!”

“밀어! 밀고 들어가자!”

“아! 진짜 자꾸 이러시면 벌점 먹입니다!”

“저분들 외교 사절이에요!”

“밀지 마세요! 물러나시라니까요!”

항구 관리와 경비대원이 악을 쓰며 인파를 밀어내며 외쳤다!

“얼른! 얼른 들어오세요!”

“모두 뛰어!”

위신의 외침에 천문석, 파티마, 오마르 장로가 반사적으로 달리는 순간.

“내가 1등!”

포아아아앙-

퐁퐁이를 탄 특급 헌터는 공중으로 날아올라 굳게 닫힌 특별 객차 문으로 쏘아졌다!

“야, 부딪혀! 위험해!”

“걱정 마! 아수라 도장 찍으면 돼!”

특급 헌터는 어느새 조각상을 꺼내 굳게 닫힌 문에 겨눴다.

그리고 충돌 직전!

그르르르륵-

번개같이 객차 문이 열리고 제복 입은 팔이 불쑥 튀어나왔다!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완벽한 타이밍!

승무원이 특급 헌터와 퐁퐁이를 동시에 낚아챘다!

“잡았다!”

“으앗! 뭐야!? 로켓 비행 중인데 잡혔다고!? 한 번도 안 잡혔는데!? 으아앗! 어떻게 잡은 거야!?”

경악한 특급 헌터가 외치는 순간.

승무원은 문밖으로 몸을 내밀어 인파를 막으며 다급히 외쳤다!

“빨리빨리 들어오세요! 오래 못 버텨요!”

순간 우르르 밀려드는 사람들!

“야! 같이 좀 타자니까!”

“호리호리한 인간 여자다! 그냥 밀고 들어가!”

“이 객차 도시 관리인님께 가는 특별 객차예요! 타시면 안 돼요!”

천문석, 위신, 파티마, 오마르 장로는 정신없이 플랫폼을 가로질러 문으로 뛰어들어갔다!

“바로 닫습니다!”

그르르, 탁-

문이 닫히는 순간 털이 수북하게 난 팔이 문을 잡았다!

“도와드릴게요! 잠시만 버티세요!”

천문석이 다급히 달려가는 순간 늑대 인간의 머리가 문틈으로 튀어나왔다!

“야! 자리 많잖아! 나도 좀 태워 줘! 엄청 중요한 미팅 있다고!”

“어디를 밀고 들어오려고!”

순간 승무원은 하이힐로 늑대 인간의 머리와 손을 내리찍었다!

콰득, 콱-

“깽- 뼈! 야! 뼈 맞았어!”

늑대 인간이 순간적으로 무력화되는 순간 맨발로 가슴을 뻥 걷어차더니 재빨리 문을 잠그는 승무원!

그르르륵, 철컹, 철컹-

쿵쿵, 쿵쿵쿵-

“열어! 우리도 태워달라니까!”

“의자 옆에 쪼그려서 갈게 태워만 줘!”

여전히 사람들이 강화 유리창을 두들기고 악을 썼지만.

승무원은 단호히 커튼을 쳐서 유리창을 가렸다.

촤아아악-

그리고 계단에 떨어진 하이힐을 신고 옷매무시를 가다듬더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정중히 허리를 숙이며 인사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외교 사절분들을 도시 관리인분께 안내해 드릴 안내원 겸 승무원입니다.”

“안내원? 무슨 안내원이 붙어요? 이런 적 한 번도 없었는데!? 진짜 안내원…….”

위신이 당황한 얼굴로 묻는 순간.

번개같이 달려온 특급 헌터가 외쳤다.

“승무원 누나! 나 어떻게 잡았어!? 퐁퐁이 타면 알바 말고는 한 번도 안 잡혔는데! 나 어떻게 잡은 거야!? 설마 마법!? 누나 마법사야!?”

승무원은 숙였던 허리를 펴고 빙그레 웃었다.

“궁금하신가요?”

휙휙, 휙휙휙휙-

번개같이 고개를 끄덕이는 특급 헌터.

“정말로 궁금하신가요?”

“응응, 응응응응! 엄청 궁금해! 빨리빨리 말해 줘!”

특급 헌터가 외치는 순간.

승무원은 빙그레 웃으며 손을 귓가로 가져가 황금빛 머리카락을 젖혔다.

끝이 뾰족한 귀가 드러났다.

“……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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