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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778화 (779/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778화>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다!”

위신이 맞잡은 손을 흔들 때 하늘에서 쇳소리 섞인 외침이 들려왔다.

“뭐야? 우흔이잖아? 너! 왜 혼자 왔냐!? 같이 간 렉카 녀석들은 어떡하고? 이제 독립하기로 한 거야? 으하하-.”

하늘 고래호를 들어 올리는 크레인 기사의 외침.

“여기서부터 내가 맡을게.”

위신은 천문석에게 눈짓하고 바로 뱃머리에 나서서 외쳤다.

“우흔이 아니라 위신이라고 부르라니까! 중간에 일이 좀 있었어! 우선 이 배부터 저기 부유석 부두에 내려 줘!”

“처음 보는 배, 처음 보는 사람인데 뭘 믿고?”

웃음기 어린 대답 뒤로 장난기가 담긴 외침이 이어졌다.

“당연히 입항료, 크레인, 부두 사용료부터 받아야지! 전부 선불로! 저기 부두에 고양이 보이지? 입항 서류부터 작성해라. 하하하-.”

냐아, 냐아아아-

허공으로 쭉 뻗은 부두. 고양이들이 데굴데굴 구르며 몸을 쭉 펴고 하품을 하고 있었다.

“어디서 눈탱이를 치려고! 얘들 손님이 아니라 내 동료들이야! 도시 관리인 만나러 온 외교 사절이야! 사용료? 우리 공물 바칠 거야!”

“오! 위신! 머리 잘 썼는데! 알았다. 그럼 어디에 내려 줄까? 선박 보관용 화차 위에? 아니면…….”

“당연히 부유석 부두에 내려 줘야지! 어디서 자꾸 눈탱이를 치려고!”

“하하하- 자 그럼! 부유석 부두에 내려 드리겠습니다! 어이, 아래 준비해라! 부유석 부두에 접안한다!”

크게 웃은 크레인 기사가 외치자.

양손에 깃발을 든 인간이 한달음에 달려와 수많은 바위가 둥둥 떠 있는 부두에서 깃발을 흔들기 시작했다.

“오라이! 오라이! 천천히 내려요!”

“어, 어어!? 이대로면 저 바위랑 배 충돌합니다!”

기겁한 갑판장이 외치자.

위신은 바로 대답했다.

“걱정할 거 없어. 저 바위 부유석이야. 배가 내려가면 선체에 달라붙어서 충격 없이 부두에 고정해 줄 거야.”

위신의 말대로였다.

기이이이이잉-

크레인에 실린 하늘 고래호가 바위가 떠 있는 부두에 내려지자.

깃발을 든 인간이 크게 외치며 깃발로 원을 그렸다.

“정위치에 왔습니다! 부유 마법 회로 작동합니다!”

후두두두두둑-

자석에 달라붙는 철가루처럼 공중에 둥둥 떠 있던 바위들이 하늘 고래호 선체에 달라붙었다!

크레인과 연결된 와이어 가 풀리고 하늘 고래호는 부유석 바위를 선체에 붙인 채로 공중에 부두 앞에 떴다!

물 위에 뜬 것 이상의 안정감!

깜짝 놀란 선원들과 동료들이 난간 너머로 머리를 내밀어 공중에 뜬 배를 보며 감탄했다.

이때 항구 관리의 외침이 들려왔다.

“밧줄 던져 주세요! 부두에 배 고정하겠습니다!”

위신은 뱃머리의 밧줄을 던져 주고 외쳤다.

“바로 도시 관리인 만나서 공물 바칠 거야! 열차 언제 출발하냐!?”

“조공 무역하러 온 상인들 많아서 기차표 매진이에요!”

“뭐? 부두에는 배가 없는데?”

“상인이잖아요? 부유석 부두 비용 아깝다고. 선박용 화차에 배 올려서 창고에 넣고 기차 기다리고 있어요!”

항구 관리는 씩 웃으며 부두 안쪽 창고 건물을 가리켰다.

“그럼 외교 사절용 특별 객차 하나 준비해 줘!”

“네? 외교 사절요……? 아! 부유석 부두!”

항구 관리가 알겠다는 듯 탄성을 터트리는 순간.

위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여기 이분들 도시 관리인 만나러 오신 외교 사절분들이야. 바로 특별 객차 준비해 줘!”

* * *

항구 관리가 달려가자마자 위신은 빙글 몸을 돌려 외쳤다.

“특별 객차 준비될 때까지 우리가 뭘 해야 할지 알지?”

“공물?”

“맞아! 외교 사절 자격으로 도시 관리인 만나는 건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야. 즉, 공물을 바치고 대가를 받는 것도 이번 한 번뿐이야.”

위신은 하늘 고래호의 모두를 보며 손으로는 도시를 가리켰다.

“이 도시는 스카라베나 마찬가지야. 입항료, 크레인, 부두, 도로, 수도, 전기, 공기 이용료! 모든 게 점수로 측정되고 공과금 고지서로 날아와. 그걸 돈으로 내려면 장난 아냐. 도시 관리인에게 공물 바치는 게 훨씬 나아!”

“…….”

“특히 처음 외교 사절로 오면 혜택이 많아. 공물 점수가 낮아도 최소 일주일 동안 숙박비와 여러 공과금 비용이 완전 무료거든! 그리고 공물 점수가 높으면? 아까 말 한대로 엄청난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위신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 순간 머리를 스치는 기억!

혜택!

제대로 된 공물을 바쳐 높은 점수를 받으면 관문 도시 마하바나를 찾는 것과 마하바나로 가는 것 모두가 해결된다!

게다가 도시 관리인에게 질문하고 답을 들을 수 있다!

렉카, 이세계, 말년 병장!

W. S. industry!

생각지도 못한 이 모든 것에 대한 답을 들을 기회!

지금이 결정적 순간이다!

어떤 공물을 바칠지가 중요했다!

문득 고개를 드는 순간 위신의 말을 집중해 듣는 동료들과 눈이 마주쳤다.

우론, 소니아, 파티마, 압둘라와 오마르.

하늘 고래호의 선원들!

긴말은 필요 없었다.

“들었지?”

천문석이 묻는 순간 모두는 고개를 끄덕였다.

용권풍 항해 결과 열사의 사막 깊은 곳에 떨어졌다.

안전하다는 도시에 도착했지만, 이곳에 언제까지고 있을 수는 없다.

최선은 도시 관리인에게 높은 점수의 공물을 바치고 정보를 얻어 관문 도시 마하바나로 바로 빠져나가는 거다!

가장 먼저 움직인 건 하늘 고래호의 선장이었다.

“보수로 받은 금괴 2개, 공물로 내놓으려는데 어떻게 생각하냐?”

위신은 바로 끼어들어 고개를 저었다.

“도시 관리인 가치 판단 기준이 아까 스카라베랑 비슷하다.”

“스카라베랑 비슷하다고?”

의아한 표정의 선원과 동료들.

“스카라베한테 금은 거의 돌멩이나 마찬가지야. 아니, 어떨 때는 돌멩이보다 가치가 낮을 때도 있어. 스카라베 놈들은 정말 가끔이지만 평범해 보이는 돌멩이에 말도 안 되는 가격을 매길 때도 있거든. 금을 올릴 거면 차라리 운을 기대하고 돌멩이를 올리는 게 낫다.”

위신의 말이 끝나자마자 바람잡이가 말했다.

“사냥한 가죽이랑 부산물을 공물로 바치는 게 어떨까? 창고에 쌓여 있잖아. 그렇지?”

“네! 모래 상어, 가오리 가죽 말린 것과 모래 마수 부산물들. 마수 마석, 천연 마석도 있습니다!”

갑판장이 바로 말을 이었고 대답했고 반대하는 선원은 아무도 없었다.

“바로 갑판으로 옮기겠습니다!”

선원들은 일사불란하게 창고로 달려가 단단히 포장된 마수 가죽과 부산물, 마석이 담긴 상자를 갑판에 올려 늘어 왔다.

이 모습을 본 압둘라가 의기양양하게 외쳤다.

“하- 지얀데의 후계자가 가만히 있을 수 없지! 내 검을 공물로 같이 올리도록 하겠다!”

스르렁-

쇳소리를 내며 압둘라의 검이 뽑힌 순간 한 줄기 섬뜩한 바람이 갑판 위를 스쳐 지나갔다.

휘이이잉-

“바람 주술사 열 명이 한 달간 풍석과 천연 마석, 정령석을 사용해 만들어 낸 명검이다! 이걸 공물로 올리겠다!”

팍-

압둘라의 검이 상자에 꽂히는 순간 모두의 시선이 압둘라 옆에 있는 오마르 장로에게 향했다.

“…….”

오마르 장로는 아직도 지금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파티마와 이세기.

분명 처음에는 적으로 싸웠는데…….

어느새 같이 용권풍을 타고 도망치다가 열사의 사막 깊은 곳에 떨어졌다.

그것도 선조의 기록에 남은 스카라베가 나타나는 사막에!

순간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선조의 기록이 반만 사실이어도 이곳은 마경이나 다를 게 없다!

최대한 빨리 이곳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힘을 모아야 했다.

오마르 장로는 손가락에 끼워져 있던 반지를 뽑아 상자에 꽂힌 검 옆에 던졌다.

“다중 은신 주술이 걸린 반지다.”

그리고 모두의 시선이 다시 움직였다.

“미안, 난 개털이야.”

“나도 뭐 가진 게 없어서…….”

우론과 소니아는 어깨를 으쓱했고, 파티마는 품에서 꺼낸 목갑(木匣)을 열어 검 옆에 놓았다.

목갑에는 한기를 뿜어내는 둥근 옥이 있었다.

“원대륙에서 얻은 빙옥(氷玉)이다.”

와아아아-

순간 사방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빙옥!?”

“보기만 해도 한기가 느껴지는데!?”

“원대륙 물건이면 엄청 비싸겠지!?”

“당연하지! 저런 옥 종류는 장난 아니게 비싸!”

“누나! 저런 게 있으면 나를 줘야지!”

……

그리고 모두의 시선이 마지막 사람에게 모였다.

이세기.

“금괴가 있기는 한데 이건 가치가 없다고 하고. 공물로 바칠 만한 게…….”

천문석은 잡낭 안을 훑었다.

로또 번호가 적힌 5관 금괴, 자잘한 동전과 특급 헌터가 준 돌멩이와 언제 넣었는지 모를 구슬. 그리고 흑전 2개…….

“어, 두 개!? 이게 왜 두 개야!?”

“뭔데? 뭐 쓸만한 거 있냐?”

“아니, 별건 아니고 동전이 두 개로…….”

문득 고개를 드는 순간 공물 상자 위에 놓인 빙옥을 담은 목갑이 보였다.

순간 머리를 스치는 기억!

“잠깐만!”

천문석은 재빨리 헌터 배낭을 열고 깊숙이 손을 넣었다.

기억대로 손에 만져지는 목갑!

천문석은 재빨리 목갑을 꺼내 열었다!

목갑을 여는 순간 단환이 모습을 드러내고 한 줄기 청량한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원대륙의 빙옥을 꺼낸 파티마가 가장 먼저 알아봤다.

“너 그거! 그 목갑! 그 단환! 설마!”

지구에서는 값이 폭락한 영약!

그러나 이곳은 무공이 실재하는 이세계다!

당장 눈앞의 우론, 파티마, 압둘라 모두 무공에 기반을 둔 내공을 익혔다!

그렇다면 내공을 확 올려줄 영약은 이 세계에서 어떤 가치를 지녔을까?

천문석은 동료들을 훑었다.

경악한 파티마.

몸을 덜덜 떠는 우론.

홀린 듯이 바라보는 소니아와 오마르.

“야, 그거 설마, 설마……!?”

말을 잇지 못하는 위신과 다급히 외치는 압둘라까지!

“뭐야? 저게 뭔데 그래!? 누나!? 할아버지! 놀라지만 말고 뭔지 말해 줘!”

압둘라를 제외한 모든 강자의 시선이 천문석이 든 목갑에 모였다!

이 홀린 듯한 시선을 보는 순간 확신이 들었다.

이곳에서 영약은 엄청난 가치를 지녔다!

천문석은 확신을 담아 외쳤다!

“이 영약, 대환단이다!”

“소림사 영약!”

파티마의 비명 같은 외침이 터지고, 우론, 소니아, 오마르 장로가 경악했다.

“소림사? 원대륙 문파!”

“소림 대환단? 도둑맞았을 텐데!?”

“원대륙의 영약이라고!?”

“원대륙이면 대륙 반대쪽이지!? 대륙 반대쪽에서 온 영약이라고!? 됐어! 이건 반드시 먹힌다! 그거 공물로 바치면 점수가 하늘을 뚫을 거야!”

위신이 환희에 물든 얼굴로 외치는 순간.

선원들과 동료들의 기대 어린 시선이 쏟아졌다.

천문석은 순간 어깨가 으쓱해졌다.

무림 던전에서 어떻게든 뒤통수를 치려던 얍삽한 주호 놈에게 이 대환단을 받아 내기 위해 얼마나 고생했던가!

그러나 자신의 노력과 고생은 보답 받지 못했다!

지구에서 영약은 가치가 폭락한 상태였으니까!

대환단을 어떻게든 비싸게 팔기 위해 한경석의 도움을 받아 경매까지 올렸다!

그랬던 대환단을 보며 경악한 동료들!

“정말 그 영약을 공물로 올리겠다고!? 소림 대환단을! 진짜로!?”

“아니, 대환단을 어떻게 구한 거야!? 분명 귀신 같은 도둑놈이 모조리 훔쳐 갔다고 했는데……!?”

“앗- 혹시 상했을지도 모르니까 끝에 쪼금만 떼어 줘! 내가 얼른 확인할게!”

파티마, 우론, 소니아의 다급한 외침.

깜짝 놀라 다급히 달라붙는 압둘라의 모습.

“영약! 원대륙 영약이라고!? 먹으면 마나심법이 강해진다는 영약이라는 거지!? 이세기! 내 검이랑 바꾸자! 이거 엄청난 검이야! 칼날 같은 바람이 원거리로 쏘아진다니까! 이거 어지간한 모래 전함보다 비싼 검이다! 잠깐 다른 것도 같이 얹어 줄게! 할배! 할배 반지도 가져와! 원대륙 영약 먹으면 내가 경지 넘을지도 모르잖아!”

가슴이 터질 듯 뿌듯했다!

그래, 이게 정상적인 반응이다!

무림의 무가지보 대환단이 지구에선 너무나 천대받았다!

경매에 올렸지만, 어차피 대박을 기대했던 것은 아니다.

게다가 여량위의 고속선에는 5관 금괴가 실린 궤짝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모든 물건은 그 나름의 가치가 있는 법!

드디어 대환단을 그 가치에 걸맞게 써먹을 기회가 왔다!

관문 도시 마하바나에서 동료들과 만나 대한민국 서울 집으로 돌아가는 데 써먹을 기회가!

카캬카카카-

천문석은 통쾌한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하늘 고래호의 선원과 동료들, 길잡이 위신까지 모두의 얼굴에 미소가 걸렸다.

원대륙의 신비의 영약, 대환단이 공물이다!

공물 이상의 물건을 내려 주는 것은 권력자의 위신의 문제!

이 거대한 도시의 보스, 도시 관리인은 대환단에 상응하는 아니, 그 이상의 대가를 줄 것이다!

물건으로 부족하다면 정보를!

정보로도 부족하다면 그 힘과 권력을 사용해서라도!

관문 도시 마하바나로 가는 정보뿐만 아니라!

마하바나까지 안전하게 데려다주고 거기에 엄청난 대가를 더해 줄 거다!

“이렇게 빨리 마하바나로 돌아가다니! 탁월한 영도력이었습니다! 선주님!”

“역시! 선주님! 처음 금괴를 턱- 꺼낼 때부터 범상치 않았습니다!”

“크하하- 와, 이렇게 재수가 좋다니! 어쩌면 나 집 살 수 있을지도 몰라! 고맙다! 이세기! 봤냐!? 렉카 놈들아! 난 초대박이 터졌다!”

“야, 반만 팔아줘! 공물로 다 바치지 말고 반만 나한테 팔라니까! 이 검이랑 반지 같이 줄게!”

“이세기. 끝에 티 안 나게 조금만 떼어 주라. 맛만 볼게! 내가 궁금해서 그래! 궁금해서!”

동료들의 환호성과 즐거운 비명이 갑판에서 울리는 매 순간 천문석의 웃음소리는 점점 더 커졌다.

카캬카카카카-

지구에서 가치가 폭락한 대환단!

하늘님에게 농락당했다고 생각한 무림 던전의 보상, 대환단!

그랬던 대환단의 가치가 이렇게 반전되다니!

그야말로 잡주 중의 개잡주가 상한가 10연타를 맞은 상황!

천문석은 번쩍 고개를 들어 하늘을 향해 마음에서 마음으로 외쳤다.

‘하늘님의 완벽한 계획을 의심했다니! 믿습니다! 하늘님!’

그리고 최고의 경의를 바쳤다.

“하늘님! 충성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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