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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775화 (776/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775화>

하늘 고래호가 오아시스 호수를 지나 강으로 들어가고.

이동 성채 도시가 이세계 렉카의 습격을 받고 있을 때.

열사의 사막 먼 동쪽에선 깊은 탄식이 터져 나왔다.

“하- 이세기!”

항구도시 바나의 대륙 상단 호텔.

최설은 탄식하며 주위를 돌아봤다.

여량위, 이원, 진교은, 한호석 교수가 심각한 얼굴로 모여 있었다.

이들이 이렇게 모두 모인 이유는 간단했다.

갑자기 사라진 이세기와 특급 헌터 때문!

최설은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그러니까 어제 일어난 일들…… 도시, 부두, 분지, 모래사막이 난장판이 됐던 게 모두 이세기가 한 거라고요? 그러니까 그게 전부 다요?”

여량위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증언이 모두 일치해 도시, 부두, 분지, 분지 밖 모래사막까지 전부 같은 사람한테 당했다.”

“하, 이세기! 시바! 이세기……!”

최설은 자신도 모르게 외치고 소스라치게 놀라 눈치를 봤다.

‘지금 앞에 있는 여량위와 이원은 이세기의 제자! 아니, 천문석 부사장. 아니지! 두 사람은 이세기로 알고 있으니까. 이세기의 제자…….’

순간적으로 머릿속이 복잡하게 얽혀 생각이 꼬였다.

천문석 부사장이 얼마나 이세기란 이름을 팔아 댔는지 이 다급한 순간에도 헷갈리고 있었다!

‘젠장! 사기꾼 녀석!’

최설은 내심 분통을 터트리며 재빨리 여량위와 이원의 눈치를 살폈다!

이세기는 완전 사기꾼이지만, 가르치는 실력은 최고 중의 최고!

최설이 만나 본 그 어떤 무공 각성자, 무도의 달인도 이세기를 따라가지 못했다!

여량위와 이원은 그런 이세기를 스승으로 모시고 있다.

혹시라도 자신의 말을 스승에 대한 모욕으로 받아들이고 분노하면 끔찍한 일이 생긴다!

그러나 최설의 탄식을 들은 여량위와 이원의 반응은 생각과 완전히 달랐다.

“하- 그 기분 나도 알지. 나도 전에 똑같이 당했었지…….”

여량위는 공감한다는 표정으로 연신 고개를 끄덕이고.

이원은 어째선지 자부심이 느껴지는 표정으로 탄성을 터트렸다.

“캬! 역시 스승님! 예전보다 더 대단해지셨어! 이 큰 도시를 뒤집어 놓다니! 내가 직접 모셨어야 했는데! 그 광경을 놓치다니!”

“…….”

최설은 순간적으로 말문이 컥 막혔다가 바로 납득했다.

생각해 보면 여량위와 이원은 그 이세기를 스승으로 모셨다!

그런 두 사람이 평범할 리 없었다!

순간 머릿속에서 어제부터 오늘까지 만 하루도 안 되는 시간 동안 겪은 일들이 스쳐 지나갔다.

항구도시 바나에 도착해 짐을 푼 직후였다.

갑자기 비상종이 울리고 부두 봉쇄령이 떨어지더니 경비대원이 도시를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사방에서 굉음과 함성이 들려오고 도시 곳곳에서 소란이 일어났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 소란이 천문석 부사장과 연관됐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다.

당연했다!

사고를 치고 싶어도 뭐가 있어야 칠 수 있는 법!

항구도시 바나에 온 지 하루, 아니 1시간도 안 됐는데 소란을 일으키는 건 불가능했다!

걱정은 이 소란, 난장판에 천문석과 특급 헌터가 휩쓸려 다치는 것!

하지만 천문석 부사장의 도망치는 실력은 자신이 잘 알았다. 이 정도 소란에 다칠 사람이 아니었다!

자신과 진교은, 한호석 교수 동료 모두는 대륙 상단의 호텔에서 천문석과 특급 헌터가 돌아오길 기다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두 사람은 돌아오지 않았고 호텔로 전해지는 상황은 점점 심각해졌다.

도시 일부에서 일어난 소란은 순식간에 도시 전체로 퍼져 나갔고.

시장은 긴급 사태를 선포하고 경비대뿐만 아니라 상단, 길드, 용병까지 동원했다.

그리고 눈덩이가 산을 데굴데굴 굴러 내려 오며 빠르게 커지듯 혼란이 삽시간에 커졌다!

도시 전체가 난장판이 되고 추격전이 벌어지더니!

부두에 모인 수백 척의 모래 배가 뒤엉켜 분지를 탈출하고!

분지 밖 모래사막에선 지얀데의 함대와 이동 성채 도시까지 등장한 격전이 벌어졌다!

이 모든 일이 하루, 아니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일어났고 호텔로 전해졌다!

이세기란 이름을 아는 모두는 너무나 익숙한 기시감을 느꼈다.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사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사고!

모두가 패배하는 황당한 결말까지!

이 모든 것에서 이세기의 냄새가 났다!

그러나 그때까지는 마음 한구석에 의구심이 남아 있었다.

‘아무리 이세기라도 도시에 나간 지 몇 시간도 안 걸려 이런 난장판을 만드는 게 가능할까!?’

이심전심!

여량위, 이원, 최설, 진교은, 한호석 교수는 호위 무사들과 함께 현장으로 달려가 직접 확인했다.

그리고 모두는 봤다.

도시에 남겨진 추격전의 흔적!

부두에서 분지 입구까지 이어지는 대탈출의 잔해!

분지 밖 모래사막에 펼쳐진 격전의 결과, 수백 척의 모래 배 잔해!

거대한 함선들과 수백척의 모래 배가 장난감처럼 사방에 흩뿌려졌고!

마치 용이 할퀸듯한 흔적이 멀리 서쪽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완전히 혼이 나간 병사들과 경비대원들은 하나같이 똑같이 분통을 터트렸다.

“하필 이 타이밍에 길잃은 용권풍이 모든 것을 삼키다니!”

“이렇게 재수 없는 게 말이 되는 거야!?”

이 순간 여량위, 이원, 최설, 진교은은 다시 한 번 직감했다.

이세기일 가능성이 90% 이상이다!

이세기는 바나항에 도착한 지 몇 시간 만에 도시 전체를 난장판으로 만들고, 특급 헌터, 견습 선원 로이와 함께 길잃은 용권풍에 삼켜져 사라졌다!

황당함과 어이없음에 아무 소득 없이 돌아온 호텔에서 생각지도 못한 사람을 만났다.

견습 선원 로이가 돌아와 이세기의 말을 전한 것이다!

‘이세기님은 오늘 안에 돌아오지 않으면 목적지 입구, 도시에서 만나자고 말씀하셨어요!’

로이의 전언을 듣는 순간 가능성이 생겨났다.

이세기와 특급 헌터가 용권풍에 삼켜진 게 아니라 은근슬쩍 몰래 도시로 숨어 들었을 가능성!

여량위는 바로 움직였다.

대륙 상단의 인맥과 연줄, 금력을 동원해 항구도시 바나를 뒤지고 정보를 모았고 지금 결론이 났다.

이세기가 의도적으로 난장판을 만들었다.

그러나 계획대로 도시에 숨어 들지도 목적지로 탈출하지도 못했다.

이세기와 특급 헌터는 탈출 중에 길잃은 용권풍에 삼켜져 실종됐다!

최설은 황당함과 어이없음에 자신도 모르게 외쳤다.

“……이동 성채 도시에 함대까지 동원해서 포위망을 만들었다는데 그걸 어떻게 뚫은 거야? 아니, 그보다 다 뚫어 놓고는 용권풍에 삼켜져서 실종됐다고……!?”

직접 눈으로 보고, 정보를 들었는데도 믿기지 않았다.

‘어떻게 이렇게 재수가 없을 수 있단 말인가!?’

최설은 문득 고개를 들어 여량위에게 물었다.

“그럼 그것도 사실이라고요? 포위망 다 뚫고 용권풍에 삼켜졌다고요?”

여량위와 이원은 뭐라 형용할 수 없는 표정으로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맞아.”

“로이가 전한대로 마하바나로 갔을 가능성은 없을까요?”

여량위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길잃은 용권풍은 이동 경로를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어차피 우리는 마하바나로 갈 수밖에 없다.”

“네?”

“이세기 스승님은 이 도시에 없고. 길잃은 용권풍이 어디로 갔을지는 아무도 모르지.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하나뿐이잖아?”

“그렇지. 지금 할 수 있는 것. 할 일은 하나뿐이지. 이세기 스승님을 믿고 계획대로 움직이는 것! 그렇다면 이제 뭘 해야 할지는 뻔하잖아?”

이원이 확신을 담아 말하는 동시에 번개같이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게 있었다.

순간 최설, 여량위, 진교은, 한호석 교수는 동시에 외쳤다.

“마하바나!”

그렇다!

이곳 바나항에서 계속 기다릴 수도, 이 거대한 사막을 무작정 수색할 수도 없다.

엉키고 꼬인 실타래를 풀기 위해선 실마리를 찾아야 하는 것처럼.

이세기가 처음 계획한 대로, 로이를 통해 전한 대로 관문 도시 마하바나로 갈 수밖에 없다!

진교은은 다급히 말했다.

“언제쯤 배 개장이 끝나나요!? 아니 다른 배를 구해서라도 움직여야 하지 않을까요?”

고속 갤리선에 남아 있는 100여 명의 용역 헌터들.

천문석 부사장이 사라지기 전에 다시 한 번 조여 놨지만, 지구로 보내 주겠다고 약속한 천문석의 실종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떻게 반응할지 모른다!

여량위와 대륙 상단의 힘이라면 순식간에 제압할 수 있지만, 문제는 적을수록 좋은 법!

진교은의 질문에 여량위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할 거 없다. 오늘 저녁에 출발하고 내일이면 마하바나에 도착해서 수색을 시작할 수 있을 거다.”

“네?”

“마하바나에 내일 도착한다고요!?”

“뭐야? 그게 말이 돼! 개장은 어떻게 마무리한다고 해도 3일 거리를 어떻게 줄이려고?”

여량위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어제 스승님이 도시를 난장판으로 만드는 바람에 박살 난 모래 배가 하나둘이 아냐. 당연히 선장, 선원, 바람잡이들이 줄줄이 실업자가 됐지.”

“아……!”

“그러면!?”

“맞아. 필요한 바람잡이, 장대잡이, 선원 모두 고용했다. 오늘 저녁이면 출발할 수 있어.”

“그래도 마하바나까지는 3일 거리라고 했잖아? 그 거리를 하루로 줄일 수 있다고?”

이원이 끼어들자.

여량위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해. 운 좋게도 마하바나까지 길을 열어 줄 사람을 구했거든.”

“길을 열어 줄 사람요?”

쿵, 쿵쿵 -

이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목소리가 들려왔다.

“단주님. 말씀하신 손님분들 도착하셨습니다!”

“안으로 모셔라.”

바로 문이 열리고 하누만, 인간, 수인족이 뒤섞인 사람들 십여 명이 우르르 방 안으로 들어왔다.

종족도 성별도 다르지만, 이들 모두는 공통점이 있었다.

쥐어뜯긴 머리카락과 멍든 얼굴.

붕대가 감긴 팔과 절뚝이는 다리.

이들 모두는 하나같이 누군가에게 흠씬 두들겨 맞은 모습이었다.

그리고 선두에 선 하누만 노인이 절뚝이며 걸어와 여량위에게 고개를 숙였다.

“단주님을 뵙습니다. 안개 길잡이의 리더…….”

순간 최설, 진교은, 한호석 교수, 이원은 3일 거리를 하룻밤으로 줄일 방법을 깨달았다!

안개 길잡이, 안개길!

적염성에서 바나항으로 안개길을 열었듯이 마하바나까지 안개길을 열 생각이다!

여량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받고 안개 길잡이의 리더를 일행에게 소개했다.

“잘 오셨습니다. 여기 안개 길잡이분들이 마하바나까지 안개길을 열어 주실 분들이다. 정말 귀하신 분들인데. 운이 좋게 인연이 닿았다.”

안개 길잡이 리더는 문득 고개를 돌려 안개 길잡이들 사이에 서 있는 하누만을 보며 한탄했다.

“그렇지…… 인연이 닿았지. 안 닿았으면 좋았을 텐데…… 인연이 닿았어. 허어, 허어어-.”

리더의 깊은 한숨이 연이어 새어 나오는 순간 안개 길잡이들의 사나운 시선이 하누만에게 쏟아졌다.

“하, 저 새끼 때문에…….”

“멍청한 놈이 금괴에 홀려 재앙을 데려 와서는!”

“시바! 그 금괴도 알고 보니 가짜였잖아!? 완전 눈탱이 맞은 거야!”

……

하누만은 발끈해서 외쳤다!

“이거 전부 붉은 털! 그놈 때문이라니까! 그 녀석만 선착장에 제때 나왔어도 아무 일도 없었어! 그리고 제사장이 가짜 금괴 꺼냈을 때! 너희들도 전부 대박 터졌다고 좋아했잖아!? 왜 나한테만 그래!?”

“뭐, 이 새끼야!? 누가 좋아해!?”

“난 처음부터 가짜 금괴인 거 알아봤어!”

“맞아! 나도 가짜인 거 알아봤다!”

“칭지드 제사장 완전 개털이야! 당연히 금괴를 가지고 있을 리 없지!”

“그렇지! 야, 그리고 내 팔에 붕대 안 보여!? 너 때문에 뼈에 금 갔어! 새끼야!”

“난 길잡이 지팡이도 부러졌어! 미친놈아!”

“지팡이? 난 안개 랜턴에 지팡이, 배까지 작살났어! 내가 제일 피해자야!”

……

어느새 안개 길잡이들은 절뚝이며 서로의 멱살을 잡고 붕대를 칭칭 감은 팔을 휘두르며 드잡이질을 벌였다!

거실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됐고.

모두는 황당한 얼굴로 여량위를 봤다.

“단주님……?”

“말려야 되는 거 아니에요?”

“진짜 얘네들 믿어도 되는 거야?”

“괜찮아. 전에도 몇 번 일을 맡겼는데 쟤들 원래 저래. 걱정하지 말고 출발 준비하자. 내일이면 마하바나에 도착해서 수색 시작할 수 있을 거야. 그리고 어쩐지 촉이 와. 이세기 스승님을 곧 만날 것 같은 촉이 말이지!”

여량위는 웃으며 장담했고.

모두는 고개를 끄덕이며 결심했다.

이제 시작이다!

어떻게든 마하바나에서 두 사람을 찾아야 했다!

여량위와 이원, 최설, 진교은, 한호석 교수는 악을 쓰며 싸우는 안개 길잡이를 놓아두고 바로 방을 나와 출발 준비를 시작했다!

그러나 모두의 예상과 달리 천문석과 특급 헌터는 마하바나에 없었다.

“훌륭해! 아주 훌륭한 로켓 비행이야! 이렇게 레벨업을 하다니!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퐁퐁이는 특급 하늘 고래가 될 수 있을 거야! 앗- 저기 강에 반짝이는 거 보여! 급속기동!”

구으, 구으응-!

포아, 포아아아아앙-

특급 헌터는 퐁퐁이를 타고 강 위를 종횡무진 날았고.

천문석은 멈춰 선 하늘 고래호 갑판에서 텅 빈 강가를 가리키며 위신에게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그러니까. 지금 네 말은 우리가 가는 도시가 저기 강가에서 불쑥 튀어나와서 이 강에서 물을 마시고 몸을 식힌다고?”

위신은 밧줄 더미에서 고개만 쏙 내민 채 ‘뭘 이렇게 당연한 걸 물어?’라는 얼굴로 대답했다.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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