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767화>
쩍쩍 금이 가는 하늘과 무너질 듯 우르릉 요동치는 산!
“진짜 꿈이었잖아!?”
경악한 천문석이 외치는 순간.
더 경악한 스승님의 외침이 울려 퍼졌다.
“하늘이 무너진다고!? 이게 대체 무슨!? 설마, 설마……!?”
뭐야, 저 양반 왜 저래?
꿈이 아니라 진짜인 것처럼 놀라잖아!?
천문석이 의아해할 때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하늘을 날겠다고 외쳐라! 그럼 날 수 있다!”
“아니, 아무리 꿈이라도 날겠다고 말한다고 나는 게……! 시바 이게 뭐야!?”
천문석은 말을 잇지 못했다.
어느새 떨어지던 몸은 공중에 멈춰 있었다!
“눈이 있어도 보지 못했고! 귀가 있어도 듣지 못했구나! 여의(如意)!”
하하하하하하-
스승님의 앙천광소가 금이 간 하늘에서 울려 퍼질 때.
천문석은 심상 공간을 관조하며 재빨리 말했다.
“일기일원공…….”
말이 끝나기도 전에 차오르는 엄청난 내력!
“강철봉!”
손에 쥐어지는 레이 실트의 강철봉!
“맛있는 음식!”
양손에 나타난 전갈 경단 꼬치!
말하는 그대로 모든 게 이뤄지고 있었다!
하하하하하하하하-
이 모습을 본 스승님의 웃음소리가 점점 더 커졌다!
그러나 어차피 꿈일 뿐이다!
천문석은 피식 웃으며 손을 휘저어 모든 걸 지워 버렸다.
이때 문득 드는 생각이 있었다.
친우 이세기와 전생의 동생들!
이세기는 동생 중 한 사람을 자신이 잊었다고 말했다.
적예(赤芮)!
‘혹시 적예의 기억을 찾을 수도 있을까?’
말하면 알 수 있는 일이다!
바로 입을 열어 외치려 할 때 스승님의 외침이 들려왔다.
“잠깐, 잠깐만 멈춰라! 꼭 네가 말해야 하는 게 있다!”
“스승님 잠시만요. 먼저 확인할 게…….”
이 순간 생각지도 못한 외침이 들려왔다.
“로또 번호를 가르쳐 주겠다!”
“……!”
천문석은 벼락을 맞은 것만 같았다!
로또 1등 당첨자들의 길몽!
‘꿈에서 조상님이 로또 번호를 말해 주셨습니다!’
번쩍 정신을 차리고 온 정신을 집중하는 순간 외침이 들려왔다.
“시간이 얼마 없다! 이대로 말해라! ‘경계를 그어 혼돈과 질서를 구분하는 분이 어디에…… 아니 그분이 계신 세계로 가게 해 주십시오!’ 이렇게 말해라!”
뭔 소리인지 모르겠지만 대가가 로또 번호다!
천문석은 바로 외쳤다.
“경계를 그어 혼돈과 질서를 구분하는 분이 계시는 세계에 가게 해 주십시오!”
쿠르르르릉-
순간 하늘이 요동치고 금이 가는 속도가 빨라 졌다!
달과 별, 구름과 바람!
눈에 보이는 모든 곳에 쩍쩍 금이 가고 찬란한 빛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스승…….”
말이 끝나기도 전에 외침이 들려왔다.
“5, 7, 8, 23, 35……!”
이 순간 쩍쩍 금이 간 하늘이 와르르 무너지고 찬란한 빛이 쏟아졌다!
“오직 너만이 할 수 있다! 절대 포기하지 마라!”
스승님의 외침이 하늘을 울리는 순간.
천문석은 질끈 눈을 감고 외쳤다.
“오, 칠, 팔, 이삼, 삼오!”
“오, 칠, 팔, 이삼, 삼오!”
……
그리고 잠시 후 얼굴에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고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알바! 왜 안 일어나는 거야? 찌릿찌릿도 다 썼는데…… 다시 꺼낼까? 아니지! 하늘이을까!? 퐁퐁아 지금은 하늘이어야겠지!?”
구으, 구으으-!
“아! 그렇지! 그 방법이 있었지! 휘잉휘잉! 아수라파천무 펼칠 시간이야! 요기 이마! 이마에다가 해 줘!”
‘이마에 아수라파천무!?’
순간 번쩍 눈이 떠지고 보였다!
한 뼘 남짓한 조각상을 이마로 내려치는 특급 헌터가!
* * *
“……!”
번개같이 일어나 조각상을 밀어내는 순간.
특급 헌터는 환호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알바! 일어났구나! 나 엄청 깜짝 놀랐잖아! 알바 안 일어나고 멀리멀리 갈까 봐!”
“잠깐, 잠깐만 나 지금 바로 적을 게 있어! 펜, 펜이……!”
다급히 잡낭을 열어 뒤졌지만 생각하는 게 보이지 않았다.
“알바 펜 찾아!? 이 돌 엄청 잘 적혀! 아무데나 금 그을 수 있어!”
특급 헌터는 하얀 조약돌을 내밀었다.
“고맙다!”
천문석은 바로 조약돌을 받아 잡낭에서 꺼낸 금괴에 숫자를 적었다.
[5, 7, 8, 24, 35.]
순간 긴장이 탁 풀리고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촉이 왔다!
이건 된다!
번호 한 개가 모자랐지만,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경우의 수라고 해 봐야 번호 40개!
로또 40장을 사면 간단히 해결된다!
카캬카-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리는 순간.
카카캌-
옆에서 들려오는 신나는 웃음소리와 외침.
“알바! 뭐 좋은 일 있어!? 나도 좋은 일 있는데! 이거 조각상 보이지!? 휘잉휘잉이 아수라파천무 췄어! 내가 꿈에서 봤어! 완전 멋졌다니까!”
천문석은 적당히 고개를 끄덕이며 주위를 돌아봤다.
갑판 위에는 선원들과 동료들이 널브러져 있고 어느새 용권풍은 사라졌다.
앞에는 오아시스가 주위에는 끝없이 이어지는 모래 언덕이 하늘에는 태양이 작열하고 있었다.
“우선 사람들부터 깨우자.”
“하늘이을까? 아니면 아수라파천무 펼칠까!?”
“…….”
천문석은 신나서 외치는 특급 헌터에게 단호히 말했다.
“그건 나중에 하고 얼굴에 물뿌리자.”
갑판 위로 커다란 물통에 옮겨지고 천문석, 특급 헌터, 퐁퐁이는 기절한 사람들의 얼굴에 물을 뿌리기 시작했다.
촤아악-
촤아, 촤아아-
푸우, 푸우우-
사람들은 하나둘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고 물을 뿌리는 사람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안 일어나는 사람들은 어떡할까!?”
“우선 선실로 옮겨 둬!”
반 정도의 사람이 깨어나고, 일어나지 않은 사람을 모두 선실로 옮겼을 때.
정신없이 갑판을 뒤지던 오마르 장로가 한달음에 달려와 소리쳤다.
“마도 엔진! 마도 엔진 어디로 간 겁니까!? 설마 완전히 박살 내신 건가요!?”
“마도 엔진? 저기 갑판에 있잖아?”
고개를 돌리는 순간 깨달았다.
갑판에는 마도 엔진이 없었다!
“뭐야!? 마도 엔진 어디로 간 거야!?”
“잘 생각해 봐! 그거 엉뚱한 사람 손에 들어가면 무슨 일이 터질지 몰라!”
압둘라가 달려와 외쳤다.
“잠깐만……!”
천문석은 기억을 되새겼지만, 어느 순간부터 마치 잘라 낸 듯 기억이 사라졌다.
마지막으로 기억나는 건.
쿵쿵- 천지를 울리는 맥동이랑…….
“……춤?”
순간 특급 헌터가 앞으로 나서서 외쳤다.
“사람들 다 깨웠으니까! 이제 춤 보여 줄까!? 먹튀 아니었어! 조각상 나무 상자에서 나왔어! 완전 멋진 아수라파천무 췄어! 내가 꿈에서 봤어!”
“……!”
“꼬마야! 잠깐만! 지금 중요한 이야기 중이다!”
압둘라가 특급 헌터를 밀어내는 순간.
천문석은 손을 들어 말을 끊었다!
특급 헌터가 내민 조각상과 아수라파천무라는 이름!
여기서 무언가 떠오르려 했다!
“그 조각상……! 그래 맞아! 분명 그 조각상이 춤을 췄어! 특급 헌터! 아수라파천무 보여 줘 봐! 그 춤 보면 기억이 돌아올 것 같아!”
순간 사방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조각상이 춤을 춘다고?”
“무슨 마술 같은 건가?”
선원들의 의아해하는 목소리.
“기억이 돌아온다고?”
“꼬마야 얼른 해 봐라!”
압둘라와 오마르 장로의 기대감 어린 목소리.
“조각상이 무슨 춤이야!?”
“야, 너 진짜 괜찮은 거 맞아? 이 손가락 몇 개야?”
“하아, 하아, 하아아-.”
우론, 소니아, 파티마의 황당한 표정.
“야! 진짜야! 이 조각상 춤췄다니까! 다시 보면 분명 기억이 돌아올 거야! 특급 헌터 보여 줘!”
“알았어! 모두 집중해! 휘잉휘잉이 완전 멋진 아수라파천무를 보여 줄 거니까!”
쿵-
곧 조각상은 갑판 위에 놓이고 선원들과 동료 모두의 시선이 모이는 순간.
특급 헌터는 외쳤다.
“휘잉휘잉! 아수라파천무 시작!”
짝짝, 짝짜자짝-!
퐁퐁, 퐁포옹퐁-!
특급 헌터의 손과 퐁퐁이의 지느러미가 빠르게 부딪혔다.
그러나 조각상은 움직이지 않았고.
의혹 어린 시선과 침묵이 쏟아졌다.
“…….”
“…….”
잠시 후 특급 헌터는 외쳤다.
“봤지? 봤지!? 봤지! 아수라파천무 추는 거 모두 봤지!?”
“춤? 지금 저 조각상 움직였어?”
“아니, 뭐가 움직였다는 거야? 그대로 있었는데!?”
그러나 천문석과 우론, 소니아, 파티마 경지에 오른 넷은 알아챘다.
온 정신을 모아 자세히 살피면 보였다!
조각상은 움직였다!
1초에 0.000001mm 속도로!
“…….”
“하…….”
“이 정도면 그냥 흔들리는 거 아냐?”
탄식과 황당함, 어이없어하는 시선이 쏟아질 때.
천문석은 대표로 확인했다.
“이게 아수라파천무라고?”
“맞아! 아수라파천무야! 완전 멋지지!?”
파천무(破天舞)라며?
이 속도로 하늘을 깨트리다간 하늘이 깨지기 전에 수명이 다해 죽을 것만 같았다!
“……좀 빨리 못 움직이냐?”
“속도는 중요한 게 아냐! 움직인다는 게 중요한 거야! 휘잉휘잉 지금 엄청 힘든데 간신히 움직인 거야! 탑에서 구한 완전 멋진 돌로 찌릿찌릿 옮겨 주지 않았으면! 휘잉휘잉 이렇게도 못 움직였어! 휘잉휘잉 아주아주아주 오래 쿨쿨 잠들 뻔했단 말야!”
특급 헌터는 고개를 휙휙 저으며 열심히 말하다가 문득 무언가 생각났는지 나무 상자를 꺼내 자랑스레 내밀었다.
“앗! 알바 여기에 내가 찌릿찌릿 담아 뒀는데 꺼내서 보여 줄까?”
“그건 나중에 보자. 저기 할아버지 기다리다가 쓰러지시겠다.”
천문석은 사색이 된 오마르 장로를 눈으로 가리켰다.
“……생각이 전혀 생각이 안 나시는 겁니까?”
“마도 엔진이 이 갑판 위에 있던 게 마지막 기억이야. 어떻게 사라졌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아.”
천문석이 어깨를 으쓱하는 순간.
오마르 장로는 다리에 힘이 풀려 휘청였다.
“으으으- 가문 대대로 물려 온 공중 도시의 마도 엔진이!”
“할아버지 그냥 포기해. 아니, 어떻게 생각하면 잘 된 거지. 마도 엔진이 사라졌으니 저기 성채 도시도 못 움직이잖아?”
압둘라가 재빨리 오마르 장로를 부축하며 말했다.
아차! 성채 도시를 깜빡했다!
“성채 도시! 성채 도시 어떻게 됐어!?”
압둘라는 씨익 웃으며 멀리 모래 언덕을 가리켰다.
“저기 모래 언덕 사이 튀어나온 거 보이지?”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고 내력을 끌어올리자.
모래 언덕 사이 기울어진 성채 도시 성탑이 튀어나와 있었다!
“내가 아까부터 확인했는데! 저 성탑 미동도 없다! 배신자 놈들 완전히 무력화됐다! 흐흐흐-.”
압둘라의 음흉한 웃음을 듣는 순간.
천문석은 깨달았다.
이제 뒤를 쫓을 적은 없다!
이제 관문 도시 마하바나로 가면 동료들과 만날 수 있다!
천문석은 고개를 들어 주위를 훑었다.
정신을 잃고 선실에 누워 있는 데이몽과 선원들을 제외하고 인명 피해는 없는 상황!
그 난장판을 뚫고 여기까지 왔는데 이 정도면 더할 나위 없는 결과다!
천문석은 한 명 한 명과 눈을 마주치며 돛대를 가리켰다.
“모두 훌륭히 의뢰를 완수했다! 저 돛대의 5관 금괴는 용감한 하늘 고래호 선원들의 몫이다! 바로 마하바나로 출발하자! 마하바나에 도착하면 내가 크게 한턱 쏜다!”
우와아아아-
환호성이 터져 나오려는 순간.
망루의 견시수가 다급히 외쳤다.
“서쪽! 서쪽에서 무언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서쪽?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린 모두는 봤다!
끝없이 이어지는 모래 언덕 위로 치솟는 먼지구름!
잠시 후 먼지구름의 정체가 드러났다!
개미, 풍뎅이, 물방개, 딱정벌레……!
거대한 곤충이 끄는 배와 뗏목, 썰매 수십 개!
수십 개의 탈것에 올라탄 인간과 수인, 온갖 이종족이 몰려 오고 있었다!
하늘 고래호를 향해서!
“도적단!?”
“도적단은 아냐! 살기가 없다!”
“이거 도망쳐야 하는 거 아냐!? 바람잡이?”
“어, 이게 왜 이러지!? 바람이 전혀 반응하지 않아!?”
“뭐!? 그게 무슨 소리야!?”
“모두 장대로 모래 밀어 봐라!”
깃털 지팡이를 흔들고 장대로 밀었지만, 바람도 모래도 흐르지 않았다!
하늘 고래호는 모래 위에 멈춰 선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이 순간 선장의 시선이 천문석에게 향했다.
“…….”
천문석은 선장의 의도를 알아채고 바로 명령했다.
“우선 상황부터 확인한다! 저 정도 인원이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 무기 빼지 말아라!”
곧 거대 곤충이 끄는 배, 뗏목, 모래 썰매들이 줄줄이 하늘 고래호 뱃머리로 모여들었다.
그리고 장대를 꺼낸 사람들이 미친 듯이 선체를 두들기기 시작했다.
딱딱, 딱딱따다다다딱-
나무 두들기는 소리가 정신없이 울려 퍼질 때 악을 쓰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여기에 배를 멈추면 어떡해요!?”
“배가 도로를 완전히 막았잖아!”
“위에 선장님! 밧줄 던져 주세요! 제가 도시까지 싸게 빼 드릴게요!”
“뭐!? 어디서 얼렁뚱땅 먹으려고!”
“모두 비켜라! 이 배는 내가 찜했다!”
“찜은 무슨! 먼저 끄는 게 임자지!”
“이렇게 길 막으면 안 됩니다! 갈고리 던져 올릴 테니까 고정하세요! 우선 길에서만 빼 드릴게요!”
“길은 무슨! 선장님 속지 마세요! 이 새끼 눈탱이 치려는 겁니다!”
“눈탱이는 너희가 치려는 거고!”
“비켜! 여기는 우리 구역이야! 이 배는 우리가 끈다! 모두 밀어내라!”
……
바짝 긴장해 무기에 손을 올린 모두가 멍하니 이 모습을 바라볼 때.
천문석은 깨달았다.
너무나 익숙한 이 광경.
이 녀석들은 도적단 같은 게 아니었다.
렉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