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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766화 (767/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766화>

휘이이잉-

길잃은 용권풍 휘잉휘잉은 열사의 사막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느꼈다.

‘가벼워지고 빨라졌다!’

모래가 달아오르며 만들어진 거대한 상승 기류.

용권풍이 이 상승 기류로 들어가자 가벼워지고 이동 속도가 확 빨라 졌다!

마치 하늘 끝까지 날아오를 수 있을 것처럼!

휘잉휘잉은 공간을 접어 신나게 달렸고 곧 사막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벽을 만났다.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는 아지랑이가 거대한 벽이 되어 서 있었다.

그리고 이 신기루 같은 벽을 중심으로 사막이 둘로 나뉘어 있었다!

친구들에게 들었던 경계다!

이 너머로 달려간 친구들은 아무도 돌아오지 않았던 그 경계!

휘잉, 휘이이잉-

신기루 벽 앞에서 망설이고 있을 때 벽 너머 멀리 커다란 오아시스가 보였다!

아득히 높은 절벽에서 쏟아지는 폭포수!

산산이 부서진 물이 안개와 비가 되어 커다란 오아시스에 뿌려졌다.

푸른 오아시스 주변에는 풀과 훌쩍 자란 나무들이 가득하고. 그 사이로 수분을 한껏 머금은 바람이 신나게 날아다녔다!

아련한 기억을 자극하는 풍경!

이 풍경을 보는 순간 길잃은 용권풍, 휘잉휘잉은 자신이 사막을 달리는 이유를 생각해 냈다!

고향!

자신은 고향으로 돌아갈 길을 찾아서 사막을 달리고 있었다!

홀린 듯 오아시스를 향해 움직인 순간.

파아아아앙-

용권풍은 단숨에 신기루 벽을 넘어 열사의 사막을 몰아쳤다!

높게 솟은 모래 언덕들을 지나.

모래가 폭발하듯 치솟는 대지를 건너고.

커다란 바위가 둥둥 떠 있는 허공을 달렸다.

목표는 바람에 실려 오는 희미한 물 냄새, 오아시스!

휘잉휘잉은 정신없이 열사의 사막을 달렸고 수백 미터가 넘던 거대한 용권풍은 풍선의 바람이 빠지듯 빠르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더는 그 안에 담을 수 없는 것들이 용권풍 밖으로 튀어나왔다.

쿠르르르릉-

이동 성채 도시는 모래 언덕 위에 갸우뚱 기울어진 채 남겨지고.

쏴아, 쏴아아-

휘몰아치던 모래와 잿가루, 자잘한 돌과 잡동사니가 우박처럼 줄줄이 쏟아져 내렸다.

마지막 모래 언덕을 넘어오아시스를 향해 미끄러질 때 용권풍을 이룬 마지막 바람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휘이이이이이-

오아시스를 100여 미터 남겨 두고 하늘 고래호가 마지막으로 튀어나와 모래 위에 멈췄다.

‘……?’

이 순간 길잃은 용권풍 휘잉휘잉은 자신의 주위를 감싼 바람이 모두 사라졌다는 걸 깨달았다.

바람에 감춰졌던 희미한 아지랑이처럼 흔들리는 손과 다리, 몸이 다시 느껴졌으니까.

휘잉휘잉은 문득 고개를 들어오아시스를 바라보며 깊게 숨을 들이켰다.

휘잉, 휘잉-

휘파람 소리가 울리고 물기와 풀 내음 가득한 바람이 몸 안에 차올랐다.

고향의 냄새, 고향의 바람이다!

저 오아시스에 고향으로 이어지는 길이 있을지도 몰랐다!

당장이라도 달려가려는 순간 문득 발걸음이 멈췄다.

그리고 앞에 보이는 오아시스와 뒤에 멈춰 선 배를 번갈아 봤다.

이제 자신은 꺼지듯이 잠들어 한참 동안 꿈을 꾸게 된다.

오아시스와 모래 배 둘 중 한 곳으로만 갈 수 있었다.

‘…….’

휘잉휘잉은 어디로 갈지 고심했고 곧 결심했다.

고향 냄새가 나는 저 오아시스에 가는 건 다시 바람이 모여들고 꿈에서 깨는 그날이다.

그날이 되면 첨벙첨벙 물을 차올리며 신나게 오아시스를 달려 고향으로 가는 길을 찾을 거다.

하지만 그건 먼 훗날의 일.

지금은 잠들기 전에 꼭 할 일이 있었다!

원대륙에서 놀러 왔다고 알려진 용(龍).

마도 제국 시대 타대륙에 소환된 바람 정령.

휘잉휘잉은 선명히 깨어난 의식으로 모래 위에 세워진 배를 봤다.

저 배에 자신에게 이름을 준 친구가 있었다.

잠들기 전에 친구를 만나 꼭 해야 할 일이 있다!

휘이이, 휘이이이-

휘잉휘잉은 산들바람을 타고 하늘 고래호 갑판에 내려섰다.

사람들이 잔뜩 널브러진 갑판 중앙 쿨쿨 잠든 친구가 보였다.

휘잉휘잉은 아무렇게나 놓인 마도 엔진, 나무 상자, 펜던트, 조각상, 널브러진 사람들을 지나 친구에게 달려갔다.

바람의 정령이 스쳐 지나가는 순간 변화가 일어났다.

마도 엔진이 부르르- 진동하고.

나무 상자가 달그락- 움직이더니.

펜던트가 파슥, 파스슥- 다시 빛났다.

그리고 무도왕의 조각상에 닿는 순간 종이가 물을 빨아드리듯 바람이 단숨에 조각상 안으로 스며들었다!

‘……!’

휘잉휘잉은 깜짝 놀라 자신이 스며든 조각상을 봤다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깜빡깜빡 흐려지는 정신!

이제 곧 잠이 든다!

그 전에 친구를 만나야 한다!

휘잉휘잉은 아득해지는 정신으로 친구를 향해 움직였다.

기릭, 기리릭-

무도왕의 조각상은 녹슨 인형처럼 삐걱거리며 널브러진 사람들을 기어 오르고 미끄러져 데굴데굴 굴러 잠든 친구 앞에 도착했다.

바람의 정령 휘잉휘잉은 쿨쿨 잠든 친구를 향해 팔을 뻗으며 꼭 해야 하는 말을 전했다.

‘약속 못 지켜서 미안…….’

툭-

정령이 깃든 조각상의 손이 닿는 순간.

휘이, 휘이이-

물 내음이 가득 담긴 바람이 잠든 특급 헌터의 몸을 한 바퀴 휘돌았다.

순간 특급 헌터는 번쩍 눈을 뜨고 외쳤다.

“앗! 알바! 안 돼!”

* * *

달빛 아래 까마득한 높이의 절벽을 잇는 구름다리가 놓여 있었다.

천문석은 이 구름다리 중앙에 있었다.

문득 고개를 돌려 주위를 봤다.

앞은 발판이 삭아 줄만 남은 구름다리가.

뒤는 어느새 달려온 스승님이 막고 있다!

앞뒤가 모두 막힌 절체절명의 상황!

‘하, 시바! 차라리 절벽을 기어 내려가는 건데!’

짧은 후회 후 천문석은 외쳤다.

“스승님. 아니, 할아버지! 저 제자 안 한다니까요!”

“야, 이거 꿈이라니까 그러네! 위험하니까! 얼른 이리 와서 차근차근 이야기하자!”

짧은 문장에도 앞뒤가 맞지 않는 게 너무나 많았다!

꿈인데 위험하다고?

차근차근 이야기하자고?

게다가 저 진지한 표정과 은근슬쩍 다가오며 압박하는 모양새!

촉이 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꿈이 아니다!

지금 스승님은 구라를 치고 있다!

“아니, 꿈이라면서 뭘 차근차근 이야기해요! 게다가 등장인물이 꿈이라고 말하는 꿈이 어디 있어요!? 그리고 보세요!”

찰싹, 찰싹-

천문석은 손을 들어 팔을 때리고 주위를 가리키며 외쳤다.

“이렇게 아픈데! 이렇게 아찔하고! 다리가 후달리는데! 이게 전부 꿈이라고요!?”

“원래 환몽은 이런 거야! 진짜 현실이랑 구분 안 돼!”

“네, 네! 그럼 진짜 꿈이라고 생각할 테니까. 그냥 각자 갈 길 가죠!”

“야! 업만 덜어 내고 보내 준다니까! 너 지금 이대로 나가면 안 돼!”

“그러니까 업을 왜 덜어 내는데요? 왜 이대로 헤어지면 안 되냐니까요!? 알아듣게! 설득되게! 이야기를 좀 해 보세요!”

“…….”

천문석 제자가 버럭 외치는 순간.

스승은 순간적으로 말문이 탁 막히고 뒤통수가 저릿저릿해졌다.

제자를 막다른 곳 삭아 내린 구름다리로 밀어 넣고 대화를 나누는 것까지는 성공했는데 대화의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당연했다!

지금 제자의 정신은 10대 소년이 아니라 전생과 현생의 수많은 사건·사고 고난에 단련된 일대종사다!

슬쩍 거짓과 진실을 섞는 순간 귀신같이 알아채고 있다!

제자의 업을 덜어 내려면, 그 이유를 말해 줘야 했다!

문제는 업을 덜어 내야 하는 이유를 말하려면.

업이 쌓인 이유 ‘흑전’의 진짜 정체를 말해 줘야 한다는 거다.

흑전을 ‘왜’ 만들었는지.

흑전을 ‘누가’ 만들었는지!

그리고 흑전의 진짜 정체를 알게 되는 순간 제자는 ‘알게’ 된다.

-인과와 가능성을 이어 자라나는 세계의 나무.

-세계의 나무 위를 유랑하는 허공도.

-허공도에서 감쪽같이 사라진 상.

-상을 찾아 세계를 헤메는 샤.

이 모든 것을 ‘알게’ 된다!

관측, 알게 되는 순간 현상은 고정되고.

현상이 고정되는 순간 가능성은 사라지고 결과만 남는다.

숨 쉬기, 기린과 같다.

숨 쉬기를 의식하는 순간 껄끄럽게 느껴지고.

기린을 말하는 순간 저절로 기린을 상상하게 되듯.

상(上) 허공도의 주인의 정체를 알게 되는 순간 의식하게 되고.

한번 의식하게 되면 더는 볼 수도 인지할 수도 없게 된다.

그것이 수많은 ‘샤’가 세계의 나무를 헤매면서도 상을 찾지 못하는 이유였다.

신, 악마, 마신, 허신, 마왕…….

상께서 키워내신 세계의 나무의 은혜를 받은 모든 존재가 마찬가지다!

단 하나의 예외 스스로 빛을 밝힌 마도 황제가 있었지만.

마도 황제는 상과 마찬가지로 어디로 사라졌는지 찾을 수 없었다.

상을 다시 찾을 유일한 희망이 눈앞의 제자다.

일대종사라는 말로도 부족한 천부의 재능과 천운(天運)!

지금도 눈에 선했다.

대대로 천문사에 내려오는 천문(天問)!

하늘에게 묻는 법의 기초를 가르쳐 줬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하늘을 향해 말을 걸던 그 모습!

‘하늘님. 저 언제쯤 객잔 주인이 될 수 있을까요?’

어이없게도 이 질문에 하늘이 호응해 대답했다!

뜬금없고 엉뚱한 대답을!

그리고 더 황당하게도 제자는 뭔 일만 생기면 하늘에 말을 걸기 시작했다!

‘하늘님! 내일 비가 올까요?’

‘하늘님! 어느 골목이 장사가 잘 될까요?’

……

천문사의 천문(天問)은 이런 게 아니었다.

평생에 단 한 번 모든 명운과 천운을 걸고 물어도 대답을 들을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게 천문이었다!

그런데 제자는 친구에게 말을 걸듯 하늘에게 말을 걸었고 대답을 들었다.

당연히 하늘의 대답은 공짜가 아니었다.

제자의 천운이 뚝뚝 사라지고 점점 운이 없어지더니 온갖 사건·사고가 몰려 왔다!

하지만 이 또한 기연!

원석은 갈고닦아야 빛을 발하듯.

사람은 시련이 없으면 성장하지 않는다.

그리고 다시 만난 제자는 기대 이상으로 놀랍게 성장했다.

온갖 불운과 사건·사고로 연마된 존재의 본질, 영혼육백이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 빛에 홀려 수많은 별이 스스로 제자의 주위로 모여들 정도로!

이 순간 제자의 주위로 모여든 수많은 별이 그려낼 운명과 숙명의 그림이 보이는 것만 같았다.

‘이제 곧 모든 게 시작된다!’

그러나 제자의 천운은 너무 많이 깎인 상태였다!

마치 하늘에 묻는 것을 넘어 무언가를 소원한 것처럼!

이 상태로 초월적 존재가 던진 흑전의 업까지 실리면 휘청이다 넘어질 수도 있었다.

어떻게든 업을 덜어 내고 깎여나간 천운을 채워 줘야 했다.

상을 모시며 오랜 시간 쌓아 올린 자신의 천운을!

긴 상념이 끝나는 순간 스승은 번쩍 고개를 들고 진심을 담아 외쳤다.

“제자야! 단 한 번만 나를 믿……!”

그리고 눈이 마주쳤다.

곡예 하듯 다 삭은 밧줄 위를 기어가는 제자와!

“야, 이 미친! 그 위를 왜 기어가! 너 지금 완전 재수 없는 상태야! 멀쩡한 밧줄도 끊길 판에! 당장 멈춰! 얼른 돌아와!”

“하! 스승님. 아니, 할아버지! 제가 낚일 것 같습니다! 돌아가면 잡으려고…….”

“내가 졌다! 포기한다! 물러설 게!”

외침과 동시에 구름다리 입구로 스승님이 돌아가는 순간.

천문석은 돌처럼 굳은 몸과 얼굴로 그 모습을 바라봤다.

“뭐야!? 빨리 돌아와! 진짜 위험하다니까! 너 여기서 떨어지면 꼴까닥이야!”

다급히 뒤로 더 물러서는 스승님.

그러나 천문석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

“너, 왜…… 설마!?”

눈이 마주치는 순간.

스승은 번쩍 깨달았고.

천문석은 허탈하게 말했다.

“이 밧줄 진짜 삭았네요.”

꽈드득, 툭, 툭, 툭-

삭은 밧줄이 툭, 툭 올이 풀려 끊어지기 시작했다!

‘떨어진다!’

직감하는 순간 바람처럼 구름다리를 달리는 스승님.

이미 늦었다!

스승님이 도착하기 전에 밧줄은 끊어지고 내력 한점 없는 몸은 바닥이 보이지 않는 계곡으로 떨어져 끝장나리라!

그리고 예상대로 스승님이 닿기 전에 투드드득- 밧줄은 폭발하듯 끊어졌다!

경악으로 일그러진 스승님의 얼굴.

끈긴 밧줄에 실린 엄청난 힘에 조약돌처럼 날아가는 몸.

어느새 여명에 물든 허공을 나는 순간.

천문석은 최대한 긍정적으로 외쳤다.

“걱정 마세요! 스승님! 이게 진짜 꿈이면 아무 문제 없이 깨어날 테니까요! 하하하하하-.”

“미친놈아! 지금이 웃을 때야!? 이 수인 봐라! 이 수인을 짚고 하늘에 고해라! 너라면 할 수……!”

스승님이 다급히 수인을 짚고 외치는 순간.

휘이, 휘이이-

물 내음이 가득 담긴 바람이 불어와 몸을 감쌌다.

그리고 하늘이 깨지는 듯한 외침이 울려 퍼졌다.

[앗! 알바! 안 돼!]

그리고 진짜로 하늘이 깨져 금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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