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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765화 (766/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765화>

“……!”

천문석은 소스라치게 놀라 번쩍 고개를 들었다.

‘황당함, 어이없음, 얘가 왜 이래?’라는 생생한 감정이 담긴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스승님!

“꿈에서 스승님이 말을 한다고!? 설마, 현실!?”

단 한 번도 없었던 일에 경악해 외치는 순간 머리를 스치는 게 있었다.

지금 이 장소!?

“숲 속 공터!”

천문석은 번개같이 주위를 살폈다.

눈에 익은 산!

눈에 익은 공터!

눈에 익은 소나무 숲!

눈에 익은 모닥불과 냄비!

그리고 재빨리 단검을 뽑아 검신에 비추자 드러나는 눈에 익은 소년의 얼굴!

콰아앙-!

머릿속에 벼락이 떨어지고 전신이 전율로 요동쳤다!

조금 전 머리를 스쳤던 과거의 기억!

-산속 사당을 떠나 긴 여행 끝에 도착한 천문사.

잘못 끼운 첫 단추이자 모든 난장판의 시작!

지금 이곳은 천문사에 도착하기 하루 전 야영지였다!

‘딱밤이 문제가 아니었잖아!?’

천문석은 빙글 몸을 돌려 번개같이 숲을 향해 달리며 외쳤다!

“스님! 생각해 보니까! 저 그냥 종마문 입문하겠습니다! 제자가 되겠다는 건 없었던 일로 해 주세요!”

타다다다닥-

다급한 뜀박질 소리가 고요한 숲에 울려 퍼질 때 황당해하는 외침이 들려왔다.

“어, 어어!? 어디 가는 거야!? 야, 야! 이거 꿈이야! 현실 아냐! 지금 도망가도 과거는 안 변해! 잠깐만! 멈춰 서 말 좀 들어 봐!”

그러나 천문석은 속지 않았다.

꿈속에서 스스로 꿈이라고 말하는 등장인물이라니! 말도 안 됐다!

‘진짜로 현실이구나!’

그렇다면 자신이 겪은 생생한 미래의 기억은 예지몽일 가능성이 컸다!

즉, 이대로 끌려가면 마도 18문의 일문 천문사를 이어받고 무림 지존 천마가 된다!

무림 지존이 되면 뭐하겠는가?

그 끝은 하늘과 대지를 잇는 천강의 불꽃에 한 방에 훅 가는 건데!

천문석은 미친 듯이 숲을 달렸고 곧 느꼈다.

파바바바밧-

엄청난 속도로 뒤를 쫓는 스승님의 존재를!

“내가 이럴 줄 알았다니까!? 꿈이라면서! 쫓아오는 거 봐봐! 스승…… 아니지, 할아버지! 그만 따라오세요! 우리 그냥 각자 갈 길 가자니까요! 저 종마문 들어갈 거예요!”

“와! 이 황당한 녀석! 야! 이거 진짜 꿈이라니까! 내가 너를 환몽(幻夢)으로 부른 거다! 그러니까…… 구운몽! 너 구운몽도 알지? 그거랑 같은 거다!”

구운몽!? 전생의 스승님이 한국의 구운몽을 알 리 없다!

“설마! 진짜 꿈인가!?”

자신도 모르게 멈추려던 천문석은 흠칫 놀랐다.

그리고 머리가 번개같이 움직였다.

자신에게 입을 터는 법, 심리전, 눈탱이 맞지 않는 법을 전수한 게 스승님이다!

지금 상황이 꿈, 현실일 가능성은 반반!

자신의 선택지는 두 가지.

1. 멈추기

2. 도망가기.

멈추면 꿈일 경우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지만, 현실이면 전생의 비극이 재현된다.

반면 계속 도망가면 꿈이든 현실이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즉, 계속 도망치는 게 합리적 선택이다!

천문석은 순식간에 결론을 내고 전력으로 달렸다.

그러나 내력이라곤 한 줌도 없는 몸!

벌써 숨이 가빠오고 체력이 쭉쭉 빠져나가 다리가 휘청이고 있다!

이 순간 천문석은 본능적으로 펼쳤다.

생사팔문의 보법.

생과 사, 그 홀연한 간극을 밟고 뛰듯!

숲의 나무 사이를 스쳐 지나가는 바람을 타고 달린다!

타타타타타탁-

천문석의 발걸음 소리가 순식간에 멀어졌다.

“……아니! 내력도 없을 텐데! 뭐가 저렇게 빨라!?”

뒤를 쫓던 스승은 탄식했다.

“빌어먹을 흑전! 어쩐지 두 개가 된 게 불길하더니…… 바로 눈치를 채는구나! 젠장!”

이곳이 꿈이라는 건, 반만 사실!

환몽을 써서 불렀다는 건 진실이나,

지금 저 육체는 꿈이 아닌 현실의 육체다!

제자의 천강흔이 열리고 다시 한 번 초인경에 한 발 디디는 순간 예정된 일들이 일어났다.

마도 엔진이 폭주하고,

차원 방벽이 뚫려 균열이 생겼다.

그리고 파천의 춤으로 균열을 닫은 무도왕의 조각상.

안심하고 눈을 돌리려는 순간 균열에서 튀어나온 작은 빛, 흑전!

초월적 존재의 농간으로 인과를 비트는 화폐, 흑전이 두 개가 됐다!

‘하나로도 예측 불허의 사건이 연이어 터졌는데 두 개라고?’

그래서 업을 덜어 내기 위해 환몽, 일장춘몽의 비술로 후생의 정신을 전생의 육체로 불렀다.

그러나 흑전이 두 개가 된 것이 변수였다!

제자는 너무나 생생한 현실감에 바로 눈치채고 도망치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대로면 후생의 업을 덜어 내기는커녕, 전생의 운명까지 난장판이 되게 생겼다!

업은 이제 문제가 아니다!

어떻게든 해가 뜨기 전에 잡아서 돌려보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게 엉망진창이 된다!

스승은 전력을 다해 숲을 달리며 외쳤다.

“이거 전부 널 위해서야! 당장 멈…… 아니지! 야! 당장 멈추면 돈 줄게! 은자! 열다섯 냥!”

회심의 외침이었으나 역효과만 불러일으켰다.

“은자!”

추격하면서 돈을 줄 테니 멈추라고 외쳤다!

자신을 이렇게 잘 아는 사람이라면?

“진짜 스승님이잖아!”

잡히면 천마가 된다!

절대 잡히면 안 된다!

천문석은 사력을 다해 천문사 반대쪽으로 달렸다!

* * *

정신을 잃은 천문석이 치열한 도주극을 펼칠 때.

하늘 고래호와 이동 성채 도시는 서쪽으로 모래의 바다를 질주하고 있었다.

휘잉, 휘잉-

용권풍에 삼켜진 채로!

하늘 고래호와 이동 성채 도시에 있던 모든 사람이 정신을 잃은 상황.

용권풍의 변덕스러운 움직임에 따른 조정이 불가능했기에 보통이라면 질주는 곧 끝나야 했다.

그러나 하늘 고래호와 이동 성채 도시가 용권풍 밖으로 빠져나가려 할 때면.

휘잉, 휘잉-

거센 모래바람과 소용돌이치는 흐르는 모래가 다시 용권풍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용권풍은 새끼 고양이를 안고 달리는 아이처럼 배와 성채를 품에 안고 질주했다.

약속대로!

길잃은 용권풍은 ‘휘잉휘잉’이라는 멋진 이름을 받는 순간 의식이 또렷해지고 감각이 선명하게 살아나고 힘이 솟는 걸 느꼈다!

끝없이 펼쳐진 사막 끝까지 달릴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힘이!

신이 난 길잃은 용권풍 휘잉휘잉은 이름을 지어 준 친구를 해가 있는 방향으로 데려다주기로 약속했다!

그래서 휘잉휘잉은 약속대로 한참 동안 해가 있는 방향으로 신나게 달리고 물었다.

휘잉, 휘잉-?

‘여기까지면 돼? 이제 내려 줄까?’

“…….”

그러나 쿨쿨 잠든 친구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직이구나!

휘잉휘잉은 해를 따라 계속 달리며 익숙하나 완전히 새로워진 것들이 나올 때마다 물었다.

-쓰윽쓰윽 땅속으로 길게 쭉 뻗은 시원한 지하수로 위에 배를 비비며!

휘잉, 휘잉-?

“…….”

-꿀꺽꿀꺽 높게 솟은 급수탑의 물을 마시며!

휘잉, 휘잉-?

“…….”

-첨벙첨벙 오아시스에서 신나게 물보라를 일으키며 달리면서!

휘잉, 휘잉-?

“…….”

휘잉휘잉은 해를 따라 질주하며 계속계속 물었지만, 쿨쿨 잠든 친구는 한 번도 대답하지 않았다.

해가 지고 포근한 낮바람 친구들이 집에 돌아갈 때도.

예쁜 별들이 잠에서 깨어나 새하얀 모래 바다를 비추고.

장난스러운 밤바람 친구들이 새어 들어와 몸을 간지럽힐 때도.

친구는 쿨쿨 잠든 채 깨어나지 않았다.

아니, 친구뿐만 아니라 배와 도시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깨어나지 않았다.

그래도 휘잉휘잉은 열심히 달렸다.

따라갈 해는 보이지 않았지만, 문제는 없었다.

선명하게 살아난 감각으로 길을 가르쳐 주는 밤바람 친구들의 속삭임을 들을 수 있었으니까.

휘이, 휘이이이-

용권풍 휘잉휘잉은 흐르는 모래사막 서쪽으로 공간을 접어 밤새 달렸다.

그리고 다시 해가 떠오르는 순간 깜짝 놀랐다.

태양이 자신의 뒤!

달려온 방향에서 나타났다!

분명 밤바람 친구들이 가르쳐 준 대로 달렸는데!?

왜 해가 반대쪽에 있는 거지!?

설마 또 길을 잃은 건가!

재빨리 길을 가르쳐 준 밤바람 친구들을 찾았지만 이미 모두 집에 돌아간 상황!

태양과 함께 나타난 낮바람 친구들은 빙글빙글 하늘을 맴돌며 몸을 데우고 있었다!

밤바람 친구가 가르쳐 준 앞.

태양이 나타난 뒤.

휘잉, 휘잉-

앞과 뒤 어디로도 움직이지 못하고 멈춰 서 있을 때 멀리 도시가 보였다!

순간 번쩍 떠오른 기억!

길을 잃어버리면 도시로 찾아가면 된다!

그러면 친절한 사람들이 뛰어나와 어디로 가야 할지 가르쳐 줬다!

이번에도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된다!

용권풍 휘잉휘잉은 도시를 향해 신나게 달려갔다.

마치 수백 장의 팬케이크를 겹친듯한 도시.

열사의 사막의 입구, 관문 도시 마하바나를 향해서!

그리고 생각대로 사람들이 나타났다.

촤아아, 촤아아아-

모래 배를 타고 나타난 친절한 사람들은 깃털 지팡이를 흔들어 어디로 가야 할지 가그쳐 줬다.

친절한 사람들은 태양의 반대쪽, 자신이 달려가던 방향으로 움직였다!

‘다행히 밤새 잘못 달리지 않았다!’

휘잉휘잉은 길을 인도하는 깃털 지팡이들을 따라 신나게 달렸다.

휘이이이잉-

뜨거운 바람이 불어오는 서쪽으로.

관문 도시 마하바나가 빠르게 멀어지고,

흐르는 모래에서 이글이글 올라오는 열기가 점점 강해졌다.

부우우우웅-

그리고 곧 뜨거운 열기를 가득 품은 바람이 소용돌이치는 경계가 보였다.

열사의 사막!

같이 사막을 달렸던 친구들이 절대로 들어가면 안 된다고 몇 번이나 강조한 열사의 사막이 나왔다.

엄청 무서운 존재들이 가득하다는 열사의 사막이다!

저기에 들어갔다가 무서운 존재들에게 걸리면 차곡차곡 모은 바람을 모두 잃어버리고 아주 먼 곳으로 쫓겨난다고 했다!

평소라면 근처에도 가지 않았을 열사의 사막이지만 휘잉휘잉은 멈추지 않았다!

촤아, 촤아-

깃털 지팡이를 흔들어 길을 가르쳐 주는 친절한 사람들이 열사의 사막을 가리켰고.

쿨, 쿠울-

멋진 이름을 지어 주고 잠든 친구와 약속했으니까.

휘잉휘잉은 무서운 걸 꾹 참고 열사의 사막으로 달려갔다!

파아아아아앙-

하늘 고래호와 이동 성채 도시를 그 안에 삼킨 채로.

* * *

길잃은 용권풍이 열사의 사막으로 들어가는 순간.

용권풍을 유인한 마하바나의 경비대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 시껍했네! 아니, 이 계절에 무슨 용권풍이 찾아와?”

“그러게 말야. 길잃은 용권풍이 마하바나까지 오는 건 드문데 말야?”

“그래도 열사의 사막으로 들어가서 한숨 돌렸어.”

“그렇지. 다른 용권풍처럼 엉뚱한 곳으로 샜으면. 으으- 저 용권풍을 빼내는 데 보름은 걸렸을걸?”

“희한하게 용권풍들은 열사의 사막으로 안 들어가려고 한단 말이지. 혹시 쟤들은 열사의 사막 너머에 뭐가 있는지 아는 거 아닐까?”

“열사의 사막이면 유목민이랑 섬 있잖아요?”

“아니, 그게 아니라 열사의 사막 경계 너머 말야. 거대 괴수가 득실득실한 마경이 있다는 소문이 있는데…….”

이때 옆을 달리는 배에서 경비대장의 명령이 들려왔다.

“쓸데없는 이야기 그만하고! 얼른 돌아가자! 벌써 일정이 한참 지체됐어! 돌아가는 대로 바로 출발해야 한다!”

“에휴- 이동 성채 도시를 어디서 찾아…….”

부우으으으으-

누군가 한숨 쉬는 순간 뿔피리 소리가 울려 퍼지고 길잃은 용권풍을 유인하던 경비선들이 선회하기 시작했다.

한 경비선의 신입 경비대원이 잠시 눈치를 살피더니 입을 열었다.

“선배님들. 이 명령 말이 되는 겁니까? 이동 도시가 어떻게 사라져요!? 그리고 만에 하나 사라졌어도! 바나항에서 사라진 걸 왜 여기 마하바나에서 찾아요!? 거기서 여기까지 3일, 아니 지금이면 5일 거리는 되는데! 당연히 바나항 주위를 찾아야죠!”

신입 경비대원의 말에 같은 경비선을 탄 고참 경비대원들은 피식 웃었다.

“어쩌겠냐? 위에서 까라면 까야지?”

“그렇지 까라면 까야지. 시장도 아닌 까마득한 위, 지얀데 일족에서 내려온 명령인데. 당연히 우리가 까야지!”

“좋게 생각해라 신입. 찾기만 하면 대박이잖아? 지얀데 일족의 이동 성채 도시인데. 혹시 아냐? 나중에 지얀데 일족에서 시장 자리라도 하나 떡하니 안겨 줄지?”

하하하하-

크하하하-

왁자한 웃음소리가 퍼져 나갈 때 시큰둥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장도 찾고 나서 이야기지. 그 커다란 성채 도시가 감쪽같이 사라졌다는데. 그걸 어디서 찾아?”

순간 한 경비대원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열사의 사막을 가리켰다.

“혹시 그 성채 도시 저 용권풍 안에 있는 거 아냐? 야, 신입 어떻게 생각해?”

깜짝 놀란 신입 경비대원이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어, 어어! 선배! 진짜 그럴 수도 있겠는데요!? 당장 들어가서 확인해 보죠!”

순간 사방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아, 미치겠네! 흐흐흨-.”

“길잃은 용권풍이 이동 도시를 삼켰데!”

“좋아! 의욕 넘쳐서 아주 좋아! 역시 신입은 이래야지 크크큽-.”

“선배들……?”

신입 경비대원의 어리둥절한 표정에 바로 돌아오는 대답.

“저런 작은 규모의 용권풍으로는 성채 도시를 삼켜서 이동하는 게 불가능하다.”

“네? 저 용권풍이 작다고요!?”

고참 경비 대원들은 웃음기 어린 얼굴로 잇달아 말했다.

“사라진 지얀데의 이동 성채 도시, 작은 성 같은 게 아니다. 지얀데의 함대가 정박한 수만의 병력이 주둔한 군사 도시다.”

“저 용권풍이 잠깐 삼키는 건 가능해도 바나항에서 이곳 마하바나까지 쉬지 않고 질주하는 건 불가능하다.”

“고등어가 고래를 짊어지고 이동하는 격이지!”

하하하하하-

다시 한 번 웃음이 터져 나오고 고참 경비대원이 깃털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이제 장난은 그만하고 얼른 따라붙자. 저기 선두 배 경비대장님 빡치신 거 보이지? 이러다가 우리 모두 진흙 사막에 배치되겠다.”

으으윽-

진저리를 친 경비대원들은 재빨리 움직였다.

모래에 파고든 장대가 경비선을 밀어내 가속하고 가속된 경비선으로 바람이 불어왔다!

휘이이이잉-

깃털 지팡이가 바람을 낚아챘고, 경비선은 마하바나를 향해 빠르게 나아갔다.

수십 척의 경비선이 사라진 지얀데의 이동 성채 도시를 찾아 움직이는 이때.

휘잉, 휘잉-

길 잃은 용권풍은 하늘 고래호와 성채 도시를 삼킨 채 열사의 사막 깊은 곳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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