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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763화 (764/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763화>

휘이이이이잉-

마수를 쏟아 내는 포탈로 비상하는 검은 불꽃!

일기일원문의 제자!

천문석이 번쩍 고개를 들어 일기일원문의 제자를 보는 순간 가슴이 뻥 뚫리는 웃음소리가 종소리처럼 울려 퍼졌다.

하하, 하하하하-

그리고 마음에서 마음으로 심상이 전해졌다!

‘부탁드립니다! 조사님!’

‘부탁? 갑자기 뭔 부탁……!?’

반문하는 순간 하늘 고래호 갑판에서 다급한 비명과 외침이 터져 나왔다.

“마도 엔진! 미친놈아! 이걸 왜 여기에 던져……! 터진다! 이제 곧 터져!”

“모두 뒤로 빠져! 건드리지 마! 지금 잘못 건드리면 그대로 터진다!”

“마도 엔진……!?”

반사적으로 외침을 들려오는 곳을 보는 순간.

파직, 파직- 새파란 스파크가 튀는 상자가 보였다.

가로세로높이 2미터 남짓!

그 표면에 새겨진 복잡한 마력 회로가 발광하는 금속 상자!

쿵쿵, 쿵쿵쿵-

금속 상자는 마치 거대 괴수의 심장처럼 맥동하며 파문을 사방으로 뿌리고 있었다!

공간을 뒤흔드는 파문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힘!

마력, 내력, 주술력이 아닌!

더욱 근본적이고 파괴적인 힘이 느껴졌다!

마도 엔진!

일기일원문의 제자가 성채 도시에서 뽑아낸 마도 엔진이 하늘 고래호 갑판에 있었다!

“저게 왜 저기에 있어!?”

자신도 모르게 외치는 순간 가속된 사고 속에서 갑판 위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이 한없이 느리게 보였다.

-기겁해서 비명을 지르는 압둘라.

-주술 목걸이를 들고 달려오는 오마르 장로.

-그물, 작살, 장대, 갈고리를 들고 다급히 모여드는 선원들.

-경악한 얼굴로 비상하는 검은 불꽃을 바라보는 데이몽 발도.

-검과 곡도, 작살을 뽑아 움직이는 소니아, 파티마, 우론.

그리고 마도 엔진 앞, 홀린 듯이 손을 뻗는 특급 헌터!

“……!”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머리가 하얗게 변했다.

빠진 조각을 채운 일기일원문의 제자조차 비명을 지르게 만든 스파크다!

건드리는 순간 끝장이다!

찰나의 순간.

천문석은 결정하고 움직였다!

탁-

내력을 끌어올려 하늘 고래 퐁퐁이를 밟고 뛰어!

꽈드드득-

혼원지기가 담긴 강철봉으로 와류를 일으켜 쏘아진다!

파아아아앙-

거인이 던진 돌멩이처럼 빙글빙글 정신없이 회전하며 날아가는 순간.

천문석은 외쳤다!

“특급 헌터! 멈춰! 건드리면 안 돼!”

그리고 순식간에 모든 일이 일어났다.

‘아차! 흑전! 흑전 받으세요!’

포탈을 향해 비상하는 일기일원문의 제자는 흑전을 던지고!

“이야압! 나와랏!”

마도 엔진으로 손을 뻗던 특급 헌터는 번개같이 품에서 나무 상자를 꺼내 던지려 했다!

이 타이밍!

포아아아아앙-

로켓 가속한 퐁퐁이가 특급 헌터를 낚아채고!

“앗! 퐁퐁이 돌아왔구나! 알바! 알바! 어디 있어!?”

특급 헌터는 퐁퐁이에게 채여 하늘로 날아올랐다.

“나이스! 잘했다 퐁퐁이!”

천문석은 환호성을 터트리며 강철봉을 뽑아 내력을 집중했다.

“모두 빠져 한방에 끝장낸다!”

경악한 압둘라와 오마르가 뭐라 외치기도 전에 강철봉이 떨어졌다!

그러나 흑전이 마도 엔진에 닿는 게 빨랐다.

통-

마도 엔진에 닿은 흑전이 가볍게 튕겨 오르는 순간.

콰아아아앙-

엄청난 스파크가 튀어 올라 흑전을 때리고 빨려 들 듯 천문석에게 쏟아졌다!

이 순간 자석에 끌리는 쇳가루처럼 강철봉과 몸이 마도 엔진에 찰싹 달라붙었다.

팟-

순간적으로 시야가 어두워지고 모든 소리가 아득하게만 들려왔다!

“알바아아아!”

‘이세기……!”

“대인……!”

‘괜찮아! 나 멀쩡하다!’

천문석은 대답하려 했다.

그러나 말이 소리가 되어 입 밖으로 나가는 순간!

파파파파파팟-

다시 한 번 스파크가 전신을 지졌다!

‘끄어어억-!’

비명을 삼키고 모든 내력을 끌어모아 마도 엔진을 감싸 스파크를 막았다.

쿠릉, 쿠르르릉-

당장이라도 폭발할 듯 요동치는 마도 엔진!

“마도 엔진! 어떻게 멈춰……!?”

파파파파팟-

입을 여는 순간 스파크가 튀어나와 몸을 지지고!

쿵쿵, 쿵쿵쿵-

맥동하는 마도 엔진에서 쏟아진 파문이 주위로 퍼져 나갔다!

전신이 파르르 경련하고 의식이 아득히 멀어진다!

으드득-

이를 악물고 버틸 때 오마르 장로의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우선 스파크를 끊고 이세기님부터 빼내자! 이 주술 목걸이! 여기에 긴급 정지 회로 있어!”

소니아의 검, 파티마의 곡도가 공간을 가르고 쏘아졌다!

“스파크 잘라 낼게!”

“바로 빠져나와라!”

유형화된 오러, 강기가 담긴 검과 곡도가 나무처럼 가지를 뻗는 스파크를 잘라 내고 마도 엔진에 떨어졌다!

그리고 마도 엔진에 닿는 순간.

쿵쿵, 쿵쿵쿵-

거세게 맥동하는 파문이 검과 곡도를 삼켰다!

휘이이잉-

두 사람의 공격은 허공을 갈랐다!

‘아무것도 걸리지 않았다!’

‘공간의 틈!?’

깜짝 놀란 소니아와 파티마는 폭풍처럼 공격을 퍼부었다.

그러나 두 사람의 검격이 스파크를 터트리고 마도 엔진에 닿는 매 순간 파문이 공간을 뒤틀고 검격은 허공을 갈랐다!

“……!”

“……!”

“으아악- 오래 못 버텨!”

다급한 외침에 모두가 정신없이 달려들었다.

“비켜! 이걸로 낚아채서 빼낼게!”

촤아아-

마수 사냥용 강철 그물, 올가미, 갈고리가 날아왔으나 마찬가지!

“와류로 밀어 낼게! 타이밍에 맞춰 빠져라!”

망루에서 뛰어내린 우론의 작살에서 와류가 쏟아졌으나!

꽈드드드득-

대기가 뒤틀리고 소용돌이가 만들어지는 순간 마도 엔진에서 생겨난 파문에 삼켜졌다!

마치 서로 다른 차원에 있는 것처럼 동료들의 공격은 마도 엔진에 닿지 않았다!

천문석은 바로 상황을 파악했다.

스파크는 문제가 아니다!

진짜 문제는 이 맥동하는 파문!

이 파문이 시공과 차원을 비틀고 있다!

지금 자신은 마도 엔진이 만든 닫힌 계(界), 일종의 샌드 박스 안에 갇힌 상태다!

밖에서 안으로 계(界)를 뚫고 들어오는 것!

안에서의 움직임 자체가 변수, 트리거가 되어 파문에 삼켜지고 있다!

‘해결 방법은!?’

‘샌드 박스를 통째로 들고 흔들어 틈을 만들어 주면 된다!’

천문석은 이를 악물고 외쳤다!

“흔들어! 이 공간 자체를 흔들어서 틈을 만들면 빠져나갈 수 있다!”

파지지지직-

순간 스파크가 튀어 오르고 동료들의 다급한 외침이 터졌다.

“그게 무슨 소리야!?”

“공간을 흔들라고?”

“어떻게 흔들어야 하는데!?”

“자세히 좀 말해 봐!”

……

“……!”

천문석은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혔다.

이건 숨 쉬기, 수영하기, 자전거 타기와 같다!

직접 하는 건 쉽지만, 말로는 뭐라 설명하기가 힘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머리에 떠오르는 대답은 하나뿐이다!

“……잘?”

“……뭐!?”

“야, 지금이 장난칠 때야!?”

황당한 시선과 어이없어하는 외침이 쏟아질 때.

오마르 장로가 재빨리 목걸이를 빼 들고 외쳤다!

“이 주술 목걸이! 검격을 펼치는 순간 던져 넣을게! 이걸 마도 엔진과 접촉해 봐! 어쩌면 통제가 돌아올지도 모른다! 바로 시작하자!”

우론, 소니아, 파티마의 공격이 스파크를 꿰뚫는 순간.

오마르 장로는 주술 목걸이를 파문 속으로 던져 넣었다.

그러나 주술 목걸이가 경계를 넘자 중첩된 파문이 밀려 왔다!

쿠르르르릉-

거칠게 솟아오른 파도를 맞은 공처럼 주술 목걸이는 튕겨 나왔다!

“어, 어엇!?”

“이게 이러면 안 되는데!?”

“다시! 다시 한 번 뚫을게!”

당황한 외침이 터지고 모두의 얼굴이 사색이 되는 순간.

포아아아아앙-

하늘에서 로켓 비행음이 울려 퍼졌다!

“특급 헌터가 왔다! 나만 믿어 알바! 내가 구해 줄게!”

‘아냐! 제발 그러지 마! 안 구해 줘도 괜찮아! 오지마!’

마음속으로 비명 같은 외침을 지를 때.

이야아아아얍-!

우렁찬 기합 소리와 함께 특급 헌터의 양손이 움직였다.

“열려라!”

휘이이이잉-

그리고 나무 상자와 펜던트가 동시에 날아왔다!

벼락 치듯 머리를 스치는 기억!

나무 상자!

공간 마법이 걸린 아이템이다!

펜던트!

나이트 아머가 봉인된 목걸이다!

‘그래! 저 둘이라면 틈을 만들 수 있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내력을 끌어올렸다.

나무 상자와 펜던트가 경계를 넘는 순간.

파파파파팟-

펜던트가 사방에서 쏟아진 스파크를 흡수하고!

쿠르르르릉-

나무 상자가 중첩된 파문을 아무렇지도 않게 뚫었다!

마도 엔진 위로 떨어지는 나무 상자와 펜던트!

천문석은 온 신경을 모두 모아 집중했다!

마도 엔진과 접촉하는 순간!

바로 빠져나가 주술 목걸이를 가지고 돌아와 정지시킨다!

깡-

펜던트가 마도 엔진에 떨어지자 스파크가 단숨에 빨려 들고!

땅-

나무 상자가 마도 엔진에 닿자 맥동하는 파문이 순식간에 잦아들었다!

이 순간 족쇄처럼 몸에 걸렸던 부하가 사라졌다!

‘지금이다!’

천문석은 반사적으로 내력을 폭발시켜 주술 목걸이를 향해 몸을 날렸다!

이 순간 마치 스위치를 내린 듯 온 세상이 어두워지며 느려지고.

마도 엔진의 파문이 퍼져 나간 하늘에서 거대한 울림이 느껴졌다!

구으으으으으으-

‘무언가 깨어나고 있다!’

직감하는 순간 느껴지는 엄청난 현기증!

픽, 픽픽픽-

허수아비가 쓰러지듯 선원들, 선장, 압둘라, 오마르, 소니아, 파티마, 우론 동료들이 줄줄이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그리고 느껴졌다.

파스슥-

스파크를 흡수한 펜던트에서 자라나는 존재감이!

달그락, 달그락-

파문을 지워 버린 나무 상자에서 나오려는 무언가가!

그리고 빛이 보였다.

핑그르르르-

언제부터인지 갑판 위에서 스스로 회전하는 검은 동전.

흑전에서 풀려나온 빛의 실이 하늘로 뻗고 있었다!

하늘 가운데 붉은 포탈을 향해서!

이 순간 천문석은 봤다.

끊겼던 실이 매듭지어 이어지고, 멈췄던 도미노가 다시 쓰러진다.

천지를 관(觀)하는 깨달음이 존재의 본질을 관통하는 순간.

머리가 아닌 직관으로, 지식이 아닌 지혜로 벼락 치듯 깨달았다.

일기일원문의 제자가 마도 엔진을 갑판에 던진 이유.

펜던트, 나무 상자, 흑전의 인과.

“…….”

천문석은 문득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봤다.

붉은빛의 원반, 포탈 앞에 멈춰 선 일기일원문의 제자가 보였다.

보는 순간 마음이 닿고, 마음이 닿자 웃음이 전해졌다.

염화미소(拈華微笑).

깃털 같은 웃음에 담긴 뜻이 서로의 심상을 잇는 순간.

물거품처럼 사라질 찰나의 웃음, 찰나의 깨달음이 찾아왔다.

천문석은 일기일원문의 제자를 바라보며 마주 웃었다.

일기일원문의 제자는 두 손을 모으고 허리를 깊이 숙였다.

그리고 흑전에서 풀려나온 빛의 실을 따라 포탈을 넘어갔다.

일기일원문의 제자가 넘어가는 순간 포탈은 사라지고 벼락 치듯 찾아온 깨달음도 흩어지기 시작했다.

천문석은 문득 시선을 내려 발 앞을 봤다.

어느새 대짜로 팔다리를 펼치고 퐁퐁이를 베고 쿨쿨 잠든 특급 헌터.

그 앞에 떨어져 달그락, 달그락 흔들리는 나무 상자.

“……아수라파천무 진짜였냐?”

천문석은 짧은 탄식, 어이없어하는 웃음과 함께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천문석이 마지막이었다.

용권풍이 삼킨 닫힌 공간 속의 모든 존재.

이동 성채 도시와 하늘 고래호의 사람들, 흐르는 모래 위의 거대 마수들 모두가 정신을 잃었다.

이 순간 마도 엔진의 맥동이 강해지기 시작했다.

쿵쿵, 쿵쿵쿵쿵-!

점점 강해진 맥동은 거대한 물결이 되어 차원 방벽 너머로 퍼져 나가고.

댐의 수위가 낮아지듯 차원 준위가 급격히 낮아졌다.

차원 준위가 급격히 낮아지자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

하늘의 천기와 대지의 용맥, 근원에 닿은 힘이 밀려 오기 시작했다.

쿠르르르르릉-

하늘이 울고, 땅이 요동쳤다!

쿵쿵쿵, 쿵쿵쿵쿵쿵-!

용권풍에 삼켜진 작은 세계 전체가 거대한 물결이 되어 거세게 맥동했다!

그리고 엄청난 수압에 제방이 뚫리듯 차원 방벽 곳곳에 균열이 생겨났다.

지상에서 아득한 하늘까지. 수많은 균열이 생겨나고, 근원에 닿은 힘이 세차게 흘러들어왔다!

이 흐름을 타고 인지를 초월한 시선이 생겨났다.

탐욕, 갈망, 공포, 원한, 의혹…… 그리고 호기심!

허신, 마룡, 악신, 마왕, 사신…… 초월적 존재!

세계의 나무의 그늘과 경계의 혼돈 속에 자리한 초월적인 존재들의 시선이 무명의 어둠 속을 훑었다!

잠자는 교룡의 포탈을 통해 훔쳐 본 존재!

빛나는 영육과 혼백을 씨줄 낫 줄 삼아 짠 태피스트리!

가장 빛나는 별보다 밝게 빛나는 그 존재의 본질을 낚아채기 위해서!

이 시선이 닿는 순간 혼돈의 권속 마수들은 한 줌 잿가루가 되어 터져 나갔다.

이 시선들이 무장 어선에 닿는 순간.

달그락-

나무 상자에서 손이 불쑥 튀어나오고 조각상이 기어 나와 일어섰다.

불꽃의 원을 두르고 네 개의 팔을 지닌 무도왕(舞蹈王), 나타라자의 조각상.

무도왕의 조각상은 마치 황금을 삼킨 듯 광휘를 뿜어내며 네 팔을 허공에 펼치고 다리를 가볍게 들어 올렸다.

그리고 춤을 췄다.

하늘을 닫아 세계의 종막을 고하고.

다시 하늘을 열어 세계의 서막을 알리는 춤.

탄다바 춤.

아수라파천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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