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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758화 (759/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758화>

생각지도 못한 장소, 시간에 불가능한 일이 일어났다!

자신이 가르치지도 않은 일기일원문의 제자가 나타난 것이다!

천문석은 문득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이상 던전, 적염성, 안개 길잡이, 항구도시 바나, 광장 시장, 시가지, 부두, 모래사막…….

단 하나라도 어긋났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

수많은 우연의 연속으로 이 자리에 섰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나타난 마도 엔진의 마력과 일기일원공이 호응해 초절정의 경지에 발을 걸치게 됐다.

이 모든 것이 우연일 리 없었다.

이 모든 것에서 거대한 의지가 느껴졌다.

자신과 저 존재, 일기일원문의 제자를 만나게 하겠다는 의지가!

누가 이런 거창한 계획을 세웠는지는 궁금해할 필요도 없었다.

태양이 작열하는 푸른 하늘과 용권풍이 몰아치는 먹구름으로 반반으로 나뉜 하늘.

천문석은 하늘을 바라보며 웃었다.

그리고 하늘이 자신에게 바라는 게 무엇인지 바로 감이 왔다!

평소 영 맘에 들지 않던 하늘님이시지만, 상대는 일기일원문의 제자다!

‘당연히 해야지!’

천문석은 포탈에 닿은 강철봉에 일기일원공의 내력을 집중하고 전법륜인의 수인을 짚었다!

그리고 일기일원문의 제자를 부르려는 순간.

“……!”

문득 시선이 느껴졌다.

포탈 너머 하늘에 생겨난 수많은 붉은 눈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시야가 붉게 물들고 가슴속에서 끝을 알 수 없는 분노가 치솟았다!

먹물이 물 전체를 검게 물들이듯 끓어오르는 분노가 정신을 완전히 물들이는 순간.

마음속에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역천(逆天)!

저 존재는 하늘의 인과와 대지의 뜻을 거스른 역천의 존재다!

그 존재만으로도 인과가 비틀리고 천의가 일그러져 재앙을 가져온다!

‘죽여라! 오직 너만이 할 수 있다!’

권능이 담긴 언령이 온몸과 마음에서 종처럼 울려 퍼졌다!

천문석은 피처럼 붉게 변한 눈으로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

쿵-

이 순간 강철봉은 포탈을 뚫고 들어가고 흐려지던 포탈의 붉은빛이 강해졌다!

그리고 막힌 둑이 터진 것처럼 수백, 수천의 거대 마수가 쏟아져 내렸다!

그러나 천문석은 쏟아지는 마수에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천천히 다시 한발!

천문석은 붉은 포탈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 * *

경외 어린 눈으로 홀린 듯 이세기를 바라보던 모두는 날벼락을 맞았다!

강철 도마뱀, 바위 악어, 초거대 수달, 강철 뱀……!

포탈에서 끝도 없이 쏟아지는 거대 마수가 사막에 모래 배와 성채 도시에 뿌려졌다!

겁먹은 도망치다 떨어진 마수들은 적극적으로 공격하지 않았지만, 그 무게와 반발장, 위치 에너지는 투석기로 쏘아 보낸 돌 이상의 위력을 냈다!

콰아아아앙-

엄청난 물리력과 마수 반발장에 모래 배의 돛대가 부러지고 선체가 단숨에 주저앉았다!

갸우뚱 기울어진 선체가 새하얀 모래와 충돌해 뒤집히는 순간.

촤아아아아-

그 주위를 달리던 모래 배들이 다급히 선회해 피했다!

‘간신히 피했다!’

안도하기도 잠시!

우박이 쏟아지듯 끝없이 마수가 쏟아졌다!

“산개해라!”

“안 돼! 이제 곧 용권풍 온다!”

“이대로면 용권풍 오기 전에 모두 박살 난다!”

“그냥 흩어져서 도망치자!”

“그래! 용권풍 필요 없다! 어차피 공격 멈췄어!”

다급한 외침과 함께 함께 달리던 모래 배가 사방으로 흩어질 때.

성채 도시에도 거대 마수가 쏟아지고 있었다.

팟, 파파파파팟-

마도 엔진이 뿜어내는 마력장과 마수 반발장이 충돌해 섬광이 쉴 새 없이 터지고.

마력장에 튕겨 나간 마수는 성벽 밖 흐르는 모래에 처박혔다!

그러나 포탈에서 쏟아지는 거대 마수는 너무 많았고 마도 엔진은 발사 후 과열된 상태였다.

파스스스-

마력장이 힘을 다한 촛불처럼 꺼지는 순간 거대 마수의 폭격이 성채 도시를 휩쓸었다.

콰아앙-

강철 도마뱀이 떨어져 종탑을 무너뜨린 걸 시작으로.

쿠르르르릉-

성벽에는 십 미터가 넘어가는 뱀이!

쾅, 쾅, 콰아앙-

건물 지붕과 가로등, 창문에는 바위 악어 와 재규어가 폭격하듯 처박혔다!

“당장 마수를 잡아야 한다!”

“마력 대포는 아직인가!?”

“마도 엔진이 이상 과열 중입니다! 이대로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병사를 풀어라! 엔진실이 뚫리면 끝장이다!”

성채 도시를 지키는 병사와 무사, 주술사가 쏟아져 나와 시가지에 떨어진 마수와 전투를 시작했다!

이동 성채 도시와 모래배는 쏟아지는 마수로 순식간에 난장판이 됐다.

하늘 고래호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활대를 달리며 회전창을 펼치는 우론!

갑판을 달리는 소니아, 압둘라와 오마르!

장대를 들고 뱃머리에 선 데이몽 발도까지!

모두는 비 오듯 쏟아지는 마수를 정신없이 배 밖으로 밀어내며 커다란 원을 그리며 달렸다.

갑자기 하늘에 멈춰 선 이세기를 중심으로!

“대인! 이제 내려 오세요!”

데이몽이 하늘을 향해 외치는 순간.

활대를 달리는 우론이 바로 말을 이어받아 외쳤다!

“이세기! 야, 얼른 내려 와! 성채 도시 난장판 돼서 공격 멈췄어!”

“그래! 얼른 내려 와! 이제 바로 튈 수 있어!”

“야! 왼쪽! 도마뱀! 도마뱀 선체에 달라붙었어!”

“젠장! 끈질긴 녀석들! 장대! 아니 작살이랑 그물 가져와라!”

거대 마수를 밀어내고, 튕겨 내며 지르는 외침이 끝없이 울려 퍼질 때.

타륜을 잡은 선장은 바람잡이에게 외쳤다.

“야, 저 용권풍! 뭐야!? 왜 안 움직이는 거야!?”

돛대에 매달린 바람잡이는 연신 고개를 저었다.

“저 녀석 좀 이상해! 꼭…… 뭔가를 기다리는 느낌이야!?”

“야, 이! 무슨 헛소리야!? 그래서 언제 올 거 같은데!?”

“나도 몰라! 저 용권풍 언제 올지 아무도 모른다!”

선장의 시선이 쏟아지는 마수 너머 붉은 포탈 앞에 우뚝 선 이세기에게 닿았다!

이세기가 내려 오기 전까진 어떻게든 버텨야 한다!

선장을 타륜을 돌리며 외쳤다!

“우선 급선회한다!”

촤아아아아-

무장 어선 선체가 기울어지면 새하얀 모래가 치솟는 순간.

끼에에에엑-

선체 달라붙어 기어 오르던 강철 도마뱀이 나가떨어지고, 돛대를 휘감아 오르던 뱀이 그물에 엉킨 채 작살을 맞고 떨어져 나갔다.

이때 천문석은 붉은 포탈 앞으로 다시 한걸음 발을 내디뎠다.

강철봉은 이제 대부분 포탈을 뚫고 들어갔고, 몸은 이제 한 걸음만 더 내디디면 포탈로 들어가기 직전!

천문석의 마음에서 권능을 담은 언령이 다시금 울려 퍼졌다!

‘저 역천의 존재를 죽여라! 이 세계에서 오직 너만이 할 수 있다!’

그리고 천문석이 마지막 발을 내디디는 순간.

모두의 기억에서 사라진 한 꼬맹이와 어린 하늘 고래의 눈에서 빛이 번뜩였다!

뱃머리에서 열심히 빙글빙글빙글 춤을 추던 특급 헌터와 퐁퐁이, 둘은 어느새 멈췄다.

특급 헌터는 번쩍 고개를 들어 알바를 바라보며 외쳤다!

“알바! 이제 보여 줄게! 퐁퐁이 지금이야!”

퐁퐁이는 영체화된 몸을 활짝 펼치고 지금까지 계속계속계속 들이쉰 숨을 단숨에 쏟아 냈다.

구으으으으으으응-

하늘 고래의 부드러운 울음소리가 거대한 뿔피리 소리가 되어 멀리멀리 퍼져 나갔다.

휘잉휘잉, 휘잉휘잉-!

곧 물기가 가득 담긴 바람이 대답하듯 불어왔다.

퐁퐁, 퐁퐁퐁-

이 순간 특급 헌터는 퐁퐁검을 흔들며 크게 외쳤다.

“휘잉휘잉! 지금이야! 얼른 와! 우리 신나게 달리자!”

파아아아아아앙-

수백 미터를 치솟은 거대한 벽!

가까워지지도 멀어지지도 않고 용권풍이 밀려 왔다!

원을 그리는 하늘 고래호!

쏟아지는 마수와 붉은 포탈!

붉은 포탈로 들어가는 천문석까지!

용권풍은 이 모든 것을 삼켜 버릴 듯 무너져 내렸다!

* * *

물기가 가득한 바람과 먹먹해진 귓속!

몸을 휘감은 돌풍과 갑자기 밤이 된 듯 어두워지는 하늘!

“……!”

“……!”

반사적으로 하늘을 본 순간 하늘 고래호의 선원들은 일제히 환호했다!

“용권풍이다!”

“용권풍이 왔다!”

“이 타이밍에 용권풍이라고!?”

“됐다! 이대로 달리면 된다!”

하하, 하하하-

미친 듯한 웃음이 터지고 사방에서 외침이 터졌다!

“방풍 고글! 확인!”

“방풍 마스크! 확인!”

“안전 고리! 확인!”

……

복창하는 소리가 어지럽게 얽히고!

방풍 고글과 마스크가 갑판 위를 날아다녔다!

철컹, 철컹, 철컹-

순식간에 하늘 고래호의 모두가 방풍 고글과 마스크를 착용하고, 안전 고리를 난간에 연결했다.

데이몽은 재빨리 특급 헌터의 얼굴에 고글과 마스크를 씌우고 난간에 안전 고리까지 연결한 후 바람잡이에게 외쳤다.

“이세기님! 이세기님이 아직입니다!”

“걱정할 거 없어! 용권풍은 그 안에 들어온 모든 것을 통째로 이동시킨다! 이대로 달리면 같이 이동한다!”

데이몽이 안도하는 순간 소니아의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야! 뒤! 뒤에 성채 도시가 따라붙고 있어!”

쏟아지는 마수로 난장판이 된 성채 도시가 충돌할 듯 빠르게 가까워지고 있었다.

“으아악! 안 돼! 거리 벌려야 한다! 이대로 용권풍에 같이 들어가면……!”

바람잡이의 다급한 외침이 끝나기도 전에 습기를 가득 머금은 용권풍이 하늘 고래호를 덮쳤다!

콰아아아아앙-

용권풍은 바짝 따라붙던 이동 성채 도시, 하늘에 생겨난 포탈과 천문석까지 모두를 삼켜 버렸다!

* * *

콰아아아아앙-

용권풍의 모래바람이 천지를 휩쓸 때.

천문석은 포탈에 박힌 강철봉을 잡고 분통을 터트렸다!

“하, 시바! 타이밍! 이 그지 같은 타이밍 실화냐!?”

천문석은 언령에 홀린 사람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외침을 터트리고 재빨리 방풍 고글을 내렸다.

이때 마음속에서 언령이 울려 퍼졌다!

‘……죽여라! 오직 너만이 할 수 있다!’

다시 한 번 시야가 붉게 물들고 심장이 미친 듯이 요동치며 머리에선 살의가 끓어올랐다!

천문석은 언령에는 신경도 쓰지 않고 재빨리 천으로 얼굴을 가리고 한 걸음 앞의 포탈을 바라봤다!

포탈의 붉은빛이 약해지고 있다!

‘20분? 아니, 10분? 이제 곧 사라진다!’

천문석은 처음 언령이 마음속에서 울려 퍼지는 순간 그 정체를 바로 깨달았다.

‘역천의 존재를 죽이라고?’

하늘은 무정하나 이 무정에 선악은 없으니.

하늘은 선악을 가려 비를 뿌리지도 빛을 내려 주지도 않는다.

순리가 하늘의 도리라면, 역천 또한 하늘의 도리!

역천의 존재를 죽이라 속삭이는 목소리!

이 목소리야말로 역천의 존재!

마신이다!

감히 자신을 언령, 사념으로 조정하려 하다니!

영육에 쌓은 무업은 잃었지만, 혼백에 새겨진 무업은 전생 천마의 것 그대로였다!

설령 상대가 마신이라 할지라도 사념, 정신, 심상으로 싸우는 싸움이라면 압도할 자신이 있었다!

그래서 마신의 뒤통수를 제대로 갈기려고 언령에 홀린 것처럼 걸어왔는데…….

갑자기 밀려 온 용권풍이 모든 것을 삼켜 버리며 계획이 무산됐다!

어이없게도 용권풍에 삼켜지는 순간 마치 커다란 바구니에 담겨 움직이는 것처럼 주위 모든 것이 같이 질주하기 시작했다.

앞장서 달리는 하늘 고래호.

바짝 쫓는 이동 성채 도시.

하늘에 열린 붉은 포탈.

이 모든 것이 모래 폭풍에 삼켜져 같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잡힐 듯 가까이 느껴지던 마신의 언령이 급격히 멀어지고 붉은 포탈도 힘을 잃기 시작했다!

이 용권풍이 엄청난 거리를 순식간에 질주하는 원리를 깨달았다.

이 용권풍은 종이를 접듯 공간을 접어서 질주하고 있었다!

즉, 차원 좌표가 일그러지며 마신의 언령, 사념파가 멀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마신의 뒤통수를 갈기기에는 늦었다!

포탈은 점점 흐려지고, 몰아치는 모래 폭풍은 빠르게 강해지고 있다!

오래 버티진 못한다!

더 늦기 전에 하늘의 인과가 계획한 일을 해야 했다!

천문석은 포탈 속에 깊게 박힌 강철봉에 일기일원공의 내력을 담고. 이 내력에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지는 심상을 실었다.

‘짧고 임팩트 있게!’

그리고 천라지망을 박살 내는 일기일원문의 제자에게 쏘아 보냈다!

[야, 나 일기일원문 조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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