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757화 (758/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757화>

생명체라기에는 너무나 거대한 뱀!

수백 미터 크기의 붉은 뱀이 습지대를 갈아엎었다!

아름드리나무가 줄줄이 부러져 나가고 바위, 강, 마수! 광활한 습지대의 모든 게 짓뭉개져 폭발하듯 흩날렸다!

붉은 뱀의 산조차 지워 버릴 맹공은 단 한 사람이 목표였다!

영혼육백을 태우는 검은 불꽃, 흑염을 전신에 휘감은 존재!

이 순간 흑염에 휩싸인 사람이 움직였다.

그 걸음에 대지가 요동치고, 손을 뻗는 순간 공간을 찢고 튀어나온 팔각봉이 붉은 뱀의 비늘을 꿰뚫었다!

-……!

소리 없는 괴성이 터지고 붉은 뱀이 고통에 몸부림칠 때 피가 폭포처럼 쏟아졌다!

이 피 속으로 강철 투구와 갑옷, 육중한 방패와 메이스. 통일된 장비를 입은 수만의 대군이 대열을 이뤄 돌진했다!

“……!”

수만의 대군이 내지르는 피 끓는 살기가 담긴 외침이 대기를 뒤흔들었다!

수천 개의 투창이 하늘로 날아오르는 동시에.

두꺼운 강철 방패로 강철의 벽을 만들어 밀어붙였다!

이 돌진에 걸리는 마수, 동물, 나무, 바위 모든 게 박살 났다!

마치 전차처럼 모든 것을 으스러트리며 돌진!

흑염을 두른 사람과 충돌하는 순간.

후두두두둑-

붉은빛을 머금은 수천 개의 투창이 쏟아졌다.

완벽한 타이밍!

정예병 중의 정예병이다!

이 순간 팔각봉이 하늘로 솟아 올랐다.

그리고 위에서 아래로 내리찍는 너무나 간단한 동작에 거대한 와류가 생겨났다.

콰드드득-

팔각봉은 붉은빛을 머금은 투창을 모조리 끌어모아 수직으로 떨어졌다!

마치 산이 무너져 깔아뭉개듯 돌진하는 정예병이 수백 명이 직선으로 으스러졌다!

뻥 뚫린 강철의 벽!

흑염은 팔각봉을 앞세워 돌진하고!

군단은 소리 없는 괴성을 지르며 방패와 메이스, 창검을 세워 마주 돌진했다!

강대 강!

그 누구도 물러서지 않는 격전이 펼쳐졌다!

아니 이건 격전이 아니었다.

그 무엇도 흑염을 막지 못했다.

오러 가 담긴 해머와 대도가 부러져 나가고.

육중한 방패와 강철 갑주가 갈가리 찢겨 흩날린다!

강철의 벽이 와르르 무너지는 순간 사방에서 찔러 오는 오러 가 실린 장창!

빙글-

팔각봉이 원을 그리는 순간 장창병의 투구가 거짓말처럼 폭발하고 장창병이 픽픽 쓰러져 나갔다!

이 순간 무너지는 장창병 뒤에서 악어 기수가 돌진했다.

육중한 거대 악어를 탄 기수들의 온 힘을 다한 랜스 차징이 쏟아졌다!

그러나 오러 가 실린 랜스는 닿기도 전에 부러질 듯 구부러져 땅을 찌르고!

흑염의 팔각봉이 대지를 때리는 순간 파도치듯 일어난 대지가 악어 기수를 사방으로 던져 버렸다!

그리고 이 위로 흑염이 달렸다!

강철 무기가 수수깡처럼 부러져 나가고.

폭발하듯 솟구친 피가 비가 되어 쏟아졌다!

개미를 밟아 죽이는 듯한 압도적인 무위!

검은 불꽃, 흑염은 홀로 수만의 군단을 압도하며 소리치고 있었다.

[ㅁㅁ! ㅁㅁㅁ ㅁㅁ!]

“……!”

천문석은 홀린 듯 격전을 바라봤다.

랜덤 박스에서 흘러나오는 전생의 경지로 영안(靈眼)이 열린 천문석만이 이 격전을 볼 수 있었다.

용권풍을 향해 도망치는 모래 배.

그 뒤를 쫓는 이동 성채 도시와 함대.

지상의 누구도 하늘에 생겨난 붉은빛의 원, 포탈 너머에서 펼쳐지는 격전을 보지 못했다.

이들의 시선은 사막을 구르는 거대한 도마뱀과 바위 악어. 허공에서 떨어지는 거대 마수들을 쫓아 움직였다.

그리고 붉은빛의 원, 포탈에 시선이 닿는 순간.

모두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비비고 연신 깜빡였다.

곧 모두는 경악했다.

붉은빛의 원, 포탈 앞에는 마치 보이지 않는 계단을 밟고 선 듯 허공에 우뚝 서 있는 사람이 있었다.

이세기!

* * *

모두가 홀린 듯이 이세기를 바라볼 때.

오마르 장로는 격동으로 전신을 덜덜 떨었다!

‘이세기!’

오마르 장로의 머리와 가슴에서 다시 한 번 폭풍이 몰아쳤다.

자신이 본 광경을 믿을 수가 없었다!

타대륙에 가득한 악신과 허신, 악의 제국과 초월자들을 밀어낸 마도 제국의 대륙 통일 전쟁.

그 대륙 통일 전쟁에서 현현체와 강림체의 육체를 박살 낸 게 이동 성채 도시의 마력 대포, 마도 엔진으로 발사하는 주포다!

그 주포가 이세기가 창공으로 비상하는 순간 쏘아졌다!

모든 게 끝장났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기다렸다는 듯이 붉은 포탈이 생겨나고 마수가 쏟아져 나와 빛의 포탄을 막아 냈다!

마치 미리 준비했다는 듯이!

그리고 지금 이세기는 하늘에 우뚝 서서 지상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 순간 오마르 장로의 머릿속에서 후계자, 반란군, 계승 전쟁은 씻은 듯이 사라졌다.

이 모든 것은 한 가지 의문 앞에서 너무나 사소했다!

이세기의 정체!

‘이세기는 누구인가!?’

‘진짜 샤가 아니란 말인가!?’

‘포탈을 열었다면 설마 마도왕인가!?’

‘혹시 천공탑으로 사라졌다는 제국 군단의 군단장!?’

……

수많은 의문이 머릿속에서 복잡하게 얽힐 때.

압둘라의 다급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어, 어! 이세기! 너 어디 가는 거야!? 이세기!”

반사적으로 고개를 든 오마르는 경악했다.

이세기는 전신에서 빛을 뿜어내며, 붉은 포탈을 향해 하늘을 걸어올라가고 있었다!

이 순간 홀린 듯이 이세기를 보던 사람들의 외침이 지상에서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하늘을 오른다고!”

“맨몸으로 하늘에 오르고 있다!”

“주술 도구! 바람 주술 도구를 가진 거 아냐!?”

“마법! 북방의 마법사가 쓴다는 마법일지도 모른다!”

……

모래 배 선원들의 경악한 외침이 터져 나올 때.

마력 대포를 발사한 이동 성채 도시도 난리가 났다.

“하늘을 오른다고!?”

“저분! 하늘을 오르고 계시다!”

“마법사!? 바람 주술사……!?”

“마력 유동이 엄청나! 마법이나 주술은 아니다!”

이동 성채 도시의 병사들이 경외감 어린 얼굴로 하늘을 바라볼 때.

마력 대포 발사 명령을 내린 장로는 다시 한 번 명령했다.

“쏴라! 다시 한 번 마력 대포를 발사해!”

“아직! 마도 엔진 냉각이 끝나지 않았습니다! 지금 발사하면 엔진에 손상이……!”

“괜찮다! 지금 당장 발사해라! 이세기 놈의 수작을 막아야 한다!”

“장로님! 병사들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혹시라도 불복종하면 걷잡을 수 없습니다!”

장로는 흠칫 놀라 주위를 돌아보고 깨달았다.

어느새 성채 도시와 펼쳐진 함대는 공격을 멈추고, 모든 병사와 장교, 장군들은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상의 모두는 경외 어린 시선으로 붉은 포탈을 향해 하늘을 오르는 이세기를 바라봤다.

이들 중 우론, 소니아, 파티마. 경지를 넘을 이들과 압둘라와 오마르. 경지에 발을 걸친 이들은 격동하는 떨리는 몸과 마음에 이세기의 모습을 새겼다!

‘주술은 아니다!’

‘마법도 아니다!’

‘주술, 마법 도구!?’

‘마도 엔진이 마력을 장악한 이곳에선 불가능하다!’

‘이세기 본신의 능력이다!’

광휘를 뿌리며 하늘을 오른다!

이 모습을 보는 모두의 머릿속에 같은 단어가 떠올랐다.

타대륙의 절대자.

인간으로 태어나 빛의 길을 올라 승천한 마도 황제!

‘설마 승천이란 말인가!?’

생각만으로도 몸과 마음이 전율하는 순간.

모두의 머릿속에선 서로 다른 이름이 떠올랐다.

‘설마, 설마! 부자 되는 마나심법을 전해 주신 그분!?’

‘그토록 원대륙을 헤매도 찾지 못한 대종사? 일대종사!?’

‘……혹시 검성 아냐!? 아니, 얼굴, 이름, 나이 전부 다 다른데!?’

‘역시 내가 약한 게 아니었어! 패배가 부끄러운 게 아니었어! 하하하-.’

‘진짜 ‘샤’가 아닌 건가!? 숨 쉬듯 드러나는 저 무위! 분명 ‘샤’인데!’

소니아, 파티마, 우론, 압둘라, 오마르 장로.

다섯 사람은 이세기의 말과 행동을 되새기며 눈으로 그 움직임을 쫓았다!

이때 문득 머릿속에서 이세기가 마지막으로 남긴 목소리가 울러 펴졌다.

‘……나 지금 ‘랜덤 박스’가 반쯤 열렸거든!’

고수의 한 마디에는 천일의 고련으로도 깨닫지 못한 무리가 담기곤 한다.

하물며 하늘을 오르는 이가 마지막으로 남긴 화두다!

‘랜덤 박스!’

지금은 이해할 수 없지만, 평생을 참오해야 할 화두다!

하늘 고래호의 강자들이 화두를 몸과 마음에 새길 때.

하늘을 오르던 이세기가 우뚝 멈춰 섰다.

이 순간 하늘 고래호와 주위를 달리는 모래 배.

그 뒤를 쫓는 이동 성채 도시와 함대 모두는 하늘에 멈춰 선 이세기를 주시했다!

전설로만 전해지는 승천을 직접 보는 상상조차 하지 못한 기연!

지상의 모두는 숨소리조차 죽이고 온 정신을 집중해 이 모습을 봤다!

이때 천문석은 붉은 포탈을 홀린 듯 바라보고 있었다.

어느새 포탈의 빛은 흐려지고, 쏟아지던 마수들은 무언가에 막힌 듯 더는 포탈을 통과하지 못했다.

천문석의 시선은 격전이 펼쳐지는 포탈 안 한 점에 꽂혔다.

흑염을 두르고 수만의 정예 군단을 짓밟듯 몰아치는 존재에게!

영혼육백을 태우는 흑염에 가려져 영안으로도 그 모습을 확인할 수 없다.

볼 수 있는 것은 자유자재로 길이와 무게가 변하는 팔각봉과 그 움직임이 일으키는 여파뿐!

이 여파가 너무나 눈에 익었다!

‘설마!’

순간 한가지 가능성이 머리를 스쳤다!

말도 안 되는 가능성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게 말이 되는 유일한 가능성이기도 했다!

천문석은 강철봉에 기감을 담아 포탈을 향해 뻗었다!

톡-

강철봉이 포탈 표면에 닿는 순간 집중된 기감이 폭발적으로 뻗어 나가고 감각의 폭풍이 쏟아져 들어왔다.

마치 높은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것처럼 전장 전체를 볼 수 있었다.

흑염과 붉은 뱀, 수만의 정예병의 격전은 끝이 보이지 않는 대습지의 한 점에서 일어난 싸움일 뿐이었다!

그 주위로 수천, 수만 단위의 무수히 많은 정예 군단이 겹겹이 포위망을 만들고.

곳곳에 거대한 뱀과 악어, 수달 같은 거대 괴수와 경지를 넘은 강자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천라지망(天羅地網)!

이 대습지는 거대한 천라지망이다!

눈에 닿는 모든 곳에 함정이 펼쳐져 있었다!

이건 저 흑염의 강자, 천외천의 존재를 잡기 위한 함정이다!

천문석은 흑염의 강자에게 기감을 집중하려 했다.

이때 대습지 한곳에서 솟아오르는 붉은 연기가 보였다.

이 붉은 연기에서 영성(靈性)이 느껴졌다!

‘연기가 살아 있다고!?’

깜짝 놀라 연기에 기감을 집중하자 곧 살아 있는 오우거의 피와 육체를 바치는 번제가 보였다!

사제복을 입은 리저드맨이 검을 내리찍는 순간.

거대한 오우거의 목이 단숨에 잘려 피와 함께 화로에 떨어졌다.

오우거의 머리와 피는 화로의 검은 불꽃에 타올라 붉은 연기가 되어 솟구쳤다!

이게 시작이었다.

하나, 셋, 일곱, 열, 스물, 서른……!

시야가 닿는 모든 곳에서 영성을 띤 붉은 연기가 솟아 올라 하늘에 붉은 구름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이 붉은 구름을 보는 순간 살의가 끓어오르고 마음이 요동쳤다!

너무나 익숙한 감각이다!

무저갱의 마신!

천라지망이 끝이 아니었다.

리저드맨 사제들은 마신을 부르고 있었다!

‘위험하다!’

반사적으로 흑염에게 경고하려는 순간 붉은 구름에서 눈이 나타났다!

이 눈이 대지를 바라보는 순간.

대지에 쓰러져 꿈틀거리던 붉은 뱀이 다시 몸을 일으키고, 짓이겨지던 정예 군단의 기세가 살아났다!

이들은 거대한 파도가 되어 흑염을 단숨에 삼켜 버렸다!

이 순간 팔각봉이 공간을 찢고 솟아 올라 하늘의 눈을 꿰뚫고 두 주먹이 맞닿았다!

콰르르르르릉-

순간 수천 발의 천둥벼락이 팔각봉을 타고 떨어져 대지를 휩쓸었다!

대지의 정예 군단과 붉은 뱀을 지워 버리고!

하늘의 붉은 눈과 붉은 구름이 산산이 흩어져 구멍이 뻥 뚫렸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무위!

천문석은 경고하려던 것도 잊고 존재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영안으로 흑염을 바라봤다.

생각조차 하지 못한 강자.

절정, 초절정의 경지로 재단할 수 없는 압도적인 강자가 튀어나왔다!

저 강자는 영혼육백을 태워 버리는 흑염의 고통 속에서도 엄청난 무위를 펼쳤다!

존재가 펼치는 무위에서 너무나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무저갱의 마굴을 돌파하던 전생의 자신과 같은 느낌이다!

그리고 지금 직접 기감을 뻗어 살피는 순간 더욱 분명해졌다!

일기일원공!

흑염은 일기일원공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것도 이원과 여량위에게 전한 둘로 나뉜 일원공과 일기공이 아닌!

그 둘에게 전한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는 하나로 합쳐지고 시동이 걸려 극에 달한 일기일원공이 나타났다!

이원과 여량위에게 전하고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지금!

“……!”

한 줄기 전율이 전신을 관통하는 순간.

머리를 가린 짙은 안개가 사라지고 눈을 가린 베일이 날아갔다.

문득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는 순간.

태양에 가려진 수천수만의 별들이 그려내는 천의가 느껴졌다.

이 순간 천문석은 머리가 아닌 직관으로 깨달았다.

흑염에 불타며 싸우는 저 존재는 일기일원문의 제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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